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Chapter 24. 한세라 (1)
***
십여 분이 지나고, 겨우 울음기가 가신 유해빈이 이도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교수님, 진짜, 진짜로 너무 고맙습니다…….”
“그거 한 번만 더 들으면 한 백 번쯤 듣는 거 같은데.”
“에이, 그 정도는 아니죠…….”
언뜻 무신경하게 들릴 정도의 대답에 볼멘소리로 중얼거린 유해빈이었으나 이도진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균열 너머 세상의 저항군이 지금도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유해빈 자신의 혈족인 용족 셋이 생존해있는지.
앉은 자리에서 그런 걸 척척 알아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페널티, 혹은 가지고 있던 기회와 능력의 소모.
틀림없이 그는 굳이 입지 않아도 될 손해를 입었을 터였다.
‘날 위해서…….’
가르치는 학생.
이제 입단해서 두 달 남짓인 조직원.
여동생의 친구.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도움을 주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고작 열여덟 살짜리 여자애를 위해서.
‘더 유용하게 쓸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러니 이건 결코 손익을 따져서 한 일이 아니다. 이도진 본인의 이득과 무관하게 호의를 베푼 거다.
물론 그도 알아낸 정보들을 통해서 계획을 꾸려나가겠지만, 설령 그런 이득이 전혀 없었더라도 기꺼이 지금처럼 행동했으리라.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유해빈은 무척 난처한 심경으로 되뇌었다.
‘뭔데, 왜 이렇게 멋있냐고…….’
관심이 가는 이성이.
정확히 말하면 좋아한다고 표현해야 할 남자가.
이지적이고 능력이 뛰어나면서 적에겐 철두철미하게 냉혹한 사람이.
그녀에게는 이렇게나 다정한 면모를 보여준다니.
정말 너무너무, 마주 보고 있는 게 곤란할 정도로 멋있게 느껴졌다.
‘당신 뭐야, 이거 뭐 하자는 건데. 나 꼬드기려고 작정한 거야?’
당연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으나 유해빈은 숫제 원망까지 담아 이도진을 바라봤고, 그가 상냥함을 일부러 감춘 듯한 표정으로 일렀다.
“다 울었으면 좀 먹고 있어. 난 잠깐 나갔다 오려니까. 보스는-”
“아, 난 괜찮아. 혼자 갔다 와.”
“어…… 어어?”
갑작스럽게 이어진 대화에 그녀가 당황했으나 이도진은 테이블 위에 둔 담뱃갑을 챙겨 곧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은 건 두 사람.
유해빈 자신과 서연희.
아까까지의 감격이 잽싸게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긴장감이 채우는 가운데, 서연희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도진이 착하지?”
“어, 음…… 네…….”
부정해선 안 될 질문이기에 유해빈은 머뭇거리면서도 수긍했다.
지난번 집에 들이닥친 후로 이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다. 그때 들킨 음습한 행위도 그렇고, 단둘이 있으려니 그야말로 가시방석 같은 기분.
옅은 호박빛이 감도는 액체를 한 모금 마신 서연희가 재차 일렀다.
“담배 피우는 거도, 해빈이 네가 가르치는 학생인데 여기서 피우는 건 좀 그렇대. 나한테도 밖에서 피우라고 그러던걸?”
“그럴 필요는 없는데요…….”
유해빈으로선 조금 아쉬웠다. 왠지 보고 싶은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자 서연희가 피식 웃었고, 더욱 난감해진 유해빈은 무심결에 손을 테이블로 뻗었다.
미리 주문해뒀을 칵테일은 마법을 쓴 것인지 아직도 차가웠고, 음료를 목으로 넘기며 그녀는 테이블 저편에 놓인 고급스러운 유리병을 흘끗 바라봤다.
‘저건 무슨 맛이려나?’
맥주는 솔직히 별로 맛이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수십 배는 더 비쌀 저런 술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유해빈은 그런 상상을 하며 더욱 유리병 쪽으로 눈을 빛냈고, 그때 서연희가 문득 운을 띄우듯 말했다.
“어머, 도진이 전화 받고 있네?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잠시 말을 멈춘 서연희가 입가에 웃음을 띠며 유해빈을 본다. 흠칫한 그녀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자 웃음기가 한층 짙어졌고, 이어서 손가락을 튕긴다.
티잉- 스으윽…….
