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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동맹의 야영지가 완성된 후, 지체 없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게노세르크의 1만 3천 병력.
오펙투스의 3천 병력.
백제의 2천 병력.
콜린이 짠 계획의 큰 틀대로, 게노세르크는 인간만으로 이루어진 군대 4천을 남겨두고 9천의 수인 병력을 전부 전략방위성 공략에 투입시켰다.
나머지 오펙투스군, 백제군, 말렉이 남긴 병력을 합친 9천의 연합군은 본성 플랫랜치를 공격하기로 했다.
“전군! 정렬!”
오펙투스와 백제를 상징하는 깃발들이 바람결에 휘날렸다. 요새 앞에 도열한 병사들이 절도 있게 좌우로 갈라지며, 각 군을 대표하는 두 지휘관이 최전방으로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성벽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같이 싸우는 건 처음이군요. 선광님.”
콜린이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고, 선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끝이 었다. 대화가 끊어져 버리자 어색함을 느낀 콜린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성벽 위의 병력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는군요.”
“…….”
이번에도 선광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의욕이 없어 보이는군. 썩 내키는 전투는 아니겠지.’
선광의 입장에선 남의 전투에 끌려온 격이었고, 상대 또한 전 동맹국들이었으니 조금 거리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남의 사정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콜린이 다시 성벽 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성벽을 지키는 병력의 수가 적어 보였다. 최선을 다해 방비하는 느낌이 아니라고나 할까. 일부러 공성 초반이라 체력 안배차원에서 수비병을 적게 쓰는 건지, 아니면 전략방위성에 병력을 많이 투입시켜 원래부터 이곳 병력이 적은건지, 여기서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매복을 위해 따로 병력을 빼둔 건 아닐 텐데…….’
콜린은 공성전을 하기 전에 모든 매복 포인트를 샅샅이 조사했다. 숨어 있는 병력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했다.
‘일단 공성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겠어.’
콜린이 팔을 뻗으며 말했다.
“시작하라.”
뿌우우우우! 출진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기수들이 깃발을 휘둘렀다. 그들은 플랫랜치의 4개 성문 중에서 남문과 동문을 한꺼번에 공략할 계획이었다. 병력들이 이 두 곳의 성문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적습이다!”
“움직여! 움직여!”
성벽위의 병사들 또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비병들 중에서는 드워프들도 있었고 특화병종인 캐논슈터도 드문드문 보였다. 성벽 곳곳에는 드워프들이 설치한 방어 구조물들이 보였다. 어비스의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것으로 콜린은 알란드가 내려왔다는 사실은 확실히 확인 수 있었다.
‘나름대로 개조했군. 하지만 병력의 차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다.’
성문을 두들기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공성측, 그리고 성벽 아래로 화살과 포탄을 쏟아 부으며 사다리를 올라오는 병사들을 저지하는 수성측. 전형적인 공성전의 양상이었으나 콜린은 아직 ‘치열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콜린의 초조함은 서서히 커져만 갔다.
‘…이상하군.’
로드의 전략은 우수하다고 평가하기 이전에,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만약 저 수성병력이 정말로 플랫랜치의 전부이고, 뒤꽁무니로 다른 수법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미 한 번 로드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는 콜린은 불안감을 느꼈다.
“부관.”
콜린이 등을 돌려 대기하고 있던 그의 영웅들을 바라보았다.
“예, 폐하!”
“마법사들을 전장에 투입시키고, 남문을 공략하는 백제에도 연락해 싸울아비를 준비하라고 전하라.”
“바, 바로 전력으로 가는 겁니까? 원래 계획은 게노세르크가 합류하는 때에 총공세를 펼치는 게 아닌지…….”
“지금 당장 총공세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강하게 공격하면 저들이 어찌할지 반응을 보고 싶다.”
“아, 알겠습니다!”
부관이 떠나고 콜린은 또 다른 부관에게 후방의 병사들을 움직여 이 근방을 다시 한 번 더 샅샅이 뒤져보라고 했다.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겁니까? 로드.’
자신의 대비는 완벽할 터였다. 변수가 일어날 상황은 모조리 없앴다. 그런데도 찝찝한 뒷맛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
전방에서 피 튀기는 공성이 이어지는 한편, 후방의 야영지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어떤 병사들은 목책을 만들고 울타리를 세우고 있었으며 또 어떤 병사들은 잡담을 주고받으며 무기를 손질하는 중이었다. 지금 후방에서 쉬고 있는 병사들은 바로 다음날 공성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총전력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야영지에 남아 체력을 비축하는 병사들의 수는 꽤 많았다.
