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들의 기묘한 연회 -->
얼마 안 가 바로 2지망 픽이 시작되었다.
공백의 카드가 돌아오자 진성은 아르곤이라고 쓴 다음 테이블에 뒤집어 올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설유라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그의 팔을 쿡쿡 찔렀다.
"에이이, 오빠 정말 아르곤 할거예요? 섬으로 도망치시려구요? 저랑 가까운 나라 하시지."
"……뭔가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데."
"속국 정도는 시켜드릴 수 있어요."
"안 해."
2지망 픽 결정이 끝났다. 먼저 중복 없는 4개 나라 주인이 정해졌다. 그런데……
'아르곤이 없어? 아르곤이 중복?'
진성은 혼란스러웠다. 난이도 Very Hard의 나라를 자신 말고 누가 2지망으로 선택했단 말인가!
오딘이 다음으로 경쟁이 붙은 3개의 나라를 지도에 등록시켰다. 암흑국가 하데스, 동방의나라 백제, 그리고 용의나라 아르곤이었다.
'그래 봤자 두 명 정도 일거야. 여기서는 제발……!'
〈 용의나라 아르곤 - 엘리사 니카체 〉
"끄아아!"
진성이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이번에도 밀렸다. 게다가 상대는 설유라가 조심하라고 했던 바로 그 소녀였다.
"……히, 힘내세요. 오빠."
설유라도 더 이상은 놀리지는 못하겠는지 어눌하게 중얼거렸다.
"2지망도 실패야! 우리 망한 거야?"
이시스가 울상을 지었다.
"……끄으으, 아직, 아직입니다."
진성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2지망으로 다시 7개의 나라가 품절되었다. 이제 남아있는 나라는 5개로 다음과 같았다.
- 야수의나라 게노세르크
- 고대신의나라 울타'울터스
- 과학의나라 알란드
- 음악의나라 베틀린
- 무법자의나라 어비스
"……미치겠군."
그나마 위에 두 국가는 괜찮았다. 특히 야수의나라 게노세르크는 왜 아직도 남아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픽이었다. 아마 2지망에서 중복을 우려한 사람들이 피한 모양이었다.
"어, 어, 어떡하지? 어떡해?"
옆에서는 이시스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쟁점은 명확하네요."
설유라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베스트 픽은 게노세르크. 하지만 이번 3지망에서도 밀리면 꼼짝없이 베틀린이나 어비스를 플레이해야 할 지도 몰라요. 반면 울타'울터스를 고르면 게노세르크가 아깝긴 하지만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겠죠."
이시스가 설유라를 보며 물었다.
"그 베틀린이랑 어비스는 별로야?"
"별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공통점은 초반을 버티기가 어렵다는 점이에요. 음악의나라 베틀린은 평화를 사랑하고, 문화력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군사력이 약해요. 무법자의나라 어비스는 대륙의 중앙에 있어서 강대국들에게 공격 당하기 좋은 위치인데다가, 내정 관리가 터무니없이 어려워서 초반을 버티기 힘들죠."
필패의 베틀린, 속국의 어비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두 국가였다.
진성은 이마를 감싸며 계속 고민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게노세르크로 갈 것이냐, 조금 더 안전한 울타'울터스를 갈 것이냐. 아니면…
"……이번엔 알란드로 갈게요."
진성이 고심 끝에 말했다. 이시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울타 머시기가 아니고?"
설유라도 의외인 듯 눈을 크게 떴다.
"…과학의나라 알란드요? 그리 좋은 픽은 아니잖아요. 초반에 힘든 것도 그렇고."
"그래도 베틀린, 어비스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또 한번쯤은 플레이 해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했어."
진성이 그렇게 말하며 이시스를 바라보았다. 이시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카드가 돌아오자마자 진성은 '알란드'를 쓰고 테이블에 뒤집어 내려놓았다.
"하아아, 이제 마지막이다."
"설마 누가 알란드를 고르거나 하지는 않겠죠?"
"……불길한 소리 하지마."
카드가 오딘의 손으로 들어갔다. 주사위는 굴려졌고, 이제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지어주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오딘이 허공에 떠다니는 카드를 슥 살피더니 말했다.
"이번 3지망에 중복 없이 선택되는 국가는 하나뿐이군요."
'역시, 계획 대로다!'
진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알란드는 중복 선택되기에는 애매한 픽이니 살아남았을 것이다. 오딘이 팔을 번쩍 올리며 소리쳤다.
"그 국가는 바로……!"
〈 고대신의나라 울타'울터스 - 에릭 버제트 〉
"훗, 역시! 저 나라에 걸었으면 중복 선택이 될 뻔 했…… 어, 잠깐. 알란드가 아냐?"
옆에서 지켜보던 두 여자의 표정도 동시에 굳어졌다.
이제 남은 사람은 네 명. 남은 국가 또한 네 개. 베틀린과 어비스를 자진해서 택할 사람은 없었을 테니 결국 게노세르크 두 명에 알란드 두 명이 향했을 것이다.
