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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202화 (202/205)

# 202

탐험 준비

카시마르가 눈짓을 주자 수하들이 솥에다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달군 기름이 아니었다.

탈타드는 기름이 솥에 부어질 때 다시 한 번 몸부림을 치며 기겁을 했다가 다시 잠잠해졌다.달군 기름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식상하잖아요. 달군 기름 이런 거 붓는 거 이미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 거 쓰면 욕해요. 감동도 없고. 그러니 안심해요. 달군 기름 아니니까. 대신에 다음에 들어갈 건 조금 기대해도 좋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근처에서 좋은 소금이 생산된다고 하더군요. 별소금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 소금을 아주 높은 온도에서 바싹 구워 솥에다 가득 넣어드릴 겁니다. 그럼 불 없이도 요리가 된다더군요. 탈타드님 피부가 아주 부드러워지겠죠. 맞다. 한 가지 이야기 안 한 게 있군요. 방금 들어간 기름 그냥 기름 아니에요. 고추 기름에 마늘을 섞어서 만든 특제 기름입니다. 벌써부터 군침도 돌지 않으십니까?”

“으으으으읍!”

“걱정 마세요. 죽이진 않아요. 껍데기만 살짝  벗기고, 다리랑 팔 하나만 잘라서 쓸 겁니다. 이런 걸로 유능하신 탈타드님을 죽이려고요. 그럼 안 되죠. 그러니 걱정 마세요. 요리만 하는 거니까. 아. 그리고 설마 제가 진부하게 탈타드님으로 만든 요리를 탈타드님에게 먹이고 뭐 그런 걸 할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탈타드님을 맛볼 게스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탈타드님의 가족들이죠. 물론, 탈타드님도 식사를 거르게 할 순 없죠. 그래서 탈타드님에게는 탈타드님의 가족들로 만든 요리를 맛보게 해드릴 거예요. 입맛 맞지 않으셔도 드셔야 합니다. 드시지 않으면..."

카시마르는 드시지 않으면이라는 말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탈타드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탈타드의 공포의 질린 눈빛을 차갑게 내려다보는 눈. 카시마르의 음성에는 묘한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드시지 않으면 오늘 다이올 가문의 식구들의 오장육부는 모두 식재료로 쓰이게 될 겁니다. 그러니 맛있게 드시는 게 좋아요.”

“······!”

마지막 말을 들은 탈타드는 더 몸부림치지 않았다. 대신 붉게 충혈된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소금은 언제 준비 돼?”

카시마르가 물었다. 그러자 하인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금을 들고 나타났다.

“이게 별소금이라는 거군요. 별 모양처럼 생기긴 했네.”

별소금은 굵은 소금보다 몇 배는 큰 크기의 소금이었다. 신기하게도 소금의 모양이 별 모양과 흡사했다. 그 별 소금들은 닿기만 해도 살을 녹여 버릴 정도로 달궈져 있었다.

“제대로 구운 거 맞아? 온도가 맞아야 음식이 제대로 나온다고.”

촤악! 치이이익!

염력을 이용해 탈타드에게 소금을 뿌렸다. 달궈진 소금을 맞은 탈타드는 다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격렬한 몸부림이었다. 당연했다. 제대로된 고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으니까.

“으으으읍! 으으읍!”

탈타드는 눈물을 흘리면서 몸부림쳤다. 카시마르 앞에서 패기를 부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제 말이 맞지 말입니다요. 저놈은 조금만 만져줘도 쓸개까지 빼놓을 놈입니다요.”

강숭이가 조용히 속삭였다. 카시마르는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좀 덜 구워진 거 같은데? 탈타드님 반응이 예상보다 별로네. 잘 구워야지. 그래야 기름 온도가 올라가서  껍데기가 부드럽게 벗겨지지. 아무튼 이제 부어.”

“예.”

카시마르의 말에 수하들이 구운 소금이 든 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탈타드가 들어가 있는 솥이 워낙 거대했기 때문에, 여러 번 부어야 했다.

소금이 한 솥씩 들어갈 때마다 탈타드는 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다섯 번의 소금이 들어가자 카시마르가 다시 탈타드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에이 벌써부터 다 죽은 사람처럼 그러세요. 아직 미지근한 정도인데. 이게 불이 없어서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나중에는 엄청 온도가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이게 무쇠솥이잖아요. 온도 유지가 아주 잘 된다고요. 일반 냄비랑 달라. 달궈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시간이 걸리지만 또 온도 유지가 아주 잘 되죠.”

