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95화 (95/296)

<-- 동맹 전쟁 -->

화차의 활약으로 다시 전황은 백중세, 혹은 백제 쪽으로 더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게노세르크의 대응 또한 신속했다. 몸에 날개가 달린 조인(鳥人)병들이 화차 쪽으로 비행해왔다.

"비, 비행병종이다!"

"이쪽으로 온다!"

화차 근처의 병사들이 검을 뽑아 들며 습격에 대비했다. 그런데 그 조인병들 모두 발에 무언가를 칭칭 감고 있었다.

"힛힛! 부셔버려!"

다리에 매달려 있는 것은 다름아닌 수인, 그 중에서도 사인(巳人)병이었다. 수인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이 완전한 뱀의 모습을 한 그들은 한 순간 몸이 수십 미터로 쑤욱 길어져 화차의 몸체에 구멍을 내버렸다.

백제 병사들은 막을 도리 없이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화, 화차가 당했다!"

"세상에 저런 뱀이 어디있어?"

"게노세르크엔 괴물 밖에 없냐!"

벌써 일곱 대 중 다섯 대가 조인병과 사인병 콤비에 당했다. 남은 두 대의 화차를 향해 그들 모두가 몰려들었다.

"힛힛힛힛힛!"

"깨 부셔라!"

조인병들이 날아오는 화살을 요리조리 피하며 거리를 좁혔다. 사인병들이 자신의 머리를 화차 쪽으로 조준하고 뻗어나가려는 찰나,

서걱!

세 명의 조인족의 몸이 동시에, 그리고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철컥.

검정색 동양풍 제복 차림의 여인이 검을 집어넣었다. 그녀가 발검을 마치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조인족들은 반 토막 나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한 싸울아비가 감탄성을 흘렸다.

"과연 비월 장군! 놀라운 검격입니다!"

밤하늘을 발라놓은 듯 한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전황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는 백제에서 당대 최고의 싸울아비로 불리는 비월이었다.

"황송하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칭찬을 주고 받을 때가 아닙니다. 이곳을 빼앗길 때 빼앗기더라도 저들에게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옵니다."

그녀가 팔을 뻗으며 지휘를 시작했다.

"의직 장군은 퇴각의 총 지휘를, 목라근자 장군은 직접 보병들을 지휘하여 시간을 더 끌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예! 장군."

두 싸울아비 영웅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경공으로 달려나갔다. 비월은 남은 싸울아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머지 분들은 제가 지휘하겠사옵니다. 우리는 적의 취약부를 타격하여 시간을 벌 것이옵니다."

"예! 장군!"

싸울아비들의 몸이 일제히 검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

게노세르크의 수인 군대는 모든 병종이 '특화 병종'이라는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 물론 모든 특화 병종들이 타국의 일반 병종들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인구수와 번식력을 바탕으로 한 병사의 수에서 강점을 보였으며, 특화 병종이 다양한 만큼 평지, 산, 바다, 하늘, 도시 등 그 어떤 전장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틸성이 우수했다. 게노세르크가 카사르나 가이아같은 군사 강국에 비견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컸다.

백제와의 전투에서도 그러한 장점은 십분 발휘되고 있었다. 백제의 약점으로 손꼽히고 있는 기병 병종, 마인병들이 날뛰고 있었으며 기병들을 피해 복잡한 도시 안으로 들어가도 움직임이 재빠르고 날렵한 묘인병들이 활약했다.

게다가 백제군은 퇴각전을 해야 했기에 피해가 점점 늘어나며 수세에 몰리는 듯 했다.

"우끼끼끼끼!"

"죽여! 죽여!"

"인간 사냥! 재밌다! 끼끼끼!"

한편 게노세르크의 후방에서는 전방의 활약으로 여유가 있었다. 원숭이 인간들로 이루어진 원인병들이 후방에서 화살을 쏘고 있었고, 염소 인간인 산양족들이 돌아다니며 주술이나 치료 마법을 걸고 다녔다. 치열한 전방과는 달리 나름대로 평화로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위로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응?"

