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 게이머 -->
개척시대로 발전하기 위한 시대 게이지가 절반 이상 채워졌다.
로드는 다짐했던 대로 다른 나라의 눈에 띄지 않는, 철저하게 조용한 국가 운영을 했다. 군사를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물론, 정보로 타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며 내정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드디어 언더하임에서는 학교가 완성되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동은 전체 의무교육, 성인들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의무교육을 받았다.
이번일은 ‘더 인텔리전스’의 역할이 가장 컸다. 어비스 내에서 사이비 교단 취급을 받던 그들이 교사로서 국민들을 계몽시키는 역할을 해내자 여론이 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그들도 자신들의 지식으로 나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 했다. 로드는 교단에 정식적으로 봉급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들을 휘하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교육 정책을 펼치면서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로드가 예상한 것 보다 어비스 국민들의 학구열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배우려는 의지 또한 있었다. 모두들 착취당하는 피지배자 생활을 오랫동안해서인지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던 것이다.
로드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수업을 받으러 올까?'에서, '어떻게 하면 교육에 대한 수요를 더 충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우선 학교를 더 증축하기로 하고, 이론 수업을 넘어서 실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추가하기로 했다.
군사력 부분도 크게 발전했다. 우선, 아로게쓰 전사들이 대거 유입된 영향인지 어비스에서는 유행처럼 무인 바람이 불었다. 특히 광부들이 직업 군인으로 많이 전향하였으며 어른들은 자녀들을 무술 학교에 보내고 싶어 안달했다. 어비스 군의 수는 빠르게 불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병력 전체의 수가 적어 '영웅출현'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어비스와 아로게쓰의 군인들은 한 때 맞서 싸운 과거 때문인지 잠시 대립 각을 세운 적도 있었다. 심할 때에는 패싸움으로 번질 위험까지 있었으나 왕실의 중재로 무사히 넘겼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국가 분위기 속에서 점점 대립하는 분위기는 풀어져갔고, 두 파벌의 우두머리 격인 피닉스와 아란이 둘도 없는 사이가 되면서 그 아래의 부하들도 서로 어울리기 시작했다.
특히 사상적인 측면에서 군은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어비스의 군인들은 형편없는 근성과 머리에 찌든 패배 의식이 교정되었으며, 아로게쓰의 군인들 또한 힘 일편도의 단순한 마인드에서 좀 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등 서로 어울려 지내며 부족한 부분들이 매워졌다.
로드는 군사력 강화를 위해 다시 한 번 돈을 썼는데, 이번엔 언더하임 빈 공터에 마구간 시설들을 대규모로 건설했다. 전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병을 본격적으로 양성하기 위함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에브게니아 출신 이민자들의 활약과 왕실의 적극적인 투자로 소규모 기병 부대가 완성되었다. 아직은 에브게니아의 기병 특화 병종에 비교하면 아기 걸음마에 불과한 실력이었지만 로드는 기병을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개척시대로 발전하기 위한 시대 게이지가 70% 이상 채워졌다.
노호준걸이 언더하임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아로게쓰와 대륙 각지에서 대장장이들이 몰려들었다. 언더하임의 대장간은 테라 광산에서 채취된 가장 우수한 품질의 광물들을 선점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메리트 또한 한몫 했다. 그 다음으로 남는 광석들은 유니벨 휘하의 상단에서 수출했다.
대장간이 가동되며, 곧이어 처음으로 어비스에서 생산된 무기들이 시장으로 나갔다.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어비스산 무기들은 우수한 품질과 '노호준걸'이라는 네이밍 브랜드의 후광 덕분에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첫 무기 판매로 올린 매출액을 본 유니벨은 눈이 확 돌아갔다. 흥분한 그녀는 당장 집무실로 쳐들어가 대장간 시설을 더 늘리자며 로드의 옷자락을 붙잡고 흔들기도 했다. 그렇게 무기 산업은 로드의 업적 중에서도 최고의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물론 로드도 성과가 지지부진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식량문제였다. 어비스 영토 내의 마을 사람들이 수도인 언더하임으로 이전해오면서 인구는 점점 늘고 있는 반면, 현재 식량 상황은 그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버려진 땅이라 불리는 어비스의 토지에 심을 수 있는 신 작물 개발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버트 연구소의 작물 개발은 벌써 네 차례나 실패를 겪었지만(폐하! 역시 식물은 너무 어렵습니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는 위장 개조는 특기지만요!) 로드는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바라보기로 하며 연구소의 예산을 오히려 늘려주었다.
하지만 당장이 급했다. 이대로라면 무기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모조리 식량 수입에 쏟아 부어야 할 판이었다. 일단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땅을 더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 로드는 퍼들스퀘어 공략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렇게, 개척시대로 발전하기 위한 시대 게이지가 90%까지 채워질 즈음.