“아이고오, 허리야.”
나이 지긋한 취사병이 수프가 든 커다란 냄비를 땅에 내려놓으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도움을 줄만한 사람은 없었다. 어떤 멍청한 놈이 그랬는지 조리실에서 수프를 끓여놓고 그대로 도망쳐버리는 바람에 그 혼자서 무거운 냄비를 배식장소까지 옮기는 수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짓거리도 나이가 드니 못할…… 으응?”
취사병이 눈을 끔뻑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연기를 휘날리는, 시커먼 무언가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저게 뭣이여?”
힘들어서 헛것이라도 보이는 것일까, 그가 옷소매로 눈을 한번 비빈다음, 다시 눈을 크게 떠 보았다. 그 검은 구체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더니 뒤쪽 천막에 부딪쳤다.
퍼어엉!
“뭐, 뭐, 뭐야!”
깜짝 놀란 그가 물러나면서 수프 냄비를 쏟았다. 다른 병사들도 폭음을 듣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무슨 소리야?”
“적습인가?”
병사들이 달려와 보니 무너진 천막 위로 이질적인 검은색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하나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검정 불꽃?”
“이 무슨 해괴한…….”
병사들은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도 모르는 사이, 주위에 희미한 안개 같은 것이 껴있었다. 왠지 모를 스산한 분위기가 야영지에 감돌고 있는 가운데.
“꺄하하!”
“꺄르르!”
마치 환청처럼, 으스스한 여성의 웃음소리 같은 것이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병사들이 움찔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꺄륵! 꺄륵!
“호호호호호!”
조금씩 그 목소리가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소리가 난 방향은 야영지의 뒤편에 위치한 숲 쪽이었다.
“저, 저자들은!”
곧이어 목소리의 정체가 드러났다.
숲속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무리의 여성들, 챙이 넓고 끝이 구부러진 모자를 쓰고, 어두운 단색 망토를 걸쳤으며 손에는 하나같이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녀들을 본 병사들의 표정이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마, 마녀……!”
“켈타인의 마녀들이다아아!”
일반 평민들의 머릿속에 뿌리깊이 들어있는 전설, 신화, 민담. 그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위험한 존재들이 바로 마녀였다. 에덴의 대륙인이라면 누구나 마녀의 저주를 받아 좀비가 된 아이의 일화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마녀와 흑마법은 사람들에게 미지의 공포였다.
마녀들이 꺄르르 웃으며 빗자루 끝을 진형을 향해 겨누었다.
- 데스볼트.
퍼버버버버벙!
수백 개의 검은 불꽃들이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흑마법이다!”
“피, 피해!”
꽈꽈꽈꽈꽝! 야영지 사방에서 무차별적인 검은 폭격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갑작스런 기습에 병사들은 대처를 못하고 쓰러져 나갔다. 천막에 붙은 검은 불꽃은 다른 천막에 빠르게 옮겨 붙으며 몸집을 불려갔다. 검은 불길의 벽이 야영지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켈타인이 어째서 이곳에……!’
후방 진형을 총괄하는 장군 또한 천막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검은 불꽃에 병사들이 타죽는 모습은 더없이 끔찍했다. 마녀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 오락거리라도 되는 마냥 깔깔거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채앵! 장군이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집결하라! 저들의 수는 몇 백 되지도 않는다!”
장군이 솔선수범하자 휘하 부관들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통제했다. 최전방 쪽에 학살당하는 병사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 후방쪽은 지휘관을 중심으로 어떻게든 뭉치고 있었다. 반격의 준비를 마치자 장군이 다시 외쳤다.
“흑마법 따위 원소 마법의 아류일 뿐, 두려워 할 필요 없다! 전군은 나를 따르라!”
“와아아아아!”
수천의 병사들이 마녀들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야영지에 흑마법을 떨어뜨리고 있던 마녀들이 달려드는 병사들 쪽으로 타겟을 바꾸었다.
“방패를 앞세워 막아라!”
“조금만 더!”
“발을 쉬지 마라!”
꽈앙! 꽝!
