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30화 (130/296)

<-- 협동전 -->

로드의 예상대로 콜린은 고민하고 있었다.

“부관, 파티스펠 쪽은 어떤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끄응….”

콜린은 파티스펠을 뼈대로 한 전략들을 짜왔다. 다음 파티스펠까지 기다려야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기에, 지금 밀린다 하더라도 현상유지를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콜린이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 ‘말렉’님이 ‘콜린 롤링’님께 1:1대화를 신청하셨습니다.

말렉의 대화 신청이 들어왔다.

‘……이 아저씨가 왜 또?’

콜린은 불안한 기분으로 대화 요청을 수락했다.

“이봐.”

대화 화면의 말렉이 빠르게 내뱉듯 말했다.

“미친놈들, 지금 쓴다.”

“네?”

콜린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만요! 벌써 그들을 쓴단 말입니까?”

“뒤에서 잔머리만 굴리다보니 전황을 못 읽는 거냐? 이대로는 사기가 딸려서 놈들에게 계속 끌려 다녀, 멍청아.”

“하, 하지만!”

“이미 인간의 피를 먹여 놨다. 지켜보기나 해.”

말렉은 그렇게 대꾸하며 지휘관 창을 닫아 버렸다. 콜린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화면이 사라진 허공을 응시했다.

‘왠지 얌전하다 싶더니 결국 또 멋대로…….’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하긴, 말렉을 100% 통제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고 날뛰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콜린은 시선을 돌렸다. 게노세르크의 보병 진형 중앙에 모세의 기적처럼 병사들이 갈라져 길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 자들은, 아직 지휘관 창 연구를 마치지 않은 곰, 사자, 표범 등의 상위 개체 수인들이었다.

“……으으.”

“꼴깍.”

일반 수인병들은 재수 없게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다급히 물러났다. 혹여나 시선이 마주칠까봐 고개를 돌리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맹수 수인들은 이미 인간의 피를 잔뜩 마시고 취하여 눈이 풀려있었다. 야생화 상태가 되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었다.

“자. 야수들이여!”

마침내 격전지에 도착하자, 그들을 이끌고 온 게노세르크의 영웅 가얄이 소리쳤다.

“물어뜯어라!”

“크워어어어엉!”

“크르르르!”

드디어 게노세르크의 통제 불가능한 맹수들이 참전했다. 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쳐나가 어비스군 전장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막아라!”

“크윽!”

기본 2미터가 넘는 수인들의 육탄 공격에 병사들이 든 방패가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기껏 다시 복구해놓은 진형이 맹수들의 공격에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말렉이 쾌활하게 웃었다.

“크하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말렉이 지휘관 창으로 손을 뻗었다.

- 스킬 〈강제 폭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 발동 지역을 선택해 주십시오.

말렉이 지휘관 창으로 범위를 지정했다. 맹수들이 날뛰고 있는 지점이었다.

- Yes. 선택된 지역에 〈강제 폭주〉스킬이 사용됩니다.

파앗!

스킬을 사용한 후, 말렉이 고개를 들었다. 맹수들이 싸우는 하늘위로 권능으로 구성된 사자 머리 문양이 구름처럼 나타나 있었다. 게노세르크 플레이어의 눈에만 보이는 광경이었다. 그의 입가에 음침한 미소가 걸렸다.

“크헝!”

“크르륵!”

맹수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그들의 눈이 피가 몰린 듯 시뻘게지더니, 이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 소리로 포효했다. 귀청이 떨어질법한 음성에 주위의 병사들은 즉시 귀를 막아야 했다. 쇼크로 쓰러지는 자들도 속출했다.

폭주한 맹수들은 표현 그대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방패를 앞세운 방어벽이 어마어마한 완력에 가뿐히 무너져 내렸다. 방어벽을 뚫어낸 맹수들이 고개를 들이밀며 병사들의 목덜미를 뜯고 피를 마셨다.

“……폐하! 중앙군이!”

로드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걱정스러운 듯 외쳤다.

“나도 보고 있어.”

말렉이 여러 번거로운 문제들을 떠안으면서까지 상위개체 수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하나, 바로 저 미친 화력 때문이었다.

“…뭔가 수를 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중앙에는 티아가 있다.”

지금 B급 영웅들을 보내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전력은 마지막까지 보존해야 나중에 말렉을 비롯한 저들의 주요 전력이 왔을 때 대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티아가 버텨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티아의 대처는 훌륭했다. 난전중인 병사들은 내버려 둔 채 그 후방에 있던 병사들로 새로운 진을 짜서 포위망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거기에 티아에게는 호위로 붙여둔 D급 영웅 스무 명이 있다. 미친 맹수들을 상대로 피해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녀라면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폐하!”

