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전 -->
“키케켁!”
“키이이이익!”
가파른 산언덕을 전속력으로 뛰어내려온 마운틴 고블린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선두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꺄아아아아악!”
사람이 있었다. 켈타인의 영웅 ‘민트’였다. 빗자루에 올라탄 그녀는 가련한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는 중이었고, 그 뒤로는 덩치가 크고 화려한 장식을 한 고블린 우두머리가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마운틴 고블린 무리들이 그 우두머리를 뒤따랐다.
“몬스터들이다!”
“서둘러!”
그 정면에는 오펙투스군 병사들이 허겁지겁 몰려와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운틴 고블린들의 선두에 선 민트는 오펙투스군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격하는 꼴이 되었다.
‘으으으……! 정말 너무해요! 치엘로니임!’
그녀가 속으로 불만을 외쳐댔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트는 빗자루 손잡이를 꾹 쥐더니 결심한 듯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해낼 수밖에 없잖아!”
화아아악! 빗자루 끝 부분에 부스터처럼 내뿜어지는 불꽃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민트가 마력 소모량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그녀는 두 손과 허벅지로 강하게 빗자루를 붙들고는 최고 속도로 비행했다. 여전히 비행 방향은 오펙투스 진형 쪽이었다.
“…뭐야? 저 여자는?”
“마녀잖아! 쏴서 떨어뜨려!”
쐐애액! 화살들이 민트를 노리고 날아왔다. 하지만 병사들이 이제 막 정신없이 내려온 터라 드문드문 날아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민트는 절묘하게 빗자루의 방향을 꺾거나, 360도로 회전하기도 하며 화살들을 피해냈다.
“꺅!”
어느 명사수의 화살이 그녀의 모자를 관통하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지만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됐다!”
끝끝내 오펙투스 병사들의 머리 바로 위까지 도달한 도착한 민트가 급선회했다. 그리고…….
“키케케켁!”
병사들은 민트를 뒤따라온 마운틴 고블린들을 상대해야했다. 수많은 몬스터 무리가 진형의 옆구리를 들이받는 형국이 되었다.
“내버려 둬! 몬스터들에게 집중해!”
“온다아아!”
콰콰쾅! 고블린들과 병사들이 충돌하는 장면을 뒤로 한 채 민트는 전장에서 벗어나 미리 동료가 만들어둔 워프게이트로 도망쳤다.
*
“…헥, ……헥.”
워프게이트로 도망쳐 로드가 있는 강단에 도착한 민트는 바닥에 엎드려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괜찮아?”
로드가 수통을 건넸다. 그녀는 감사합! 까지만 외치며 수통을 받아 물을 들이켰다. 그러다 또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콜록거리며 물을 도로 뱉어냈다.
로드는 안쓰러운 얼굴로 민트를 내려다보았다. 치엘로에게 들은 바로는, 무척 어처구니없는 전략이었다.
‘…매혹마법을 쓸 거라고?’
‘네!’
매혹마법(Charm)은 데스볼트, 워프게이트와 더불어 켈타인의 3대 간판 기술로 불리며 문화 시대에 익힐 수 있는 흑마법이었다. 예전에 치엘로가 말했던, 일명 켈타인의 궁극기인 ‘적대국 수도위에 대형 몬스터 떨어뜨리기’를 쓰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습득해야하는 기술이었다.
켈타인은 이러한 특수 흑마법들을 지휘관 창 연구를 통해 습득할 수 있으며, 연구가 완료된 후에는 모든 마녀들이 훈련을 거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치엘로의 휘하 영웅인 민트는 애초부터 고유 능력 자체가 ‘매혹’이었기에, 지휘관 창 연구가 완료되지 않았어도 매혹을 사용할 수 있는 타입이었다. 민트 본인에게는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치엘로의 작전은 몬스터를 유혹해 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로게쓰에 사는 몬스터들에 대해 조사했고, 자연스럽게 산의 최고 먹이사슬에 있는 ‘마운틴 고블린’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운틴 고블린이 이 정도까지 위세를 떨칠 수 있던 이유가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한 마리의 지능적인 우두머리덕분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전쟁 전에 로드가 하버트의 신작 씨앗을 땅에 몰래 심는 동안, 치엘로는 마녀 전원을 동원해 하늘에서 아로게쓰 산을 뒤졌고, 그 우두머리가 사는 서식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민트가 매혹마법을 거는 역할을 맡았다. 미션을 들은 민트는 울음을 터뜨리며 ‘내가 몬스터나 유혹하려고 흑마법을 익혔나.’며 좌절했지만 결국 치엘로의 압박에 못이며 작전을 수행했다. 그리고 효과는 뛰어났다. 지능이 우수한 개체라지만 몬스터의 태생은 어쩔 수 없는지 우두머리는 매혹마법에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된 후, 민트의 역할은 산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매혹마법이 걸린 우두머리를 적 진형으로 유인해오는 것이었다. 우두머리가 그녀를 �i아가자 나머지 부족원들도 그들의 위대한 지도자를 뒤따랐고, 그 결과 수많은 마운틴 고블린들을 산 밖으로 유인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말 무서웠어요.”
