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92화 (92/296)

<-- 동맹 전쟁 -->

혁명단의 활약으로, 로드는 퍼들스퀘어를 수복하는데 성공했다.

일부로 경비를 느슨하게 해두어 흑사회를 영지 안으로 끌어들인 다음, 혁명단을 이용해 그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계획이었다. 물론 그 계획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실행해준 것은 전적으로 혁명단의 능력이었다. 티아 구출 작전 때도, 루트에서 관중들을 선동하여 혼란을 일으킨 것도 혁명단들의 공이었다.

이걸로 전쟁중에 후방에서 걸리적거릴 수 있는 변수를 없앴으며, 새로운 특화 병종에 대한 검증도 끝냈다. 다음 특화 병종인 '키메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당장의 전쟁에서는 활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로드가 병력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던 중에, 드디어 서부 동맹의 병력 소집이 끝났으며 그들의 군대가 움직이고 있다는 스파이들의 보고가 들어왔다.

오펙투스의 7천 병력.

알브헤임의 4천 병력.

그리고 게노세르크의 1만 5천 병력.

로드는 병력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스파이의 눈'을 사용하여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쪽의 대처도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세 국가의 행선지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오펙투스는 알란드로.

알브헤임은 어비스로.

게노세르크는 이카루스의 영토를 통과하여 백제로.

서부 동맹의 3국은 그들에게서 가장 가까운 나라로 움직였다.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다름아닌 '각개전투'였던 것이다.

'……흠,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인걸.'

어째서 각개 전투를 선택했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전략의 장점을 생각하니 로드는 감이 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삼개국이 하나의 군대로 뭉친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전쟁에서 성과가 나왔을 경우, 그 분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영지 하나를 점령해도 그 영지의 주인은 누구로 할 것인가? 그곳에서 얻은 자원의 소유는? 그리고 무엇보다 멸망 보너스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성과를 얻는 만큼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전쟁은 공평하지 못하다. 3개국이 같이 싸워도 피해도, 이득도 완전히 제각각이다. 최후의 1개국을 가릴 때까지 싸우는 카오스월드의 특성상 영원한 동맹은 없으니 이윤에 따른 다툼과 분쟁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심하면 적을 앞두고 동맹들끼리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 내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에서, 각개전투는 가장 깔끔한 방법이었다.

'어쨌거나 이 셋의 사이가 썩 돈독하지는 않은 것 같군.'

만약 그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성과에 대해 서로 양보할 수 있다면, 전력을 집중해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전투를 '당연히' 승리하는 보너스 게임 정도로 여기고 있고,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자기들이 먹게 될 떡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의외의 성과군. 이쪽으로 파고들면 또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지도 모르겠어.'

혹시나 페이크일 가능성이 있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 보았지만, 그들 군대의 진행 방향은 변함이 없었다.

저쪽이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었다. 로드는 즉시 동맹국들에게 서부동맹의 움직임에 대해 알렸으며, 이쪽도 각자의 영토는 스스로 지키면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어비스의 상대는 알브헤임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알브헤임만 유독 움직임이 이상했다. 다른 동맹국들은 쭉쭉 상대국으로 뻗어나가는 반면, 알브헤임의 본군은 위그드라실에서 '엘프의 숲'을 통과해 루트에 도착해 꾸물거리는 듯 싶더니, 다시 '엘프의 숲'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이건 또 뭐 하는 짓이야?'

로드는 출군하기 전에, 티아를 불러 상담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득실 때문에 각개전투라고 보는 건가, 물론 주공의 말도 옳다. 하지만 본녀는 정략보다는 전략적인 측면으로 보게 되더군."

"오오, 뭔가요?"

로드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전투에 대해서는 로드 혼자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군사의 의견도 물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주공이 알려준 정보와 현황이 사실이라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 전쟁의 승부를 간단히 유추해 볼 수 있느니라."

"네? 하지만 전쟁이란 건 얼마든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라고 말했다. 주공."

"아, 미안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티아는 덤덤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오펙투스는 알란드를 수월하게 이길 것이다.

게노세르크 또한 백제를 수월하게 이길 것이다.