두 개의 물체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향했다.
유해빈이 궁금해하던 술병은 서연희 쪽으로, 적당한 크기의 유리잔은 유해빈 쪽으로.
그리고 서연희가 본론을 꺼냈다.
“그럼 그동안, 해빈이는 나한테 주도(酒道)나 배워볼래?”
“주도면, 어…….”
반갑다면 반가운 제안이지만 그와 함께 엄습해 오는 불안감.
서연희가 생긋 웃으며 말한다.
“응. 각성자가 기분 좋게 취하려면…… 우선 마력부터 조절해야 해.”
장난기가 한가득 서린 표정이었다.
***
……어째 이십 분 넘게 같은 이야기가 단어만 바꿔서 이어지는 것 같다. 수화기 너머의 세아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그래서, 샬럿 선생님 말씀으로는 유리랑 나한테 지금이 엄청 중요한 시기라고, 방학하면 같이 영국 가서 두 달만 집중적으로 훈련하자고 하셨거든. 중간중간에 한국 올 수도 있고, 숙소랑 훈련 장비 같은 건 선생님이 다 준비해주신다고 하고, 유리는 부모님이랑 상의해본댔는데 아마 갈 것 같고, 나도 훈련받는 거 자체는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많이는 아니라도 한두 번은 도중에 한국 올 수 있으니까, 그때 시간 맞춰서 며칠 피서 여행도 갈 수 있고->
“어…… 세아야.”
<……왜?>
하던 말이 끊기자 세아의 말투가 순식간에 새침해졌다.
나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절대 네 말이 지겨워서 묻는 게 아니고 보호자로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에 묻는다는 걸 세아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어조로 물었다.
“그으…… 오빠가 이때까지 들은 거 말고도 따로 더 알아야 할 얘기 있을까?”
사실 어제부터 샬럿 테이트에게 들은 얘기였다.
세아와 진유리를 여름방학 동안만 영국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나는 세아 의견을 존중하면서 상의해보겠다고 답했고, 오늘 학교 마치고 훈련을 받으러 가서 세아도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세아가 지금 삼십 분 가까이 반복하고 있는 이야기는 모두 내가 이미 아는 내용이다.
샬럿 테이트에게 한 번 들었고, 지금 세아에게도 전화로 세 번쯤 같은 내용을 들은 듯하다. 오늘 학교에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 대련해 보니 진유리의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는데 자기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꽤 성장한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곁들여 가면서 어언 삼십 분.
더는 버티지 못해서 이쯤 하고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한 건데…… 감이 좋은 내 동생이 대번에 알아챘는지 날카롭게 추궁한다.
<내 말 지겨워?>
“아니, 지겨운 게 아니라-”
<어차피 나도 다시 훈련하러 가야 해. 데리러 오는 건…… 못 하지?>
“어…… 응, 술 마시는 거라서 차 안 가지고 왔으니까…… 아니면 언제쯤 끝날 것 같아? 오빠 택시 타고 그쪽으로 가서 집에 같이 들어갈까?”
<……귀찮잖아.>
“아니, 귀찮은 건-”
<내일 우리 학교 가야 하니까, 열 시에 끝내신대.>
이거 대충 마시다가 그쪽으로 오라는 뜻이겠지?
시계를 보니 지금이 아홉 시가 살짝 안 된 시각. 원래도 날을 넘길 생각은 아니었고, 충분히 여유가 있을 듯해 세아에게 답했다.
“그럼 늦어도 열 시 이십 분까지 그리로 갈게. 정리하고 씻고 나오면 그쯤 되지?”
<……응.>
나직한 목소리인데도 기뻐하는 게 느껴지는 대답 직후, 수화기 너머에서 진유리가 세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기 들고 대련하게?>
<갈 거야.>
새초롬하게 되받은 세아가 마지막으로 내게 일렀다.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응, 끊을게.”
얼굴에 오래 대고 있어서 데워진 느낌까지 드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나는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균열 사건이 있고부터 이틀. 세아가 이전과 다른 언행을 보이는 게 걱정스러워서.
그야 나한테 살갑게 대해주고 남매 사이가 가까워지는 건 좋지만…… 내게 좀 많이 의존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 잘못이겠지. 세아가 어릴 적부터 받은 상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면에 드러난 걸 테니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다시 소원해지는 걸 원치 않으니까.