정신없이 떨어지는 검은 폭격에도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흑마법에 맞으면 온 몸에 핏기가 사라진 채 죽음을 맞이하며 언데드로 부활한다고들 알려져 있었지만, 소문과는 달랐다. 게다가 손에 든 방패로도 충분히 흑마법을 막을 수 있었다. 미지의 힘에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걷혀가며 병사들의 눈에 희망이 엿보였다.
한편 병사들이 진형을 갖추어 접근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녀들은 별로 위기의식이 없어 보였다.
“서부 남자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없어.”
마녀 부대의 가장 앞에 서있는, 켈타인의 에이스 영웅인 루나가 요염하게 손가락을 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주위에 있던 마녀들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맞아요, 언니! 어우우, 저 울퉁불퉁한 근육 좀 봐! 토 나올 것 같아!”
“자고로 남자는 순종적이고 가정적이여야 제 맛이지!”
“기지배, 보수적인 것 좀 봐! 남자는 역시 병약 안경남이 최고!”
그녀들은 전쟁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여유롭게 남자 품평회를 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움직인 건 병사들이 바로 코앞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자, 아가들? 수다는 여기까지. 못생긴 남자들에게 철퇴를 내려주자꾸나.”
“네! 루나 언니!”
마녀들이 마법 폭격을 멈추었다.
“지금이 기회다!”
“쳐라!”
흑마법이 날아오지 않자 병사들이 일제히 방패를 내리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병사들을 진두지휘하는 장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벌써 마력이 다 떨어지지는 않았을 터,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것인가…!
그녀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던 장군의 표정이 이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어어?”
“저게 무슨……!”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경악했다. 빗자루에 올라탄 마녀들이 일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비, 비행병종!”
어느새 그들보다 한 참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된 마녀들이 여유롭게 병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닭 �i던 개 신세가 된 병사들이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
루나가 손짓했다.
“노래하자꾸나.”
퍼버버버버버벙! 공중에 떠오른 마녀들이 데스볼트를 지상으로 내리꽂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켈타인의 특화 병종, ‘켈타인 위치’. 기원 시대 때는 평범한 마법병종이지만 개척시대의 특별한 빗자루 연구를 완료하면, 카오스월드 전체에서도 상당히 희귀한 ‘비행 마법병종’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꽈꽝! 콰콰콰콰쾅!
“도, 도망쳐!”
“저건 못 이긴다! 후퇴하라!”
마녀들은 유유히 상공을 날아다니며 도망치는 인간들을 사냥했다. 연합군의 병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리는 것뿐이었다.
하늘을 나는 마녀들을 공격할 수 있는 병사들은 거의 없었다.
공성전에서는 일반 보병보다 궁병이 더 효율이 좋다. 보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궁병들은 선 자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궁병들, 그리고 마법사들은 거의 전원이 공성전에 차출되었고, 후방에 남아있는 것은 일반 보병들뿐이었다. 몇몇 활을 쏠 수 있는 자들도 있었으나 그들의 작은 반격은 마녀들 무자비한 포격 아래에서는 무의미한 발버둥이나 다름없었다.
“후후후.”
빗자루를 타고 적병이 불꽃에 타 죽는 모습을 바라보며, 루나가 입술을 달싹였다.
“모든 것은 치엘로님의 계획대로.”
========== 작품 후기 ==========
켈타인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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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 키메라는 역시 반인 반수의 괴물 아니겠습니까아아
학교만12년째 / 오오, 빠른 캐치!
Xedrions / 다음편도 기대해 주시길!
로리콤MK / 멜로디가 워프게이트를 순순히 타줄까용?
샤마신 / 저도 힘든 결정이었습니다만, 스토리는 진행되어야 하기에. 흑흑
알테니아 / 비월의 키메라로 눈이 다섯개 달린 괴물로 만들... 면 제가 목숨의 위협을 받을것 같네요 아닙니다
로아리아 / 당연한 거 아닙니까? 허허!
retty / 비운의 로맨티스트.. 지만 현실은 호구라고도 하죠... ㅠㅠ 제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캐릭텁니다
니알라토텝 / 히익;
빛과하늘 / 인공이는 굴려야 제맛!
SW스윈 / 다음편도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스윈님은 선광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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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말렉의 렉이 그 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ㅂㅇㅂ / 후후! 과연 마지막은 누가!
@火炎無 / 저는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엄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