로드가 움찔할 정도로 툭툭 던지는 냉정한 말들. 하지만 로드는 반박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섣불리 승리를 유추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면 바로 우리 어비스다."

"아…"

"본녀가 보기에도 지금의 어비스군은 충분히 변수를 일으킬 능력을 가지고 있느니라. 알브헤임의 군대와 싸워도 밀리지 않는다."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한 군사력도 아로게쓰의 멸망 보너스 덕분에 크게 보완이 되었다. 비록 2군이긴 했지만 아크의 군대와도 비등하게 싸웠을 정도이니까.

"즉, 서부 동맹의 입장에서는 알브헤임이 어비스를 이긴다고 확실히 단정짓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 알브헤임군이 엘프의 숲 전방에서 멈춰선 것도……"

"그렇다, 주공."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브헤임은 서부 동맹에서 유일하게 공격이 아닌, '수비'로 나올 것이다."

알브헤임의 국가 고유 능력 중 하나인 '숲의 가호'는 전장이 숲일 경우, 알브헤임 모든 병사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였다. 이러한 시스템 어시스트가 아니더라도 엘프들은 숲에서 싸울 때 여러 이점이 있는, 수비형 컨셉의 국가이기도 했다. 티아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엘프는 숲에서의 전투에 특화되어있고 다른 어떤 종족들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알브헤임 입장에서는 어비스가 숲으로 들어와주면 고맙고, 그렇지 않고 다른 동맹을 도우러 간다면 즉시 숲을 빠져 나와 언더하임으로 진격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든 괜찮았다.

오펙투스와 게노세르크가 상대를 찍어 누르고, 불확실성이 있는 알브헤임은 수비를 선택하여 만에 하나의 변수를 없앤다.

기본적으로 동맹국인 오펙투스와 게노세르크가 상대에 비해 크게 우위에 있기에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할까……'

*

로드는 수비 병력을 제외한 6천명 모두를 이끌고 알브헤임의 영토로 내려갔다. 군사인 티아를 위시하여 베아트리체, 유니벨, 피닉스, 아란까지 어비스의 주력 영웅들이 모두 포함된 최고 전력이었다.

어비스군은 언더하임에서 드러그팜을 거쳐 국경을 넘어설 때까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주공. 저기 루트의 영지성이 보인다."

선두에서 말을 몰고 가던 티아가 말했다.

알브헤임의 첫번째 거점영지, 루트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네요."

로드는 머쓱하게 웃었다. 티아에게는 일족의 복수를 하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알브헤임과 승부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번엔 타국인의 신분으로 고향에 왔다. 감회가 새롭구나."

그녀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로드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겠습니까? 루트의 사람들과 싸워도……"

"본녀를 너무 얕보지 말아다오, 주공."

그녀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저기 사는 인간들에게 큰 빚을 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입장이 다르다. 한 때의 일로 발목이 잡힐 정도라면 이 자리에 올라서지도 않았을 것이니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로드는 다시 루트의 성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육안으로만 봐도, 영지성의 방어 체계가 너무 부실해 보였다. 성벽 위의 병사들 또한 엘프 병사들이 아닌 전부 인간들이었다.

'…설마.'

"폐하! 보고 드립니다!"

정찰병이 로드에게 보고했다.

알브헤임의 주력군은 여전히 엘프의 숲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지금 루트위에 있는 자들은 전부 영지민들로만 구성된 병사들이라는 것이다. 이 정보가 말하는 것은 명백했다.

'……루트를 버린 건가.'

알브헤임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루트의 영지성은 성벽이 낮아 수성을 하기엔 썩 좋지 못한 구조였다. 어차피 한번의 큰 전쟁으로 결판이 날 수 있는 승부라면, 루트에서 수성을 하는 것이 아닌 '숲의 가호'효과를 적용 받을 수 있는 엘프의 숲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 같았다. 게다가 그곳에도 거점 영지가 하나 있고, 위그드라실도 있다. 싸울 장소는 루트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었다.

"티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음. 맡겨다오."

