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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명령을 내리기 전에 어비스의 체계를 선택해 주십시오.
* 세 가지 체계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으며 한번 체계를 선택하면 바꿀 수 없습니다. 나라는 선택한 체계와 같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 선택한 체계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가 달라집니다.
- 정보 특화 체계 (정보부 설립)
수많은 정보 길드들이 밀집해있는 어비스는 전통적으로 정보력에 있어서는 남다른 강점을 보였습니다. 이 체계를 선택하면 왕실에 정보부를 설립하며, 정보길드 요원들을 스카웃합니다. 각 나라마다 스파이를 뿌려둘 수 있으며 적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습니다. 개척 시대 이후로는 '혁명단'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파견된 도시에서 스파이 노릇뿐만 아니라 적국 시민들의 불만과 증오를 폭발시켜 지배층에게 반기를 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반란까지 일으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정보량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전략을 구하사길 원한다면 이 체계를 추천합니다.
특화연구 : 스파이 파견, 혁명단 설립, 반데가스의 눈 연구, 반란 연구, 해킹 연구.
국가 고유 능력인 〈그림자에 숨은 자들의 이야기〉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 암살 특화 체계 (암살 아카데미 설립)
어비스 암살자의 실력은 이미 대륙 전체에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 체계는 특히 강력한 암살자들의 양성에 힘을 쓰게 되며, 타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은밀하게 죽일 수 있는 명실상부 대륙 최강의 암살자들을 보유하게 됩니다. 어비스의 암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적의 요인들은 행동에 크게 제약을 받게 될 것이며 경비를 두 배 세 배로 늘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어비스와 적대하는 그 자체를 두렵게 여기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전쟁에서는 적의 사령관 제거, 혹은 체력이 약한 마법사, 성직자, 궁병 등의 병종을 후방에서 급습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강력한 암살자들로 적의 활용을 제한하고, 두려움에 떨고 싶게 만들고 싶다면 이 체계를 추천합니다.
특화연구 : 검은 장미 암살단 조직, 독극물 개발, 은폐 강화 연구, 쉐도우 체이서 양성.
국가 고유 능력인 〈암살 트라우마〉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 생체실험 특화 체계 (국립 특수 생체 연구소 설립)
생체실험은 실험 당하는 자의 생명과 신체, 인권을 크게 침해하는 행위로 대륙법상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지만, 무법자의 나라인 어비스만큼은 예외입니다. 어비스는 체질적으로 약한 군사력을 보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그 결과 생체실험이라는 금단의 영역까지 손을 뻗게 됩니다. 각종 약물과 시술들로 강화된 특별한 병사들이 등장하게 되며 다른 체계들 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게 됩니다. 대륙은 어비스만의 새로운 병기의 위력에 공포에 떨게 될 것입니다.
군사력을 보완하고 싶거나 적의 성향에 따른 특화된 인간 병기들을 만들고 싶다면 이 체계를 추천합니다.
특화연구 : 신체 강화, 특화 병기 양성, 도살자 양성, 사이보그 실험.
국가 고유 능력인 〈광기의 과학자들〉효과가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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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왔구나.'
설명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해 읽어본 로드는 큰 고민에 빠졌다. 세 체계 모두 각자의 특성과 매력이 있었기에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국가 안에 또 각기 다른 세 개의 체계가 있다. 이것이 바로 카오스월드의 특징 중 하나였다. 같은 국가라도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었다.
물론 하나의 체계를 고른다고 해서 나머지 두 개의 요소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암살 특화로 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정보 요원들을 활용한 정보 활동이 가능하며 생체실험을 통해 강력한 인간 병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체계의 '특화'라는 것은 세 개의 요소 중 한 분야에 특히 더 집중하는 것이다.
'크으으, 어쩌지?'
로드는 이세계에 온 이후로 잠시 잊고 있었던 선택 장애가 도지는걸 느꼈다. 짜장면과 짬뽕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항상 짬짜면을 시켜먹는 그에게는 가히 가혹한 시련이라 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간단히 생각해 보자.'
정보력, 암살, 군사력. 이렇게 생각하니 좀 더 명료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6개국에 둘러싸인 초반을 버티고 중후반을 바라보는 것.'
