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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199화 (199/205)

# 199

사원 탐색

몽계에서의 마썬의 모습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썬의 실제 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것도 이제 막 성인이나 되었을 법한 여인의 모습.

적당한 키에, 맑은 눈.

금발의 머리카락.

깨끗한 살결.

마썬은 전형적인 백인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썬은 두려움에 떨면서 있었다.

수도사들이 분노로 벌겋게 타오른 눈으로 마썬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썬은 눈빛으로 계속 호소를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기름과 같은 미끈한 액체가 그녀의 머리 위로 뿌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액체가 닿는 순간 그녀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썬은 살아 숨 쉬는 듯한 모습으로 굳어버렸다.

마터칸의 수도사들의 표정은 당연히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까지 마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제 된 건가?”

카시마르가 마리오스에게 물었다.

“할 말은 많으나 더는 이야기 하지 않겠소. 어쨌든 우리는 전투에서 패배했기 때문이오. 다 죽었어야 할 목숨을 부지했으니 불만은 없소. 다만······.”

“희망을 달라는 이야기인가?”

카시마르가 물었다.

“그렇소.”

“그거야 당신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 아니겠소?”

“희망은 있는 거요?”

“리비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대들과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나? 희망을 논하기에는 아직 일러.”

“······.”

마리오스는 대답하지 않고 매섭게 카시마르를 쏘아볼 뿐이었다.

***

“호위대 중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들어가겠다는 자가 있어?”

“네. 피서를 주축으로 몇몇 전투 인원들이 주인님과 함께 사원에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그들은 귀해. 몇 안 되는 완전한 우리 편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들여보내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그들도 위험성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기회?”

“정복되지 않은 사원에 들어가면 기회라는 게 생기니까요. 호위대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위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한 자들이지만, 이렇게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목숨을 걸 수 있는 자들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는 뜻도 되겠군.”

“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너그럽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카너가 말했다.

“그들에게 별로 불만 없어. 걱정 되는 건 그들이 쉽게 목숨을 잃을 까봐 그러는 거야. 완전한 내 편은 귀하잖아.”

“그러는 거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사원 탐험에 지원한 자들은 목숨이 하나 이상 남은 자들입니다.”

“그 정도라면 호위대에서도 꽤 높은 위치에 있겠군.”

“네. 그러니 허락해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야 뭐 크게 불만은 없어. 그들이 성장하면 나로서도 좋은 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다행입니다. 그들은 저번에 사원에서 돌아간 일 때문에 이번 일이 통과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니까. 대신에 보좌관이 신경을 써서 준비를 좀 시켜. 사원 안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이드들도 꽤 많이 접촉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확보된 가이드만 두 명입니다.”

“가이드가 그렇게 많이 필요해?”

“사원 안쪽은 이공간이 펼쳐진 곳으로 무척이나 넓다고 합니다. 1층 입구도 세군데로 나눠져 있는데, 그 입구를 통과해서 본격적인 사원 탐색이 시작되면 길이 여덟 갈래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흑 사원을 팔번토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고요.”

“그럼 많이 필요하기도 하겠네.”

“그래서 가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들마다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사공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안 좋은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안에서는 주인님이 결정하실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여덟 갈래의 길 이후입니다.  사원 탐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라 이때부터는 보상이 아주 후하게 나온다고 합니다.”

“거기서부터 제대로 위험해지겠네?”

“네. 근데 그쪽을 안내하는 가이드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암흑 사원은 오래전에 클리어 포기 선언이 나온 곳이라······ 현역 가이드들도 거의 없는 편이고요.”

“리크토가 있잖아.”

“리크토님도 여덟 갈래의 길 안쪽의 세 번째 길 초입 부분까지만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쪽에서 탐험을 포기한 것이지요.”

“흠······ 믿을 수 있을까?”

“무얼 말씀입니까? 아. 리크토님의 말을 말입니까.”

“그래.”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리크토님의 탐험 지도에는 말한 위치까지 밖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탐험 지도를 순순히 내주던가?”

“네.”

탐험 지도는 자동으로 기입 되는 지도였다. 사원 같은 곳을 탐색할 때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였다. 탐험한 곳이 자동으로 기입 되고, 현재의 위치까지도 나타내주는 좋은 물건이지만, 임의로 조정할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임의로 조정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흔적이 남았다. 카너가 그런 것까지 확인하지 않았을리 없기에 카시마르는 집요하게 질문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리크토를 탐험에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긴 해. 보좌관 생각은 어때?”

