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의 권능 -->
마피아들과 경비대들이 함성을 지르며 서로의 진형으로 돌격했다. 이어서 치열한 백병전이 펼쳐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은 마피아들이 우위였으나, 경비대들 또한 정규 전투 훈련을 받은 자들. 대열을 유지하고 방패를 앞세우는 등 철저히 방어적으로 마피아들을 상대했다.
그렇게 전면에서는 길목을 통과하려는 마피아들과 길목을 틀어막으려는 경비대가 맞붙었고, 후면에서는 광장의 마피아들을 모두 정리한 클랜 연합의 병사들이 마피아 군대의 뒤를 치는 형국이 되었다. 골목 사이사이에서는 뒷골목 조폭들이 나타나 활약했다.
전황은 팽팽해 보였으나, 시간은 마피아들의 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각 클랜들의 병사들이 충원되고 있었고, '광부 연합'의 주도로 마틴에 반기를 든 일반인들까지 무기를 들고 합류했다.
마피아들은 정말로 언더하임 전체와 싸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쿠우우웅!
마틴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하늘 높이 도약하여 경비대 진형의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착지와 동시에 그의 발에 짓밟힌 병사 두 명이 납작해졌다.
"노, 놈이 왔다!"
"해치워!"
병사들이 이리 때처럼 몰려들었다.
꽝!
병사 하나가 마틴의 주먹에 맞고 날아가 후방의 동료들에게 부딪치자, 마치 진형이 파도가 치듯 출렁거렸다. 어마어마한 완력에 지켜보던 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마틴은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위력은 엄청났다. 병사들은 땅에 박히고, 하늘로 솟구쳤으며, 목이 몸에서 떨어졌다.
"헉! 이쪽으로 온다!"
"피해!"
마틴이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마틴에 대한 병사들의 공포와 위압감은 점점 더 거대해졌다. 마틴에게 겨눈 무기의 끝이 무거워지며 아래로 내려갔다.
압도적인 전력 차에, 멘탈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병사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틴은 양떼 무리에 들어온 늑대처럼 유유히 병사들을 압살해 나갔다.
쐐애애애애액!
그때 하늘에서 은빛 혜성이 마틴이 있는 곳으로 낙하해 왔다. 마틴이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왔느냐."
그가 씨익 웃으며 단검을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즉시 베아트리체의 예리한 단검이 그곳에 부딪쳤다.
투콰아아앙!
폭격과 같은 맹렬한 울림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마틴이 딛고 있는 땅이 움푹 내려가며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카가각! 칼날을 맞댄 두 단검이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중력의 보정 효과가 끝나자마자 마틴이 그녀의 단검을 쳐냈다. 그녀는 사뿐히 날아가 바닥에 착지했다.
"아까보다 상태가 좋아 보이는군, 귀검."
그녀는 말없이 단검을 치켜세웠다. 잠시 두 사람은 제자리에 서서 대치했다.
"피차 마지막 전투가 될 터이니 하나 묻겠다. 노예 시장에서 그대가 밴시의 일족임을 알아보고 데려온 것은 본인일 터, 그대에게 검을 가르친 것도, 암살자로서 훈련을 받게 한 것도 본인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대는 왕을 선택했는가?"
베아트리체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단검을 휘둘렀다. 마틴 또한 가뿐히 막아냈다.
"……그것은 당신에게 받은 은혜가 아닙니다. 당신은 날 이용하려 했을 뿐."
단검을 서로 맞댄 채로, 그녀가 말했다.
"…내 삶은 당신에 의해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계약만큼은,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푸흐흐, 단순히 그런 생각이었나."
마틴이 이를 드러냈다.
"물론 한때는 로드 폴렌티아도 상냥하고 성실한 청년이었지. 하지만 본인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굴욕을 겪은 이후, 그는 변했다. 자네 또한 노리개나 화풀이 정도로 농락당했을 터. 그런데도 그런 쓰레기를 감싸는 건가."
그녀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주인님을, 모욕하지 마!"
베아트리체의 단검이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가며 마틴의 단검을 쳐냈다. 그녀의 단검이 가드가 비어있는 마틴의 심장을 향해 움직였다.
"그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느냐."
후우우웅! 그러나 아래에서 쇄도하는 마틴의 발차기에 의해 그녀는 공격을 중지하고 고개를 젖혀 회피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잠시일 뿐, 본인이 물러나고 정권을 잡으면 그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마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아."