그렇다면 '암살 특화'의 선택지는 배제할 수 있었다. 우수한 암살자를 가지고 있다 한들 적국이 군대로 밀어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생체실험 특화'또한 후반에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되는 건 기대할 만한 일이지만, 초반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또한 군사력이 여기서 조금 더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카사르 같은 이미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전쟁형 국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래, 맞아. 역시 어비스 하면 정보전이지!'
로드는 결정을 내렸다. 적의 동향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정보력이 지금 가장 그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 정보부 설립 체계를 선택하셨습니다.
- 왕실에 정보부 신설 작업이 진행됩니다.
체계를 선택하니 가장 기본적인 '기원시대'에 수행할 수 있는 연구 목록이 좌르륵 펼쳐졌다. 기본적인 무기 강화 연구에서 시작해서 건설속도 증가, 농산물 수확량 증가 등 그 종류가 매우 많고 다양했다. '정보부 설립'을 선택 함으로서 연구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다음 시대인 개척시대부터나 가능했다. 로드가 잔뜩 기대하고 있는 '혁명단 창설'또한 그랬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급한 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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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 수확량 증가 (Lv1)
광업활동에 필요한 도구를 개선하여 광업 수확량을 증가시킵니다.
효과 : 광업 수확량 10% 증가.
비용 : 500골드
선행연구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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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문제가 제일 급하긴 하지만 어차피 농업 수확량, 어업 수확량 같은 연구를 해봐야 큰 의미가 없었다. 일단은 가장 효율 좋은 연구를 하는 게 우선이었다. 수확량이 늘어나 세금이 늘어나면, 그 돈으로 또 식량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로드는 지휘관 창으로 연구를 실행시켰다. 자원이 빠져나가며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게이지가 옆에 떠올랐다.
"됐다아!"
로드는 기지개를 쭉 펼치며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으잉?'
그의 입이 딱 벌어졌다. 다른 책상에 앉은 이브가 자신도 시스템 창을 열어서 이것저것 누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플레이어의 고유 권한인 시스템 창을 어떻게 그녀가?
"……이, 이브? 그, 그거 뭐야?"
로드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브가 뭘 그런걸 다 묻느냐는 듯 답했다.
"네? 아시잖아요. '지휘관 창'이요. 방금 체계 선택을 해주셨네요."
"네, 네가 어떻게 그걸!"
"……? 그야 전 신관이니까요."
간단한 답변이 돌아오자 로드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브가 웃으며 부연 설명을 했다.
"신관들은 계약자들의 대리자이기도 합니다. 저도 지휘관 창을 써서 폐하를 서포트할 수 있어요. 물론 관리자 권한은 없어서 기능은 제한되어 있지만요."
대리자의 지휘관 창 사용이라니! 카오스월드 광팬인 로드도 처음 보는 기능이었다. 아마 이번 주신전에서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추가된 기능인 듯 했다.
"그, 그런 거구나. 깜짝 놀랐어. 히야, 세상 많이 편해졌다."
"갑자기 무슨 늙은이 같은 말씀을……. 아무튼 폐하께서 말씀하신 하버트의 인사 처리와 고아원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 모두 완료했습니다."
"오오…! 엄청 편리한데? 그럼 앞으로는 그 성질나는 서류 작업 같은 거 더 이상 할 필요 없겠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브가 다가와 묵직한 서류 뭉치를 로드의 책상에 쿵!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지휘관 창은 지휘관 창 나름이고, 모두 국가 운영에 관련된 일은 서류로 남겨놓지 않으면 큰일이 난답니다. 자, 이것들 모두 검토해주시고 서명해주세요."
"……젠장."
로드는 울분을 삼키며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카오스월드 테스터들이 꼽은 최고의 '노잼 컨텐츠 투표'에서 압도적 1위를 달성한 서류 작업이었다. 실로 노가다의 시작이다.
그렇게 한동안 로드의 집무실은 별다른 대화 없이 사각거리는 펜 소리와 도장 쿵쿵 찍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나마 중간에 등장한 대화로는.
"베아트리체는 어디 갔어?"
"화장실요."
하는 대화가 끝이었다.
그렇게 평화와 같은 정적이 흐르고 있는 와중에……
쾅!
"다들 안녕! 안녕!"