마침 오딘이 진행을 시작했다.
"자, 게노세르크에 둘, 알란드에 둘이로군요. 4지망은 랜덤 픽 순이기 때문에 여기서 떨어지는 두 계약자는 남은 나라들 중 하나가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시간도 별로 없으니 이 네 장의 카드는 한꺼번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관중석에서 즐거운 환호성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계약자와 주신 후보자들이 자신의 나라가 정해져서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 이제 모두의 관심사는 누가 폭탄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하는 것에 있었다.
네 장의 카드가 공중에서 엄청난 속도로 셔플되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흩어져 지도로 들어갔다. 진성은 자신의 이름을 찾아 눈을 부릅떴다. 제발, 알란드. 알란드라도!
〈 무법자의나라 어비스 - 하진성 〉
"으아아아아아……!"
진성은 쓰러지듯 테이블에 엎어졌다. 알란드 경쟁에서 떨어져 랜덤픽으로 어비스가 선택된 것이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설유라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래도 베틀린이 아닌 게 어디에요! 하하…… 차라리 어비스가 훨씬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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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의 나라 어비스〉
어비스는 인종과 신분, 국적을 막론하고 대륙 각지에서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세운 특이한 국가입니다. 대륙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도둑, 밀매업자, 불법 과학자, 암살자, 수배범 등의 범죄자들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비스는 무법자들의 마지막 종착지라고도 불리 웁니다.
대륙의 모든 문제아들이 모인 곳이지만 법을 초월하여 그들만의 독자적이고 위험천만한 능력이 이곳에서 꽃피워집니다. 밀매, 암살, 불법 실험의 성지이며 특히 어비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정보력'은 분명 그 어떤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적인 요소입니다.
난이도가 높지만 독특한 국가를 플레이 해보고 싶다거나 정보력을 활용하여 대륙 전체를 마음대로 주물러보고 싶은 플레이어들에게 추천합니다.
군사력 : 최하
경제력 : 최하
문화력 : 최하
플레이 난이도 : Hell (지옥)
〈국가 고유 능력〉
그림자에 숨은 자들의 이야기 : 어비스는 상대 국가의 현황과 정보를 훔쳐볼 수 있습니다.
광기의 과학자들 : 타국이 습득한 연구 기술을 훔쳐 배우는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때 습득하는 연구의 효과는 기존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암살 트라우마 : 어비스 암살자의 암살시도에 살아남은 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상태이상 공포'에 걸리게 됩니다. 다음 암살의 성공률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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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생각보다 덤덤하시네요?"
진성은 1층을 내려다 보았다. 누군가가 '아니, 내가 베틀린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베틀린이라니!'를 외치고 있었다. 음, 그래. 베틀린보다는 낫다. 그걸 위안으로 삼자.
"아쉽긴 하지만 국가 선택이 전부는 아니니까. 어비스도 초반이 어렵다 뿐이지 매력적인 국가고 말이야."
"아하하하! 그래, 꼬마야!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야!"
이시스가 진성의 등을 팍 치며 아저씨 같은 요란한 웃음 소리를 냈다.
*
삼십 분의 쉬는 시간이 지난 후, 오딘의 지시로 모든 계약자들이 강단 위로 모였다. 간단한 설명과 절차가 모두 끝나고 오딘이 양 팔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우우우우웅!
강단에 떠있던 지도가 사라지며, 그 자리에 거대한 차원 포탈이 나타났다.
일렁이는 푸른 빛의 중앙에는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대륙 전체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나있었다.
오딘이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아- 보이십니까? 여러분! 에덴의 모습입니다! 드디어 749번째 주신전이 시작되려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진행자인 오딘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계약자들과 주신 후보들이 마지막으로 작전 타임을 가지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뭐,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꼬마야."
이시스가 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게임 초반에는 철저하게 안전 위주의 플레이하고. 당장은 내가 도와줄 수 없으니까."
"네, 알겠어요."
"와아아아아아!"
떠들썩한 함성에 옆을 돌아보니 계약자들이 하나 둘씩 포탈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신전에 참여하지 않은 신들까지 우르르 강단으로 몰려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이겨라! 가이아!"
"너한테 돈 걸었다, 글레이시온!"
'…시장 판이 따로 없군.'
모두의 환호가 가장 커질 때는 역시 강율이 떠날 때였다. 신들도 그가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강율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하……."
강율이 뒤를 돌아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 웃는 모습마저도 빛이 날 지경이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함께 지켜봐 주세요."
"꺄아아아악!"
"날 가져요! 오빠!"
'……댁들이 저 사람보다 수천만살은 더 많을 겁니다요.'
그때 누군가가 진성의 어깨를 쿡 찌르며 지나갔다. 설유라였다.
"먼저 들어갈게요."
"아, 그래. 너도 잘해라."