세아가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하면서도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 있는 방향. 그런 방법이 필요한데…….
고민을 이어나가며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나는 가게로 들어갔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좀 미안한데…… 서연희랑 유해빈은 워낙 잘 맞고 사이가 좋은 듯하니 별문제는 없으려나.
그리고…….
방문을 연 직후에 깨달았다. 내가 무척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어? 도진쿤이다-!”
검지로 나를 가리키며 외친 유해빈이 비척거리며 내게 다가온다. 어느새 여기 들어올 당시의 변장한 모습이 아닌 제일고 재학생 유해빈으로서의 외견이다.
얼굴색이 발그레하고 눈이 풀렸다. 한마디로 말해서 몹시 취한 상태.
비틀거리며 접근해온 유해빈이 내 어깨에 기대듯 서면서 말한다.
“아…… 히히, 교수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히끅, 우리 멋진 도진쿤. 도진 오빠, 히히, 오빠!”
“아니, 이게 무슨…….”
나는 당황스럽다는 감정을 실어서 서연희를 바라봤다. 뭔데, 애한테 왜 술을 먹여. 하지만 서연희도 조금이지만 취기가 감도는 얼굴로 즐거워하며 말한다.
“음…… 주도 가르쳐줄 겸 친목 도모?”
“……깨울게요.”
나는 곧장 유해빈에게 마력을 흘려보내려 했다.
각성자가 술에 취하려면 마력을 통제해야 하고, 깨우는 건 어렵지 않다.
한데 유해빈이 갑자기 성큼 뒤로 물러나며 방어 태세를 취했다.
“어, 안 돼, 이조딘 씨, 히끅, 그러면, 안 돼요.”
“안 되긴 뭐가 안 돼. 빨리 이리 안 와?”
타다닷.
재빨리 몸을 돌린 유해빈이 서연희 쪽으로 달음박질친다.
“보스, 보스…… 도진쿤이 저 괴롭혀요……. 혼내주세요!”
“응, 괜찮아. 여기 있으면 돼.”
유해빈은 칭얼거리듯이 서연희에게 몸을 기대고, 서연희는 또 그걸 받아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어진 대참사.
“아, 아. 히끅, 마이크, 테스트……. 우리 조직의 우두머리 두 분, 이 막내가 오늘 너어-무 기분이 좋아서, 한 곡 부르겠습니다아…….”
유해빈이 목청을 가다듬는다.
이내 아주 맑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뭔가 이상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용용용~ 아주 작은 용용이, 꼬마~ 해빈 용이 나·간·다♬”
“………….”
아주 난리가 났네.
“용용이?”
서연희가 고개를 갸웃하자 유해빈이 헤실거리며 내 쪽을 바라본다.
“아…… 히히, 교수님이, 저번에 별명, 지어줬어요. 용용이! 귀엽죠? 근데, 이거 저랑 교수님 전용 별명이라서어…… 보스는, 쓰면 안 돼요, 아시겠죠?”
“도진아, 그래?”
“……글쎄요.”
전용 별명이고 뭐고 나는 그저 이 자리를 나서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내 심정은 모르고 유해빈이 연이어 개사한 노래를 불러나간다.
“용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도진 용, 연희 용, 해·빈·용~”
“…….”
나는 똑똑히 봤다. ‘연희’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 서연희의 한쪽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는 장면을.
물론 취한 유해빈은 알 턱이 없는 일이고, 노래가 이어졌다.
“도진 용은 멋있어~ 연희 용은 무서워~ 해빈 용은 너무 귀여워♪ 으쓱, 으쓱, 잘한다~♬”
“와아, 박수.”
무섭다는 말을 들었건만 그래도 서연희가 손뼉을 치며 호응해줬고, 한껏 기세가 오른 유해빈이 벌떡 일어나 내게 걸어온다. 그대로 내 손을 붙잡고 소파로 잡아끌어 앉히더니 피식피식 웃으며 말끝을 늘어뜨린다.
“아, 근데요오, 교수니임…….”
“뭐, 왜.”
언제 마법을 써서 술을 깨울지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데 유해빈이 이어서 말했다.
“있잖아요, 교수님 담배 피우는 거,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돼요……?”
“………….”
이건 또 무슨 근본 없는 부탁이야. 황당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재촉한다.
“아, 왜요……. 뭔가 좀, 어울리는 거 같은데, 또 안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보고 싶단 말이에요.”
