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21화 (12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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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전황 변화에 플랫랜치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어비스군은 1차 외성의 성벽위에서 적을 상대하는 중이었고, 성문의 내구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2차 내성으로 후퇴하여 다시 적에게 대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단 일격에 성문이 박살나 버렸다. 외성 위의 병사들은 성문을 통과한 수인들에게 퇴로가 막혀 꼼짝없이 성벽에 갇혀버린 꼴이 되었다.

“크흐흐흐흐! 좋군, 좋아!”

말렉은 팔을 주무르며 느긋하게 성문을 통과했다. 전장은 난전으로 돌입했고 기세를 탄 그의 수인병들이 적 어비스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나서서 정리할 곳도 없었다.

“말렉 님! 여기에요! 여기!”

그때 그의 귓가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말렉이 고개를 들어보니 공중에서 빗자루를 탄 치엘로가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워프게이트를 열어 놓은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민트도 있었다.

“여어, 치엘로!”

말렉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게노세르크 측 궁병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화살을 날리려 했지만 말렉이 팔을 들어 저지했다.

“…그래. ‘그쪽’에 붙었다고?”

“응, 그렇게 됐어요.”

깔끔담백한 답변이 돌아왔다. 말렉은 살짝 살기를 실어서 다시 물었다.

“나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가?”

“뭐어? 그렇게 되는 건가요?”

치엘로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살기에 노출되었음에도 전혀 주눅 드는 모습이 없었다. 말렉은 저런 배짱이 마음에 들었다. 얼굴색부터 바뀌던 콜린이나 선광보다 차라리 저 여자가 낫다.

“크흐흐흐! 아주 재밌는 짓을 저질렀더군. 감히 어비스 놈들을 내 수도에 떨궈놔?”

“멋지죠? 제 선물이에요.”

“지금이라면 눈감아주마.”

“네?”

치엘로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물음표를 띄웠다. 말렉이 팔을 펼치며 말했다.

“이쪽은 아직 한 자리가 비어있다. 백제는 내 속국이니 4인 동맹 제한 룰에도 위반되지 않지.”

“어머, 그래서요?”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제의하마. 나와 손을 잡자, 치엘로.”

그녀가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며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말렉이 덧붙였다.

“어비스와 손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이라면 네 신용도 문제없겠지. 잘 생각해라. 로드는 이제 가라앉는 배고, 그런 비실이 따윈 널 지키지 못해.”

“…흐으응.”

빗자루 위의 치엘로가 다리를 바꿔 꼬았다. 그녀의 고민이 길어지자 말렉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네 기동성과 내 무력이 합쳐지면 최후의 3국 까지는 간단히…….”

“싫어요.”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고?”

“싫다구요.”

말렉에게 있어선 생각지도 못한 답이었다.

“…이해할 수 없군. 이유는?”

“흐응, 딱히 대단한 이유 같은 건 없지만요. 굳이 말하자면…….”

그녀가 귀엽게 윙크하며 말했다.

“말렉 님보다 로드 오빠가 더 강할 것 같아서요.”

“…….”

말렉의 안면 근육이 분노로 움직였다.

“……그건 좀 자존심을 긁는 발언인데.”

그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네년의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기억해. 어비스가 멸망한 다음은 네년 차례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지 보자고.”

“호호호! 무서워라.”

그렇게 말하는 치엘로는 여전히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분전을 기대할게요.”

“기다리고 있어라.”

두 군왕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

플랫랜치의 1차 외성이 허무하게 뚫리며, 수비병이 오지 못해 2차 성벽까지 위태로워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콜린은 혀를 내둘렀다. 말렉이 하루 만에 플랫랜치를 점령하겠다고 말한 것은 허언이 아니었다.

‘…내 상상을 뛰어넘은 괴물이다.’

콜린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물론 멍청해서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콜린은 게노세르크가 공성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병력은 뒤로 빼서 근처의 매복 포인트에 숨겨 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략방위성의 병력들이 위기에 빠진 본성을 구하러 급하게 달려왔다. 그들이 오는 루트는 정확히 콜린이 예측한 지점이었고, 매복병이 그림같은 타이밍에 뛰쳐나와 구원군의 옆구리를 쳤다.

