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아들은 최종보스-1화 (1/207)

#1화. Prologue: Happily Ever After

‘Happily Ever After’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뜻인데, 주로 동화 같은 데서 마지막 문장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희망적인 문구.

내가 쓴 소설의 마지막 문장도 그것과 거의 비슷했다.

주인공과 히로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분위기가 너무 달달해서 쓸 때 좀 오글거리긴 했다.

오글거림보다 기쁨이 몇만 배는 더 컸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세상을 평화로 이끈 주인공.

그의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동반자인 히로인.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적은 나는, 과장 없이 그들을 사랑했다.

햇수로 삼 년. 만으로는 이 년.

잠잘 때만 제외하고, 심지어 가끔은 꿈에서도 그들을 떠올렸다.

내게 그들은 단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아니었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정말로 이런 애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들의 삶을 옮겨적는 역할일 뿐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좀 더 멋진 표현으로, 조금 더 정확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지금보다 단 0.1%라도 더 그리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완성하고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애들인데, 내가 어떻게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죽고 나서 그들의 자식으로 환생했다는 걸, 문득 전생을 자각한 어느 날 깨달았을 때.

그때 내가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

보육원에서 자란 나는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자식처럼 여겼던 나는, 그들을 통해서 부모에게 받는 사랑이란 걸 알게 됐다.

많이 행복했다. 이보다 행복할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했고, 하지만 그건 기분 좋은 오산이었다.

여덟 살, 귀여운 동생이 생겨 그전보다도 행복해진 나는 더 이상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했다.

나중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이번엔 정반대의 방향으로 예상이 빗나가버렸지만.

열다섯 살, 하루아침에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나는 거짓말처럼 불행해졌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십 년이 지나 스물다섯 살의 봄을 맞이한 지금.

나는 내 소설 속의 주인공과 히로인이자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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