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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120화 (120/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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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요?”

뇌를 관통하는 듯한 충격에 콜린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쓰러지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근처 나무를 짚으며 멈춰섰다.

‘……어비스군이 어딜 공격하고 있다고?’

강펀치를 코앞에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게노세르크의 수도 발트호른이라면 여기서 한참을 떨어진, 대륙 서부의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 먼 곳까지 갔다고?

‘……워프게이트로군.’

공간의 제약이 없는 켈타인의 워프게이트를 사용하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을 터, 적이 턱밑까지 침입해온 상황에서 그런 과감한 전략을 저지른 다는 것은 정말, 계획의 승산을 따지기 이전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단순히 생각을 해보는 것과 그것을 현실로 옮겨버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됐으니 이쪽도 손 놓고 당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지.”

화면의 말렉이 말했다.

“어비스 놈들의 주력이 발트호른을 공격하고 있다면 이 성을 지키는 병력은 얼마 없다는 소리잖아? 귀찮은 성채는 내버려두고, 바로 본성을 친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말렉님.”

콜린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계획이 꼬인 마당에 이 천방지축 같은 괴물마저 멋대로 날뛰면 곤란했다. 잠시 후에 그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퇴각합시다.”

“…뭐?”

말렉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보는 입장에서는 몹시 공포스러운 얼굴이었다. 금방이라도 흉악한 야수의 머리가 화면을 뚫고 나와 집어 삼킬 것 같았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로드 그 자식이 내 수도를 점령했다면, 나도 놈의 수도를 점령해 되갚아 줘야지.”

“그렇게 단순하게 계산할 문제가 아닙니다.”

콜린이 타이르듯 말했다.

“알브헤임이 어떻게 당했는지 잊으셨습니까? 저들에게는 ‘혁명단’이라는 독특한 특화병종이 있습니다. 어비스는 자기들이 차지한 영토를 타국이 먹지 못하도록, 혁명사상이라는 바이러스를 흠뻑 뿌려 놓습니다. 그 더러운 영토를 점령해봐야, 어비스에서는 언제든지 반란을 부추겨 영토를 수복할 수 있단 말입니다.”

“헹, 그게 뭐가 문제란 거지? 그럼 영지에 있는 영지민들을 싹 다 죽여 버리거나 내�i으면 되겠구만.”

“진정하세요. 말렉님.”

콜린이 손을 올리며 차분하게, 하지만 똑 부러지게 말했다.

“말렉님의 목표는 어비스를 박살내는 것 이전에, 최후의 1국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야 당연하지.”

“영지민들을 학살하면 당장에 어비스를 억제할 수 있을지는 모르죠. 하지만 말렉님과 게노세르크에 대한 대륙의 평판이 급격히 떨어질 겁니다.”

“그깟 평판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 말에 콜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게이머 출신이 아닌 자들과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감각이 없어서야. 하지만 싫은 좋든 콜린은 말렉만 바라보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참을성 있게 설명을 시작했다.

“중요합니다. 말렉님이 영토를 넓히면 넓힐수록, 왕실의 영향력이 크게 닿지 않는 점령지에서부터 저항 세력들이 생길 겁니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반란이 사사건건 말렉님의 발목을 잡겠죠. 대륙민들 전체가 당신이 제왕이 되는 것을 반기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왕이라면 단순히 눈앞에 닥친 상황만 봐서는 안 됩니다.”

말렉이 들어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가 계속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해 보였다.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어비스는 그들이 점령한 영토를 운영할 겁니다. 자금과 물자가 들어온다는 거죠. 반면 말렉님이 혁명단을 견제한답시고 영지민들을 모두 내�i거나 죽이면, 누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대줍니까? 시간이 길어질수록 말라죽는 쪽은 게노세르크입니다.”

콜린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어 말했다.

“로드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을 때부터, 자신의 수도를 비롯한 전 영지를 버릴 각오를 한 겁니다.”

워프게이트를 타고 타국의 수도로 이동해 ‘빈집털이’전략을 사용한다. 이런 발상 자체가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번에 걸친 베타테스트에서도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비용이나 병력운용 쪽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워프게이트로 병력을 타고 넘어갈시 타국의 반격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영토도 빼앗길 각오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비스의 경우 징글징글한 혁명단이있다.

로드가 구사한 전략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수도든 뭐든 빼앗을 테면 빼앗아 보라고. 서로 수도가 넘어가면 어느 쪽이 이득일지 한 번 해보자고. 상대의 검 앞으로 자신의 목을 들이대면서, 자신도 검으로 상대의 목을 겨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대담함이었다. 설명을 들은 말렉이 성을 냈다.

