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Chapter 15. 다짐 (5)
그러자 이도진이 재차 물었다.
“언제부터요?”
물론 토끼 가면은 서연희 본인이 데리고 온 거다. 팬텀 멤버가 되기 전부터 그런 사람이 있음을 알았단 건 굳이 물어서 확인할 일도 아니리라.
그러나 이도진은 ‘어떠한 계기로 토끼 가면을 알게 됐고, 그녀가 팬텀의 멤버로 적합하다 여겨서 데리고 왔다’라는 답을 들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지, 그걸 묻는 거겠지.
서연희는 있는 그대로 답했다.
“오 년은 확실히 넘었고 육 년? 그쯤 됐을 거야.”
테러조직 팬텀의 근간을 거의 마련해가던 무렵.
아직 성인이 아니었던 이도진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던 시점.
그가 제일고에 다니고 있던 그때부터 서연희는 현재 토끼 가면을 쓰고 활약하는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녀를 팬텀에 데려온 건 그보다 훨씬 이후의 일이고.
그러자 이도진이 숨을 길게 내쉰다.
“휴우…….”
어째 표정이 몹시 심란해 보인다.
예상한 것과 다른 대답이라 놀란 것처럼도 보였고, 또 아까보단 마음이 편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윽고 그가 털어놓듯이 말했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요?”
“아, 너 혹시 걔랑 나랑 천 년 전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너한텐 아무 소리 안 하고 감추면서 비밀스럽게 뭔가 꾸미고 있었다고, 그런 생각한 거야?”
“그렇게까진 생각 안 했는데, 그래도 몇 년보다는 오래됐을 줄 알았죠. 그리고 제가 그런 거로 누나 의심했겠어요? 섭섭하네.”
핀잔을 주는 듯한 말에 서연희는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애정을 담아 그를 바라봤다.
“응, 농담한 거야. 도진이 네가 그런 거로 나 의심하면서 배신감 느꼈을 거라고는 절대 생각 안 해.”
서연희와 이도진.
그들은 서로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서연희는 이도진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모른다.
그가 어떻게 배신자들을 알아내는지.
가끔 뜻 모를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
논리적으로 보면 파악하기 어려워야 하는 것들을 간파해내는 근원.
발전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극악한 제약 속에서도 지금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어낸 저력.
그런 것들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이도진도 마찬가지다.
천 년 넘게 살아온 최후의 장생종 서연희.
그녀는 유해빈이 사실 여자라는 것이나 토끼 가면과 여우 가면의 일 같이 그녀 자신을 넘어 타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만 제외하면 이도진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지만, 그런데도 천 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이도진 쪽에서 물어본다면 뭐든 대답해줄 거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하나하나 말해주기엔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이도진도 서연희의 생애를 모두 세세하게 알진 못한다.
그리고.
서로의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에겐 서로를 대하며 절대로 어기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애 취급하는 것 같은데…… 난 너 잘 되길 원해서 하는 거야.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말로 하면 단순하지만 어떤 수식어를 쓰는 것보다도 강하고 확실한 원칙이다.
서로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가 없다고.
서로를 굳게 믿으며 자신도 상대의 믿음에 합당하게 살아가려 한다.
그래서 이도진은 서연희를 의심하지는 않았고,
서연희도 이도진이 이렇게까지 물어본 이상 그녀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해주고자 했다. 아무 이유 없이 묻는 건 아닐 테니까.
‘토끼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녀의 부탁보단 이도진 쪽을 신경 쓰고 싶어서.
이내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토끼랑 어떻게 처음 만났어요?”
“왜, 팬텀 이름 짓기 전에 나 외국 돌아다닐 때 있잖아. 나쁜 애들 혼내주는 과정에서 알게 됐어.”
“누나는 토끼 정체를 알아요?”
“그건 몰라. 눈이랑 머리칼 색은 지금 그대로였는데 얼굴을 안 보여줬거든. 이름도 모르고, 거기가 미국이었으니까 그쪽에 살았긴 할 거야. 미국식 발음이 아니어서 다른 나라 사람이겠다 싶은 정도?”