구원군은 큰 피해를 입은 채 방위성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승전보를 전해들은 콜린이 지휘관 창을 닫으며 씩 웃었다.

‘…하지만 디테일은 내가 커버할 수 있지.’

이걸로 콜린은 확신했다. 어비스와 켈타인이 잡다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단순 전력은 이쪽이 압도적인 우위다. 전쟁의 대세를 굳히는 건 어디까지나 힘, 도망만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그들도 언젠가 벌어질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플랫랜치를 차지하는 정도로 넘어가지만, 다음번에는 확실히 빚을 갚아주마, 로드.’

콜린이 고개를 돌렸다. 불길에 휩싸인 플랫랜치가 보였다.

*

게노세르크의 수도, ‘발트호른’.

로드는 4천의 병력으로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발트호른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손꼽히는 강대국인 게노세르크의 수도가 어비스의 손에 넘어갔다! 에덴 대륙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사건이었다.

워프게이트를 타고 발트호른으로 바로 넘어간 전략이 주요했다. 발트호른의 수비 전력은 딱 치안 유지를 위한 경비병력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 서부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이 적국의 침공을 받으리라고는 누가 상상했겠는가? 여유 병력은 전부 전쟁으로 차출된 뒤였고, 그렇게 대국의 수도는 허무하리만큼 간단히 뚫리고 말았다.

로드는 수도를 점령하자마자 모든 파괴와 약탈 행위를 금지하고, 영지민들이 평상시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다. 영지에서 진행하고 있던 기존의 작업이나 거래도 그대로 이어 할 수 있도록 했다.

로드의 관대한 정책에 발트호른에 사는 수인 영지민들이 오히려 어리둥절해 했다. 전쟁에서 패배했다기에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건만, 그들의 일상에는 별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 왕궁에 들어가 있는 자들이 말렉 패거리에서 이방인 인간들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혼란은 빠르게 진정되고 있었다.

“예에! 이겼다!”

유니벨은 여전히 승리의 기쁨에 취해서 게노세르크 왕궁을 깡충 깡충 뛰어다니고 있었다. 말렉의 집무실에서 커피를 홀짝이던 로드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우리가 언제 이런 대국의 수도를 빼앗아 보겠어? 조금 뒷감당이 걱정되긴 하지만 기분은 좋네.”

“뭐, 놈들이 내려오면 금방 다시 돌려줘야겠지만 말이야.”

로드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돌렸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은 어때? 이브.”

이번 전쟁에는 예외적으로 이브도 어비스군에 합류했다. 사실 발트호른이 이렇게 빠르게 안정화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브의 수환 덕분이었다. 그녀는 같은 수인으로서 수인들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그들의 호감을 사는 부분도 다른 가신들 보다 유리했다. 로드는 그녀를 발트호른의 새로운 영주로 임명했다.

“저는 언더하임 토박이인데요?”

이브가 싱긋 웃으며 로드의 물음에 답했다.

“…음?”

“발트호른이 대륙 모든 수인들의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처음 와 봐요.”

“그러고 보니 여기 수인들은 이상해.”

유니벨이 말했다.

“인간보다는 동물에 더 가까운 느낌이야. 발음도 이상하고, 옷차림도 거의 헐벗고 다니고, 가끔 네발로 걷는 녀석들도 있더라고.”

“언더하임이나 대륙 각지에 사는 수인들과, 게노세르크의 수인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답니다.”

이브가 설명했다.

“대륙의 수인들은 오랜 시간동안 인간들과 함께 생활해 왔어요. 생김새만 조금 다를 뿐,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죠. 반면 게노세르크의 수인들은 야생동물에 좀 더 가까워요. 이렇게 영지 안에 문명을 이루고 사는 수인들은 이 나라 전체의 30%밖에 안 된답니다. 나머지 수인들은 숲이나 산, 정글에서 야인처럼 살아가고 있죠.”

“정말? 그 정도면 수인이 아니라 그냥 짐승 아냐?”

게노세르크를 다스리는 플레이어들의 가장 큰 과제는, 그 남은 야생의 인력들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휘관 창으로 각 종족의 ‘특화 병종 연구’를 진행한 후에야, 그 종족들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수인이 되며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자들이 군대로 편입되어 특화병종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어떤 나라를 플레이하든 저마다의 고충이 있는 법이지.’