드디어 퍼들스퀘어 공략을 위한 2500명의 어비스군이 완성되어 언더하임을 나섰다.
총사령관으로는 로드가 직접 움직였다. 거기에 베아트리체, 유니벨, 피닉스, 아란으로 이어지는 어비스의 최상위 영웅진이 전부 출진했다. 어비스의 역사상 최고 수준의 대군이었다.
"크르르릉!"
그리고 로드가 유니벨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 구매한 드레이크 또한 첫 출전이었다.
틈틈이 기병들과 함께 승마술을 연습했던 로드였지만 도저히 말과 자신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결국 큰 값을 지불하고 새로운 탈것인 드레이크를 사들였다.
퇴화된 용이라고 불리는 드레이크는 온 몸이 비늘로 덮여 있었으며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육식 동물이었다. 앞발은 퇴화되어 작은 형태로 가슴에 달려있고 극도로 발달된 두 다리 만으로만 움직였는데, 그 속도는 기마와 비교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어비스군의 첫 출정에 발 맞추어 로드의 애룡 또한 처음으로 나서게 되었으나.
"……야, 팬더."
"응?"
지금 그 대단하다는 드레이크의 안장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두에서 말을 몰고 있던 유니벨이 로드를 돌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비싼 돈 주고 산 애완동물은 내버려두고, 왜 리체의 등 뒤에 타고 있는 건데!"
그렇다. 로드는 이번에도 베아트리체를 바짝 끌어안은 채 가고 있었다.
"주인님, 가까워요오……."
뺨을 붉게 물들인 베아트리체가 수줍게 중얼거렸다.
"얍."
로드는 반항심에 더욱 베아트리체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녀가 놀란 새소리를 냈다. 그녀의 몸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어휴, 저질! 변태! 쓰레기!"
보다 못한 유니벨이 궁시렁거리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 모습을 본 로드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위대하신 유니벨 선배님."
뒤에서 말을 몰던 아란이 그녀를 불렀다. 유니벨은 돌아보지도 않고 무심히 '뭐.' 하고 짤막하게 대꾸했다.
"괜찮으시다면 저라도."
"저라도 뭐?"
"선배님 뒤에 타 드릴까요? 후후."
"……엉?"
그 말을 들은 로드가 입을 쩍 벌렸다. 유니벨 또한 소름이 끼친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수작이란 말인가?
"어, 어머나 미친? 너 지금 뭐라고?"
아란이 이빨을 환하게 드러내며 웃었다.
"하하! 어쩐지 폐하를 보는 모습이 외로워 보이셔서 저도 한번 질러봤……."
빠아아악!
유니벨이 말에서 뛰어올라 냅다 아란의 얼굴에 날아 차기를 먹였다. 아란이 말에서 떨어지며 흙먼지를 일으켰고 그 옆으로 유니벨이 착지했다.
"이, 이, 미친새끼가아아아!"
얼굴이 홍당무처럼 시뻘게진 그녀가 발을 들어올렸다.
"서, 선배님! 커헉!"
"죽어! 죽어! 그냥 뒤져버려!"
퍽! 퍽! 퍽! 퍽!
유니벨이 격하게 그를 짓밟기 시작했다. 아란은 맞는 와중에도 중얼거렸다.
"여, 역시 유니벨 선배님! 강하… 커헉!"
"아직도 말 할 힘이 남아있냐! 처리 불능 쓰레기야!"
"거, 거긴 차면 안 됩… 헉!"
결국 아란은 떡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 아란 족장이 당했다!"
그때 액스워리어들이 두 사람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어 그들을 둘러쌌다. 아르게쓰 출신들답게 덩치들이 어마어마해서, 유니벨은 그냥 조그마한 난쟁이처럼 보였다.
"앙? 뭘 봐? 자식들아. 눈 안깔아?"
과연 유니벨은 꿀리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을 올려다 보며 도발하듯 말했다.
"……."
일촉즉발의 상황인 바로 그때.
덩치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숙였다. 유니벨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건 또 뭐 하는 짓거리야?"
"아로게쓰 최고의 전사인 아란 족장을 꺾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최고의 전사는 언제나 존중 받아야 하는 법!"
"실로 명예로운 결투였습니다!"
"형수님!"
"명예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 상종 못할 근육 덩어리 놈들아! 그리고 형수님이라고 한 놈 누구야?"
유니벨의 구타 타임은 조금 더 길어졌다.
'……흐음.'
신명 나게 얻어터지는 덩치들을 보고 있으려니 로드는 슬그머니 베아트리체의 말에서 내려와 본인의 드레이크 위로 올라탔다. 여기서 또 그녀를 자극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 같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마침 아란이 다시 말을 타고 로드의 뒤로 따라붙었다.
"……아란."
"예, 폐하."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불은 아란이 대답했다.
