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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61화 (6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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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재빨리 자무카에게서 떨어지고, 화살을 장전해둔 궁병들이 앞으로 나왔다.

자무카는 휘두르던 창을 멈추고 새로운 전투 자세를 취했다. 양 다리를 벌리며 창대를 허벅지에 가져다 댄 채 한 손으로만 창을 붙잡은 자세였다.

"사격!"

로드의 외침을 신호로 화살들이 일제히 날아왔다. 창이라는 무기는 그저 '선'. 좌우 사방에서 날아오는 '점'들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쓰으으읍!"

자무카의 창이 움직였다. 일순간 창대가 길어지는 듯한 착시가 생기며 창끝이 뱀의 몸처럼 유연하게 꺾였다. 파파팍! 좌우사방을 커버하는 신들린 창술에 화살들이 부러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단 하나의 화살도 그를 맞추지 못했다.

"…큭!"

"괴물 같은 놈!"

궁병들이 다시 화살을 재장전 하려는 찰나, 자무카가 창을 바닥에 박으며 마치 장대 뛰어넘기처럼 도움닫기를 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장전 중인 궁병들의 앞으로 떨어져 맨 주먹으로 두 명을 동시에 처치했다.

자무카는 그대로 궁병들이 쥔 활을 빼앗아 시위에 화살을 메기며 몸을 돌렸다.

목표는 병사들 사이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로드였다.

정말 싫어했던 무기이고 비관의 상징과 같은 무기였다. 그런데 왜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활을 빼앗아 들었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행동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활을 쥐었을 때 느낌이 괜찮았다.

우우우웅!

활을 겨누는 순간 갑자기 몸에서 마력이 쑤욱 빠져나가 화살로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화살촉 끝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 같은 이팩트가 떠올랐다.

그 이질적인 느낌에 의아해할 틈도 없이, 자무카는 활시위를 놓았다.

슈콰아아아악!

마치 드릴과 같은 형태의 마력에 둘러싸인 화살이 한 줄기 벼락이 되어 로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투콰아아앙!

목표물에 닿는 순간 드릴 형태의 마력이 사방으로 분사되며 폭발했다. 주위의 병사들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광범위 관통기. 지켜보던 병사들이 그 위력에 경악했다.

'……이, 이게 내 고유 능력!'

활을 붙잡은 자무카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멍청했다. 정말로 어리석었다.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연마해도 모자를 판에, 한두 번 연습해 보고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짓고 활을 봉인해 버렸다.

그것은 정말 치졸한 핑계였다. 그저 비관에 빠져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고, 그래서 더 간절했다.

다시 되돌리고 싶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몸과 마음을 부딪쳐 온 힘을 다하고 싶다.

자무카는 전장을 뒤덮은 연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촤아악!

연기가 반으로 갈라지며 단검을 든 은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무카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의 본능이 맹렬히 경고하기 시작했다.

'저건 위험하다.'

소녀는 자무카를 한 번 노려보며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졌다.

"잡아라!"

"활을 못 쏘게 막아!"

병사들이 재차 달려들었다. 자무카는 바닥에 박힌 화살을 집어 들고는 물러나듯 뒤로 크게 도약하여 마력을 실은 화살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전방의 적이 폭발에 휘말려 나가떨어졌다.

"큭!"

다시 마력이 쑥 빠져나갔다. 너무 지쳐있어서 그런지 정신이 흐릿했다. 자무카는 이를 악물고 땅에 떨어진 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병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살고 싶다.'

촤아아아악! 가로로 그어진 창에 병사 둘이 순식간에 유명을 달리했다.

'살고 싶다!'

채앙! 측면에서 휘둘러지는 검을 쳐내고는 무게 중심을 뒤로 옮겨 후방의 병사 둘을 발차기로 날려 보냈다.

'살고 싶다!'

창끝이 잔상을 일으키며, 병사 세 명의 얼굴이 거의 동시에 꿰뚫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등 뒤로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자무카는 급히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촤아아아악!

피가 흩뿌려지며 살점 덩어리가 그의 눈앞으로 지나갔다.

다름아닌 그의 왼팔이었다.

"끄, 끄아아악!"

자무카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그리고 정면에서는, 한 손에 단검을 든 무표정한 은발 머리의 소녀가 저승사자처럼 뚜벅 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큭!'

