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29화 (12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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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우우우!

전투 개시를 알리는 뿔나팔이 울려 퍼졌다. 아군 쪽이 아닌 게노세르크 동맹군 쪽이었다. 병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아! 저게 얼마야?”

“지평선이 새까매!”

안개 속에서 게노세르크 동맹의 대군이 밀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중앙의 9천 게노세르크의 보병들이 앞장서서 전진했으며 좌우익이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로드는 또 다른 스파이의 눈으로 좌우익의 후방 쪽에 다수의 마인병들이 있다는 것을 체크했다.

“중앙군의 창병 부대를 좌우익으로 나누어 배치하도록.”

“예!”

기수들이 깃대를 움직이고 상의를 벗은 우람한 덩치의 고수들이 북을 쳤다. 둥! 둥! 둥! 중앙군 진형에서 창병들이 바람같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첫 지시가 잘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고강도의 훈련을 한 보람을 느꼈다.

적병들이 텅 빈 개활지에 들어섰지만 로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 진형 그대로 굳건히 유지했다. 그리고 그들이 개활지의 중앙지점을 넘기는 순간이 와서야 사격준비 지시를 내렸다. 부대 곳곳의 부관들이 ‘사격준비!’를 외치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궁병들이 활시위를 매겼고, 얼마안가 적병이 화살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쏴라!”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은 이번에도 화살이었다. 화살의 비가 하늘을 뒤덮으며 게노세르크군의 병사들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수인병들 중에서 검보병 역할을 맡은 우인병들이 방패를 머리위로 들며 전진했다. 로드는 그 모습에서 질서감을 느꼈다.

‘저쪽도 훈련이 잘 되어있군.’

이제 두 진형의 거리는 코앞까지 좁혀졌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우인병들이 머리위로 치켜든 방패를 내리며 전력 질주했다. 최전방의 검보병들은 방패를 세우고 이를 악물었다. 한쪽은 ‘버텨!’ 다른 한쪽은 ‘돌격!’ 충돌에 앞서 지휘관들의 격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콰쾅! 쿠쿠쿠쿵! 이어서 보병들 간의 첫 충돌이 일어났다. 중앙에서 터져 나온 요란한 금속 충돌음이 진형 전체로 퍼져나갔다. 보병들의 격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소음이었다.

“끄으으!”

“버텨라!”

“무너지지 마라! 대열을 지켜라!”

로드는 손에 땀을 쥐며 전황을 지켜보았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생각보다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했다. 차라리 나가서 검을 휘두르는 쪽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으음.’

전면의 보병들이 맞붙고, 후면의 궁병들이 화살을 주고받는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전투 양상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는 신체 능력이 뛰어난 수인들이 조금 더 우세였다. 어비스군의 대열이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아직 아니야. 조금만 더.’

저쪽 최강의 카드인 말렉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게노세르크의 상위 맹수들, 백제의 싸울아비, 오펙투스의 위저드와 같은 특화 병종들도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전장은 얼핏 치열해 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자 어비스군 쪽이 밀리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띌 정도가 되었다. 그 바람에 게노세르크군의 진형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쏠리게 되었다. 로드는 머릿속으로 ‘지금이다.’를 외쳤다. 바로 이때를 기다렸다.

로드가 깃발을 올리게 하여 각 부대에 신호를 전달했다. 지휘관 창으로는 마력 신호 팔찌를 작동시켰다.

“…본녀가 나설 차례로구나.”

신호를 받은 인물은 중앙군의 티아였다. 그녀는 마력 신호 팔찌의 불빛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럼, 이야기 했던 대로 호위를 부탁하노라.”

“예! 군사님!”

티아를 둘러싸고 있는, 회색 망토를 두르고 검을 찬 스무 명 남짓한 남자들. 이들 전원이 D급 무력형 영웅으로 구성된 최정예 검사들이었다. 국가 고유 능력인 ‘영웅 출현’의 효과로, 일반병들 중에서 선출된 이들은 어비스의 신 전력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검사들이 병사들을 해치고 앞으로 나아가며 티아를 인도했다.

“군사님, 이정도면…….”

“아니다. 더 앞으로 가자.”