민트가 바들바들 떨었다. 그간 서러움이 북받쳤는지 눈물도 훌쩍거리고 있었다.
“막 그, 있잖아요. 남자의 그… 부위가… 아무튼, 뭐 이상한 걸 우뚝 세운채로 달려드는데…… 붙잡혔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하하하.”
로드가 땀을 삐질 흘리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런 일을 겪은 사람에게 무슨 위로를 건넬 수 있겠는가.
“민트 언니!”
그때 빗자루를 타고 네 명의 마녀들이 강단으로 날아왔다.
“…응? 너희들이 여긴 왜 왔어?”
“잊었어요? 바로 다음 작전 시작이에요!”
“……흐흑.”
빗자루 비행으로 거의 마력을 소모했지만, 치엘로의 분노한 얼굴을 생각하니 반사적으로 몸이 일으켜지는 민트였다.
“고생시켜서 미안하군.”
로드가 말했다.
“……아하하. 전 괜찮습니다, 부려 먹히는 건 이제 익숙하니까요.”
민트가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 내며 답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서 로드는, 시급 3천원에 불합리하게 부려 먹히는 소녀 가장 아르바이트생의 씁쓸한 미소가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힘내렴, 민트!’ 로드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시작할게요.”
민트가 빗자루를 들어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마녀들도 민트쪽으로 빗자루 끝을 모았다.
*
‘……토착 몬스터를 동원하는 전략이라니! 정말 미쳐 버리겠군.’
직접 말을 타고 우익으로 가고 있는 콜린은 적의 전략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공격 루트도 무척 절묘했다.’
마운틴 고블린들이 쳐들어 온 지점은 파티스펠을 준비하는 마법사들의 야영지가 근처에 있고, 중앙 본진과도 연결된 중요거점이었다. 정면에는 높다란 산언덕이 자연 벽처럼 가로막고 있어서 방비는 다소 적었다.
하지만 설마, 가파른 산악 지형을 오르내릴 수 있는 마운틴 고블린들을 데리고 와 공격할 생각을 하다니… 제대로 한 방 먹었다고 콜린은 생각했다.
그가 오펙투스 진형에 도착하자, 흥분한 마운틴 고블린들과 병사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두머리는 이미 병사들의 손에 죽은 듯 했고, 고블린들은 더욱 분노하여 날뛰었다. 병사들의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심각하다. 이대로는 정말 뚫리겠어.’
콜린은 신속하게 지침을 내렸다.
“몬스터들을 자극하지마라! 제자리에서 철저하게 반격만 하고, 후미의 병사들은 병장기를 내리쳐서 소리를 내라! 우리에게 적의를 가지게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러나도록 하는 거다!”
쿵! 쿵! 챙! 챙!
콜린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이 제자리에서 병장기를 두들기며 위협했다. 하나의 군대가 일제히 내뿜는 강렬한 소음에 최전방의 마운틴 고블린들이 잠시 주춤했고, 여기에 콜린은 데리고 온 마법사들로 화염 마법을 시전하게 했다. 몬스터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불이었다. 마법사들은 화염 마법을 허공에 띄워놓은 채 대기했으며, 이를 본 마운틴 고블린들은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대치 상황이 생기자 콜린은 죽은 우두머리의 시체를 마운틴 고블린들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고블린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말을 주고받더니, 결국 우두머리의 시신을 짊어지고 등을 돌렸다. 콜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산의 무법자들이라 하더라도, 일개 마물에 불과하다.’
매혹마법에 걸린 우두머리를 따라 우르르 산을 내려오기도 하고, 큰 소리와 불에 두려움을 느껴 등을 돌리기도 하는 것이 몬스터란 족속이었다. 그러나 아직 콜린이 직접 지휘하는 곳 말고도 난전중인 지점도 있었기에, 완전히 몬스터들에게서 벗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피해 상황은 어떤가?”
콜린이 후방 지휘관에게 물었다.
“…아직 정확히 추산은 못했사오나, 결코 적지 않은 수가 희생됐습니다. 불의의 기습인데다가 고블린들의 화력이 생각보다 강하여서…….”
‘어휴, 우두머리를 죽이지 않고 생포했다면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콜린이 혀를 찼다.
