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54화 (54/296)

<-- 전사들의 나라 -->

로드는 우물쭈물하고 있는 유니벨을 바라보았다. 간만에 골려줄 기회가 찾아왔다.

그냥 평상시처럼 놀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어이쿠, 그래. 아깐 뭐라고 했더라?' 하고 말하는 순간 그녀가 뺨을 붉히며 보일 반응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언제나 놀리는 보람이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베아트리체의 애교와 함께 왕궁 생활의 작은 활력소였다.

가볍게 꾸짖어 주는 선택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히 서열과 위계질서를 바로잡는답시고 잘못 접근했다가, 그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건 싫었다. 무엇보다 로드는 지금의 유니벨이 좋았다. 괜히 부담스럽게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는 자들보다 왕인 자신 앞에서도 당당하고 꾸밈없이 대해주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로드는 계속 그녀와 친구로 남고 싶었다.

'…이럴 때는 역시.'

로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유니벨."

"……뭐, 뭐!"

유니벨이 흠칫하며 물러났지만 그보다 더 빨리 다가온 로드가 도망가지 못하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으로부터 미약한 떨림, 그리고 그녀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촉이 왔다.

로드는 시선을 내려뜨리며, 낮은 목소리를 냈다.

"……미안하다."

의외의 한마디였는지, 그녀의 진홍빛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물론 이 식량들로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네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네 힘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사정사정해서 받아왔어."

"……어, 어?"

사실은 정보를 팔아 번 식량이었지만, 뭐 어떤가? 여기선 ‘너를 위해서’ 라고 말해주는 게 점수를 따는 길일 것이다.

로드가 몸을 살짝 숙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내 멋대로 이것저것 조형물을 구매한 것도 미안했어. 마틴이 사라지고 오래간만에 왕 노릇을 다시 하려다 보니까 내가 너무 의욕이 앞섰던 것 같아. 앞으로는 꼭 네게 먼저 상담할게."

"아, 아니… 나, 나, 난 괜찮…!"

코너로 몰았다. 이제 결정타를 날리는 일만 남았다.

예전에 로드가 유니벨에 대해 조사했을 때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아버지의 상단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어비스의 거친 상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동안, 그녀는 씩씩하고 거친 성격을 강요받았을 것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로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유니벨."

"하, 하으……."

그녀의 얼굴이 한도 이상으로 새빨개졌다. 과부하가 걸린 듯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한편 로드는 자신이 이런 대사를 내뱉었다는 점에 놀라고 있었다. 아마 오늘밤 침실에서 다시 이 일을 회상해 본다면, 이불이 날아가다 못해 천장에 붙어버리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는 썩 나쁘지 않은 듯 했다. 그녀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웅얼거렸다.

"어, 음… 나도 미, 미……."

"응? 뭐라고?"

로드는 차분히 그녀의 말을 기다려 주었다. 결국 과부하로 두뇌의 용량이 폭발했는지 유니벨이 참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으으! 몰라!"

그리고는 쌩 달아나 버렸다.

멀어지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로드가 후후 웃었다. 역시 유니벨도 찾아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아무튼! 이걸로 당분간은 유니벨 눈치 안보고 문화 시설을 확충할 수 있겠군.'

마틴 사건 이후로는 모든 게 만사형통이었다. 이번 아로게쓰 일도 잘 풀리면 좋을 텐데. 로드가 휘파람을 불며 왕궁으로 걸어갔다.

*

그리고 그날 밤,

스미스 타운.

"와아아아아!"

"공격하라!"

"성문을 뚫어라!"

아침만 해도 평화롭기 그지없었던 스미스타운은 이제, 정말로 적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적의 정체는 명장 비월이 이끄는 백제의 1700 병력.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기습이었다. 병사들이 부랴부랴 무기를 들고 뛰쳐나갔고 마을 사람들은 성벽 너머로 날아드는 화살들을 피해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도망치고 있었다.

아직은 스미스타운의 외성 밖에서 전투가 진행 중이었지만, 도시 안에서도 전쟁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 전쟁이 벌어질 줄이야."

"스승님!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스미스타운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대장간의 노호준걸과 제자들도 짐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스승님! 뭐 이리 굼떠요? 어서 나오세요!"

"아, 기다려 봐. 끄응!"

노호준걸이 그의 소중한 딸들을 포대 자루에 넣어 짊어진 채로 나타났다.

"상황은 어떠냐?"

"……제가 보기엔 곧 성문이 뚫릴 듯합니다. 하필이면 또 어비스 공략 때 병사들이 차출된 뒤라서 수비병도 별로 없어요."

"허허허!"

노호준걸이 난감한 웃음소리를 냈다.

"황당하구나. 다른 나라도 아니고 백제의 공격이라니! 그들의 영토에서는 다른 영지들이 더 가까웠을 터인데, 어째서 이런 시골영지까지 왔을꼬."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스승님! 어서 피하시죠!"

