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아들은 최종보스-45화 (45/207)

#45화. Chapter 11. 중간고사 (3)

“평가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타인이 만든 마력 구성체의 속성, 계통, 급수, 효과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지. 그리고 그걸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 구성체에는 1M 내로 다가가지 말고 눈으로 보거나 마력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만 파악해주세요. 다른 사람과 상의하면 안 되고, 분석 결과는 90분 뒤부터 열 사람씩 나와서 채점할게요. 자기가 어떤 구성체를 발현할지는 아까 나눠드린 종이에 상세히 적어서 미리 제출해야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모두 힘내서 최선을 다해줘요.”

간단하다면 간단한 방식이다.

강의실 중앙에 자리해 있는 평평한 마력 구성체.

학생들은 다른 일체의 설명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만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이겠지.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잘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를 알아내고, 그걸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거다.

말로 하는 건 간단해도 고등학생 수준으로 쉽게 풀어낼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준비한 구성체가 워낙 까다로우니까.

“어…… 이거 왜 이래?”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조용, 다른 학생들에게 단서를 줄 수 있는 말은 감점 요소가 되니 주의하세요.”

구성체 근처에서 고개를 갸웃하던 학생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황당해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겹겹이 함정을 쳐놓았으니 얼핏 보기만 해선 무슨 구성체인지 알기 힘들 터. 서상욱 교수와 내가 의도한 그대로였다.

이건 단지 마력 구성체를 파악하는 능력만 측정하는 게 아니라 엄연히 마법역학 실기시험이니까.

눈으로 보고, 마력으로 감지하고, 수업 시간에 여태까지 배운 이론과 구성체의 종류들을 종합적으로 알고 있어야 겨우 짐작이나 해낼 수 있을 텐데…….

이대로라면 여기서 1/3 이상은 낙제점 받고 재시험을 쳐야 할지도 모르겠네.

서상욱 교수는 방어 구성체 기술 교류에 관한 문서를 훑고 있고, 나는 조교들과 함께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혹시 육성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상의하는 애들이 없는지 살폈다.

대체로 구성체를 뚫어지라 노려보다가, 연습지에 뭔가를 쓰고, 지우고, 표정을 찌푸리길 반복하는 중인데, 개중에서 눈에 띄는 학생이 세 사람 있었다.

벌써 구성체 파악이 끝났는지 연습지는 내팽개쳐두고 답안지에 핵심만 간단간단하게 써나가고 있는 유해빈.

연결부 몇 개는 이론적으로 잘 생각이 안 나는지 은근슬쩍 뭉그러뜨리고 있지만 그래도 올바른 답을 찾아낸 세아.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진유리는…… 얘는 거의 무슨 논문을 쓸 기세네.

자기가 외우고 있는 마법역학 이론은 죄다 총동원해서 종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내실을 따지면 유해빈보다는 당연히 못 하고, 심지어 세아보다도 부실한 답안지다.

아는 게 많은 건 좋지만 그걸 구구절절 적어내는 건 별로 의미가 없으니까. 유해빈이나 세아처럼 구성체의 정체를 온전히 파악하는 데까지 이르진 못했고, 나는 이 시험으로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진유리는, 세아와 유해빈보다 재능이 떨어진다.

아마 노력이야 알게 모르게 걔들의 몇 배로 하겠지만……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 마력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 세아와 유해빈보다 부족한 건 물론이고 다른 상위권 학생들과 비교해도 딱히 우위에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본 것만 놓고 그녀의 최종적인 성장세를 예상하면…… 지금처럼 부단히 노력한다고 가정해도 A급 상위, 아주 잘 쳐줘도 최상위 수준이다. S급까지는 못 올라가.

일반적인 기준으로야 낮은 성취가 아니다.

인구 대비 각성자 비율과 수준이 무척 높은 한국에서 마력을 조금이라도 지닌 각성자 비율은 100:1 정도. A급 최저선조차도 거기서 다시 100:1이다.