"끼끼?"

이상함을 느낀 그들이 뒤를 돌아보자 성벽에 거미처럼 붙어 있던 싸울아비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키익! 인간이다!"

"우끼끼! 조심해라!"

적진 한복판에 검을 휘두르며 등장한 싸울아비들이 일제히 전투를 시작했다.

번쩍거리는 은빛 검격이 난무하며 수인들이 픽픽 쓰러져갔다. 원거리 공격수나 비 전투 요원들이 많은 후방 진형에 검의 달인인 싸울아비들의 급습은 재앙 그 자체였다. 순식간에 바닥이 수인들의 피로 흥건해졌다.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살려줘!"

"끼익! 끽!"

공포에 질려버린 후방 수인들은 대항할 생각도 못하는 듯 급히 도망치기에 바빴고, 서로 부딪치고 엉켜 넘어지며 진형이 엉망이 되었다. 앞서나간 보병들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소수일 뿐이었다. 싸울아비들은 검은 제복에 피칠겁을 할 만큼 쉴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이 정도 피해면 충분해.'

비월이 숨을 헐떡이며 검을 갈무리했다. 궁병의 역할을 하는 원인들을 크게 줄였으니 앞으로의 수성이 조금 더 수월해질 터였다.

"그만 퇴각을……!"

"퇴가악? 이 난리를 피워놓고 어딜 가나?"

성문 방향에서 거대한 체구의 수인이 발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자는…!"

비월의 옆에 선 싸울아비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군지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저자가 바로!"

콰앙!

난데없이 싸울아비의 몸이 뒤로 훅 날아가 벽에 부딪치며 찌그러졌다. 비월이 움찔 놀라며 검을 세웠다.

"내 소개는 내 입으로 하지. 이 몸이 바로 산군(山君), 말렉이시다."

게노세르크의 플레이어이자 최강의 무인, 말렉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주먹을 허공에 뻗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음.'

비월이 눈을 가늘게 떴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방금은 손이 닿지도 않았음에도 타격이 이루어 진 것 같았다.

말렉이 주먹을 거두어 들이며 수인들의 시체가 널려있는 주위를 눈으로 훑었다.

"잘도 난리를 쳤군. 네 년이 비월이냐?"

"……그러하옵니다."

"크흐흐! 뭐야, 무인이 아니라 연예인이라도 되나? 엄청 예쁘잖아! 처음으로 선광 그 새끼가 부러워 지는구만."

그가 '웃차' 하는 소리를 내며 무릎을 굽혔다.

"하지만 여기선 잠시 외모 평가는 내려두고, 가뿐하게 즐겨 보자고!"

후우웅! 도약한 그의 몸이 마치 순간 이동처럼 비월의 앞으로 날아왔다. 당황한 얼굴의 비월을 바라보며 말렉이 장난스럽게 '어흥!'하는 소리를 냈다.

촤아아아악!

맹수의 발톱이 그녀가 있던 자리의 대기에 상처를 내었다. 비월은 잔상을 남기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고, 주위에 있던 싸울아비들이 일제히 경공을 시전하여 말렉에게 덤벼들었다.

"크하하하하! 와라! 와!"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말렉의 몸은 '탄력' 이라는 단어 그 자체처럼 보였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격을, 상체를 90도로 꺾어서 피해내더니 다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허공의 싸울아비 두 명을 순식간에 손바닥으로 후려 갈겨 땅에 처박았다. 동시에 바닥에 한 손을 짚고 몸을 거꾸로 빙글 회전시키며 발을 움직였다.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또 몇 명의 싸울아비가 나가떨어졌다.

'가, 강하다…!'

바닥을 짚은 말렉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가더니 그의 몸이 원래의 정방향으로 돌아와 허공에 떠 있는 싸울아비를 주먹으로 내리찍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촤아아아악!