로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철컥. 문을 들고 들어온 장신의 청년이 로드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군인처럼 짧은 연갈색 머리카락에 훤칠한 키, 원래 얼굴인 것처럼 잘 어울리는 뿔테안경,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과 호감 가는 인상은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어서와, 벤.”

그가 바로 새로운 혁명단의 단장인 ‘벤 블래그덴’이었다. 퍼들스퀘어 때는 흑운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했으며, 알브헤임전에서는 일반인들 대신 일부러 플로라에게 잡혀주어서 정보 유출을 막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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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벤 블래그덴

소속 : 어비스 혁명단

직위 : 혁명단장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C)

통솔등급 : (C)

지략등급 : (C+)*

정치등급 : (E)

C+급 지략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가면 속 배우

벤은 치밀한 배우입니다. 어떤 역을 맡든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기를 합니다. 그가 가면을 쓰고 연기를 시작하면, 타인에게 의심을 받지 않게되며 사람들이 그의 말에 설득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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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 같아?”

로드의 물음에 벤이 안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공략 포인트는 찾아냈습니다.”

그가 근처 소파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벤의 몸가짐은 능숙한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처럼 독특한 멋이 녹아 있었다.

“하지만 수인들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군요.”

“역시 그렇군.”

로드는 발트호른에 〈혁명의 바람〉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브의 능력으로 영지를 빠르게 안정시킨 후에, 벤과 혁명단으로 영지민들에게 혁명사상을 심어둔다. 그것의 이번 계획의 골자였다.

“말렉이 내려오기 전까지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충분합니다.”

그가 벨벳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수인출신 혁명단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수인들은 저희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눈치였습니다. 이 영지에는 생각보다 말렉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수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건 좋은 뉴스네.”

로드가 이 전략을 결정을 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풋힐랜치에서 백제를 물리친 말렉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다시 본토로 되돌아 오기도 했었다.

‘이번에 한 번 더 되돌아 오셔야 하겠지만.’

로드가 속으로 웃었다. 의도치 않게 천하의 말렉을 똥개 훈련시키는 격이 되었다. 아마 지금쯤 화가 단단히 나있지 않을까.

벤 뿐만 아니라 다른 가신들도 본인의 임무를 마치고 속속 말렉의 집무실에 집결했다. 출정 멤버들이 모두 모이자 로드가 입을 열었다.

“자,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 부터는 다시 일이야.”

“벌써어?”

유니벨이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력을 세 개의 팀으로 나눌 거야.”

로드가 설명을 시작하며 손가락을 펼쳤다.

“첫 번째는 발트호른에 남아있을 팀.”

이들의 목표는 물론 발트호른의 〈혁명의 바람〉 작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팀은 각각 병력을 이끌고 ‘베틀린’과 ‘루미너스’의 전 영토로 향하는 거야.”

========== 작품 후기 ==========

쿠죠죠타로 / 어비스 = 나르비크 똑같은 국가에요. 컨셉과 이름이 조금 변화했죠. 하몬간지 인정합니다 ㅠㅠ 그리고 3차때는 B+를 많이 퍼준편입니다. 이번작에서 B+는 무척 귀하죠.

벌레 / 히익... 여기도 비월 키메라가..

Xedrions / 조짐으로 가버리는건가욧

Mr윤 / 감사감사! ^^

시크병장 /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ㅅ;

알테니아 / ㅠㅠ.. 그저 웁니다.

지리산의늑대 / 켈로그 호랑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peedwagon / 흠짓?!

니알라토텝 / 사실 성문을 일격에 부수는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만은... ㅠㅠ

shihon / 오오, 보급로 차단도 좋네요. 어떻게 됐는지는 또 나중편을 기대해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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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콤MK / 타국입장에선 미친듯한 스트레스일듯합니다 ㅋㅋ

@...(-1)... / 이름 : 말렉 성 : 버퍼링

@SW스윈 / 정답입... (퍽!) 주인공은 잔머리가 있죠. (시무룩)

@빛과하늘 / 그렇습죠. 아직 덜 굴렀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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