그중에서도 상위권인 진유리는 십만에 하나 나오기도 어려운 재능이라고 해야겠지.

다만 A급 백 명을 그러모아도 겨우 한 명 나오는 S급. 백만 분의 일의 재능에 미치지 못할 뿐이다.

그러니 저평가할 것도 아니고 저 애의 노력을 우습게 보는 건 더더욱 어불성설이지만…… 그런데도 나는 의문스러웠다.

비록 적은 확률이지만 <킬 더 이블>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있는 앤데. 설령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도, 조연 중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지닌 애일 텐데. 그걸 고려하면 재능의 수준이 일정 기준치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

진유리가 초반부에만 비중이 높은 조연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미심쩍단 생각이 계속 드네.

이런저런 상념을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제한시간인 90분이 끝났다.

“자, 답안지부터 제출하고 모두 강의실 뒤편으로 이동해주세요. 출석번호 1번부터 10번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채점 방식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복잡하지 않다.

서상욱 교수와 내가 강의실 앞에 놓아둔 책상에 앉아 있고, 학생들이 열 명씩 나와서 마력 구성체를 구현한다.

먼저 제출한 답안지와 같은 방식인지도 점검하기 때문에 앞사람 걸 보고 뒤늦게 개량하는 등의 부정행위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진 검사 결과는…….

“으음…….”

서상욱 교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침음했다.

십오 분쯤 걸려서 도합 백 명 이상의 학생이 결과물을 보여줬는데, 어째 단 하나도 성에 차는 게 없단 기색이다.

하기야 아예 감도 못 잡은 애들도 심심찮게 보였고, 그나마 형태를 비슷하게 구성한 애들조차 세부적인 효과는 절반도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그만. 수고했고, 채점 결과는 다음 수업 시간 때 알려줄게요. 어디 보자, 다음이…… 출석번호 111번부터 120번.”

서상욱 교수의 말에 열 명의 학생이 앞으로 나섰다. 대부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단 한 사람, 유해빈만은 평온한 걸 넘어서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

이쪽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실실 웃는 유해빈을 외면한 나는 학생들에게 일렀다.

“지금부터 30초 동안 구성체를 만들 시간을 드릴 거예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슈우우우……. 피싯- 퍼어엉!

제각기 다른 소리가 나며 열 개의 마력 구성체가 허공에 나타났다.

+

-수동발동형 특성 ‘엿보는 눈’을 발동 중입니다. (랭크 A)

+

겨우 모양만 비슷하게 만든 것. 일부 효과는 알아냈으나 그것에 치중하느라 전체 구성이 부실한 것.

어떻게 하면 아홉 명의 학생에게 낙제점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를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한 나는, 이내 어딘가를 응시했다.

“흐음, 으흐음…….”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며 서상욱 교수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유해빈의 정면. 평평하고 반투명한 막이 촐싹대며 넘실거리고 있었다. 형태도, 거기서 엿보이는 효과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나는 유해빈이 적어낸 답안지를 슬쩍 읽어봤다. 요약하자면 이런 논지였다.

급수: 3급

속성: 수(水), 화(火) 복합

계통: 수 속성은 침식, 화 속성은 확산

효과: 양쪽 마력을 서로 충돌시켜 발생하는 파장으로 범위 내에 들어선 사람의 마력까지 흩트린다. 공간에 작용하는 마력 무효화의 일종이며, 3중으로 중첩하면 상대의 마력을 가져오는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3중 복합 때 사용할 마력은 지(地) 속성, 흡수 계통이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호…….”

오늘 처음으로 감탄까지 낸 서상욱 교수가 유해빈에게 물었다.

“여기 개량법까지 적어놨는데…… 이건 구현 가능한가?”

“어, 아뇨. 그냥 그러면 더 괜찮겠다 싶어서요.”

“음, 뭐 좋아요.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니까. 구성체에 마력을 쏘아봐요.”