누군가가 집무실 문을 박차고 요란하게 들이닥쳤다.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여기 있었구나. 이브! 내가 국경을 넘어야 해서 그런데 여기 사인 좀 해줄 수 있…… 어?"
소녀는 말을 멈추고 로드를 쳐다보았다. 로드도 그녀의 눈을 마주 보았다.
'저 꼬마는……'
광채가 이는듯한 빨간 머리카락을 검은 머리 끈으로 고정한 양갈래 머리, 편한 셔츠와 스커트 차림 위로 본인의 체구보다 한 치수 큰, 남자들이 입는 사무복 느낌의 잿빛 외투를 걸쳤다. 작고 왜소한 체구를 커버하듯 당당한 걸음걸이와 몸동작, 자신감 가득한 표정. 그리고 그녀의 조그마한 몸에 달려 있다는 게 믿기 힘든, 압도당하는 느낌의 진홍색 눈동자가 보였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녀는 다름아닌 낮에 상업 지구에서 봤었던 그 빨간 머리 상단주 소녀였다. 그녀가 경악하며 말했다.
"자, 잠깐……! 그때 그 검은 로브입은 재수없는 음침남이 당신이었어?"
"이봐, 재수없는 음침남이라니……"
그녀는 로드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벌컥 짜증을 냈다.
"아오, 진짜! 어쩐지 많이 익숙한 목소리라 했어! 신입은 얼어 죽을!"
잔뜩 화가 난 듯한 진홍의 눈동자가 이브에게로 홱 돌아갔다.
"야, 이브! 어째서 속인 거야?"
그녀의 물음에 이브는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유니벨이 알면 또 괜한 소란이 있었을 테니까요. 오늘 나간 건 비밀 시찰이었답니다."
로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팔짱을 꼈다.
"그래, 꼬마야. 사실 내가 바로 왕이었단다! 하하하! 감상이 어때?"
그런 농담을 던진 순간, 소녀가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으며 로드를 노려보았다. 살기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에는 지독한 경멸이 섞여있었다.
'과거에, 그녀와 뭔가 문제가 있었나 보군.'
한동안 로드를 가만히 노려보던 그녀가 다시 불같이 화를 냈다.
"아오! 그럼 내가 저 변태왕 말만 철썩 같이 믿고 국경을 넘어 에브게니아에까지 가려고 했단 말이야? 하아, 자괴감 쩐다. 진짜."
그 말을 들은 로드가 움찔했다.
"……변태왕? 그거 설마 날 말하는 거야?"
"여기 변태가 당신 아니면 누가 있는데? 아직도 당신이 내 다리를 쓰다듬은 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그대로 다리를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거든!"
짐작은 했지만 그녀의 발언으로 더욱더 명확해졌다. 어비스의 왕인 로드 폴렌티아는 터무니 없는 변태였다. 그리고 그 성추행의 대상이 베아트리체나 저 빨간머리 소녀인 걸로 보아 심지어 로리타 콤플렉스의 기질마저 있어 보였다.
'곤란하네.'
로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왕 이 몸의 운명을 짊어지게 됐으니 뒤처리 또한 그의 몫이리라. 로드가 말했다.
"그때는 정말 미안했다."
"……이제와서 사과 같은 건 필요 없어!"
소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그녀는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브가 애써 웃는 얼굴을 하며 수습에 나섰다.
"유, 유니벨! 에브게니아에 간다고 하셨죠? 서명해 드릴 테니 이리 주세요."
"됐어! 이까짓거!"
소녀가 서류를 갈갈이 찢어 손에서 떨어뜨렸다. 종이가 나풀거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괜히 기분만 나빠졌네. 잘 있어."
그녀가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또 다른 인물이 들어왔다. 소녀가 멈칫하며 그를 올려다 모았다.
"……아, 마틴 아저씨?"
그는 이탈리아 마피아를 연상케 하는 검은 정장에 신사 모자를 쓴, 산만한 덩치의 중년 남성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붙어 서있으니 마치 거인과 난장이를 보는 듯했다.
로드는 이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유니벨, 여기 있었나."
굵직한 같은 목소리가 남자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가 방안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집무실의 공기가 변했다. 저 남자의 몸에서 으스스한 아우라가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대, 대체 뭐야. 이 녀석은?'
로드는 절로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을 느끼며, 몰래 그의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