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하임 공성전 -->
4일차 언더하임 공성전이 재개되었다.
알브헤임에서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지난 3일동안 겪었던 것과는 기세도 화력도 달랐다.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알브헤임군의 맹공이 퍼부어지고 있었다.
"저 놈들이 또 왔군!"
"방패를 들어라! 방호벽 뒤로 숨어라!"
어비스 병사들이 바짝 긴장했다.
풀과 나뭇잎을 덕지덕지 붙은 긴 옷을 걸치고 얼굴에도 위장을 한 병사들, 어비스군의 공포의 대상이 된 저들이 바로 개척 시대 특화 병종인 '알브헤임 포쳐'였다. 헌터들이 장거리에서 화살을 곡사로 쏜다면, 그들은 헌터들보다 더 성벽 가까이 다가왔다. 어비스 측 궁병들의 화살 범위에 들어오자 어비스 측에서 먼저 공격을 시작했고, 포쳐 몇몇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그러나 곧바로 포쳐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짧은 숏보우를 들고 성벽의 궁병들을 겨냥한 채 화살을 직사로 날렸다. 화살이 적에게 박히거나 방호벽에 막히는 순간, 바로 그 다음 화살이 날아왔다. 그 연사 속도를 한 부대가 유지하니 실로 쉴 틈 없이 빗발치는 화살비가 완성되었다. 궁병들은 활을 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벽 뒤에 몸을 숨겨야 했다. 포쳐들은 아예 벽을 무너뜨릴 기세로 화살을 계속 날려댔다. 실제로 덧댄 철판을 뚫고 구멍이 나면서 방호벽이 곳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입니다."
플로라가 신호를 보냈다. 어비스군의 원거리 화력이 무력화 된 지금, 거대한 나무 정령인 '숲의 수호자'들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언더하임 성벽에 몸을 들이받았다. 쿠웅! 쿠쿠쿵! 요새를 진동케 하는 충돌음이 울렸다. 일부 성벽은 윗부분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이 수호자의 몸을 밟고 그대로 성벽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황할 것 없다."
언제나처럼 티아가 빠르게 대책을 내놓았다.
"수호자 몸체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여라. 저들을 성벽에서 떨어지게 하거라."
터업.
바로 그때, 수호자의 몸체를 밟고 가장 먼저 성벽 위로 날아오르는 한 명의 엘프가 있었다.
"역시 그쪽 언니는 까다롭네. 밑에서 보고 있으려니 화딱지 나더라구!"
"…음?"
두 갈래의 오렌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티아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엘프 소녀, 바로 린이었다. 그녀는 화살을 메기지 않고 바로 활시위를 잡아당겼는데 절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만들어졌다.
"죽어."
슈우우우웅! 마력 화살이 노란색의 빛의 꼬리를 이끌고 쏜살같이 날아갔다. 티아가 벽을 짚으며 옆으로 뛰쳐나가려는데.
태앵!
붉은빛의 섬광이 일직선으로 날아와 중간에 화살을 튕겨냈다.
"어라라?"
"음?"
린과 티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쓸모 없는 거유 같으니, 빨리 도망치기나 해."
어비스군의 에이스인 유니벨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성벽에 사뿐하게 착지한 린이 방긋 웃어 보였다.
"까르륵! 나왔다! 빨간 머리 꼬마!"
"…뭐? 하, 시발. 지금 누가 누구더러 꼬마라는 거야? 어이가 가출하네."
유니벨이 양 손을 펼치자 손가락 사이로 분필처럼 생긴 원통형의 탄환이 나타났다.
"버릇을 고쳐주지."
"꺄르르륵! 저번엔 르네 언니에게 당한 주제에 말은 잘해요."
"닥쳐!"
유니벨이 두 팔을 휘두르자 한 번에 8개의 붉은 탄환이 린의 좌우에서 날아들었다.
콰콰콰콰콰쾅!
개화하는 장미 같은 붉은 폭발의 위로, 린이 허공에 뒤집어진 채 활을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든 활은 크기가 숏보우보다 작아서 마치 장난감 활을 연상케 했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그러나 연사 속도는 가공할만했다. 화살을 꺼내 활 시위에 매기는 동작이 생략되었고, 활 시기를 튕기기만 하면 화살이 날아갔다. 마치 기관총과 같은 연사 속도에 유니벨이 뒤쪽으로 스탭을 밟으며 빠졌다. 그녀가 가는 곳 마다 화살들이 우수수수 박혔다.
"쳇, 이게!"
유니벨이 자신의 몸 뒤로 폭탄 두어 개를 던지며 도약 자세를 취했다. 퍼엉! 폭탄의 위력까지 더해져, 그녀의 몸이 일직선으로 대포알처럼 날아갔다. 두 팔은 교차하여 새로운 탄환을 만들어냈다. 막 바닥에 내려온 린이 바로 정면에 있었다.
