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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전검 아인하르트 ‘참격’.
콰콰콰콰콰! 세 줄기의 푸른 격류가 가얄의 몸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가얄의 몸을 헤집어놓은 격류는 그 기세를 줄이지 않고 주위의 수인병들까지 집어삼켰다. 문자 그대로 전열을 세 갈래로 찢어버린 격류는 후열의 예비대까지 흔들어 놓고서야 잦아들었다.
쿠구구구구!
굉음이 멎어들고 키리안이 철컥! 소리를 내며 검을 닫았다. 전장을 가로지르는 마치 할퀸 듯한 푸른 상흔에 어비스군 병사들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나이가 드니 신중함과 공포를 혼동하는가. 나도 한심해졌군.”
키리안은 바닥에 떨어진 아란의 배틀액스를 주워 어깨에 짊어지고는 시선을 돌렸다. 참격에 당해 몸이 세 갈래로 움푹 파여 피범벅이 된 가얄이 그곳에 누워있었다.
“네놈의 승리다. 인간.”
가얄의 팔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보고 계십니까? 아란님.’
키리안은 휘몰아치는 감격에 배틀액스를 번쩍 들어올렸다. 주위의 병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전사 연맹의 키리안님이 적 선봉장을 쓰러트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아로게쓰 출신 전사들의 환호성은 전장의 모든 병장기 소리를 뒤덮고도 남았다.
“가자! 앞으로!”
다시 진군이 시작되었다. 선봉장 간 일기토의 승리로 어비스군의 기세가 크게 오른 반면 게노세르크군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키리안과 그를 따르는 액스워리어들을 중심으로 어비스군은 중앙을 돌파해 나가기 시작했다.
“오오!”
“저 자들은?”
병사들이 손가락을 뻗었다. 새로운 지원군이 중앙으로 합류하고 있었다.
“오호호!”
“꺄르르!”
켈타인 위치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동안 워프게이트 사용외에는 후방에서 마력을 비축해두고 있었기에 유난히 힘이 넘쳐 보였다. 그녀들이 일제히 적 방향으로 손바닥을 뻗었다. 어두운 불꽃이 그 앞에서 일렁였다.
“데스볼트!”
콰콰콰쾅! 공중에서 발사되는 폭격 마법이 밀집지형에 떨어졌다. 사방이 아군 병사들로 막힌 수인병들은 제대로 도망쳐보지도 못하고 폭사했다.
“잠시만, 잠시만.”
“좀 지나갑시다.”
그리고 어비스군 진형 한 가운데에, 10대 가량의 당나귀 수레와 함께 하얀 가운을 걸친 남자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 모두 하버트의 연구소원들이었다.
최전방까지 도달하자 연구소원들은 수레를 멈추게 하고 관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서 스무명 가까이 되는 여인들이 꾸물거리며 일어났다.
“하아암.”
“우우웅.”
날카로운 송곳니와 등 뒤에 붙은 작은 검정 날개, 그리고 머리 위로 솟아있는 큼지막한 외뿔. 어비스의 키메라들이었다.
“자자, 이쪽으로!”
“여기로 오렴!”
과학자들이 유치원 선생님 마냥 손뼉을 짝짝 치거나 장난감을 흔들어 그녀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버트의 취향인지 키메라들은 등과 다리를 드러내며 몸의 선이 부각되는 복장을 입고 있었으며, 목에는 둥근 초커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몇몇 후열 병사들은 엉금엉금 기어가는 키메라들의 엉덩이에 시선을 때지 못했다.
“개폐!”
누군가의 외침에 과학자들이 일제히 키메라의 입에 부착된 마스크 같은 것들을 때어났다.
“시작해라!”
키메라들이 입을 벌렸다. 키이이이이이잉! 불길한 느낌의 검은 마력이 입 안에서 원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발포음과 함께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구체가 적의 진형에 떨어졌다.
죽음 그 자체를 형상화한 듯, 무음 무취의 새까만 마력 폭발이 일어나 적병들을 집어 삼켰다.
“우와아!”
“저게 뭐야?”
병사들이 그 모습에 소름끼치는 듯 몸을 떨었다.
“꺄르르! 언니들! 저것도 흑마법이야?”
“…아닌 것 같은데?”
“쟤네 귀엽다!”
빗자루에 올라탄 마녀들도 키메라를 보며 자기들끼리 키득거렸다.
키리안의 일기토 승리와, 강력한 폭격수들의 등장으로 어비스 동맹군은 더욱 기세를 타며 적의 본진을 향해 전진했다.
*
워프게이트를 빼앗아 게노세르크 병력들을 보낸 후, 콜린은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로드는 총공세로 나왔군? 하긴, 아직도 반전을 노리는 것이라면 그 수밖에 없겠지.’
콜린은 시선을 되돌려 시체처럼 축 늘어져있는 멜로디를 내려다보았다. 마법무구 ‘코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억지로 흑마법을 다룬 반동으로 눈 코 입에서는 피를 흘렸고, 피부는 미라처럼 말라붙어 있었다.
“……괜찮아? 멜로디.”
“…잠시만요.”
그녀가 떨리는 팔로 마도사의 아공간을 열어 새로운 마법무구를 꺼냈다. 목걸이의 모양을 한 팬던트였다. 무구를 작동시키자 뽀각! 하고 몸체가 깨지며, 그 안에 들어있던 마법이 발현되었다.