"오빠두요. 일단은 아는 사이긴 하니까 오래 봤으면 좋겠네요."
설유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덧붙였다.
"……어비스로는 무리겠지만."
"얼른 가! 가버려!"
"호호, 농담이에요! 그럼 나중에 에덴에서 봐요!"
설유라가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이제 남아있는 계약자들도 얼마 없었다. 진성이 이시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도 이만 가볼게요."
"응응. 다녀와."
진성은 몇 걸음 때다가 다시 뒤돌아 서서 말했다.
"기대하세요! 제가 반드시 주신으로 만들어드릴게요."
이시스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훗' 하고 웃으며 주먹 쥔 팔을 뻗었다.
"믿고 있을게!"
진성은 그녀와 주먹을 툭 맞부딪치고는 걸어갔다. 포탈 앞에서 인터뷰를 하던 설유라가 그 모습을 보고 이유 모를 미소를 지었다.
'……부럽게도 좋은 신을 만났네요.'
그녀가 포탈 안으로 들어간 후에, 진성도 이제 포탈 앞에 섰다. 출렁이는 푸른 빛이 그를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기세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딘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Yo! 드디어 긴 여정의 시작을 앞두셨군요! 하진성 씨였던가요? 어비스의 왕이 되신걸 축하 드립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수천명의 신들을 위해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리죠!"
포탈을 앞두고 신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비스라…… 오래 살아남긴 힘들겠네요."
"크크!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기왕이면 오펙투스쪽에 죽어서 도움이나 되어 달라고!"
이런, 벌써부터 탈락자 취급인가. 진성은 피식 웃으며 오딘이 건넨 마이크를 붙잡고 말했다.
"재밌네요. 다들 자기 계약자들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하우스(House)패를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란 걸 명심하세요."
진성은 그 말만 던져놓고는 포탈 안으로 훌쩍 뛰어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몸이 붕 떠오르는 부유감과 함께 그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서히 몸의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움직인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 드디어 카오스월드를 한다. 그것도 실체화된 세계에서! 진성은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뚜렷하게 보였다. 호화로운 외형의 책상과 의자, 두꺼운 서책들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 바닥에 깔려있는 값비싼 양탄자.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 들어가는 벽난로까지! 이곳은 카오스월드의 시작 장소인 왕의 집무실이었다.
"왔구나아!"
진성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질렀다.
"……힉!"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에 진성은 눈동자를 굴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메이드 복장의 아직 앳된 티도 벗지 못한 어린 소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진성의 손이 그녀의 상의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그 바람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하얀 살결과 분홍색 속옷 끈이 보였다.
진성은 눈을 끔뻑이며 다시 한번 이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뒤늦게 이해했다.
"으아아악!"
진성이 경악성을 내지르며 뒤쪽으로 후다닥 물러나 벽에 딱 붙었다.
"……."
소녀는 충격이 컸는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벗겨진 상의를 추슬렀다.
이 행위에 대해 스스로 변호해야 하건만, 진성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렸는지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엔 잘만 돌아가던 입 또한 좀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이, 이건 그러니까……!"
"우아아아아앙!"
결국 메이드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집무실 문이 쿵! 소리와 함께 닫혔다. 진성은 벽에 기댄 채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와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망했다."
카오스월드, 아니 에덴에서의 주신전을 시작하자마자 성추행 범으로 붙잡힐 위기에 처했다. 아마 소녀는 울면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퍼뜨릴 것이다. 억울했다. 너무나 억울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내버려두면 경비병들이 몰려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가서 소녀를 붙잡아야 하나? 뭔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면 들어줄까? 진성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정복 차림의 여자가 들어왔다.
이럴 수가, 하필이면 현행범으로 체포하러 온 사람도 여자였다. 같은 여자로서 성범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더더욱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진성은 불안함의 반대급부로 버럭 소리질렀다.
"내가 아냐!"
"……"
"난 억울해! 변호사 불러와! 아, 그래도 이것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응?"
받아라.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아재들의 음주 운전 3단 매뉴얼이다.
"……."
바로 수갑을 꺼낼 줄 알았는데 그녀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비율 좋은 늘씬한 몸매에 본인과 잘 어울리는 세련된 느낌의 숏컷 스타일이었는데, 유능한 커리어 우먼 같은 느낌이 났다. 포인트는 갈색 머리카락 위로 쫑긋 솟아있는 곰돌이 귀였다. 전체적으로 육감적인 스타일이었지만 이 귀여운 포인트로 인해 여러 매력이 공존하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고민 후에 방문을 슬쩍 열었다. 그리고는 복도에 대고 말했다.
"경비병? 경비병 없나요?"
"자, 잠깐만!"
진성이 후다닥 달려들어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해명할 기회를 좀!"
"……이제 확실히 알겠네요."
그녀가 엎어진 진성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폐하. 저는 어비스 국의 신관인 이브라고 합니다. 에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