티아가 말을 타고 성벽 앞으로 나왔다. 영지민들이 그 모습을 보고 허겁지겁 활을 장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기를 거두어라! 본녀는 티아 그란디네다!"

확성 구슬을 타고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티, 티아 그란디네?"

"현자님이라고?"

"행방불명 되신 현자께서 어떻게 어비스군에……!"

그녀는 낭랑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대들이 어찌하여 텅 빈 영지를 지키고 있는가? 들으라, 백성들이여. 그대들은 또다시 엘프들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엘프들은 안전한 숲에 숨어있고, 그대들은 희생양으로 내놓아 진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싸울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

곧 성채 쪽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쇤네들은 그저 대대손손 물려받은 땅을 지키려 할 뿐입니다요! "

"저 흉악한 어비스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그 말에 로드와 티아가 동시에 쓴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어비스에 대한 악명은 높은 듯 했다.

"뭐? 흉악? 시발 저 어여쁜 새끼들이 뭐라고 지껄인 거야? 지금?"

발끈한 유니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오려 하자 가신들이 뜯어말렸다. 뒤를 힐긋 바라본 티아가 다시 확성 구슬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노라. 허나, 어비스는 이제 바뀌었다. 더 이상 그대들이 생각하는 흉악한 범죄 집단이 아니다. 보아라. 본녀 또한 엘프의 몸으로 그곳에 갔으나, 불순한 짓거리는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광스럽게도 어비스군의 군사가 되었노라."

"저, 정말입니까?"

"군사라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나 티아 그란디네가 그대들 앞에서 맹세하노라. 어비스군은 그대들의 몸에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아니할 것이며, 그대들의 재산을 탐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부디 본녀를 믿고 성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그녀가 고개까지 숙이며 청했다.

성벽 위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며 로드는 거의 다 넘어왔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지에서 티아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막강했고, 그들 또한 항복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결국 성문이 열렸고, 어비스군은 루트 영지에 무혈입성했다.

'……완전히 텅 비었군.'

전에 치엘로와 왔을때와는 딴판이었다. 로드는 도착하자마자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았다.

며칠 전, 엘프들이 루트에 와서 식량과 무기를 비롯한 모든 물자들을 영지 밖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영지 남자들의 상당수를 차출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서는 이곳 루트를 지키라며 딱 최소한의 자경단원들만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영지의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로드 측에서 영지민들에게 식량을 나눠주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에덴에서는 국적과는 관계없이, 영지의 지배자가 영지민들을 보살필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곳에서 수많은 영지민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내쫓으면 평판이 떨어지고, 영지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진다. 알브헤임에서는 쓸모없는 성채 하나와 식량을 축내는 귀찮은 영지민들까지 넘겨준 셈이었다.

'흐음, 어떻게 한다?'

로드는 고민 끝에 말했다.

"거래를 하자. 지금 이 영지의 대표를 불러와."

========== 작품 후기 ==========

모르고 있었는데 바로 전편에 업뎃후 4시간 동안 앞부분 3~4키바 정도가 누락이 되었네요; ㅠㅠ

내용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넘어가셔도 무방하지만 내용이 끊겼다고 느끼실수도 있기에 남겨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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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k12 / 글로오리야 ㅋㅋㅋ

쿠죠죠타로 / 아군입니다 ㅋㅋ 로드가 심어둔거에요. 아 그리고 흑사회보스 마틴이랑 비겼다는건 사실 겉모습에 의거한 과장 소문이었습니다. 실재로는 D급이에요.

ads123 / 맞습니다. 어비스 새로운 특화병종이에요

운빨게임극혐 / ...!!! 로리가 아닌게 죄인것인가

Digimon0002 / 그럼 부리더는 사보...;

빛과하늘 / ;ㅅ; 주인공의 숙명입니다

gzmf / 크으 ㅠㅠ 다음에 또 뵈용! 혁명단 늦게 나왔네요.

카이프 / 감사합니다!

@로리콤MK / 흑운 D 드래곤이라니 ㅠㅠㅠ ㅋㅋㅋㅋ

@Speedwagon / 잠시만요 ㅋㅋㅋㅋ 로리의 L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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