그가 하나 남은 팔로 창을 내질렀다. 카가가가각! 창이 단검의 칼날을 타고 얼음장 위처럼 스르륵 비껴나갔다. 단검을 올린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쑤욱 전진했다. 동시에 단검을 쥔 두 손 중에 한 손이 떨어져 나왔다.

빠악!

스트레이트가 안면에 직격했다. 자무카는 코뼈가 짓뭉개져 쓰린 고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내지른 창을 거두어들였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그녀의 오른팔에 있던 단검이 왼팔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았다.

'�!'

소녀가 자무카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단검을 움직였다. 푹! 푹! 푹! 순식간에 가슴을 세 차례나 찔렸다. 이어지는 자무카의 반격은 가볍게 영체화로 피해 뒤로 돌아간 그녀가 단검을 역수로 전환했다. 자무카는 목덜미를 보호하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뻐억!

그녀는 단검을 휘두르는 대신 마력이 실린 발로 자무카의 몸을 밀어 찼다. 그리고는 날아가는 그의 몸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푸욱!

쇄도한 단검이 아슬아슬하게 목덜미 아래쪽에 박혔고, 자무카의 몸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형편없이 내동댕이쳐졌다.

"끄으, 끄으으으윽!"

지쳐있는 몸으로는 같은 B급의 영웅을 상대로 버틸 수 없었다. 온 몸에 출혈이 심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머리를 뒤덮는 듯 했다.

'미치도록 살고 싶다…….'

"전원 공격 중지!"

로드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공격을 멈추게 했다. 보병들이 슬금슬금 물러나며 잠시 대치 상황이 되었다.

그때 그 살벌했던 소녀가 로드를 보고는 쪼르르 다가와 그의 가슴에 머리를 콩 박았다. 아까의 무표정한 살인 인형 같은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채, 마치 강아지가 칭찬해 달라는 듯 그의 몸에 붙어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로드는 웃는 얼굴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게 어비스의 에이스 영웅인가…….'

평범하게 친밀한 모습이었지만 자무카가 보기엔 그저 괴물을 기르는 악마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대단하네요, 자무카님. 역시 메모리즈의 랭커 다운 무위였습니다."

로드가 시선을 돌려 말했다.

"……이보게, 로드."

그가 입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번엔 진심이네. 살려주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겠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지구에 있는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이 곳에 남아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면서 무언가를 이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왜 하필이면 다른 세계에 와서 발견하고 만 것인가!

"죄송합니다."

그러나 로드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런 눈을 하게 된 당신을 살려두는 건, 이젠 제가 너무 무섭네요."

"……끄윽!"

로드가 다시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궁병들이 앞으로 나와 활시위를 잡아 당겼다.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자무카는 최후를 예감하고 눈을 감았다.

결국 마지막에 안고 가는 건, 진한 아쉬움과 후회였다.

"우리 세계에 돌아가 편히 쉬시길."

로드가 팔을 내렸다. 수십의 화살들이 날아와 자무카의 몸을 관통했다.

*

"……"

로드는 여운을 가질 틈도 없이 자신의 시야 하단에 뜬 알림을 바라보았다.

- 아로게쓰의 '카르히'가 아로게쓰의 플레이어 '자무카'님을 처치했습니다.

- 반란 이벤트! 같은 국가의 국민이 플레이어를 사살했으므로, '카르히'에게 멸망 보너스가 이전됩니다.

'됐다.'

이걸로 자무카는 확실히 죽었다. 플레이어가 죽었다는 알림창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동일하게 발생했을 것이다.

'멸망 보너스'는 플레이어를 죽인 국가에서 가져간다. 그러나 같은 국가의 국민이 죽였을 때는 반란 이벤트가 발생하며, 그 플레이어를 죽인 자의 목에 '멸망 보너스'가 걸린다.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경우에는 해당 나라에서 가장 직위와 명성이 높은 인물에게 멸망 보너스가 걸린다.

로드는 고개를 돌려 궁병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카르히가 누구지?"

갑작스런 질문에 궁병들은 잠시 멀뚱히 있었다. 그중에서 한 명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저, 접니다만."

로드는 확실히 하기 위해 그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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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카르히

소속 : 아로게쓰 아란군

직위 : 병사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E)*

통솔등급 : (F)

지략등급 : (F-)

정치등급 : (F)

E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없음

(E등급 이하는 고유능력이 발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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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군.'