“하…… 진짜 미치겠네.”
“왜? 나도 마침 피우고 싶었는데, 괜찮지 않아? 연기는 없애면 되고.”
“히히, 역시 보스.”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딱 여기까지만 봐주자고.
치익-
서연희와 내가 입에 문 담배에서 연기가 흘러나온다. 냄새는 나지 않게 마법적인 처리를 했고, 연기가 허공을 맴도는 걸 본 유해빈이 감탄한 것처럼 말한다.
“오…… 이러고 있으니까 보스랑 도진쿤, 진짜로 뭔가 어른 같다…….”
“너 내일 창피해해도 난 책임 안 진다.”
“어? 책임? 도진쿤 나 책임지게요?”
“뭔 소리야…….”
스윽.
유해빈이 내 쪽으로 이동해왔다. 왼손을 뻗더니 내 뺨에다 가져다 대고, 엄지와 검지로 약하게 꼬집으면서 말한다.
“히히, 나 보스한테 들었는데.”
“뭘?”
“교수님 어릴 때요, 어릴 때는 진짜 엄청 귀여웠다는데…… 사실이에요?”
“애한테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
“음, 있는 그대로? 그때는 지금보다 해맑고 귀여웠는데. 난 지금이 더 좋긴 하지만.”
“히히, 나도…… 응애응애 하는 아기 도진이 보고 싶은데……. 아, 근데 교수님…… 제가요, 오늘, 진짜로 교수님한테, 너무너무 고맙거든요……? 오늘, 너-무 기분 좋고, 고맙고, 음…… 아무튼, 저는 그래요…….”
“……그러면 다행이고.”
“그래서,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이거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 근데 괜찮은 게 생각이 잘 안 나서…… 이제부터, 계속, 생각해 볼게요…… 아, 근데 교수님 뺨 되게 보들보들하다, 히히. 푸딩 같아.”
“…….”
더는 감당이 안 될 듯했다. 서연희는 쟤가 어디까지 하는지 보겠다는 식으로 지켜보고 있고, 사태를 수습할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유해빈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애가 눈을 깜빡이며 놀란 듯이 중얼거린다.
“어…… 진도, 좀, 빠른데-”
더 대화할 필요는 없지. 그저 단호하게 일렀다.
“넌, 앞으로 스무 살 될 때까지는 내 앞에서 음주 금지야.”
스아아아-
희미한 빛이 유해빈의 주위로 일렁거린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작디작은 중얼거림만이 유해빈의 입에서 흘러나올 뿐이었다.
“어…… 내가…… 어…….”
터억.
유해빈의 이마가 테이블에 맞닿았다. 이어서 들리는, 새근거리는 소리.
자는 척인 걸 뻔히 알지만 나와 서연희는 모른 척해줬고, 자리를 나설 때쯤에야 몸을 일으킨 유해빈은 빠르게 인사를 건네고 귀가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온 메시지.
-유해빈: 교수님...
-유해빈: 저 어제 기억이 좀 안 나는 게 있는데요...
-유해빈: 저 혹시 술 마셨어요?
-유해빈: 뭐 실수한 거 아니죠? (07:40)
-이도진: 용 세 마리가
-이도진: 한집에 있어 (08:12)
-유해빈: ???
-유해빈: 그게 뭐예요?
-이도진: 용용용~
-유해빈: 진짜 죄송합니다......... (08:13)
***
이후로 일주일가량은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다.
세아와 진유리는 방학 때 샬럿 테이트와 함께 영국으로 가기로 결정됐다.
방학식 다음 날인 6월 29일 화요일부터 시작해, 귀국하는 날짜는 정하지 않았지만 8월 중순 이후로 가닥이 잡혔다.
S급 균열 사건도 일단락돼서 조심할 일은 없다고 봐도 되고, 안드레이 일린은 드디어 의식을 회복했다.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왔지만 그는 다른 영웅들과 함께 6월 말에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가 영혼지배로 명령한 대로였다.
서연희에게 부탁한, 검은 심장을 안전하게 봉인할 술식도 거의 완성됐고, 6월도 벌써 이틀이나 지난 수요일 밤.
-한세라: 이제 비행기 탈 거야.
-한세라: 우리 일요일에 보기로 했지? 전날 다시 연락할게. (20:35)
세라에게서 귀국을 알리는 메시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