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Chapter 24. 한세라 (4)
‘드디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고 표현해야 할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그리고 맞서서 넘어서야만 하는 최종보스가 당당히 등장한 것이다.
‘각오하고 있었어.’
진유리는 자신에게 일러주듯 그렇게 되뇌었다.
기실 마음의 준비는 이미 해놓은 상태였다.
이도진의 약혼녀인 한세라. 그녀가 곧 귀국할 거라는 사실은 이세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고, 어제 이미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일을 겪기도 했으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이세아가 어제 한세라와 오랜만에 만났다는 걸 이미 이세아 본인에게 들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세아 걔는 나보다는 그쪽을 더 좋아하려나?’
함께 지내며 이제 꽤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이세아에게 물어봐도 같은 반 학생보다는 친구 쪽에 가까운 답을 내어놓겠지.
하지만 그렇다 한들, 갓난아기 시절부터 알아온 한세라와 비교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으음…….”
진유리는 곰곰이 떠올려봤다. 이세아와 이도진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 말고, 한세라와 자신만 비교해서 자신이 우위인 부분이 뭐가 있는지.
집이 잘사는 것? 그게 우위를 가를 만한 요소인지는 별론으로 두고라도, 한세라의 집안도 어마어마한 부자다. 재산 목록을 하나하나 따지면 진유리 쪽이 앞서긴 하겠지만 양쪽 다 일정 수준을 넘어섰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
그렇다면 집안과 사문의 명성? 이건 한세라 쪽의 확실한 승리다.
‘무신’ 한태강.
‘방벽’ 올리비아 윈.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에게 존경받는 두 영웅의 딸이니까.
진유리 자신도 36 영웅의 한 사람인 ‘소드 퀸’ 샬럿 테이트의 제자이긴 하나 저쪽은 둘이고,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제자 정도가 아니라 친혈육이다.
초일류 길드 영원의 이름값도 진유리의 집안인 대명 그룹에 모자람이 없었다.
‘아니면 내가 가진 재능?’
이것도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트리거를 세 개나 다루는 면역체 보유자.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한세라 쪽도 만만치 않다.
‘제일중 입학할 때는 교수님 바로 다음가는 재능이라고 평가받았다는데.’
제1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불리었다는 이도진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그 차이는 결코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한세라 또한 한태강과 올리비아 윈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하니까. 성장세가 주춤하지 않는다면 36 영웅과 대등한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인재라고 평가받은 것이다.
대균열이 발생하고 이도진의 재능이 빛을 잃은 시점부터는 한세라의 성장세도 어느 정도 주춤했다고 들었지만, 진유리가 조사한 바로는 거기에는 감춰진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단다.
‘일부러, 겉으로 드러난 성취를 조절했다는 말이 있던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한세라의 진정한 재능과 능력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거다.
그걸 고려한다면, 역시나 재능이라는 측면에서도 진유리 자신이 앞선다고 확언하긴 어려웠다.
성품 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소탈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이것도 차마 진유리 자신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수학여행 당시에 이세아가 찍은 사진으로 목격한 바 있던, 한세라의 압도적인 미모.
이건 말할 것도 없다.
그냥 진유리 자신의 패배다.
‘패배’라는 단어 앞에 어떠한 수식어를 들지 않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유함은 양쪽 다 최고 등급.
명성은 저쪽의 승리.
재능은 판단 보류.
성품은 아마도…… 아니, 굉장히 높은 확률로 저쪽의 승리.
미모는…… 자세히 말하긴 싫지만 아무튼 패배.
‘……이게 뭐야.’
무려 다섯 가지나 부분 점수를 측정해봐도 어느 것 하나 우위에 서는 측면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진유리는 저도 모르게 울상을 짓고 말았고, 그런 와중에도 휴대전화 화면으로 새로운 댓글들이 등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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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익명 (글쓴이)
날짜: 06/06 18:24
제목: 조디니... 안녕......
내용: 여자친구분 진짜 너무너무 예쁘시더라...... 둘이 엄청 잘 어울리구...... 나 진심이었어서 마음은 아픈데...... 그런 사람이면 인정할 수 있을 거 같아......
안녕......
댓글:
-익명 1: 아 조디니는 또 뭔데 ㅋㅋㅋㅋㅋ 이도진에서 이조딘에서 어디까지 가냐고 ㅋㅋㅋㅋ
-익명 2: 난 여장 유해빈 아니면 도진쿤 상대로 인정 못 하는데;
-익명 3: 본문 진짜임? 도진쿤 여자친구? ㄹㅇ?
└글쓴이: 응... 울트라 슈퍼 존예임...... 외국인 같던데...... 아무튼 그냥 말로 표현 안 돼... 유해빈 여장해도 안 된다고......