"…!"
마틴은 베아트리체의 동공이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검을 던졌다. 그녀가 주춤하며 단검을 막아냈으나 마틴의 주먹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단검의 타격 시점과 쇄도하는 마틴의 주먹의 빠르기가 거의 동일했다. 베아트리체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빠악!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두 팔을 앞세운 그녀의 가드가 뚫렸다. 그 사이를 마틴의 오른팔이 즉시 비집고 들어왔다.
후웅!
그녀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마틴의 팔이 허공을 갈랐다. 베아트리체의 '영체화' 능력이었다. 공격을 회피한 그녀가 몸을 측면으로 뺐다.
그러나 마틴이 뻗었던 주먹은 타격을 위한 펀치가 아닌, 발차기의 벨런스를 맞추기 위한 균형추였다. 연결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딛고 있는 발의 축이 옮겨지며 옆으로 도주하는 그녀의 머리로 마틴의 발이 날아왔다.
화아아악!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우월한 리치의 킥. 마틴의 발이 그녀의 코앞까지 오는 순간, 영체화가 풀렸다.
퍼억!
그녀가 피를 뿌리며 비틀거렸다.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젖히는 동작으로 피해를 최소화 시켰지만 데미지는 컸다. 마틴이 바로 돌진해왔다. 그녀는 거리를 벌릴 생각으로 뒤로 도약하려 했으나.
툭.
뒤에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의 진형이 있었다.
"여전히 어리다! 귀검!"
빠아아아악!
마틴이 팔을 내질렀다. 손바닥에서 거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몸이 뒤쪽으로 높이 날아가 2층 높이의 주거지에 부딪쳤다. 쿠쿵! 콰콰쾅! 집을 간단히 박살내며 날아간 그녀의 몸은 계속해서 집을 몇 채나 더 뚫고 들어갔다.
"다, 단장이……!"
"…당했다."
병사들을 돌아보는 마틴의 눈에 흉흉한 광기가 돌았다. 병사들의 얼굴에 공포의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뭣들 하느냐! 단장 혼자서 그를 상대하게 둘 셈이더냐!"
한스가 버럭 소리 질렀다.
"네놈들도 사내라면, 무기를 쥐어라!"
그제야 몇몇 병사들이 정신을 차린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틴의 위압감에 저항할 수 있는 자들이 달려들었으나, 압도적인 무위 앞에서는 허무하게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후열의 궁병들이 아군이 밀집된 진형임에도 화살을 날려보았으나 마틴의 반사 신경과 회피 동작은 화살에 면역이라고 할 정도로 기민했다. 오히려 애꿎은 아군들만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이놈! 마틴!"
쿵! 병사들 사이에서 붉은 망치단의 클랜장인 바톨이 나타났다. 다른 클랜원들처럼 붉은 갑옷을 입은 그는 얼굴의 반이 수염으로 덮여있었다.
"순순히 단죄를 받아라!"
바톨이 달려들어 자신의 몸집만한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마틴은 피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다들 그가 저 쇳덩이에 찌부러질 것을 예상했으나.
터업.
마틴은 한쪽 팔을 뻗는 것만으로 망치를 멈추게 했다. 병사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크윽!"
바톨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망치를 회수했다. 마틴의 시선이 그에게 쏠려있을 때, 스노노가 후방에서 나타났다.
- 수인 유술, 벽력장.
마치 소용돌이와 같은 마력을 휘감은 주먹이 마틴의 등으로 뻗어나갔다. 그러나 마틴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스노노의 손목을 잡아챘다.
'……!'
거의 동시에 바톨의 망치가 휘둘러졌다. 마틴은 스노노팔을 붙잡은 그대로 다가오는 망치에 무기처럼 휘둘렀다.
"큭!"
바톨이 다급히 망치를 멈추려고 했다. 그러나 마틴쪽에서 먼저 스노노를 망치에 내려쳐 버린 후 그대로 바톨의 코앞까지 도약했다.
콰직!
그리고는 이마로 바톨의 머리를 들이박았다. 망치에 못이 박히는 것처럼, 바톨의 머리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말도 안 돼!"
사방에서 경악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마틴이 상체를 일으키기도 전에, 다크엘프 연합의 루나와 산적단의 히그마가 달려들었다. 두 사람 모두 클랜장으로서 만만치 않은 전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마틴은 고개를 돌려 달려드는 그들을 응시했다.
