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Chapter 16. 어버이날 (3)
마력, 구생(求生), 선의(善意), 소망.
아르노 뒤레가 배신한 동기와 정황에 관한 키워드의 일부분.
‘배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내겐 그 결락을 메울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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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호자>의 주인공 이시혁과 히로인 정세빈의 사인
: 광의적 관점에서의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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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장례식장에서 내가 서연희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며 얻은 정보.
광의적이라는 말.
범위가 넓다는 뜻이다.
홀로그램 내에선 모두 배신자로 지칭되는 놈들이지만 각자의 목적과 대균열 사태에 개입한 정도가 저마다 다르겠지. 그 모든 게 하나하나 모여 결국 내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거고.
어쩌면 수호자 이시혁과 대마법사 정세빈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염의준처럼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려다 대균열 발생에 일조하고, 그 와중에도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그러고도 위선적인 죄책감만 가진 채 입 다물고 살아온 놈도 있다.
아르노 뒤레는 후자에 가까울까.
홀로그램으로 본 첫 번째 키워드는 ‘마력’.
놈은 이 별에서 마력이 사라지길 원치 않았던 것 같다.
이어진 키워드.
구생, 선의, 소망.
그렇다면 왜 마력이 사라지길 원치 않았던 걸까.
힘을 잃을 게 두려워서라는 이유는 아닐 터.
구생(求生).
아르노 뒤레는 누군가를 살리려 했다. 그게 한 명인지 불특정 다수인지는 알 수 없다.
선의(善意).
살리고자 했던 건 적어도 그 자신이 생각하기엔 선한 의도였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그는 내 부모님을 죽이려 작정한 게 아니었다고 봐도 되겠지.
마지막으로 소망.
이건 확실하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였는지 대승적인 지향점이 있었는지 ‘소망’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판단하긴 어렵고…….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서도 내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서.
좋은 뜻으로.
뭔가를 원해서.
그 때문에 마력이 사라지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는 그런 게 변명거리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하나 알고 있기에.
간단한 이치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뭔가 잘못을 했다면 뉘우쳐야 하니까.
아르노 뒤레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개입해서 대균열이 발생했는데.
그걸 막으려다 과거의 동료들이 사망했는데.
그러면 최소한 진실을 알려야 하는 거잖아.
그러는 게 도리잖아.
놈은 아무것도 모른 척 지난 십 년을 살았고, 그러니까 내 결심은 바뀌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
나는 놈과 싸울 거다.
쓰러뜨려서 죄를 물을 거다.
당시에 어떤 생각이었는지, 뭘 알고 있는지, 그런 걸 모두 알아낼 거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해도 충분하겠지.
“……안 먹어?”
내 옆자리에서 잘 구워낸 갈비를 오물오물 씹던 세아가 물었다. 시선은 내 몫의 접시로 향해 있다.
한식 레스토랑 코스로 한 사람당 세 점씩 나온 갈비.
자기 건 방금 한 점을 마지막으로 다 먹었고, 두 점 남은 내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길래 되물었다.
“먹을래?”
“그런 게 아니라, 왜 안 먹냐고. 식으면 맛없는데.”
“그래서, 먹을 거지?”
“……하나만.”
두 점을 집어 접시 위에 올려주자 살짝 흘기듯이 나를 본 세아가 내 접시에 도로 한 점만 내려놓았다.
“맞네, 아직 더 나오는데 다 먹으면 배부르겠다.”
“……그래서 준 거 아냐. 빨리 먹어.”
어느새 내게 받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은 세아가 고기를 우물거리며 재촉했고, 나도 접시를 비웠다.
원형 테이블 맞은편엔 36 영웅 세 사람이 앉아서 우리가 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세아는 훈련할 땐 오빠 얘기를 별로 안 하거든. 그래도 같이 있으니까 역시 남매가 맞는 것 같아.”
“보기가 좋군.”
샬럿 테이트가 웃으며 건넨 말에 안드레이 일린이 묵묵한 어조로 거들었다. 그러나 아르노 뒤레는…….