티아와 검사들은 계속 전진했다. 이제는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이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검사들이 더 이상은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티아는 꿋꿋이 걸어갔다.

마침내 코앞에서 창칼이 움직이는 지점까지 간 후에야, 티아는 걸음을 멈췄다. 검사들이 검을 휘둘러 적병들을 �i아냈고,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지면에 댄 채로 눈을 감았다.

우우우웅!

티아의 고유능력인 ‘의지의 영역’이 발동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퍼져나간 황금빛 원은 아군 최전방에서 시작하여 게노세르크의 후방 밀집 지역까지 뻗어나갔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로……!’

그녀는 마력이 다 빠져나가 머리가 어지러울 때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땅을 맞댄 손바닥의 신경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병사들의 발걸음, 한낱 잡초의 흔들림, 그리고 미리 땅에 심어 놓은 무수히 많은 ‘씨앗’들까지 전부. 그녀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땅에 의지를 심었다.

그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지면의 겉부분이 톡 톡 터지며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수인병들은 아직 그 작은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새싹은 눈에 띄게 쑥쑥 자라기 시작하다니 근처 병사들의 신발에 달라붙고, 다리에 감겨 올라가기 시작했다.

“응?”

“이, 이게 뭐야?”

새싹은 순식간에 넝쿨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넝쿨의 몸통에서 또다시 새로운 줄기가 무럭무럭 뻗어나갔고 수인병들이 알아챌 즈음에는 그들의 무릎을 넘어 하체 전체를 칭칭 두르고 있었다.

성장속도는 가속 단계로 접어들었다. 순식간에 사람의 키만큼 자라난 넝쿨은 움직이는 병사들을 단단하게 속박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게노세르크 진형은 어느새 초록빛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큭!”

“……꼼짝할 수가!”

병사들이 버둥거리며 무기로 넝쿨을 끊어내려 했지만 그보다 넝쿨의 확장 속도가 더 빨랐다. 검으로 베어도 다른 쪽에서 나온 넝쿨이 팔을 휘감았다. 몸을 격하게 움직일수록 넝쿨은 생존본능을 발휘하는 듯 더욱 강하게 옥죄였다.

“됐어, 지금이다!”

로드가 새로운 신호를 내렸다. 어비스 중앙군뿐만 아니라 각 진형의 모든 궁병대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반화살에서 준비해둔 불화살로 교체하여 적 진형에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꺄르륵!”

“파티다!”

켈타인 위치들 또한 빗자루를 타고 아군 진형 위로 날아올라 검은 불꽃을 일으키는 데스볼트를 연거푸 쏘아댔다.

“질 수 없지! 과학의 힘을 보여주자!”

“이게 과학이랑 무슨 상관?”

“조용히 하고 날려!”

알란드 진형 쪽의 투석기에는 커다란 기름통들이 잔뜩 비치되어 있었다. 신호와 함께 기름통들이 하늘을 날아 넝쿨 밭에 떨어졌다.

화륵! 화르르르륵!

“부, 불이다!”

넝쿨들에 순식간에 불이 붙기 시작하며 다른 넝쿨들로 번져나갔다. 병사들이 기겁하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넝쿨은 움직일수록 더더욱 강하고 조밀하게 엉켜들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하버트가 발명한 식물형 몬스터의 변종. 수명은 극히 짧지만 싹이 나면 단 하루 만에 성채까지 커지는 가공할만한 성장속도의 넝쿨 괴물이었다. 처음엔 신작물의 실패작에 불과했지만 로드는 이것을 보자마자 티아의 고유능력과의 궁합을 생각했고, 즉시 양산을 지시했다. 그리고 전쟁 전에 사람을 시켜 개활지 곳곳에 이 씨앗을 뿌려두도록 한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한편 이 모든 장면을 후방에서 바라보고 있던 콜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식물로 인한 움직임 봉쇄에 이어지는 화공이라니! 대체 이런 걸 어느 틈에 준비했단 말인가!

‘로드……!’

콜린이 부드득 이빨을 갈았다. 역시 이 지형을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전장은 불지옥이 되어 있었다. 수인병들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쪽도 넝쿨에 붙잡혀 꼼짝할 수 없었다. 이래서야 불타 죽는 걸 기다리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고기 타는 냄새가 사방에서 풍겨왔다.