눈앞의 어비스 동맹군도 아닌, 자연재해라 불러도 좋은 몬스터의 공격 때문에 꽤나 큰 타격을 입었다. 치엘로가 노린 것도 이런 것이리라. 피해를 입혀도 좋고, 아니면 말고. 그래서 콜린은 더 이가 갈렸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피해를 입는 건 막아야 한다. 다른 곳에도 과인의 지침을 전달하도록!”
“예!”
피해는 입었지만 그래도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콜린의 모든 신경이 우익쪽의 몬스터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이, 새로운 전략이 펼쳐지고 있었다.
“폐하! 적습입니다!”
중앙의 전령이 말을 타고 달려와 보고했다.
“뭐라고? 또 어디에서……?”
“후방입니다! 본진의 후방에 기병대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본진 뒤편의 우거진 숲에서부터 기병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밟아 죽여라!”
“와아아!”
콰콰콰쾅! 기마들의 차치공격에 방패도 없는 병사들은 저항도 못하고 널브러졌다. 최후방의 목책 방어선이 기병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었다.
콜린은 보고를 듣고 생각했다.
‘…워프 게이트로군.’
숲을 등지고 있기에 후방 기습이 어려운 지형. 더군다나 이렇게 나무가 빼곡한 숲에서의 기병 운영은 불가능에 가깝다.
‘……라고 생각하면, 이 지형을 택한 놈들의 함정에 빠지는 거겠지.’
숲에서 빠져나온 어비스의 선두 기마대는 목책 방어선을 무너뜨린 후, 그대로 본진으로 내달리는 중이었다.
“자, 이대로 강행돌파를! 허엇!”
선두에서 달리던 기병들이 갑자기 고꾸라졌다. 곳곳에 기병들의 진군들을 막기 위한 구덩이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몇몇 지점은 창병들이 숨어있기까지 했다.
“설마…….”
“…우리가 여기로 올 것이라는 걸 예측했던 모양입니다.”
“쯧, 옆으로 우회해서 본진을 친다!”
기병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막혀 시간이 끌리고 있는 한편, 숲속의 워프게이트에서는 계속해서 기병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그때 불현듯 파이어볼 몇 개가 워프게이트에 날아들었다.
퍼버버벙! 마력끼리의 충돌에 워프게이트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뭐야?”
이제 막 워프게이트에서 빠져나온 기병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놈들이 왔다! 쳐라!”
숲 곳곳에 매복하고 있던 오펙투스 병사들이 일제히 기마병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단순 보병들뿐만 아니라, 워프게이트의 소환을 막아낸 마법사들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보병들이다! 다 죽여 버려!”
곧바로 어비스군의 기병들과 매복병들 간의 난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뭐, 뭐야!”
“이놈들 강하… 커헉!”
오펙투스의 매복병들이 우세였다.
콜린은 전령으로부터 이 상황을 전해 듣고 미소 지었다.
‘몬스터들로 시선을 끌고, 연쇄 전략으로 본진 공략이라…… 훌륭하긴 하지만 중앙쪽은 철저하게 방비 해뒀어. 우리도 더 이상의 피해는 없다.’
알브헤임의 멸망보너스는 오펙투스가 획득했다. 그리고 그 혜택들 중에서는 알브헤임의 국가 고유 능력인 ‘숲의 가호’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엘프들이 숲에서 잘 싸운다는 상식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숲에서 싸울시 주어지는 능력치 보너스는 이제 콜린이 이끄는 오펙투스 병사들의 것이 된 것이다.
‘이게 바로 멸망 보너스의 힘!’
콜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 알브헤임의 영토는 차지하지도 못했고, 고작 플레이어 하나를 잡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나라가 강해진 것이 선명히 눈에 띄었다. 콜린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빌어먹게 고맙다, 플로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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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딸기바나나 / 제목 바뀌었습니다! 지적이 많았던 부분이라
로리콤MK /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전략!
Mr윤 / 오늘도 감사합니다 ^^
잇시키이로하스 / 헉 ㅋㅋㅋㅋ 혼동 ㅠㅠ
다크프레셔 / 키메라 나옵니다
Speedwagon / 역시 팬더는 격투를 해야 제맛!
알테니아 / 그녀는 좋은 에이스였습니다.
Leessa / 오타 지적 감사해요, 수정했습니다!
벌레 / 사실은 유혹!
니알라토텝 / 펜리르 :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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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하늘 / 저도 그 부분이 무척 걱정됐습니다.. 으음
@로아리아 / ㅠㅠ 휴재가 잦아서 죄송합니다. 저도 느긋하게 글만쓰고 싶 ㅠㅠ
@브륀하르트 / 아닙니다!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하고, 나라 설정도 틈틈이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밀린 일이 워낙 많아서 ;ㅅ;
@잿빛나래 /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