“…….”
내 기분 탓인지 어째 편치 않아 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 같다. 수심 어린 표정을 애써 가다듬는 듯하더니 그제야 쾌활한 어조로 대화에 참여했다.
“여기 와서 먹은 음식 중 오늘이 가장 맛있는걸. 이런 곳을 더 알면 좋겠는데.”
“괜찮은 곳을 몇 군데 더 아니까 알려 드릴게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라면…….”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춘 나는 아르노 뒤레와 다른 두 영웅을 눈여겨보며 말을 이었다.
“예전 일까지 다 포함해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들이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 부모님의 장례식,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다.
<세계의 수호자> 작중 시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비유럽권 나라 중엔 미국과 더불어 가장 많이 와본 나라가 아닐까.
내가 과거를 언급하자 놈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죄책감, 불안함, 혹은 당황을 숨기려는 안색.
그중 어느 쪽이 정답일지.
혹은 복합적일지.
만약 복합적이라면 어떤 감정이 가장 강할지.
나는 아직 그런 걸 명확히 알 수 없었고, 그를 대신해 샬럿 테이트가 답했다.
“응, 나는 그런 것 같네. 시혁과 세빈도……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는 날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추모 광장에 다녀온 거고?”
“네, 세아랑은 되게 오랜만에 간 거예요. 두 분이 살아계셨고, 친구분들까지 한국에 오셔서 다 같이 식사를 했으면…… 아마 좋아하셨겠죠.”
당연하게도 내가 언급한 친구의 범주에 배신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 그랬겠지…….”
샬럿 테이트의 표정이 그리움을 담아 먹먹해졌다. 안드레이 일린은 여전히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동요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아르노 뒤레였고.
“…….”
그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고 결국 술잔만 손에 쥔다.
잠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다음 음식이 나오면서 조금씩 풀렸고, 해가 캄캄하게 저문 무렵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작별인사를 주고받았다.
“아르노.”
“오, 왜 그러나?”
고개를 갸웃하는 그에게 일렀다.
“다음 주에 제가 한번 찾아봬도 될까요?”
“나야 환영인데…… 무슨 일로?”
“지금 진행 중인 연구에서 자문을 드릴 게 있어서요. 아, 샬럿에겐 가닥이 잡히고 나서 말씀드리려고 해요. 그리고-”
“난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들어도 모르니까.”
안드레이 일린이 드물게 농담하듯 말을 건넸고, 그들에게 인사를 마친 나는 세아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탄 세아는 창문 너머의 풍경을 응시하고 있다. 차분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냥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것뿐일 거다. 새 음식이 나올 때마다 세아가 좋아하겠다 싶으면 덜어줬으니까.
1인분만 먹어도 저 체구론 배가 부를 텐데 딱히 마다하지 않은 걸 보면 얘도 맛있어서 먹은 거겠지.
주는 오빠 성의를 생각해 꾸역꾸역 먹었다곤…… 내 동생이 그런 성격은 아니고.
한데 세아가 갑자기 힘겨워하는 신음을 흘렸다.
“하으…….”
“속 더부룩해?”
“……배 터질 거 같아.”
아닌가? 먹기 싫은데 내 성의 생각해서 겨우 먹은 거고, 괜히 억지로 먹여서 괴롭힌 건가?
내가 그런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는데 세아가 문득 물었다.
“기분 안 좋아?”
“응?”
예기치 못한 질문. 운전대를 잡고 있어 정면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내게 세아가 재차 묻는다.
“기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아냐?”
“아냐. 오빠도 배불러서 속 좀 불편한데 그래서 그렇게 보이나?”
“별로 먹지도 않았으면서.”
표정 관리 같은 데는 자신이 있는 편인데 그래도 세아가 보기엔 어딘가 미심쩍었던 걸까. 나는 밝은 어조를 꾸미며 말했다.
“내일부터 다시 훈련받으러 가지? 영화라도 보고 들어갈까?”
“집에서 볼래.”
“무슨 장르?”