피슈웅-

유해빈의 손끝에서 자그마한 마력이 발출되었다.

나와 서상욱 교수가 준비했던 구성체는 학생들이 마력을 흘려내도 반응하지 않게 해두었지만, 유해빈이 만들어낸 이 구성체는 즉각 반응했다.

스아아아아-

푸른 마력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화아악!

반대편에서는 붉은 마력이 퍼져 나간다.

그 속에 갇힌, 방금 유해빈이 발출한 마력이…….

우우웅, 피슈우우…….

잠시 저항하는 듯하더니 붉고 푸른 마력에 휩쓸려서 사라져버렸다.

서상욱 교수가 한껏 기꺼워하는 어조로 말했다.

“유해빈 학생은 실기 만점이에요. 다른 학생들도 열심히 한 흔적이 보이니 점수를 그렇게 나쁘게 주진 않을 거고, 이만 자리로 가봐도 좋아요. 다음…… 출석번호 121번부터 130번.”

학생 열 명이 걸어 나왔고, 나는 그중에서 오른쪽 부근에 서 있는 여학생을 눈여겨봤다. 세아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

진유리는 초조함에 연신 입술을 깨물었다. 유해빈은 채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교수에게 만점이라는 확답을 들었다. 이세아도, 유해빈보다는 구성적으로 어설픈 듯하나 실제 효과만 보면 그와 거의 흡사한 결과를 냈다.

한데 진유리 자신은…….

‘왜 못 알아봤지?’

수 속성과 화 속성. 그건 어렵사리 눈치챘다. 하지만 계통까지는 파악하지 못했고, 진유리는 결국 추측에 의존한 답안지를 써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침식이나 확산이 아니라 흡수. 복합 속성 쪽은 함정이고, 배리어의 변형된 형태라 판단한 것이다.

완벽하게 틀린 답이었다.

‘왜…… 왜?’

그즈음 서상욱 교수가 무어라 말했다. 마음이 혼란스러워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이세아를 칭찬하는 듯했다. 이도진이 무척 흐뭇해하는 눈빛으로 이세아를 바라보고 있다.

진유리는, 정말로, 엄청나게 분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했다.

‘내가…… 쟤들보다 못해?’

알고 있었다.

재능에서 뒤떨어진다는 건 알고 있었다.

진유리는 유해빈보다 마력 감응에서 뒤떨어진다.

이세아보다 마력 활용에서 뒤떨어진다.

그건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정하면서도 결과에서만큼은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해왔다. 그 애들보다 훨씬 더 노력할 테니까.

하지만 이 순간, 진유리는 자신을 의심하게 됐다.

‘계속 열심히 하면,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

기실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벽에 부딪힌 건지도 모른다고.

노력으로 우위에 서고, 따라잡히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기가 버겁다고. 그걸로는 극복할 수 없는, 재능이 지배하는 영역에 들어선 걸지도 모른다고.

진유리는 애써 부정했다. 아직은 아니라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제일고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닐 거라고. 아닐 수 있도록 죽을 힘을 다할 거라고.

그리고 학교를 졸업해서도, 유해빈이나 이세아와 같은 길드에 입단하든, 다른 곳에서 경쟁자로 마주치든, 그때까지도 아닐 수 있도록 노력할 거라고.

지금까지 두 달 정도는, 그렇게 생각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늘, 밤잠을 설쳐가며 교과서를 외우고 마법을 연습했건만 유해빈과 이세아가 간단히 알아챈 구성체의 효과조차 파악하지 못했단 걸 깨닫고, 진유리의 겁먹은 자신감은 기어코 산산이 무너져내렸다.

‘내가, 쟤들보다 훨씬 더 많이 연습했는데…….’