‘이대론 위험하다.’

콜린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전략을 바꿔야 했다. 그가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멜로디! 불이 완전히 붙기 전에 파티스펠을 사용해!”

“네? 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대로는 중앙 보병들이 다 타죽는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그녀가 지팡이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마법사 부대에서 만들어낸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푸른 마력진, 파티스펠이 대기 중이었다. 본래는 중요한 전략적 무기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적의 전략을 깨기 위해서 사용해야만 했다.

‘무구 전개.’

그녀가 눈을 감으며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검은 아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나타난 것은 역대 마도사들이 남긴 강력한 마법 무구들이었다.

파아앗!

허공에 떠올라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는 책, 바닥에 놓여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 열 두 개의 바늘이 재각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시계, 몸체보다 더 크게 타오르는 촛대 등, 각기 다른 모양이었지만 모두 무서운 푸른빛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멜로디의 몸에서도 공명하듯 마력이 솟아올랐다. 그녀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 파티 스펠, 워터폴(Waterfall).

쿠구구구구! 전장이 어두워졌다. 화창했던 하늘에 갑자기 시꺼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마침 로드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뚝.

그의 머리카락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머리를 만져보니 물기가 잡혔다.

“…비?”

쏴아아아아아!

곧이어 엄청난 기세의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우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열대 지방의 스콜(Squall)을 연상케 하는 강수가 불붙은 게노세르크 진형으로 떨어졌다.

“크윽!”

“불 다음엔 물세례냐!”

하지만 불에 타 죽는 것 보단 상황이 나았다. 아직 완전히 불이 붙기 전의 상태라 기세는 바로 줄어들었다.

‘…오펙투스 측의 파티스펠인가.’

로드가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화공 자체를 무력화 시켜버리는 대형 마법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긴, 이정도의 수 만으로 물리칠 상대가 아니겠지.’

그래도 아직 이쪽에 남아있는 카드는 많다. 로드는 저쪽의 파티스펠을 소모하게 한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서로 한 수씩 주고받은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중앙 개활지 전투가 재개되었다. 하나 달라진 점은 연이은 마법 때문에 수인병들 쪽이 조금 힘이 빠지게 됐다는 것이었다. 갑옷도 물 때문에 무거워졌고, 바닥도 푹푹 빠졌다. 그들의 컨디션이 떨어진 사이 어비스군은 다시 대열을 맞추고 반격할 수 있었다.

“이대로 우위를 굳힌다.”

로드는 계속해서 방어에 집중하도록 했다. 만약 그들이 재정비를 위해 병력을 뒤로 물린다면 베스트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지형에서의 퇴각전은 무척 힘이 들 테고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콜린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공세를 강행하고 있었다.

‘후퇴가 아니라면……. 이번엔 저쪽에서 카드를 쓸 차례겠군.’

========== 작품 후기 ==========

내일이나 모래부로 작품 제목이 여신대리의전략게임 -〉 '주신전-문명게임' 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같은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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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drions / 헉 ㅠㅠㅠㅠㅠ 이럴수가 입대셨군요; 초창기부터 큰 힘이 되어 주셨는데 ;ㅅ; 많이 아쉽네요.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또 뵐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로리콤MK / 용량은 많았는데 전개 부분이라...

아프게했어 / 유니츤 큰 그림 ㅋㅋㅋ

Mr윤 / 여포도 인성만 받쳐줬다면 세상을 호령했을텐데요

니알라토텝 / 아하, 그렇군요! 신관이라면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데려왔어야 했는데, 선광과는 정 반대의 인물인듯 합니다 말렉은

지리산의늑대 / 호랑이 힘이 쑥쑥!

알테니아 / 비월 협회까지 탄생이라니 ㅋㅋㅋ 분량도 적은 아이가 인기가 무섭;

spadel / 신 먹거리 수급이라니 ㅋㅋㅋ 그런데 왜 키메라죠!

...(-1)... / 위대한 한국인 게이머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역시 마지막은 기승전 비월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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