그러자 세아가 망설임 없이 영화 세 개의 제목을 일렀다. 여기서 하나를 고르라면서.
하나는 남녀의 애증을 다루는 판타지 로맨스.
하나는 숨겨진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스릴러.
마지막 하나는 작년에 흥행했던 가족 드라마.
세아는 내가 뭘 고를지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흘끗 쳐다보는 눈길을 보니 세 번째 영화가 제일 낮은 순위였던 것 같지만, 난 세아랑 그걸 보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팝콘 사 갈까?”
“난 배불러서 안 먹을 거야. 먹고 싶으면 사.”
그로부터 두 시간쯤 지났을 때.
바스락, 바스락.
팝콘 봉지가 속이 비어 허망한 소리를 냈다. 내 옆에 앉은 세아가 멋쩍은 듯이 봉지에서 손을 뺐고, 나는 넌지시 물었다.
“팝콘 다 어디 도망갔나?”
“……대사 안 들려.”
새침하게 답한 세아가 콜라를 호로록 들이켰다.
***
한편 숙소에 거의 다다른 영웅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수십 년을 알아와 막역한 사이고 서로 대화가 없다 해서 불편하진 않지만 오늘은 어째 달랐다.
본래 다른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말이 많은 아르노 뒤레가 몹시 심각한 기색이다. 그와 아주 가까운 관계인 샬럿조차 함부로 말을 걸기 어려운 느낌.
의외로 대화의 물꼬를 튼 건 안드레이 일린이었다.
“왜 그러나?”
“음?”
아르노 뒤레가 여상스럽게 대꾸했다. 샬럿이 느꼈던 다가서기 어려운 분위기는 이미 씻은 듯이 자취를 감췄고, 안드레이 일린이 배려하듯 말한다.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는 것도 방법이겠지. 혼자 끙끙 앓아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충고는 고맙지만 괜찮아요, 앤디. 저 애들을 보니 조금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 거니까.”
“내가 여러 번 말하지 않았나. 날 미국인이나 영국인처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 정도는 봐줘도 되지 않습니까? 맞아, 로티.”
“왜?”
자신을 부른 말에 샬럿 테이트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아주 강렬한 눈길이 그녀를 향했고, 이어서 묻는다.
“넌 좀 어때. 익숙진 않아도 네 나라 음식보다는 몇 배 맛있었지?”
“먹는 게 다 비슷하지. 난 그런 건 잘 못 알아봐.”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에 그녀는 딱히 흥미가 없다. 그보다 월등한 성취감과 쾌감, 그걸 얻을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마력과 관련한 것을 제하고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면…… 그건 감각보다는 감정이다.
가령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아르노 뒤레.
한때 소중한 동료들이었던 이시혁과 정세빈.
흥미본위에 가깝게 지도를 시작했으나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여 기특하단 생각도 조금씩 드는 이세아와 진유리.
사람에 대한 감정.
그녀는 속말을 그대로 꺼냈다.
“여기 와서는 쭉, 나쁘지 않은 것 같네. 과거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다 나름대로 힘내서 살고 있잖아?”
그러자 아르노 뒤레가 피식 웃었다.
“맞아, 그거면 충분하지. 살다 보니 네 말로 뭔가 상기할 때도 있군그래.”
“시비 거는 거야?”
그녀는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이젠 평소 분위기로 돌아와 있었으니까.
그가 부드럽게 묻는다.
“살아있길 잘했지?”
“…….”
안드레이 일린은 모르는 일이겠지.
벌써 십 년 이상 지난 옛날.
그녀는 아르노 뒤레와 어떤 대화를 나눈 적 있다.
그건 샬럿에게 있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었고, 이후로 그녀의 성장세는 전보다 더 가팔라졌다.
친구, 동료, 은인, 그 이상의 무언가.
그리고…….
‘덕분에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지.’
면역체 보유자로서 지닌 트리거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그녀에게 아르노 뒤레란 그런 존재였다.
저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
5월 10일, 월요일 저녁.
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이도진.
