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Prologue: Happily Ever After
‘Happily Ever After’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뜻인데, 주로 동화 같은 데서 마지막 문장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희망적인 문구.
내가 쓴 소설의 마지막 문장도 그것과 거의 비슷했다.
주인공과 히로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분위기가 너무 달달해서 쓸 때 좀 오글거리긴 했다.
오글거림보다 기쁨이 몇만 배는 더 컸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세상을 평화로 이끈 주인공.
그의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동반자인 히로인.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적은 나는, 과장 없이 그들을 사랑했다.
햇수로 삼 년. 만으로는 이 년.
잠잘 때만 제외하고, 심지어 가끔은 꿈에서도 그들을 떠올렸다.
내게 그들은 단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아니었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정말로 이런 애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들의 삶을 옮겨적는 역할일 뿐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좀 더 멋진 표현으로, 조금 더 정확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지금보다 단 0.1%라도 더 그리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완성하고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애들인데, 내가 어떻게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죽고 나서 그들의 자식으로 환생했다는 걸, 문득 전생을 자각한 어느 날 깨달았을 때.
그때 내가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
보육원에서 자란 나는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자식처럼 여겼던 나는, 그들을 통해서 부모에게 받는 사랑이란 걸 알게 됐다.
많이 행복했다. 이보다 행복할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했고, 하지만 그건 기분 좋은 오산이었다.
여덟 살, 귀여운 동생이 생겨 그전보다도 행복해진 나는 더 이상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했다.
나중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이번엔 정반대의 방향으로 예상이 빗나가버렸지만.
열다섯 살, 하루아침에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나는 거짓말처럼 불행해졌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십 년이 지나 스물다섯 살의 봄을 맞이한 지금.
나는 내 소설 속의 주인공과 히로인이자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