'응?'

싸울아비들을 처치하고 말렉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그의 어깨에 검상이 생기며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말렉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철컥! 발검 자세의 비월이 검을 집어 넣는 모습이 보였다.

"재밌군!"

말렉이 씩 웃으며 제자리에서 정권 자세를 잡았다. 왼손은 얼굴 앞에 둔 채 매의 발톱처럼 구부리고, 오른손은 뒤로 뻗어 주먹을 쥐었다.

"그럼 이 몸도 비슷한 걸로 화답해주지!"

우득! 우드득!

말렉의 팔 근육이 액체처럼 꿈틀거리면서 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동시에 그의 오른 주먹에 마력이 타원의 형상으로 일렁거렸다.

"……위험해요!"

비월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앞서 달려나가는 싸울아비들을 말렸다. 그러나 이미 말렉의 오른 주먹은 움직이고 있었다.

"한 발짜리."

투콰아아아악!

말렉의 정권이 내질러지는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정면으로 방사되었다. 범위 안에 들어온 싸울아비들의 몸이 피할 새도 없이 찢겨나갔다. 그리고 충격파는 바닥에 상처를 내며 계속 전진해 비월에게까지 향했다.

그녀가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 싸울아비류 검법 오의, 묵뢰(墨雷).

퍼어어어어어엉!

검을 내려치고, 그녀는 붕 떠오르는 부유감과 함께 풍경이 빠르게 바뀌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의 몸은 검을 내려친 자세 그대로 하늘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영지의 성벽 쪽에서 수 백 미터는 떨어진 지점이었다.

'분명 제대로 베었을 터인데…'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충격파가 반으로 갈린 영향인지 그녀의 좌우편 주거지들이 충격파에 휩쓸려 박살 나 있었다.

"쩝, 이걸 막은 거야?"

말렉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주먹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는 예열하듯 오른 팔을 위아래로 탈탈 털었다. 꿈틀거리던 팔 근육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좋아! 좋아! 비월이라, 크하하하하!"

기품이 넘치던 그녀의 얼굴이 자신의 발 앞에서 엉망으로 무너진 채 헐떡거리는 모습을 떠올려보니 절로 흥이났다. 이번 백제전은 여러모로 재미있을 듯 했다.

"그럼 쫓아가 볼……"

"폐하! 폐하!"

게노세르크에서 군사를 맡고 있는 여우 수인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폭시."

"큰일 났습니다! 포식자들이……!"

"쯧, 또 터졌군."

말렉이 혀를 차며 그에게 안내하라는 듯 턱짓을 해 보였다.

그를 따라 간 곳에는 포식자들, 즉 육식 동물들이 우인병들과 묘인병들을 물어 뜯거나 잡아 먹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인으로서의 모습이 사라진 완전한 동물의 모습. '야생화'상태였다.

"그만둬라! 쓰레기 새끼들! 백제 놈들은 안 잡고 아군끼리 뭐 하는 짓이냐!"

말렉이 외쳤다.

그러나 포식자들은 그의 말을 듣지도 못하는 듯 사냥감을 사냥하는 데 열중했다. 늑대 수인이 막 새로운 우인병의 목을 물어뜯는 모습이 보였다.

"아오, 번거로운 새끼들."

말렉이 달려들어 늑대 수인의 몸을 낚아 챈 다음, 힘을 실어 바닥에 패대기 쳤다. '깨갱깽!' 거의 야생동물이나 다름없는 울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말렉이 포효를 내질렀다.

"그?만!"

최고의 먹이사슬에 위치한 호인족의 우렁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 울부짖음이 사자후 같은 기세로 영지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제서야 포식자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빌어먹을. 왠지 말썽 없이 잘 넘어가고 있다 싶더니 결국 여기서 터지는구만.'

이것이 바로 게노세르크의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었다. 수인 군대라는 강력한 군사력이 있지만, 수인들이 종종 '야생화' 상태가 되어 아군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었다.