다시 소금이 쏟아졌다.

“주인님.”

수하에게서 보고를 받은 카너가 카시마르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속삭였다.

“탈타드님. 저쪽도 작업이 끝났다는군요.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는데 누구부터 솥에 넣을지는 탈타드님이 결정하셔야겠지요? 그래요. 누구부터 맛보실래요?”

카시마르가 고개 짓을 하자 수하들이 탈타드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마법이 걸린 특수한 재갈이어서 재갈을 입에 물린 상태에서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건, 언어로 쓰는 주술이나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뭐든지! 뭐든지 하겠습니다!”

"뭐든지 할 필요 없으세요. 누구부터 할지만 정해주시면 되는 거에요. 장남? 아니면 애지중지 한다는 손녀딸? 아니면 집안의 어른들부터 드셔보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잘 하겠습니다!"

"아니 잘 하지 말고 정하라니까요?"

탈타드의 행동인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사정했다.

"제발! 한 번만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진정하시죠. 이미 일이 이렇게 됐는데,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주워 담을 수 있습니다! 주워 담을 수 있어요! 제가 확실하게 주워 담겠습니다!”

“어떻게요?”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뭐든지! 전 재산을 내어놓으라면 내어놓고, 길 안내를 하라면 사원 끝까지도 돌아다니겠습니다!”

“제가 탈타드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원래 이런 상황에 나오는 말은 면피용인 경우가 많지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면피용 아닙니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행동으로!”

카시마르는 소금을 몇 차례 더 부어서 탈타드의 멘탈을 아주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확실하게 족쇄를 채워서 탈타드를 팀에 합류시켰다.

***

탈타드에게 족쇄를 채우자마자 카시마르는 사원으로 움직일 계획 세웠다. 이미 준비 해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탐험 준비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암흑 사원은 보통의 던전과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그들이 다른 우주적 존재의 피조물들과 다르게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거든요.”

“동족을 먹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었나?”

벨로바가 말했다. 그러자 탈타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동족을 먹는 교리 때문에 밖을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그것도 이유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완전한 이유라고 볼 순 없죠. 우주적 존재와 직접 교신이 오래전에 끊긴 사원이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추종할 거라고 보십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암흑 사원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전쟁?”

이번에는 카시마르가 반응을 보였다.

“돼지들의 전쟁이죠. 그들이 모시는 신인 팔계는 돼지 형상을 한 신입니다. 우주적 존재의 특성상 그들의 진명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통 좌팔계라고 많이 부르죠. 근데 그 좌팔계는 원래 한 몸에 여덟 개의 인격을 지닌 존재로 그들마다······.”

탈타드는 설명하다가 멈췄다. 카시마르가 손을 들어 제지했기 때문이었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고. 그래서 그 안에서 뭘 조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클리어할 수 있는지. 그런 걸 말해보라는 거야.”

“그게······ 그걸 제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앞의 이야기가······.”

“짧게 해.”

“네. 지금 그곳은 전쟁 중입니다. 그래서 클리어라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씀 드린 겁니다. 보통 탐험에서 클리어라는 말은 그 던전 안을 모두 탐험해서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는 걸 말하는 것이죠. 근데 그곳은 다릅니다. 미로가 아니라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돼지들끼리 전쟁 중이라?”

“그렇습니다. 그것도 세력이 많습니다. 무려 일곱 개의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일곱 개나 된다고?”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모시는 신이 궁극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

그때 강숭이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반응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얼른 강숭이를 바라봤다. 강숭이가 카시마르에게 귓속말을 했다.

“왜?”

“선생님. 생각 났습니다요.”

“뭐가?”

“그 사원 생각해보니까 찰스가 형제들을 봉인한 곳 같습니다요.”

“봉인? 그 사원은 찰스가 형제들을 숙청하기 전부터 있었던 곳이라며? 아니었나?”

“아마 그게 맞을 겁니다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팔계도 우주적 존재 아닙니까요. 그러니 언제든 부활할 가능성이 있어서 말입니다요.”

“그래서 계단 세계에다 형제들을 봉인했다?”

“정확히는 형제의 시신들을 봉인한 겁니다요. 특히 찰스는 위험한 게 많습니다요. 형제들 중에서 가장 허약하지 않습니까요. 거기다 우주적 존재는 소멸 되어도 다시 살아나는데, 찰스가 살아 있으니 언제든지 무덤에서 기어나올 위험이 있는 겁니다요.”