“넣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하인들의 보고에 의하면 리크토님이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요 며칠 사이에 몽계를 두 번이나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다양한 아이템을 가져왔고요.”

“엘더 쪽과 거래를 했다는 거로군.”

“조만간 아이템을 들고 올 겁니다. 수도사들을 한 번 믿어 보시지요. 그들이 잘해준다면 굳이 리크토님을 탐험에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될 겁니다. 원래 사원 탐험은 인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많이 가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암흑 사원은 심각한 갈증을 유발하는 곳입니다. 주인님께서는 크게 느끼지 못하실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존재들은 그렇지가 않을 겁니다.”

“물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거로군.”

“맞습니다.”

“식량은 필요하지 않나?”

“식량은 물보다는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그 안에는 널린 게 돼지들이니 적당한 향신료와 조리도구만 있으면 식량은 그다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들을 잡아먹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나 보네? 전에 문제 생긴다 하지 않았나?”

“보통은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이드 말에 의하면 사원 안에 있는 암흑 돼지의 종류는 아주 많아서, 그중에서 잡아먹어도 탈이 없는 돼지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들을 골라서 잡아먹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 대량의 물을 이공간에 넣어서 들어가야겠군.”

“수레도 가져가야 합니다. 꽤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필요한 게 많이 있지요. 저번처럼 짧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을 그곳에 들어가 있을 수 있으니 준비할 게 많습니다.”

“어차피 한 번에 그 안을 다 탐험하는 건 힘들겠지?”

“물론입니다. 그래서 저번에 말씀하신 이정표와 관련된 아이템들도 수소문하고 있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이 상당해서 수지가 안 맞는다면서?”

“의외로 엘더 쪽 아이템들을 수집하고 싶어하는 존재들이 많더군요. 가격도 저희 예상보다 몇 배는 위였습니다. 시장에 형성된 기본 단가가 그 정도이니 예상보다 많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좋은 소식이네. 그러면 마리오스 수도사들만 무장시키는 일이 남은 건가?”

“네. 하지만 무장 시키는 일은 재고해주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카너 보좌관은 아직도 그들을 못 믿겠나보군.”

“예.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날뛰기라도 한다면 피해가 얼마나 생길지 걱정입니다. 사명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그 사명을 위해서 약속 따위는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을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들의 힘이 왜 내게 통하지 않는지 그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무기를 지급 해 줘. 리크토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무기들도 그들은 다룰 수 있을테니까.”

“알겠습니다. 주인님.”

***

암흑 사원을 탐험하기 위한 준비는 빠르게 정리 되었다. 카너의 가장 큰 걱정은 수도사들이었는데, 수도사들은 무기를 돌려받고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리크토의 무기들까지 추가로 지급 받은 상태였지만 수도사들은 약속을 지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도사들의 준비가 끝나자 사원에 들어갈 인원이 정해졌다. 가이드 두 명과, 카시마르, 벨로바, 호위대 다섯, 수도사 넷.

꽤 많다면 많은 인원이었지만 우주적 존재의 사원의 악명에 비하면 초라한 인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준비가 끝나자 카시마르 일행은 사원 앞에 모였다.

“조심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카너가 깊숙이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알았어. 그리고 다녀오기 전까지 그 가이드를 잘 설득해봐. 여덟 갈래의 길 뒤쪽을 아는 가이드는 현재로서는 그가 유일하다면서.”

“네. 하지만 설득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번 탐험은 그 입구까지만 가는 것이니까. 그때까지 잘 설득 해 봐.”

“그래 카너 보좌관. 카시마르님 말씀대로 그가 꼭 필요해. 그 가이드 이름이 뭐라고 했지?”

카시마르 옆에 있던 벨로바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커프입니다.”

“커프. 꼭 그자를 포섭하라고. 그게 자네가 할 일이잖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건 필요 없고 잘 해. 지금 이렇게 준비가 완벽하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탐험 장소를 뚫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

벨로바는 카시마르가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먼저 나서서 해주고 잇었다. 나름 눈치로 자신이 어떤 포지션을 담당해야하는지 깨달은 것이었다. 그걸 아는 카시마르는 벨로바를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안 되면. 엉? 카시마르님이 사냥개의 사냥꾼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적극 어필하도록 해. 들판에 살면서 그 말을 거역한다는 게 말이 돼? 곧 죽어가는 영감도 아니고 팔팔하다면서.”