노호준걸이 인상을 썼다.

"성문이 모두 막혔는데 대관절 어디로 가란 말이냐! 쯧.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이상한 놈의 말을 더 들어볼걸 그랬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어르신."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아침에 문전 박대 당했던 검정 로브를 뒤집어 쓴 바로 그 낯선 이방인이었다.

"제가 빠져나갈 길을 알고 있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이방인이 등을 돌리며 손짓을 했다. 모두의 시선이 노호준걸에게로 모아졌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가 보자꾸나."

"스, 스승님! 너무 수상합니다! 저 자의 무엇을 믿고……."

노호준걸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말했다.

"자고로 메이스를 사랑하는 놈 치고, 못 믿을 놈은 없다는 말이 있다네!"

"…스승님의 그 말부터가 못 믿겠네요."

"아, 닥치고 따라와!"

포대를 짊어진 노호준걸이 앞장서서 이방인을 따라갔다. 제자들도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랐다.

*

그리고 다음날.

아로게쓰의 수도, 풋힐랜치.

"백제가 또다시 쳐들어 왔소! 이번엔 스미스타운을 점령했다고 하오!"

"아주 간땡이가 부었구만?"

"매복 따위의 수법으로 우리 동족들을 학살한 비열한 자식들!"

"머리통을 박살내 버리자!"

"피의 복수를!"

회의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상석에 다리를 꼬고 앉은 자무카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힌 채 그들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대추장!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바얀이 죽고 아로게쓰의 새로운 추장이 된 아미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얀이 죽자마자 풋힐랜치에서 연이은 전사의 결투를 통해, 2인자로서 확고한 권력을 잡게 된 인물이었다.

"제게 날쌘 병력 700명만 주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출발해 백제 놈들을 손봐주고 오겠습니다!"

"아미르 추장의 말이 맞소!"

"스미스타운을 탈환하고 동족들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모두들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강경하게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다들 너무 성급하십니다!"

그때 뜨거운 분노의 의견들 속에서, 의연하게 찬물을 끼얹는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 남자에게로 쏠렸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로 젊었고, 눈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아로게쓰 전사들 특유의 우락부락한 느낌은 덜했지만 날렵한 체구의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아란, 검은이리족의 젊은 족장이었다.

"분노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십시오. 백제 놈들의 병력은 1500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스미스타운의 성에 주둔해있는 상황이죠. 700의 병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애꿎은 전사들의 목숨만 잃는 짓입니다!"

아란이 운을 때자 그의 주위에 앉은 젊은 전사들이 지원 사격을 가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위기일수록 침착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비스 때의 교훈을 잊으셨소? 여기서 병력을 더 잃었다간 이곳 풋힐랜치 마저 위험에 빠질 거요!"

그들의 발언에 다른 전사들의 눈이 확 돌아갔다.

"이 새끼들이! 너희 부족원들이 죽었어도 같은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

"원수들이 살아 숨 쉬는 하늘 아래에서 한시도 있을 수 없다!"

"천하의 겁쟁이들 같으니! 이래서 요즘 젊은놈들이란!"

양 측의 전사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물론 수가 많고, 동료들의 '복수'라는 강력한 명분을 가진 아미르 파의 우세였다. 아직 아로게쓰는 실리보다 명예가 더 중요했다.

"다들 그만!"

결국 보다 못한 자무카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한마디에 회의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지긋지긋하군. 회의 결과는 나중에 따로 알리도록."

자무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대, 대추장!"

신관인 루그릭이 따라 나왔다.

"대추장께서 없으시면 회의를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회의는 필요 없다. 그들이 어떤 결론을 내든 결국 내 말에 따를 터, 가장 강한 전사에게 복종한다. 그것이 아로게쓰 아니냐?"

루그릭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물론 그러합니다만, 족장들의 의견과 생각도 들어두시는 편이……."

"그 놈들이 생각하는 것들이야 뻔하지. 공격! 피! 복수! 한심한 것들…"

자무카는 잠시 쿨란이 그리워졌다. 잔소리가 좀 심하긴 했지만 C급 지략형 영웅으로 제법 괜찮은 조언을 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어비스 원정에서 바얀과 함께 전사하는 바람에 자무카는 오른팔과 머리를 모두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어비스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자다가도 이가 갈렸다.

"그럼 루그릭, 자네의 생각은 어떻지?"

자무카가 물었다.

"……예?"

"자네 또한 아미르가 이끄는 구세력이니 스미스타운을 탈환하자는 쪽인가?"

"……소신은 아미르의 세력이 아닙니다만."

"그럼 어느 편인가?"

"소신은 폐하의 편입니다."

자무카는 한방 먹은 듯 유쾌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그래도 가끔은 신관 노릇을 하는구나."

"…송구합니다."