로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가 데려온 암살 단원 세 명이 한쪽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었다. 로드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그들이 일제히 경례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로드는 자무카를 잡을 병력을 배치할 때, 아란에게 요청하여 궁병들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반 검보병들은 어비스 소속이었고, 궁병들은 전부 아로게쓰 소속의 병사들로 해두었다.

그리고 자무카가 쓰러진 마지막 순간, 로드는 모든 병사들을 물리며 궁병들에게 활을 쏘게 한 것이다. 자무카는 자기 국민의 손에 죽은 형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반란 이벤트가 발생했으며, 멸망 보너스는 자무카에서 저 카르히라는 병사에게로 옮겨졌다.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비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백제와의 동맹 체결 때, 로드는 '자무카를 죽이는 것은 우리 백제입니다.' 라고 말한 선광의 조약을 승인했다. 로드가 바로 자무카를 죽여버리면, 선광은 극도로 분노하여 채팅창에 어비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정보 국가로서 어비스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런 상황은 곤란했다.

따라서 로드는 나름대로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백제의 의심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공식적으로 문제 삼지는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꼼수는 내 특기지.'

로드는 뒤처리는 베아트리체에게 맡기고, 병사들 사이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와 지휘관 창을 열었다.

'반데가스의 눈을 발동한다.'

지휘관 창 옆으로 새로운 지도 창이 떠올랐다. 로드는 지도에서 풋힐랜치를 선택했다. 반데가스의 눈의 사용 유무를 묻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Yes."

우우우우우웅! 한쪽 눈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안구의 극심한 통증에 로드가 '윽.' 하는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파아앗!

그의 시야가 추상화 속으로 들어온 듯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뒤덮였다. 갑작스럽게 어지러운 광경에 속이 매스껍고 멀미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허어억!"

로드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하늘에서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풋힐랜치의 광경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어비스의 '정보 특화 체계'를 선택함으로서 연구 할 수 있는 어비스의 특화 연구 '반데가스의 눈.' 지휘관 창의 권능으로 48시간에 한 번, 대륙의 어디든 어비스 플레이어의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은폐 스킬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들도 접근 불가능한 곳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데가스의 눈은 시야 확보의 조건이 없는 어비스가 가진 강력한 권능 중에 하나였다.

로드는 천천히 눈을 움직였다. 줌인 기능처럼 초점거리의 확대와 축소도 가능해 요새 쪽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상황은 이제 막 풋힐랜치의 요새가 뚫리며, 백제군들이 도시 안으로 들이닥치려는 상황이었다. 얼마 안 가 시가전이 벌어질 듯 했다.

'타이밍은 딱 맞군.'

상황을 파악했으니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로드는 반데가스의 눈을 취소했다.

다시 추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알록달록한 배경을 지나 원래의 시야로 돌아왔다.

'크윽.'

로드가 벽에 몸을 기대며 잠시 숨을 골랐다.

썩 기분이 좋은 스킬은 아니었다. 공복이라 망정이지, 만약 저녁을 먹었었더라면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을 지도 몰랐다.

'좋아. 상황도 확인했으니 다음 단계는……!'

로드가 다시 지휘관 창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 '로드 폴렌티아'님이 '선광'님께 1:1대화를 신청하셨습니다.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다.'

========== 작품 후기 ==========

소설 제목이 별로라는 듯한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오네요!

저도 사실 좀 소설의 제목이 명확하지 않고 라노벨 같은 느낌이라 바꾸고 싶은데.. 작명이 워낙 구려서 아이디어가 없습니다 ㅠㅠ

혹시 괜찮은 제목 소재 있으시면 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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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백부 / 오오 사실 그 둘중 하나입죠.

섬소 / 이게 무료 소스 캐릭터다 보니까 정말 다 쓰더군요 ㅠㅠ 얼른 바꿔야 겠습니다

Xedrions / 담편 여기요! 꺄륵!

무꾸914 / 저, 정답!

Lgb / 죄, 죄송합니다. 연참은... ㅠㅠ

별빛베기 / 마피아 친구랑 비슷한 화력은 아닙니다. 베아한테 털리는...

프란딜 / 비월이는 풋힐랜치에서 썰고 다니는중!

사람인생 / (마치 비축분을 맡긴듯 해서 당황스럽고 실제로도 비축분이 없어서 더 당황스럽다)

Mr윤 / ㅅㅅ!

섹시파워 / 연참하고 싶었지만 연기증 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벌레 / 피할수 없겠죠 그건 역시

Noist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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