“더럽게 짜증나는 나라구만!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란 거야?”

‘휴우, 간신히 이야기를 듣게 하는데에는 성공했군.’

콜린이 속으로 안도했다. 물론 대처법은 있다.

“수도. 수도만 지켜내면 됩니다. 수도와 왕궁은 왕권의 상징이자, 정통성 그 자체입니다. 수도를 잃으면 영토 내 국민들에 대한 플레이어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죠.”

수도와 왕궁을 빼앗긴 채 몇 달만 지나도 플레이어의 ‘지지율’은 대폭 떨어지게 된다. 국민들은 자기들을 버린 왕에게 서서히 등을 돌리게 되고, 데리고 있던 병사들도 떨어져 나간다. 왕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가며 플레이어로서 누릴 수 있는 지휘관 창 권한의 효과마저 약화된다.

이 시스템은 본래, 카오스월드에서 전세가 기운 플레이어가 멸망 보너스를 넘기지 않기 위해 악의적으로 외진 곳에 틀어박히는, 이른바 ‘이탈 플레이어’에 핸디캡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은 주신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콜린은 이 점을 포인트로 짚어낸 것이었다.

“대륙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켈타인이 적이 된 이상, 우리는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서로 맞수를 두는 건 로드가 바라는 바입니다. 분하시겠지만 당장 본토로 귀환하셔서 빼앗긴 수도를 탈환하십시오. 그리고 혁명군이 수도 내에서 반란을 일으켜도 문제없을 정도로 수도의 방비를 굳게 하는 겁니다.”

“잠깐, 내 수도에도 혁명군이 나타난단 말이냐?”

말렉이 인상을 와락 구기며 물었다.

“당연합니다. 발트호른에 혁명의 씨앗을 뿌려놓아 말렉님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 그게 로드의 노림수겠죠.”

“……하, 더럽게 치졸한 새끼! 힘으로는 못 이기니까 그런 꼼수를 써?”

말렉이 으르렁거렸다. 정말로 야수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저도 화는 납니다만, 그게 어비스라는 나라의 특징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튼, 말렉님은 수도 방비를 완벽히 끝낸 후 남은 병력들로 진군해 어비스의 수도 언더하임을 빼앗으셔야 합니다. 어차피 그들은 단순 군사력으로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 동안 어비스군이 다시 워프게이트를 타고 말렉님의 본토로 넘어간다 한들, 수도만 지켜내면 상관없습니다. 다른 영토는 빼앗겨도 괜찮습니다.”

“……흠.”

“언더하임을 자치하면, 딱 그곳의 영지민들만 밖으로 몰아내거나 처분하십시오. 그렇게 수도를 점령한 채로 로드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면 플레이어의 권능이 약해지며 덩달아 혁명단도 약해져가겠죠. 혁명단도 하나의 특화병종이고, 권능의 보정을 받은 자들이니까요.”

“그렇겠지.”

말렉이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자신의 수도는 굳건히 지키면서, 상대의 수도를 빼앗은 채 버티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켈타인 또한 같은 방법으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좋다.”

그가 고민 없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조금 일이 귀찮아졌지만, 어차피 상대가 안 되는 놈들이었어. 그런 핸디캡을 두는 것도 재미있겠지.”

“알아들으셨다면 우선 퇴각을…….”

“아니.”

말렉이 씩 웃었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면 이 말렉의 체면이 서지 않아. 오늘 안에 플랫랜치만 점령하고 돌아간다.”

“네? 자, 잠깐만요…! 그게 무슨……!”

말렉은 대화창을 닫아버렸다. 콜린이 당혹스런 얼굴로 대화창이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았다. 요새가 무슨 장난감 성도 아니고, 전력차가 나더라도 하루아침에 점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체 어쩌려는 겁니까. 말렉.’

*

게노세르크의 수인군단이 공성에 끼어들었다. 게노세르크는 동문에 모든 전력을 때려 박고 있었다. 서로 다른 병과의 수인병들이 한참 공성중인 가운데…….

쿵! 쿵!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거구의 말렉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렉이다!”

“수인의 왕이 나타났다!”

성벽 위 병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말렉의 명성과 무위는 이미 대륙 전역에 퍼져있었고, 당연히 적국인 어비스 측에서 모를 리는 없었다. 말렉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진형 앞으로 나왔다.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

플랫랜치의 성문과는 꽤나 떨어진 지점에서, 말렉이 정권 자세를 잡았다.