그때 정보부 요원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보고입니다! 숲을 우회한 적이 우리 본진의 등을 노리고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로드의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다. 양동 공격인가.

“기병이야?”

“아닙니다! 보고에 따르면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로드가 침음을 흘렸다. 늑대라면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마침 후방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저, 적이다!”

“게노세르크 놈들이 온다!”

로드는 뒤편에 배치해 둔 스파이의 눈으로 그 주위를 살폈다. 네발로 뛰는 백 명 가량의 늑대인간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빽빽한 나무와 자연 장애물이 가득한 공간이었음에도, 그들은 단 한 번도 부딪치지 않고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이들이 바로 개척시대에 연구할 수 있는 게노세르크의 특화 병종인 ‘낭인병’. 단순 전투보다는 낭인병들만으로 이루어진 단독 부대 운용이 특기로서, 기마 못지않은 기동성과 순간 기습능력이 특징이었다.

‘쯧, 벌써 완성됐구나.’

그러고 보니 정면의 광기에 빠진 야수 무리중에 ‘늑대’는 없었다. 아마 이번에 말렉이 연구를 마치고 새로운 특화병종으로 합류시킨 모양이었다. 로드가 지시를 내렸다.

“궁병, 의무병, 보급부대를 중앙으로 대피시키고, 후방 울타리의 경비병들은 방어에만 집중!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라!”

“예!”

로드는 산만해진 머릿속을 가라앉혔다. 앞뒤에서 몰아치는 갑작스러운 흔들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쪽의 사령관은 콜린이 아니었던가? 갑자기 지휘 스타일이 확 바뀐 느낌이었다.

‘……총사령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정도 뿐이야. 나머지는 현장에서 얼마나 잘해주느냔데.’

로드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전방으로 향했다.

*

“끄, 끄아아아악!”

“으아아아!”

폭주한 맹수들에 의해 중앙의 병사들은 잔뜩 공포에 질려 있었다. 맹수들은 무기가 몸에 박혀도 미친 듯이 날뛰며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히, 히익!”

동료의 살점을 씹어 먹는 수인을 본 한 병사는 무기마저 내팽개치고 도망쳤다. 다른 병사들도 도망가고 싶어 다리만 바들바들 떨었다. 더 높은 먹이사슬에 위치한 존재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 인간은 그동안 대단한 적수 없이 문명을 이룩했지만, 몸에 깊게 박혀있는 오래된 DNA가 피식자가 느끼는 공포를 다시금 재현하고 있었다.

‘……아직 멀었습니까? 군사님!’

뒤에서 상황을 조율하는 중인 부관은 무척 불안했다. 티아가 빠르게 대처하여 방어진을 구축했다지만 이대로라면 공포가 전염되어 진형이 그냥 통째로 무너져 버릴 위험성도 있었다. 티아가 원군을 데려오겠다며 떠난 뒤였으니,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믿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빠악! 거대한 웅인족의 발바닥에 얻어맞은 병사들이 하늘을 날아다녔다. 쿠웅! 부관의 옆으로 허리가 반절 뜯겨나간 병사의 시체가 툭 떨어졌다.

‘못 버티겠다고요오!’

부관이 속으로 우는 소리를 했다. 일은 해야겠으니 병사들을 계속 사지로 떠밀고 있었지만 정말 못할 짓이었다. 저 미친 맹수들은 축제라도 벌이는 듯 입을 혈흔으로 시뻘겋게 물들인 채 부르짖고 있었다.

“부관, 본녀가 왔노라.”

그때 마침 티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군사니임!”

부관이 격한 반가움을 느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상관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본 부관의 얼굴이 순식간에 돌 씹은 듯 굳어져 버렸다.

“…구, 군사님.”

“왜 그러는가?”

“원군을 데려오신다면서요?”

“그렇지.”

“……저것들이 원군입니까?”

티아의 뒤에는 병량 부대에서 빌려온 소들이 있었다. 전쟁이고 뭐고 초연한 표정으로 질겅질겅 건초를 되새김질 하는 소의 모습에 부관은 맥이 탁 빠졌다.

“맞다. 우리를 도와줄 비장의 무기이니라.”

티아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대체 저게 무슨 비장의 무기라는 겁니까! 그냥 소잖아요! 소!”

“두고 보거라.”