“지병이 도져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멀쩡해보였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그··· 그게.”

카너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벨로바가 무서운 기세로 말을 쏟아내려 했다. 그걸 캐치한 카시마르는 팔을 살짝 들어 벨로바를 제지했다.

“벨로바님.”

“예. 카시마르님.”

“일단은 보좌관에 일을 맡겼으니 믿어 주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예. 죄송합니다.”

카너와 작별인사를 나눈 탐험대는 빠르게 사원 안쪽으로 들어 갔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리크토가 이스메네의 가죽을 벗겼던 장소까지 갈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가이드 켈론이 말했다. 그는 올빼미의 얼굴을 한 존재였다. 렘과 같은 조류인간, 즉 조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올빼미의 머리를 한 족속들은 가이드나, 정찰, 경비의 임무에 특화된 자들이었다. 특히 켈론은 어둠 속을 들여다 보는 능력과, 비상한 청력을 지니고 있어서 가이드를 하기에는 아주 적합했다.

다른 한 명의 가이드는 외눈족인 루스였다. 그는 한 번 본 지형은 잊어먹지 않는 비상한 기억력을 지니고 있어서, 미로 같은 사원에서 길을 헤매지 않게 해주는 사내였다.

켈론의 말대로 안쪽 문이 열리자 돼지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좀비 재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각양각색의 돼지들이 쏟아져 나와 아군을 공격했다.

그러나 1차적으로 쏟아져 나온 수백 마리의 돼지들은 벨로바가 소환한 요정들의 화력에 모두 핏덩이로 변해버렸다.

벨보바는 급이 낮은 존재들을 상대하는 데는 아주 특화된 존재였다. 그의 총알은 제한이 없이 무한으로 날릴 수 있고, 또 연사가 가능했다. 위력도 상당해서 이렇게 일직선으로 밀고 들어오는 존재들을 잡아먹기에는 딱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길은 몹시 지저분하게 변해버렸다. 그때 호위대 중 타익이라는 존재가 나섰다. 그는 물을 다루는 능력이 있는 자였다.

“혹시나 독을 품은 존재가 있을지 모르니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그는 수백 마리의 돼지들이 핏덩이로 변해서 지저분해진 주변을 소환한 물로 깔끔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마치 소방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 같이 강력했다.

핏덩이로 변한 돼지들의 시체들은 물줄기에 닿자마자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물줄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불을 피우는 것 같이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안에 들어가면 더 많이 쏟아져 나오겠네?”

카시마르가 켈론에게 물었다.

“네. 지금 이들은 최하급 돼지들이라 큰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지만, 좀 더 들어가면 나오는 돼지들 중에는 마법을 부리거나,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자들도 있어서 조심을 해야 합니다. 다만 당황하지 않고 준비한 대로만 움직이면 적어도 일주일 내에는 여덟 갈래의 길 초입에 들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주일이라······ 멀긴 머네.”

“거리 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데, 워낙 많이 적들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도중에는 교대로 싸워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니 돼지들의 숫자도 이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고요. 안 그런가? 루스?”

켈론이 옆에 있는 가이드에게 물었다. 그러자 루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탐험대가 찾질 않아서 돼지들의 숫자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좀 더 조심해서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서둘러서 안쪽으로 들어섰다. 위로 향하는 계단이 중간중간 보였고, 세 개의 갈래 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푸른색, 붉은색, 검은색의 무장한 돼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만큼 무시무시한 숫자의 돼지들이었다.

벨로바가 나서서 중앙의 길을 맡았다.

카시마르는 마리오스에게 오른쪽의 길을 맡으라고 명령했다.

“피서.”

“네.”

“가이드를 호위하도록 해. 이쪽은 내가 맡도록 하지.”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봐서 괜찮지 않으면 합류할 거 아닌가?”

“예.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뿔이 튀어나와 뛰쳐나오는 돼지들을 향해 움직였다. 돼지들의 묘한 울음소리가 귓가를 먹먹하게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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