“그러면 사원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야? 그놈들이 기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요."

"그럼 어쩌라고?"

"선생님. 그거를 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요?”

“뭐?”

“전에 찰스랑 계약서 쓸 때 걸어뒀던 거 있지 않습니까요?”

“아. 그거? 좀 아깝지 않아? 세 번인가 밖에 못 쓰잖아. 나중에 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요. 만약 무덤에서 찰스의 형제들이 기어나올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문제가 커집니다요. 찰스 형제들은 찰스처럼 약하지가 않습니다요.”

“그건 확실히 문제가 되긴 하겠네······.”

“물론,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요. 그렇게 쉽게 깨어나도록 만들어놓았을 리가 없습니다요. 찰스 그놈이 그런 건 확실하게 하는 놈이라서 말입니다요.”

“그래. 그러면 그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도록 하자.”

카시마르는 조용히 강숭이와 대화를 마쳤다. 그리고 카너를 바라봤다. 카너가 다시 탈타드에게 신호를 보내자 탈타드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계속하자면 그들이 모시는 신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생략하고. 결론은 뭐야? 클리어가 힘들다는 건가?”

카시마르가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가능은 합니다.”

“어떻게 가능한데?”

“암흑 사원의 완전 클리어 조건은 바로 난립되어 있는 세력을 하나로 만드는 겁니다.”

“뭐야? 그럼 전쟁을 해야한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근데 일곱 개의 세력이라며? 근데 왜 길이 여덟 개지? 여덟 갈래의 길이 그래서 만들어진 거 아냐?”

“그중 하나는 막혀 있는 길입니다. 여덟 개라고 해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일곱 개인 것이죠. 그 길이 왜 막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건 추측입니다만. 원래 여덟 개의 세력이 있었는데, 한 세력이 멸망해서 길이 폐쇄된 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카시마르와 강숭이는 여덟 갈래의 길 중에 하나가 왜 막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는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 길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간 뒤, 그들과 합류해서 다른 세력과 전쟁을 하는 게 암흑 사원을 클리어하는 방법이라는 거로군? 정리하자면. 이게 맞나?”

“정확합니다.”

“많이 복잡하군.”

“들어가면 딱히 복잡할 게 없습니다.”

“외부인에게 관대한가?”

“그게 아니라 길을 선택하고 넘어가는 순간, 그들은 저희를 동족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니 크게 복잡할 게 없죠. 전쟁은 늘 벌어지고 죽어나가는 돼지들도 계속 생깁니다. 다만 어느 한쪽의 세력이 지나치게 줄어 들거나,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는지 나름 균형이 유지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게 과거에 그대가 얻은 정보이니. 지금은 세력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군?”

“그렇습니다.”

“나오는 방법은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그래서 제가 복잡할 게 없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다만 위험은 진짜입니다. 하급 전사인 돼지들은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진주 목걸이를 한 돼지들은 정말 위험합니다.”

“그게 상급 존재의 표식인가보군?”

“그렇습니다. 진주 목걸이를 한 돼지들은 못해도 나라 신급 영향력을 내뿜게 됩니다. 영향력만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지니고 있는 아이템도 그렇습니다. 아주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우주적 존재의 기운이 담긴 아이템을 지니고 있다는 거로군?”

“네.”

“그러면 그들 하나만 잡아도 얻는 게 꽤 많겠네. 가치는 충분히 있겠군.”

“물론입니다. 다만 그들은 호위 병력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거기다 간혹 진주 알이 두 개 이상 지니고 있는 존재들도 있어서 조심을 해야 합니다. 분류하기 쉽게 1등급 2등급 이렇게 나누는데, 무시무시한 존재들입니다. 제가 과거에 있던 탐험대는 2등급 돼지와 전투를 치르다 대부분 소멸되어 도망쳤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클리어가 왜 어려운지 알 것 같습니다. 전쟁이면 탐험대로 들어가는 게 큰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이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카시마르님.”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전쟁은 이야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벨로바가 먼저 말했고, 피서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자 카너가 이야기에 끼어들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전 좀 생각이 다릅니다. 주인님. 이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세력을 하나 정해서 키우는 이야기라면 오히려 일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해 봐.”

“탐험대의 규모를 늘리는 겁니다. 말 그대로 탐험이 아닌, 전쟁을 하러 가는 거라면 물량 공세를 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량 공세라······.”

“세력을 키우는 데는 그만한 게 없지요.”

카너의 이야기를 들은 장내의 존재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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