└익명 2: 아니 근데 님 유해빈 여장한 거 안 봤잖아요 내 생각엔 유해빈 여자처럼 꾸미면 그거보다 예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은데 ㅋㅋ 해빈이 정도면 어? 누가 와도 해볼 만하지 ㅋㅋㅋ
└익명 4: 해빈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무슨 여장이야? 좀 적당히 해
└익명 2: ㅋㅋ 내가 방금 물어봤는데 유해빈 별로 기분 안 나쁘다고 함 ㄱㅊ음
└글쓴이: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리고 난 내가 본 거 그대로 말한 거야 교수님 옆에 있어도 하나도 안 꿀리고 완전 잘 어울렸는데
└익명 2: 아 ㅋㅋㅋ 과장이 좀 심하네 ㅋㅋㅋㅋ
└익명 5: 과장 아닌데? 나도 옆에서 같이 봤어
└익명 2: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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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물로도 예쁘긴 예쁜가 봐.’
진유리는 어렵사리 그걸 인정했다. 하기야 사진상으로도 어마어마했는데 이세아 말로는 그것도 못 찍은 사진이라니까.
하지만 이대로 그냥 보고만 있기엔 아무래도 부아가 치밀었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절대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간접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익명 6: 근데 얼마나 예쁘길래? 진유리랑 이세아보다 예뻐?
그러자 냉혹한 답변이 이어졌다.
└익명 7: ㅋㅋㅋㅋㅋㅋ 이세아랑 진유리를 동급으로 놓는다고? 그건 좀...... 너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익명 2: 집에서 공부하고 있던 진유리 검거
“후우, 후…….”
깊게 심호흡하며 치미는 화를 간신히 다스린 진유리는 커뮤니티 앱을 종료했다. 계속 보고 있으면 화만 날 것 같고, 그보다는 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옳겠지.
그녀는 메신저 앱을 열어 최상단의 대화방에 들어갔다.
-진유리: 세아야 ㅎㅎ
-진유리: 시험공부 하고 있어? (18:40)
-이세아: ㅇㅇ (18:57)
-진유리: 다른 게 아니구... 제타에 누가 교수님 봤다고 해서 ㅎ
-진유리: 그분이 어제 너 뵈러 간다던 분 있잖아 한세라 씨? 그분 맞아?
-진유리: 별 뜻은 없구 그냥 궁금해서! (18:58)
-이세아: 응 (19:10)
-진유리: 아 맞구나 ㅎㅎ
-진유리: 그나저나 어제는 뭐 하구 놀았어? 사진 같은 거 찍은 거 있으면 보고 싶다 ㅎㅎ
-이세아: 사진 찍긴 했는데
-이세아: 세라 언니도 나와 있어 (19:11)
-진유리: 아 그래? 나도 보고 싶은데... 혹시 보여주는 건 좀 그런가? ㅠㅜ
-이세아: ...굳이?
-진유리: 웅! 굳이! ㅎㅎㅎ (19:12)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 싶으면서도 진유리는 힘주어 답장을 보냈다.
적의 현재 전력을 가늠해볼 필요성이 있으니까.
충격을 받지 않으리라고, 담대하게 보겠다고 그녀는 다짐했고, 곧 이세아에게서 답장이 왔다.
-이세아: 사진 파일을 첨부하셨습니다.
-이세아: 일부러 골라서 보내준 거 아니야
-이세아: 진짜로 같이 찍은 거밖에 없어 (19:13)
“아…….”
메시지를 읽었는데도 진유리는 답장을 보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사진만 바라봤다.
예쁘게 꾸며진 카페 안.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나란히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찍은 사진이었다.
한 명은 이세아.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일전에 사진으로 봤던 적이 있는 금발에 푸른 눈의 여성, 한세라였다.
‘이게 맞아?’
진유리는 허탈함에 가까운 말을 되뇌었다. 전에 사진으로 봤을 때도 압도적으로 예뻤는데, 어째 지금은 그보다 더 예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사실.
‘이세아 얘도 예쁘네…….’
그녀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이세아는, 알고 보니 생각보다 더 예쁜 애였다.
물론 누가 더 미인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한세라지만, 옆에 누가 있어도 자기 고유의 빛을 잃지 않는 외모인 듯했다. 자기주장이 확고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
진유리는 말없이 휴대전화를 책상 한쪽으로 밀어냈다. 이것도 저것도 달가운 일이라곤 없었다. 시험공부나 마저 해야겠지.
이제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근데 그 사람이랑 교수님이 연인은 아닌데.’
커뮤니티에는 그렇게 올라왔지만 실은 파혼하기 직전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다만 그것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고.
‘교수님, 속상해하시려나…….’
그건 싫었다.
자신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는 답답함에 진유리는 다시금 공부에 열중했고, 이세아의 연락에 답장하지 않아 무시하는 꼴이 돼버린 걸 알아채고 전전긍긍한 건 그로부터 두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
“우리…… 아마 파혼할 거잖아.”
그렇게 말한 한세라는 마주 선 이도진을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응시했다.
일 초, 오 초, 십 초.
그는 계속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쓰고 아리게 바라보면서, 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다시 한세라가 말을 이었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파혼한다고 못 보는 사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뭐?”
그제야 이도진이 답한다. 놀란 것처럼, 당황하는 것처럼, 그리고…… 기뻐하는 것처럼.