"꺄아아! 무서워라!"
교차된 팔이 펼쳐지며 폭탄들이 8갈래로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린이 뒤로 물러나며 새로운 화살을 소환했다.
- 수호의 화살.
날아가던 화살의 몸체가 마력으로 분해되어 널찍한 원의 형상으로 바뀌었고, 거기에 유니벨이 탄환이 박혀 폭발했다. 콰콰쾅! 폭발의 화력으로 마력 방패가 찢어지며 린이 뒤쪽으로 대굴대굴 굴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앙! 아파아아!"
"쯧."
부츠를 바닥에 긁으며 착지한 유니벨이 린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린이 깜짝 놀라며 쓰러진 채로 발버둥 치듯 뒤로 물러났다. 유니벨이 이 엘프 꼬마의 버릇을 어떻게 고쳐줄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슈콰악!
멀리서 한 줄기 섬광이 들이닥쳤다. 유니벨은 다급히 탄환을 꺼내 손에 쥐었다.
카가가가가각!
단숨에 화살이 유니벨의 이마 앞까지 도달했다. 유니벨은 탄환을 두 손으로 쥐는 자세로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텼다. 탄환에 금이 쩌저적 가기 시작했다.
'�!
마지막 순간, 유니벨은 손에 쥔 탄환을 스윙하듯 밀어 올려 화살의 방향을 틀었다. 콰아아앙! 탄환이 폭발하며 그녀가 바닥을 대굴대굴 굴렀다. 정말 한 끝 차이였다.
"르네언니이!"
'……왔나?'
유니벨이 재빨리 일어나며 정면을 응시했다. 멀리서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엘프가 활을 겨눈 모습이 보였다. 언니인 르네는 자신의 키만한 대형 활인 롱보우를 사용했다. 르네가 다시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치잇!"
유니벨이 원통형 탄환 하나를 소환해 양 손으로 꾹 쥐고 가슴 위로 들어올렸다. 막대를 딱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하는 순간 화살이 날아와 닿았다. 관통은 피했으나 뒤이은 충격파로 유니벨이 다시 바닥에 쓰러져 굴렀다.
"야호오! 르네 언니 화이팅!"
'…저 저격은 진짜 더럽게 까다롭다니깐.'
아직도 드러그팜에서 르네의 화살에 맞아 부상당한 어깨가 쑤셨다. 르네가 다시 화살을 꺼내 활 시위에 매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면!'
몸을 일으킨 유니벨이 지그재그로 달려나갔다. 움직이는 방향은 동생인 린 쪽으로, 그러나 시선은 언니인 르네를 향해 있었다.
슈콰악!
대기를 가르며 한 점의 화살이 날아왔다. 유니벨은 타격점을 예측하고 고개를 꺾었다. 빨간 머리카락 몇 자락이 잘리며 화살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통과해 지나갔다.
'됐다!'
"헤? 인간 주제에 제법이잖아?"
린이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도약해 마력 화살을 소환했다.
- 굴절의 화살.
수 개의 화살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몸체가 분해되어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울 형상의 마력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뒤이어 날아온 르네의 화살이 거울 향상으로 쏙 들어가더니 방향을 바꿔 그곳에서 다시 발사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빠르게 다른 거울 형상을 오가길 반복하니 유니벨은 화살의 움직임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급히 폭탄을 흩뿌려 연막을 만들고 옆으로 뛰었다.
후우우우웅!
어느새 유니벨의 그녀의 바로 앞까지 르네의 화살이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으며 몸을 비틀었다. 아슬아슬하게 허리 쪽으로 화살이 지나가며 핏물이 터져 나왔다. 밀려오는 고통에 유니벨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딜 도망가?"
유니벨의 위로 뛰어오른 린이 기관총 같은 화살을 연사 했다. 유니벨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다시 회피를 위해 몸을 움직였다.
쉴 틈 없이 화살을 피하며 이제야 정신을 차릴 만 한가 싶더니 다시 사각으로 르네의 저격 화살이 날아왔다. 정말 숨쉴 틈도 없는 연계였다.
유니벨이 허리를 숙여 피해냈으나, 이번엔 그녀의 반대편으로 린의 모습이 나타났다.
"야압!"
그녀는 공격을 하는 대신 '굴절의 화살'을 만들어 냈다. 유니벨이 움찔 놀라며 시선을 움직였다. 이미 굴절 효과를 타고 움직이던 르네의 화살이 마지막으로 린이 방금 만든 거울 향상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정면!'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유니벨이 원통형 탄환을 소환해 들어올렸다. 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자신의 마력 화살을 거울 형상 앞으로 쐈다.
- 강화의 화살.
새로운 파란색 막이 거울 형상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르네의 화살이 거울에서 쏘아져 나와 강화의 마력진을 통과했다. 화살에 화려한 파란빛 마력이 섞였다.
카아아아아아앙!