게노세르크의 영토에 사는 수인들은 하나같이 인간보다는 야생에 더 가까운 자들이었다. 평상시에는 본능을 억제하며 이성이 있는 수인으로 지내지만, 전쟁터에서 피 맛, 고기 맛을 보게 되면 흥분하여 '야생화'상태로 돌아가버린다. 이렇게 되면 힘으로 억누르는 것 외에는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그 야생화를 막는 방법이 바로 지휘관 창의 '연구'였다. 각 시대 마다 '야생화'의 폭주를 억제하는 연구 및 다양한 훈련을 진행해야 비로소 견인병, 우인병같은 게노세르크의 특화 병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물론 상위 먹이사슬의 개체들일수록 시대가 발전해야 연구가 가능해진다. 지금 말렉이 연구를 끝낸 것도 견인, 묘인과 같은 '기원 시대'의 수인에서부터, 개척시대로 진입하면서 조인, 사인 등의 수인들의 연구를 끝냈다. 하지만 아직 가장 강력한 포식자의 육식 동물들은 문화 시대에 연구가 가능했다.

포식자들은 게노세르크에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전력이었지만, 전쟁중에는 언제 '야생화'로 인한 폭주가 일어날 지 모르는 폭탄과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게노세르크 플레이어의 고충이기도 했다.

말렉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봐, 폭시. 백제군은?"

"혼란을 틈타 모두 도망쳤습니다."

"쯧."

말렉이 홧김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늑대 수인의 몸을 발로 찼다. 야생화가 풀렸는지 이번엔 '커헉!' 하는 사람의 말 비스무리한 게 튀어 나왔다.

"어쩔 수 없지. 추적은 그만둔다. 또 난리 나기 전에 뒤처리나 잘하고, 그리고 오늘은 포식자들과 일반 수인들을 따로 격리시켜."

"예! 폐하."

말렉은 등을 돌려 걸어가다가 따끔함을 느끼고 시선을 움직였다. 아까 비월에게 베인 상처였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끔 이런 저런 귀찮은 문제도 있긴 했지만,

즐거웠다! 역시 이 세계에 온 것은 정답이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구나. 으흐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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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말렉

소속 : 게노세르크 왕실

직위 : 산군

종족 : 수인 (호인족)

무력등급 : (A)*

통솔등급 : (D)

지략등급 : (F)

정치등급 : (F)

A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산군의 발경(發勁)

생사를 걸고 내지르는 일격. 단 일격에 모든 것을 거는 말렉의 격투술이 이능의 힘으로 발현했습니다. 그 원리는 정권에 마력을 실어 보내 멀리 떨어진 적을 타격하는 기술에 불과하지만, 말렉의 발경은 산을 무너뜨릴 위력을 발합니다. 발사하려는 마력을 축적하여 2단, 3단으로 중복시킬 수 있지만, 사용 후의 리스크는 배로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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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첫 A급이네요. 순수한 무력만으로는 스물두명 중 최강의 플레이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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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윤 / 저도 잘 나와서 만족스럽네요 감사합니닷!

로리콤MK / 훌륭한 마인드다. (척)

Xedrions / 추천 언제나 감사해용

Speedwagon / 로리 소환...?;

ads123 / 분석이 예리하시군요

무꾸914 / 각개격파 전략이니까요..?!

SW스윈 / 세레스티나요! 주인공이 관건이지요

ppk12 / 드�r : 들어올�� 마음대로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빛과하늘 / 넵, 감사합니다 ^^

블러디레이븐 / 감사감사!

푸른물결2 / 다들 혁명단을 키로 보고 계시더군요

윌리엄스 / 아, 문피아에도 있던가요? 아무튼 감사해욧!

간G마하트마 / 이 작품 쓴다고 관련 판타지 국가전 게임은 다 해봐서 이것저것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예요. 고대의 영웅? 음, 요건 아직은 예정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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