"어쨌거나 말해봐. 자네 생각은 뭐지?"

루그릭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역시 지금 백제를 치는 건 자살 행위라고 사료되옵니다."

"그래,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행여나 놈들이 병력을 움직이려고 하면 자네가 내 뜻을 밝히고 막아!"

자무카는 그렇게 루그릭에게 말해두고 별관으로 나왔다. 참담한 나라 상황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대체 아로게쓰가 어딜 봐서 난이도 'Easy'의 국가란 말인가! 전투에 있어서 쾌적한 건 사실이었지만 겪고 있는 내정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요즘 골치 아픈 건, 풋힐랜치 밖에서 서식하고 있는 '마운틴 고블린'들이었다.

풋힐랜치가 세워진 산은 국토의 6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아로게쓰의 부족원들은 이 산에서 태어나 자라왔으며, 이곳에서 나는 각종 열매나 약초, 짐승들을 사냥하며 지내왔다. 사냥이 필수적인 환경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힘이 센 전사들이 대두된 것이다.

마운틴 고블린들은 이 산에 사는 수많은 몬스터 중 한 개체일 뿐이었다. 일반 고블린보다 덩치가 크고 신체 능력이 좋은 대신 지능은 조금 떨어져 사냥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종족이었고 카오스월드 때도 별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덴에 넘어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명실상부 산의 지배자는 마운틴 고블린들이었다. 그들이 가는 길에는 생태계의 씨가 말랐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자신들 보다 더 큰 대형 몬스터인 오우거 등도 사냥해서 잡아먹었다. 알고 보니 그들 중에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상당히 지능적인 개체가 우두머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우두머리를 필두로 그들의 행동 영역은 점점 커졌고, 개체수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결국 인간의 영역까지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자무카는 아로게쓰의 전군을 이끌고 마운틴 고블린의 서식지로 향했다.

그러나 마운틴 고블린들은 영악했다. 그들은 인간의 군대와 싸우지 않고 거주지를 버리고 도망치거나 산을 내려갔다. 몇몇은 우회하여 병력이 차출되느라 텅 빈 마을을 공략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결국 자무카는 큰 소득 없이 군대를 물릴 수밖에 없었고, 마운틴 고블린들은 다시 주거지로 돌아와 인간들을 괴롭혔다. 풋힐랜치의 몬스터 토벌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아로게쓰의 내정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마운틴 고블린들이 빈번히 출몰하며 사냥이나 열매 채취 및 야외 경작 등이 불가능해지며 식량 문제가 제일 먼저 대두되었다. 아로게쓰의 고질적 문제인 '문화력'부족 또한 심각했다. 전투와 싸움밖에 모르는 아로게쓰의 특성상 그들에게 문화를 가르치고 영유하게 한다는 것부터가 무리였고, 때문에 아로게쓰의 '시대 발전'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카오스월드의 베타 시절에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였다. 바로 젊고 어린 전사들이 주도하여, 무조건적인 '결투 문화'를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타국의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여 왔으며 아로게쓰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런 새로운 사상을 가진 자들이었다. 검은이리족의 족장인 아란이 그 대표 주자였다. 그는 이야기가 통하는 젊은 족장들을 모아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대비되는, 자신들만의 '신세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기존 전사들, 즉 구세력의 반발은 상당히 거셌다. 신세력들을 아로게쓰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었다. 구세력이 보기에 힘과 무예의 숭상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은 그저 힘이 약해 잔머리를 굴릴 생각만하고, 선조들이 쌓아온 문화와 전통을 박살내려는 난봉꾼들에 불과했다.

자무카는 신세력들에게 큰 신경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반겼다. 너무 무식하게 싸움만 소리치는 기존의 족장들에 비해 나름대로 새로운 발언들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치는 한 세력의 독주를 막을 건강한 반대 세력이 있어 서로 튼튼해지는 법이 아니겠는가? 나름대로 좋은 그림을 기대하며, 자무카는 그들의 대립을 방관했다.

그러나 이 세력 다툼은 자무카의 예상 이상으로 커져갔고 나라 안팎으로 속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원로들까지 나서서 중재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반목과 대립의 골은 점점 깊어졌고 심지어는 부족간의 전쟁이 일어난 경우도 있었다. 두 파벌의 싸움은 최근 자무카가 가장 골치를 썩이는 문제였다.

'미치겠군, 아로게쓰의 플레이 난이도가 무슨 'Easy'야? 'Hell'정도는 되겠구만!'

내정 생각을 하면 반사적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자무카는 침을 탁 뱉으며 정원을 걸어갔다.

일단 집무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아리야와 하인들을 좀 귀여워해 준 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 되겠다. 그녀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를 생각하니, 자무카는 다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 작품 후기 ==========

자무카 : 대체 아로게쓰의 플레이 난이도가 무슨 'Easy'야? 'Hell'정도는 되겠구만!

로드 :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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