진유리는 마력 속성을 다루는 데 뛰어난 소질을 지니지 못했다. 복합 속성을 익히기 위해서, 그녀는 개인적으로 마련한 훈련장 바닥에 수십 번이나 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이론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계통 측면은 그래도 상황이 나았으나 그것도 저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효율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진유리는 그걸 너무나도 불합리하다고 여겨왔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설렁설렁 요령을 피우는 사람.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데도 자존감이 낮아서 보고 있으면 열이 받는 사람.

그런 애들이, 아주 조금만 채찍질을 게을리해도 자신을 저만치 앞서나간다는 게, 화가 나고 분했다.

그래서, 절대로 뒤처지지 않으리라 다짐해 왔다.

화가 나고 분한 게 첫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는…… 한 번이라도 뒤처지면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같은 자리에 설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지금 그녀는, 자신이 마침내 두 번째 이유와 맞닥뜨린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제 출석번호 151번부터 160번, 나와줘요.”

서상욱 교수의 의욕 없는 목소리. 그는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지를 슬쩍 보고 있었다. 자세히 살피지 않고, 하나로 정리해 책상 위에 얹는다. 진유리 자신을 포함해 지금 나올 열 명은 정답에 근접하지 못했다는 의미일까.

진유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강의실 앞쪽으로 향했다.

문득,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도진이 그녀를 유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숨이 막히고 심장이 뛰는 걸 알았을 텐데. 실의에 젖은 진유리는 그것조차 선명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심하고, 저 책상에 놓인 형편없는 답안지가 한심하고, 이세아와 유해빈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하면 굴욕감에 치가 떨리고, 그러나 이게 그녀가 할 수 있는 한계여서, 있는 힘껏 한다고 한 것이어서, 그래서 절망스러웠다.

바로 그때.

“구성체를 만드는 데 30초를 드릴 겁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해요.”

이도진의 말이 의도치 않게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긴장하지 말라고?’

진유리는 원망 어린 눈길을 그에게 보냈다.

어쩜 저렇게 뻔뻔한 사람이 다 있는지. 존재 자체만으로 마주칠 때마다 움찔하게 만드는 게 대체 누구인데. 자꾸 꿈속에 나와서 악몽을 꾸게 하는 사람이 누구인데.

진유리는 이도진이 신경 쓰였다. 긍정이냐 부정이냐 방향성을 따지면 후자로 확 기우는 감정으로.

존경하는 이시혁과 정세빈의 아들이고 어릴 때는 재능이 뛰어나 들은 말만으로도 내심 동경했는데.

그러더니 진유리 자신에게까지 구체적인 소문이 돌 만큼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다닌다길래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마주치니 수업을 엄청나게 잘했고, 성격도 서글서글했고, 그녀와는 나잇대가 맞지 않지만 말이 안 될 정도로 외모가 멋있었고, 그렇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만 해도 식은땀이 나서…… 그래서 너무 많이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자기는 그래 놓고선, 나는 긴장하지 말라고?’

진유리는 이를 악물었다. 틀린 답을 써낸 걸 알지만 지금만은 상관없었다.

목표는 단 하나.

이도진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마력 구성체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

진유리는 온 힘을 다해서 마력을 발현했다.

그녀의 마력 구성체가 넓게 퍼지며 다른 아홉 명의 구성체를 끌어 들였고…….

타앙!

이도진이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가 떨쳐낸 손길이 열 명의 학생의 구성체를 모두 무마시켰다.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진유리의 가까이에 선 그가, 그녀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쿵, 쿵.

놀라서일까. 보고만 있어도 무서운 이도진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일까.

진유리는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

그대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고, 서상욱 교수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중얼거렸다.

“방금 그거…… 면역체 아니었나?”

***

+

-수동발동형 특성 ‘엿보는 눈’을 발동 중입니다. (랭크 A)

: 측정 불가능한 구성체입니다.

+

나는 확신했다.

제1 아카데미 고등부 2학년 진유리.

내 앞에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얘는, 결코 <킬 더 이블>의 초반에만 나오는 조연이 아닐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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