“그러면 전에 미국 갔다고 한 게 그 뜻이에요?”
“응, 요즘은 미국에만 있진 않고 일 때문에 부를 때마다 다른 곳에 있더라?”
“영입하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는데요?”
“처음 만난 그때 말했지. 괜찮으면 우리랑 같이 일하지 않겠냐고. 몇 년 지나면 엄청 멋있어질 남자애도 무럭무럭 크고 있다고.”
“아, 네……. 칭찬 고마워요. 그러니까 걔가 뭐래요?”
“지금 바쁘다던데? 몇 년 지나면 괜찮다고 해서 나중에 만났을 때 제안하니까 이번엔 입단하겠다고 해서 데려온 거야.”
“그사이 뭘 했는지, 은마산에서부터 누나랑 처음 만나기까지 뭘 했는지. 그런 건 모르고요?”
“응, 모르지. 토끼 정도면 어떤 식으로든 소문이 났을 텐데 난 못 들어봤어. 은마산 때야 나 태어나기 전이기도 하고, 난 유럽 살았으니까 동양 쪽은 어지간하면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걔가 모습을 바꾸고 있어서 내가 못 알아본 건지도 모르지만…… 은색 머리칼에 새빨간 눈이 흔하진 않잖아? 적어도 내가 알기론 난 토끼로 추정되는 사람에 대해 들은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어.”
“그래요?”
“근데…… 걔 나보다 오래 산 거면 인간이 맞으려나? 우리 쪽 기운 같은 게 느껴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토끼로 추측되는 장생종도 없거든. 은마산 때도 쓰레기들 치워줬다고 하니까 어쩌면 그런 일 하면서 힘을 얻었을 수는 있겠네.”
“글쎄요. 그건 차차 알아봐야 하고, 그러면 팬텀 데려올 때 토끼 본인이 정체를 말하지 말라고 한 거죠?”
“응, 원래도 정확히 모르지만 자기랑 내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도 말 안 했으면 좋겠대. 나야 싫다고 했지. 내 귀염둥이한테는 비밀 같은 거 없다고.”
“그러니까 뭐래요?”
“내 양심에 맡긴대. 실은 나 지금도 좀 찔린다?”
그렇게 말하며 서연희는 미안함과 장난기를 함께 담아서 웃었다.
자기 정체를 비밀스레 숨기는 토끼 가면. 그래서 여태 프라이버시라 감춰줬으나 이도진이 저만큼이나 궁금해하니까.
한데 이 욕심쟁이는 그녀에게 그 이상의 정보를 요구했다.
“이게 마지막 질문일 것 같은데, 그럼 토끼가 빈 소원은 뭐예요? 계약 맺으면서 본 것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음…….”
조금 곤란해하며 서연희는 담배를 하나 꺼내 들었다. 불을 붙이고 나니 남은 건 이제 하나. 이도진과 마시던 술도 어느새 거의 바닥을 보이는 중이다.
‘오늘 쟤랑 나랑 둘 다 페이스가 되게 빠르네.’
질문과 답변을 할 때마다 두 사람 다 최소한 술을 한 잔 넘게 마셨다. 이만하면 여유 있겠지 생각했던 담배도 벌써 떨어졌다.
이도진이 들고 온 건 이미 바닥났고, 서연희 자신의 것도 지금 피우는 걸 빼면 한 개비만 남은 상황.
‘여긴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자리를 옮길까?’
아직 자정에도 한참 모자란 시간. 이도진은 오늘 웬일로 늦게까지 있어도 된다고 호언장담했으니 서연희는 그가 귀가하겠다고 할 때까지 어울릴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도수 센 술 마셨으니까 다음은 밥 같은 걸 먹을 수 있는 데로 가야겠네.’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며 서연희는 입을 뗐다.
“우리 귀여운 토끼랑…… 소원 계약 맺을 때?”