티아가 손바닥을 짝짝 치며 인부들에게 작업을 지시했다. 인부들은 병사들의 피를 소들의 등 위에 펴 발랐고 꼬리 부위에는 짚더미를 매달아 두었다.

“군사 양반! 준비 다 끝났소!”

“시작하거라.”

“예이!”

인부들이 소 꼬리에 일제히 불을 붙였다. 소들은 꼬리에 불이 붙자마자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이 기겁하며 좌우로 물러섰다.

두두두두두!

소떼가 달려 나가는 방향은 피로 범벅이 된 폭주 맹수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소들은 고통에 눈이 멀어 맹수들에게 공포를 느끼지 못했고 그대로 전진하여 들이 받아 버렸다.

“크르륵!”

“끼익!”

제 아무리 맹수라도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소떼들의 돌진을 막아낼 리 만무했다. 달려들다가 그대로 소떼에 치여 죽는 맹수들도 있었고, 본능적으로 소떼의 돌진은 비켜 피했지만, 곧바로 눈이 돌아가 달려드는 맹수들도 있었다.

‘음, 성공이군.’

팔짱을 낀 티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풋힐랜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로, 폭주 맹수들을 활용한 전술을 깨트리기 위해 쭉 고심해왔다. 그러다 수인연합회의 도움을 얻어 폭주한 맹수들의 특징을 찾아냈다. 첫번째는 ‘피’, 두 번째는 ‘활동성’이었다. 폭주하여 눈이 돌아간 맹수들은 피아 구분을 하지 못한다. 딱 그것만 보고 달려들었다.

실제로 게노세르크군의 일반 수인병들은 광기에 빠진 맹수들을 투입시킨 이후, 움직임을 자제하고 그들의 활약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맹수들이 만들어 놓은 틈을 파고들면 진형을 완전히 깨트릴 수 있었을 텐데도 그랬다.

이러한 점들을 활용해 티아는 계책을 짜냈다. 일명 화우계(火牛計), 소의 등에 피를 바른 후 꼬리에 불을 붙여 달려들게 하는 것이다. 피냄새를 풍기면서도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소떼, 이만큼 폭주한 수인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없었다.

쿠쿠쿵!

소떼는 폭주한 맹수들의 진형을 양분한 채 일반 중앙 수인병들이 있는 지점까지 진형을 부수고 들어갔다. 주위 수인병들이 소란스러워졌다.

“크릉! 이게 무슨 난리야?”

“인간 놈들! 우리 동족에게 이런 짓을!”

우인병들은 특히 분노했다. 그런데 게노세르크 진형에는 소떼들만 들어온 게 아니었다. 소떼를 �i아온 맹수들도 있었다.

“이보쇼! 뭐 하는 겁니까?”

“떨어져! 적은 저쪽이라고!”

수인병들이 포식하고 있는 맹수들을 말렸다. 그때 맹수들의 시뻘건 눈동자가 수인병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들을 덮쳤다.

“무, 무슨 짓이야?”

“팔! 내 팔을 물었어! 끄아아악!”

폭주한 맹수들은 적아를 가리지 못했고 주위 수인들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다. 게노세르크 진형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들었다.

“자, 이때다. 대열을 정비하거라!”

티아가 외쳤다. 병사들은 그녀의 계책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다시 진형을 맞추었다.

게노세르크 최강의 카드 중 하나인 폭주 수인들은, 어느새 같은 아군의 손에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Mr윤 / 나폴여포 각

Leessa / 헛, 감사합니다!!

Xedrions / ㅠㅠㅠ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푸른물결2 / 문명했습니다

니알라토텝 / 전멸;; 신관이 이렇게 대단합니다 여러분

아프게했어 / 세상에, 촉수라니! 치엘로 흑막설 ㅋㅋㅋㅋㅋ

spadel / ㄷㄷㄷㄷ 엄청난 처형법이군요. 살점을 뜨는 와중에 쇼크사로 죽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뤼엔데스헤르츠 / 새로보신 분이군요! 코멘 감사합니다 ^^

로리콤MK / 콜린도 우수한 플레이어죠

火炎無 / 히익 ㅋㅋㅋㅋ 로리로 캐릭터의 생사를 판단하다니! ㅜㅜ

SW스윈 / 전설의 로드 오브 로리...

그랑엘베르 / 비밀... 후후

지리산의늑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 게임 씹사기 종특 한국인 인정합니다; 이런 반도에서 게임괴물들이 이렇게 등장하는 건 신기한 일이죠. 그리고 이번 장문의 코멘도 마무리는 비월 ㄷㄷ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