"……너 혹시. 그렇고 그런 취향이었냐?"
"취향이요? 아, 물론입니다! 유니벨 선배는 실로 멋진 여자입니다!"
"……으잉?"
아란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어떻게 여인의 몸으로 저렇게나 당당하고, 강인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로게쓰의 여자들에게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소신은 이상형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있다면 바로 저보다 더 강한 여성일 겁니다!"
'……아, 그런 건가.'
강한 전사에 대한 동경과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합쳐진 결과인 듯 했다.
"난 또 로리콤인 줄……."
"로리콤이 뭐죠?"
"아무것도 아냐."
아란의 말을 들어보니 플랫랜치의 전사들은 언더하임 여자라면 껌뻑 죽는다고 한다. 뒷골목에서 자란 그녀들은 거칠고 대담했다. 침을 탁탁 뱉으며 걸쭉한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즐겼으며, 남자들이 이상한 수작을 걸려고 하면 바로 뺨을 왕복으로 후려갈기거나 가랑이를 차버리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들이었다. 아로게쓰 남자들은 그러한 당찬 모습들을 매력으로 느끼는 듯 했고 오로지 여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언더하임으로 올라오는 자들도 있었다. 유니벨 또한 체형이 빨래판을 장착한 꼬마인 게 문제일 뿐이지, 전형적인 언더하임의 여자상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동시에 엄청나게 강하기도 했으니 아로게쓰 출신인 아린이 푹 빠져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반면에 어비스의 남자들 또한 육감적이고 탄탄한 몸매에 성격은 순종적이고 여린 아로게쓰 여인들에게 푹 빠져버렸다고 하니, 오오! 바야흐로 두 나라의 남녀 간의 은밂한 교류가 활발해지게 되었다. 실로 나라의 경사라고나 하겠다.
아란은 신이 나서 계속 설명했다.
"그녀의 발에 짓밟히는 순간, 소신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거칠고 무자비한 힘의 폭력에 노출된 채 엎드려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저 자신의 나약함을!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그녀의 절대적인 강인함을요! 아아, 강한 여자란 이렇게 눈이 부셨던 겁니다!"
"……아, 미친. 이제 알았다."
로드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넌 로리콤도 아니고, 강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야."
"…그, 그러면요?"
"그냥 변태였던 거야."
"……어째서 그런 결론이!"
========== 작품 후기 ==========
쿠죠죠타로 / 와아아아아! 콜로세움같은 결투장같은걸 지어준다는 생각은 정말 기가막히네요. 확실히 탄압보다는 융합이 답인듯 합니다. 공감하고 갑니다;
MikuHatsune / 기여어어어!
SW스윈 / 로드는 욕심쟁이! 우후훗
@로리콤MK / 베아는 제겁니다(?)
火炎無 / 그, 그것은 바로 아이돌 엔딩(?)
섹시파워 / 고생하셨을듯!;
seagull3132 / ㅋㅋㅋㅋㅋㅋ 히익 유니벨 안티;
Lgb / 나라나 워낙 들쑥날쑥해서 ㅎㅎ;
천화백부 / 오오 감사해요!!
@wide21 / 헉, 잘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strarrot / 투척!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__)
@MoriyaSuwako / 와;; 다른 분들은 폭참하셨나 보네요 ㅠㅠ 저는 겨우 한번 ; 글 속도가 부럽습니다.
@lineata / 다른 국가 설정은 외전으로 한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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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즐기는사신 / 1. 어비스의 전쟁용 특화병종도 있습니다! 다음 개척시대에 볼수 있어요! 2. 그리고 곧 설명하겠지만 이번 에덴의 시스템인 '이능'을 이해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이능이란건 평범한 중세 배경의 세계에 신들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힘을 말하는데요. 고유능력, 그리고 마력또한 이능의 일종입니다. 이능이 없다면 그냥 평범한 중세 세계로 돌아가겠죠. 그리고 지휘관 창이 바로 신들의 영역인 이능을 다루는 시스템인겁니다. 예를들어 평범한 사람에게 도끼 두개 주고 '넌 지금부터 액스 워리어야!' 라고 하면 효과가 생길까요? 아닙니다. 그냥 코스프레한 일반병종이죠. 지휘관창에서 엑스워리어가 훈련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정당한 훈련체계를 겪은 자들만이 이능의 효과를 적용받아 진짜 액스워리어가 되며, 다양한 연구 효과들이 적용되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이능이 적용되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지만요. 기술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능으로 인한 연구 외에도, 만약 기술자들이 기술을 개발하면, 그 기술은 지휘관 창으로 연구를 하기 전에 자동으로 습득 처리가 됩니다. 권능을 빌린 기술연구가 아닌, 자연스럽게 기술이 발전한거죠. 음, 좀 더 자세한건 곧 작중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