화살과 유니벨이 충돌하는 순간 대기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났다. 꾸웅! 뒤로 밀려난 그녀의 몸이 성벽을 벗어나 주거지 쪽으로 날아갔다.
"휘유?."
린이 손으로 햇빛을 가리는 제스쳐를 취하며 유니벨이 날아간 곳을 쳐다보았다. 콰콰쾅! 건물이 박살이 나며 먼지가 뿌옇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르네 언니! 저 인간 살아있을까?"
"끝끝내 마지막까지 막아냈어. 살아있을 거야."
르네가 린의 옆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그녀들은 둘이면서 하나.
두 사람의 무력등급은 각각 C+급 수준이지만, 함께 싸울 때는 시너지 효과로 B+급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진 알브헤임의 쌍둥이 엘프. 이들이 바로 린, 르네 자매였다.
"그럼 린이 가서 끝내고 올까?"
"그만 두렴, 린. 성벽 밑으로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하단다."
"…치, 알았어."
"그리고 우리의 원래 목표는 아직 그대로 있잖니?"
르네가 멀리 떨어진 정면에 있는 티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맞아! 페어리 퀸!"
"일족의 학살자."
"미천한 자들의 볼품없는 여왕!"
"얼른 목을 베어서 폐하께 바치자꾸나."
"응! 르네 언니!"
두 사람이 성큼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영웅들의 일기토에 끼어들지 못하던 병사들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티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방패를 들었다.
"비켜, 미천한 것들!"
두 사람이 크고 작은 서로의 활을 겨누고 다가오자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티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쐐애애애애액!
그때 두 자매의 옆으로 붉은 탄환이 꿈틀거리며 날아왔다.
"어어?"
꽈꽈꽝!
그녀들이 '꺅!' 하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무너진 주거지에서 유니벨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채 손을 들어올린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안 끝났어, 이 시발 새끼들아!"
"으아아, 저 꼬마 인간 무셔!"
린이 르네에게 안기며 중얼거렸다. 언니인 르네는 침착하게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티아가 있는 정면뿐만 아니라 후방에서도 어비스 병사들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린, 물러나자꾸나."
"에엑, 정말? 기껏 성벽까지 올라왔는데?"
"이대로는 포위당해."
"우으으! 우리가 이렇게 날뛰고 있는데 다른 병사들은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서포트 해줘야 할 거 아냐!"
그녀가 볼을 부풀리며 화를 냈다.
"하여간 미천한 인간들로 보병을 꾸리니까 아무것도 안 된다니까안!"
이미 그녀들이 올라타고 온 숲의 수호자들은 몸에 불이 붙어서 성벽에서 떨어져 도망가는 중이었다. 병사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영웅들이 날뛰어 봐야 큰 의미가 없었다.
"쳇. 다들 운 좋은 줄 알아! 다음에 만나면 확실히 죽여줄게. 페어리 퀸, 빨간 머리 꼬마. 전부!"
"가자, 린."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이 깜짝 놀라 성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 중력의 화살.
린이 발 밑으로 마력 화살을 쏘아 보내 감속 능력이 있는 마력진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통과한 자매는 충격 없이 가뿐히 착지했다. 린이 병사들에게 혀를 삐쭉 내밀며 '베에에?' 하는 약 올리는 소리를 냈다.
"린. 화살이 날아오기 전에 얼른 가자꾸나."
"메롱! 쏠 테면 쏴보라지! 흥!"
그렇게 말하면서 언니보다 먼저 도망치고 있는 린이었다.
========== 작품 후기 ==========
다섯개단풍 / ㅋㅋㅋ 로드가 제일 먼저 혁명단을 택한 이유가 있죠
학교만12년째 / 조건이 살짝 까다롭긴 하지만 끝판왕 수준의 위력이죠
dbejks / ㄷㄷ 대륙의 평판이나 명성을 신경쓰지 않는 폭군이라면 가능할지도?
ads123 / 프랑스의 루이가 한 말이었던가요? 아마
아프게했어 / 세나가 또...!
칼레이어드 / 간단 요약이네요 ㅋㅋㅋ
로리콤MK / 루디 ㅠㅠ 버린거 아냐 ㅠㅠ
Speedwagon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빛과하늘 / 돌은 맞겠지만 짱돌을 맞겠다고는 안했다! (응?)
Digimon0002 / Yeeh! 연참!
Mr윤 / 소녀이고 싶은 200대 엘프 ;ㅅ;
@무꾸914 / 혁명단 자체는 '특화 병종'이구요. 혁명의 바람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의 개념입니다! 특화 병종하고는 달라용
@ㅇㅈㅂㅇㅂ / 알란드에요! ㅋㅋㅋ 사실 로드가 그냥 언더하임이랑 미래를 포기하고 확 먹을수도 있었죠
@...(-1)... / 대신 돈이 많이 듭니다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