술에 취할 수 있게 일부러 몸 상태를 조정한 터라 살짝 꼬여서 나온 발음.
토끼 가면에게 드는 미안함과 함께, 이도진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살짝 경계심을 담아 답했다.
“전에 말했던 거 기억하니? 토끼 소원은 팬텀에 들어와서 정한 거라고.”
“기억해요.”
이도진의 발음도 평소처럼 또렷하진 않았다.
이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서연희는 그의 눈에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크나큰 애정을 읽어냈다.
그와 자신의 관계가 명확한지와 무관하게 애정이라 칭할 수 있으며 그렇게 표현해야만 하는 감정이 넘실거린다. 그것을 분명히 느꼈기에, 서연희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답했다.
“소원 계약 맺을 때 걔 과거랑 기억은 못 봤어. 나도 궁금하긴 했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고, 걔 쪽에서 보여줄 생각이 없었을 거야. 그래도 토끼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알아.”
“……뭔데요?”
서연희는 장난스럽게 답했다.
“토끼 걔…… 도진이 너 보자마자 홀딱 반한 것 같던데?”
***
“네?”
당황스러운 말에 나도 모르게 반문하자 서연희가 생긋이 웃었다.
“첫눈에 반한 거라고. 토끼 걔가, 도진이 너한테. 아예 몰랐던 건 아니잖아?”
“그거야 뭐…… 저한테 호감 있는 것 같단 생각은 했죠.”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나 신경 쓰면서 만날 때마다 틈만 나면 나 보니까 관심이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은 했지.
이윽고 서연희가 설명을 이었다.
“걔가 소원 빌었던 게 그때거든. 내가 신입으로 데리고 와서 너랑 처음 보고, 같이 작전 하나 하고 나서.”
언제를 말하는 건지 기억난다. 여우 가면은 아직 팬텀에 입단하지 않았던 시절.
토끼, 나, 서연희. 그렇게 셋이서 간단한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다.
“그때 걔가 그러더라고. 소원 지금 정하겠다고.”
“그게 저랑 관련이 있고요?”
“기억이나 과거는 못 봤어도 소원 계약 맺으면서 감정은 읽어냈거든. 토끼 걔는 틀림없이 팬텀에 들어와서 널 처음 봤고, 정말로 그걸 원했어.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네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그때 한 번 봤는데요?”
“응, 그러니까 첫눈에 반했다는 거지.”
“…….”
서연희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녀가 그렇게 판단한 거면 토끼 가면은 정말로 팬텀에 입단해서 나를 처음 본 거라고 봐야 한다.
들을 수 있는 건 다 들었고, 내가 들으면 안 되는 것까지 다 들었는데도 결론이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
나는 반성하듯이 말했다.
“진짜 토끼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맞았네요…….”
“어머, 그럼 설마 거짓말했겠어? 내가 말해줬단 건 토끼한테 비밀로 해야 한다? 걔 말수가 적어서 그렇지 화나면 은근히 성격 있을걸? 딱 봐도 그래.”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하니 서연희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이 보기 좋았으나 또 한편으론 막막하단 심정이 밀려온다.
은마산에서 봤던 정보.
아르노 뒤레를 죽일 계획.
방금 토끼 가면에 대해 들은 것까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름대로 잘 해보려 하는데.
내가 품고 있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며 모든 걸 해나갈 수 있을까.
난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들.
무심결에 시선이 테이블로 갔다.
거의 다 마신 양주병. 내 담뱃갑은 텅 비어 있다.
그때 서연희가 자기 케이스를 내 쪽으로 밀었다.
“이거 피워.”
“그래도 돼요?”
하나 남은 거라 그건 좀 아니다 싶었는데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서연희가 손을 뻗었다. 담배를 꺼내서 내게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줬다.
후욱- 하고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서연희는 얼마 남지 않은 술병을 기울여 나와 자기 몫의 잔에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반은 내가 피워도 되지?”
내가 물고 있던 담배를 가져가선 자기도 한 모금을 들이마셨고, 다시 내게 물려준다.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가만히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랐다.