마찬가지로 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유해빈.
둘이 우연히 만나 이도진이 유해빈을 데려다주게 됐다는 시나리오로, 그들은 이도진의 차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꼴깍 침을 삼킨 유해빈이 쾌활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옷가지를 건넸다.
“여기요. 완전 새 옷 같죠?”
“어, 그래. 고맙다.”
수학여행 당시에 빌린 겉옷……과 정확히 같은 제품. 돌려받은 사람은 그 옷 자체라고 알고 있다.
‘안 들키겠지?’
안 해도 되는 건 하지 않고, 꼭 해야 하는 일도 가능한 만큼 미루는 유해빈이지만 그게 조심성 없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나중에 수습할 일이 생기는 게 귀찮아서라도 일단 시작한 일은 깔끔하게 해내는 편이 낫다 여긴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고.
‘맞아, 들킬 수가 없지.’
기실 학교에서 돌려줘도 됐겠지만 이렇게 우연을 가장해 만나자고 제안한 게 바로 유해빈 자신이다.
비밀스러운 대화도 나눠야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학교에서 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주말 동안 자신이 한 일을 고려해볼 때 바로 줬다간 그가 눈치챌 수도 있다. 세탁하고 건조만 시켜서 가져온 옷이라는 느낌은 아무래도 안 드니까.
그러나 지금 주는 건 얘기가 다르다.
집을 나설 때부터 마트에서 그를 만날 때까지 들고 있었기에 세탁한 직후와 느낌이 살짝 달라졌다고, 그리 이해시키면 들킬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내가 봐도 좀 음습하긴 한데…….’
그래도 빌린 옷을 돌려주긴 싫고,
기껏 새 옷에다 흔적을 남겼는데 세탁해서 그걸 옅게 만들기 싫고,
그렇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
그리고 이어진 장면에 유해빈은 성공을 확신했다.
‘모르나 보네.’
이도진은 별 의심 없이 옷을 받아들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내려놓았다. 그야말로 쾌재를 불러야 할 노력의 결실.
한데 바로 그때.
이도진이 언뜻 눈썹을 추켜세우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거 너 입었던 거는 아니지?”
“어, 네?”
유해빈은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달래며 태연하게 반문했다. 그러자 그가 이어서 말한다.
“아, 냄새 좋길래. 향이 되게 상쾌한데 세탁할 때 뭐 넣었냐? 나도 사서 쓰게.”
그리곤 설상가상 옷을 집어 들고는 향을 맡는다.
유해빈은 얼굴색이 조금이라도 변할까 봐 대단히 긴장했고, 이도진이 감탄을 낸다.
“진짜 냄새 엄청 좋은데? 그래도 빌린 옷 돌려준다고 신경 좀 썼다, 야.”
“아…….”
고마워하는 걸 보면 그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겠지. 하지만 향을 맡으려고 얼굴 가까이 댄 쪽이 그녀의 기준으로 상반신 중에서 가장 민망한 부위인 걸 보고 유해빈은 내심으로나마 중얼거렸다.
‘진짜, 미친 변태 새끼……. 거길 냄새를 왜 맡아……. ’
안타깝게도 마음속으로만 전한 터라 들리진 않았겠지. 이도진이 궁금해하며 다시금 묻는다.
“이거 나 진짜 사고 싶은데. 빨면서 뭐 썼냐?”
설마 알고 묻는 걸까. 그렇진 않을 텐데.
의도한 것도 아닌데 이만큼 사람 괴롭히는 것도 재주였고, 해서 유해빈은 반쯤 오기를 담아 답했다.
“그 뭐냐…… 드래곤 방향제라고, 있는데요.”
물론 그 뒤에 곧장 수습했다. 세탁하면서 꽤 신경을 쓰고, 방향제도 계속 뿌려줘서 향이 잘 섞인 것 같다고.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아무튼 고맙다.”
이도진이 숫제 미안해하듯 이른 말. 유해빈은 이번에도 내심으로만 되뇌었다.
‘멍청한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