한세라는 마음속으로 그를 비난했다.
‘비겁해.’
이해는 한다.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심은 별개고, 이도진을 이해하면서도 이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한세라는 그 모든 감정을 능숙하게 가리며 가뿐한 목소리로 일렀다.
“말했잖아? 내가 생각한 것만큼 잘 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이거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겠어?”
“친구랑 약혼자는…… 다르니까?”
“응, 그거.”
한세라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자.
결혼을 약속한 사이.
그런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녀와 이도진은 이십여 년을 알고 지낸 친구다.
앞으로도 우정을 나누고, 가까이 지낼 수 있겠지.
조언해주고 충고하고, 보듬어줄 수 있겠지.
정확히 거기까지만.
그 이상은 아니게 되는 거다.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어. 다른 건 다른 거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진 말고.”
옅게 웃으며 말한 한세라는 이도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네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하기를.
나도 나름대로 죽을 힘을 다해 살았다고 소리치기를.
염치없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기를.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한세라가 원하는 말들을 입에 담지 않는다.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듯 그녀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때보다…… 더 나빠졌네.’
이 년 전, 유학을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그때 한세라와 이도진은 처음으로 서로 언성을 높이며 크게 다퉜다.
한세라는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차가운 목소리와 날 선 언어로 이도진을 비난했다.
이도진은 네가 대체 뭘 아느냐고 싸늘하게 받아쳤지만, 그건 기실 진정으로 마음에 있는 말이 뭔지 알려주지 않겠다는 거부에 가까웠다.
다만 그조차 한세라는 얻은 게 있었다고 여겼다.
그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알아냈으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았을 심경을 한세라에게만은 내보인 거니까.
한데 이번엔 아니었다.
싸우자고 시비를 걸었는데, 저쪽에선 받아주지도 않는다.
이 년이라는 시간이 그만큼 길었던 걸까.
이제는 그녀가 당시에 헤집어놓았던 상처가 아문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누구에 의해서? 어떤 계기로?
뱃속이 싸늘해지는 감각을 한세라는 간신히 참아냈고, 이도진이 그녀에게 답한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절대, 네 잘못은 단 하나도 없어.”
“알고 있어. 넌, 좀 많이 잘못했지?”
“응, 사과도 못 하겠다. 미안하다고 말할 자격도 없는 거 같아서.”
“너도 가만 보면 뻔뻔해. 잘 알면서 왜 그랬어?”
“그러게……. 웃기는 놈이지?”
한세라는 더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느꼈다.
더는 안 된다. 더 얘기하다간 화를 내고 말 거다.
그건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파혼한다고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니까.
마법적인 약혼 서약이 완료되고, 결정을 미룰 수 없어서 파혼하게 된다고 해도, 그다음의 미래도 있으니까.
그에게 아직은 하지 못할 말이, 언젠가 해줄 수 있는, 해주고 싶은, 해줘야만 하는 말이 있으니까.
그녀는 이쯤에서 자리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더 얘기해봤자, 나빠지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때.
지금까지 비겁했던 주제에, 입술을 질끈 깨문 이도진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말을 힘겹게 꺼내듯 그녀에게 일렀다.
“하나만, 말해주고 싶어. 지금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서.”
“뭔데? 잘 생각해보고 하는 말 맞아?”
“응, 꽤 오래…… 생각했던 거야.”
“……그래?”
한세라는 이도진을 너무나도 잘 안다.
이도진도 한세라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들은 서로 알고 있었다.
한세라는 이도진이 어떤 말을 꺼낼지.
이도진은 자신의 할 말을 그녀가 이미 직감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나직한 목소리로 발해졌다.
“내가 잘못한 건데, 그래서 파혼하는 건데, 그다음까지 신세 지는 건 너무 뻔뻔하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뭐? 아빠가 너 부르면 그 자리에서 파혼 성립시키고, 그다음부터는, 다신 만나지 말자고?”
어쩔 수 없이 격앙된 어조로 던진 질문.
이도진이 나직이 답한다.
“그게…… 내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예의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
짜악!
한세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한 행동이었다.
자신의 손바닥이 이도진의 뺨에, 이런 식으로 닿을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행해진 상황이었고, 그녀의 입에서도 마찬가지로 원치 않는 말이 흘러나온다.
“넌…… 진짜 비겁한 애야.”
“……알고 있어.”
한세라는 표정을 감췄다. 그 무엇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도진에게 물었다.
“이거…… 솔직하게 답해줄래?”
“뭔데?”
“만약 ‘그런 일’이 없었으면…… 우리 파혼 안 하고, 그다음이 있었을까? 도진이 넌…… 그러길 바랐을 것 같아? 아니, 빙빙 안 돌리고 물을게.”
한세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고요한 목소리로, 눈가로 색 없이 투명한 피를 흘려내며, 담담하게 애원하듯 물었다.
“너…… 나 좋아했어?”
이도진이 답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어.”
한세라는 알았다.
방금 대답은,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