한 번 더 입과 입이 간접적으로 닿았고, 어느새 서연희의 외견이 바뀌어 있었다.
세아를 닮은 체구가 작은 모습이 아니다. 더 늘씬해졌고, 너무나도 예뻤다.
아름다움이라는 관념을 현실로 실체화시킨 듯하나 너무 아름다워 심지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모습.
십 년을 가까이 지내오며 몇 번 본 적이 없는 서연희의 본래 모습이었다.
나를 시선에 담으면서, 그녀가 말한다.
“괜찮아. 걱정해도 되고 의심해도 돼. 네가 잘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많이 생각해.”
그녀는 나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말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너도 잘못 생각할 수 있고, 가끔 실패할 수도 있어. 당연한 거잖아?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돼. 여태까지 해온 것처럼. 그렇게만 해. 난 옆에서 항상 지켜보면서 도와주고, 응원할 거니까.”
서연희 자신의 존재 때문에.
내가 실패하거나 잘못하려고 하면 자기가 도와줄 거니까.
그래서 내가 걱정하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 자신이 도와줄 거니까.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서연희가 나를 있는 힘껏, 망설임 없이 도울 수 있는 이유.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지 못해. 너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고, 내가 모르는 너는 어쩌면 너 자신도, 나도 생각 못 했던 잘못을 저지를지도 몰라. 그래도, 난 그것도 힘닿는 한 도와주고 싶어.”
“어째서요?”
서연희가 웃는다.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내가 아는 너도, 내가 모르는 너도, 분명히 아주아주 착한 애인 걸 아니까. 그거 하나만큼은 분명히 아니까.”
“……고마워요.”
함께 피우던 담배는 다 타버렸고 서연희가 따라놓은 술만 남았다.
그걸 물끄러미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을…… 서연희를 죽일 수 있을까, 라고.
처음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할 때 나는 제안했다. 당신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그녀는 내 제안에 응했고, 우리는 십 년을 넘게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
서연희는 자신이 원해서 영생을 얻은 게 아니다.
죽지 못하기에 살았다.
그래서 그녀는 죽음을 원했고, 지금도 원할 거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녀에게 죽음을 선물해줄 수 있을까.
이제는 확신하지 못한다.
서연희가 죽음을 맞이할 방법을 나는 안다.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그 방법이 내 손에 들어올 거다.
그러나 해줄 수 있다 해도.
내가 정말 이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나는 오래도록 그걸 고민해왔고,
지금 이 순간 답을 내렸다.
“미안해요.”
“응? 뭐가?”
“십 년 전에 장례식장에서 말한 거. 나중에 해줄 수 있을 때도……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못할지도 몰라. 아니, 아마 못 할 거예요.”
서연희는 화를 낼까.
그렇다 해도 나는 받아들이려 했다.
숨기고 싶지 않아 진심을 말했고,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이려 했다.
한데 그녀가 맑게 웃는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런 거였냐는 듯이.
지금보다 어렸던 때의 나를 대하듯 상냥하게 바라보면서, 지금의 나를 대하는 감정도 그녀의 눈에 담겨 있다.
그리고는 말한다.
“괜찮아.”
“……그래요?”
“응, 당장은 상관없어.”
‘당장’이라는 말.
지금은 아니라도 훗날엔 해줘야 한단 뜻이겠지.
다만 서연희가 원하는 나중은 내 짐작과 좀 달랐다.
“이다음에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 너 죽을 때. 그때 해주면 돼.”
서연희가 자기 술잔을 든다.
나도 마주 내 잔을 들었다.
티잉-
유리끼리 맞부딪치는 소리.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 거다. 그러다가 목적을 달성하거나, 아니면 실패해서 죽겠지.
하지만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지금까지도 꽤 열심히 했지만,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싶었다.
내 눈앞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서연희.
오늘 들은 이 사람의 마음.
나를 생각하고 믿어주는 그 마음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절반만큼은.
그 정도는 더 잘해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