“빠르게 간다.”

쿠웅! 그가 왼발을 지면에 내딛자 대지가 뒤흔들리며 땅이 쩌저적 갈라졌다. 허리를 비틀어 오른 주먹을 불끈 쥐니 손등 위로 푸른 마력이 일렁거렸다. 그의 팔뚝 근육이 액체처럼 꿈틀댔다.

“한 발짜리.”

쿠구구구구! 말렉의 몸에서 투기가 솟구쳐 올랐다. 수인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전장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이 모든 사람들을 합친 것보다 더 컸다. 적아 할 것 없이 모두의 시선이 말렉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산군님의 일격이 온다!”

“떨어져! 죽기 싫다면 성문에서 떨어져라!”

성문에 달라붙어 있던 수인들이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섞여있던 인간병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채고 그들을 따라 빠져나갔다.

말렉이 거친 숨을 한 번 내뱉었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집결시킨 상태에서 그가 자세를 바꿨다.

“두 발짜리.”

쿠구구구구구구! 전보다 더 강한 투기가 대기를 때렸다. 지면을 딛고 있던 그의 오른발이 떨어져 좀 더 오른쪽으로 위치를 수정했다. 발바닥이 다시 지면에 내려오는 순간, 지형이 통째로 뒤집히며 흙먼지가 뿌옇게 올라왔다. 말렉은 상체를 숙인 채 오른손은 머리 높이 위로 치켜든 자세였다. 그의 주먹은 푸른 에너지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격(擊).’

말렉이 발끝에서부터 다리, 허리, 상체까지 비틀며 신체의 모든 에너지를 오른 주먹에 모아 정면으로 내질렀다. 고막을 뒤흔드는 발포음이 일었다. 공간째로 찌그러지는 듯한 이팩트가 터져 나오며 주먹에서 방사된 충격파가 성문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앙! 충격파의 반발력으로 주위의 병사들이 벌렁 넘어졌다.

쿠구구구구!

맹렬한 후폭풍이 전장에 휘몰아쳤다.

“……어, 어떻게 됐지?”

성문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성문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요새의 성문을……!”

“일격에 뚫어냈어!”

말렉이 내지른 팔을 당기며 혹사시킨 근육을 주물럭거렸다.

“뭣들 하느냐? 쓰레기 놈들아.”

그가 외쳤다.

“다 떠먹여 줬으니 마무리는 알아서 해 놔야 할 것 아니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사기가 대폭 오른 수인 부대가 함성을 질러대며 열린 성문으로 들이닥쳤다.

“타나토스, 가얄.”

말렉이 호명하자, 게노세르크의 두 무장이 말렉의 좌우에서 나타났다. 타나토스는 가시처럼 삐쭉 삐쭉 솟은 검은 털의 늑대인간이었고, 가얄은 큼지막한 뿔과 우락부락한 근육질 덩치의 우인족이었다.

“아란이란 놈의 목을 가져와라.”

“예, 산군!”

“그리하겠소.”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 작품 후기 ==========

샤폴 / 로드가 이걸 또!

Mr윤 / 담편도 기대해주세욧

알테니아 / 쿠폰을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지만 스토리는 이미 짜여져 있... (시무룩)

유티단장 / 좋은 수도털이였습니다.

단살 / 비월이 키메라화를 바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군요 ㅎㄷㄷ;

벌레 / 내숭 12단인듯! ㅋㅋㅋ 키메라는 조금 더 있다가 등장할듯 싶어요

kailce / 옆구리 명치를 강하게 후려치고 시작합니다

좀비두더지 / 키메라는 등장까지 조금 더 걸립니다. 그런데 다섯눈알이라니 ㅋㅋㅋ

니알라토텝 / 이 다음편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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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wagon / 명존쌔애애!

@...(-1)... / 아뇨, 마녀가 될수 있는건 여자들 뿐이라 여자가 기득권을 잡은 겁니다 ㅎㅎ 남자들은 집에서 집안일을 하죠.

@로리콤MK / 옆구리 명치에 칼날을!

@SW스윈 / 넵, 이번 전쟁 끝나면 다음시대로 갈듯합니다

@쿠죠죠타로 / 전편 구매 감사해요 ㅠㅠ 저도 6권 완결을 해야하는 사정때문에 뒷마무리가 아쉬워서 다시 시작한 게 이 소설의 동기가 됐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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