"……!"
단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수준을 넘어서, 이능으로 인한 공포의 강제 부여. 두개골을 뚫고 뇌 속으로 직격하는 공포감에, 메두사의 눈을 본 것 마냥 몸이 굳어져버렸다. 그리고 고수를 상대로 한 전투에서 잠깐의 망설임은 컸다.
빠악!
날아온 마틴의 주먹에 히그마가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루나는 위압감을 이겨내고 소검을 휘둘렀으나 마틴은 가뿐히 옆으로 빠져나갔다. 이번엔 그의 손날이 루나의 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휘둘러졌다.
퍽!
마치 젤리가 뭉개지듯, 그녀의 얼굴이 간단히 함몰되었다. 그때 그녀의 몸 전체가 검게 물들더니 마틴의 몸에 엉겨 붙었다.
'이능력 인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찐득거리는 검은 액체가 마틴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마틴이 몸 전체에 마력을 일으켜 떨쳐내려고 하는데 그의 발밑으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 쇠약의 마법진. '망자의 절규.'
붉은 빛무리가 오망성의 마법진으로 모습을 바꾸며, 그곳에서 뼈만 남은 팔들이 불쑥 불쑥 솟아올라 마틴의 발을 붙잡았다. '우우우우우우!' 둥근 형태의 머리가 고통스러워하며 마법진의 수면 아래에서 울부짖었다.
"내가 잡았다!"
망자 연구회의 클랜장, 웨이드 데이비스가 소리쳤다. 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그의 두 팔은 마법진과 같은 색의 마력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금이야, 술사 양반!"
그들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진 건물의 지붕에서, 검은연금술 협회의 클랜장 피에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의 클랜원 두 명의 풍선처럼 생긴 불룩한 물체를 들고 서 있었다.
"살고 싶으면 엎드려! 거기 스스노랑 근육 아저씨도 좀 치우고!"
그리고 그가 신호를 보내자 클랜원 두 명이 마틴을 향해 풍선을 던졌다. 피에르는 성냥에 불을 붙여 다시 풍선 위로 던졌다. 마틴을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기겁하여 바닥에 엎드렸다.
피에르가 마틴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Bang!"
콰아아아쾅! 대지를 뒤흔드는 요란한 폭음과 함께, 인위적인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주위의 모래와 자갈이 거칠게 튀어 오르며 땅이 헤집어졌다.
마틴의 모습이 폭발에 묻혀 가려지며 전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주, 죽었나?"
"제 아무리 마틴이라도 인간이니까……."
먼지 구름을 바라보며 병사들이 중얼거렸다.
우우웅!
폭발 속에서, 푸른 빛줄기가 샘솟아 올랐다.
- 충전검 아인하르트 '참격'
콰콰콰콰콰콰! 폭발을 뚫고 나타난 거대한 푸른 격류가 세 줄기로 뻗어나갔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진하여 닿는 것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그 방향에 밀집해 있는 병사들은 물론 루나와 마법진을 시전하고 있던 웨이드를 덮쳤으며 심지어 지붕 위에 있던 피에르에게까지 뻗어나갔다. 그가 있던 건물이 단번에 폭삭 주저앉았다.
쿠구구구구구!
지켜보고 있던 자들은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굉음이 멎어 들고, 움푹 파인 흔적만이 방금 그 자리에 있었던 병사들의 존재를 말해주었다.
폭발의 연기가 걷히며 마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걸치고 있던 갈색의 두꺼운 코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뿐, 몸은 멀쩡했다. 왼손은 지팡이의 빈껍데기를 쥔 채 허리춤에 있었고, 오른손은 날이 붙어있는 손잡이 부분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올린, 발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철컥! 마틴이 뽑아 올린 지팡이 검을 다시 몸체에 집어넣었다.
"저, 저건……!"
"마틴의 충전 무기인가!"
마틴은 착검하고는 가뿐하게 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보아라. 결국은 네놈들이 할 수 있는 건 하찮은 잡기술 뿐. 정말로 대륙인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전쟁에서 통용되는 건 그저……."
마틴의 눈이 섬뜩한 광채를 내뿜었다.
"압도적인 힘뿐이다."
========== 작품 후기 ==========
고생하는 D급 영웅들... 주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