- 리커버리(Recovery).
다시 말라붙은 서서히 피부가 회복되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겉모습은 전과 같더라도 컨디션은 여전히 나빠 보였다. 콜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습니다.”
그녀가 일어나며 말했다.
“더 할 수 있습니다.”
“…미안하군. 무리란 걸 알면서도 흑마법을 컨트롤하게 시켜서…….”
“괜찮습니다. 적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요소를 쓰는 건 전술의 기본이니까요.”
“이해해줘서 고맙네. 마법사들이 마지막 마력을 쥐어짜내서 다음 파티스펠을 준비하고 있어.”
콜린이 고개를 들어 마법사 소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 한 발이야. 이걸로 놈들의 총공세를 꺾어 놓기만 하면, 우리의 완승이다.”
“네, 폐하. 부족한 마도사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콜린은 씁쓰레한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런 소리 하지 말랬지 않았느냐? 말렉을 적 본진에 떨어뜨려 놓은 자네는 이 전쟁의 일등 공신이야. 과인에게 있어서 그대는 언제나 최고의 마도사다.”
“……예.”
멜로디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
전면은 어비스 동맹군이 총공세로 밀고 들어가는 형국이었지만 본진은 게노세르크군의 난입으로 초토화되어가고 있었다.
말렉이 직접 이끄는 난입병들은 미친 듯이 날뛰며 주위 어비스군을 학살했고. 본진은 비전투요원들이 많았기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게노세르크군의 기세의 중심에는 말렉이 있었다. 단 한 번의 전투도 패배하지 않은 수인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앙. 그의 전투는 많은 휘하 수인들을 열광케 했다. 말렉에게는 다른 전술이나 용병술이 필요 없었다. 그가 전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까지 닿을 듯 했다.
콰앙!
말렉을 상대하던 베아트리체가 바닥에 단검을 박으며 주르륵 밀려났다.
‘귀검 단장이!’
‘일방적으로……!’
지켜보던 어비스군 병사들이 경악한 얼굴로 수군거렸다.
“크흐흐흐! 제법 쓸 만한 잔재주를 가졌구나. 꼬마.”
말렉이 손목을 풀며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론 내게 닿지 않는다.”
베아트리체와의 거리를 두고, 그의 주먹이 허공에 내질러졌다. 베아트리체가 몸을 꺾어 피해냈지만 그녀가 있던 자리에 꽝! 하는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말렉은 연속동작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꽝! 꽝! 꽝!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
갑자기 공격을 멈춘 말렉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왼팔을 뻗었다. 태앵! 그의 손이 정확히 휘둘러져온 붉은 창대를 튕겨냈다.
“나랑 붙어봐, 호랑이 괴물!”
꽈앙! 유니벨의 창이 굉음을 내며 폭발을 일으켰다.
말렉이 주춤한 틈을 타 뒤로 빠진 그녀가 손가락 사이에 낀 탄환을 날려 보냈다. 퍼벙! 퍼버버버벙! 작은 폭발 이펙트들이 말렉의 몸에서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좋아, 가드를 뚫어냈…….’
“모기가 물었나?”
폭발 연기가 걷히자 여유로운 인상의 말렉이 뒷목을 잡고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생긴 것처럼 깜찍한 공격이구나.”
“이이이이익!”
“…진정해, 유니.”
반대편의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여태껏 상대해본 적 없는 수준의 적이야.”
로드의 브리핑을 들었을 땐 감이 오지 않았지만 직접 상대해보니 저 남자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두 소녀는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협공으로 가기로 했다.
“무슨 생각들을 그리 하나?”
유니벨이 움찔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말렉이 거대한 주먹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크읏!”
유니벨이 고개를 홱 꺾으며 날아오는 스트레이트를 피해냈다. 회피와 동시에 몸을 빙글 돌려 전매특허인 발차기를 날렸다.
빠아악! 마력이 실린 다리가 말렉의 안면에 닿았다. 유니벨은 감각을 느끼며 이건 먹혔다고 생각했으나.
“재밌군.”
말렉은 왼 손으로 유니벨의 다리를 받아낸 모습이었다.
“더 해봐.”
말렉이 그대로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가뿐하게 들어올렸다.
“이, 이거 놔!”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 유니벨이 양 손에 탄환을 소환해내 마구 던져댔다. 콰콰콰쾅! 붉은 장미가 연이어 말렉의 몸에 피어올랐지만 다리를 붙잡은 손의 힘은 풀어지지 않았다.
‘……무슨 맷집이…!’
뻐어어억! 뒤에서 돌아온 베아트리체가 온 몸을 던진 날아 차기를 말렉의 몸에 꽂아넣었다. 그제야 붙잡힌 유니벨의 다리가 풀어졌다.
“유니! 괜찮아?”
“응. 고마워.”
주저앉은 유니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발짜리.”
투콰아악! 베아트리체의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맹렬한 충격파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단검으로 충격파의 중심을 가르긴 했지만 그 후폭풍만으로도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가시거리 밖으로 날아갔다.
“리체!”
“……크흐흐, 내 보답이다. 꼬마.”
말렉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비스라, 약골들만 모아 놓은 곳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쓸만하군.”
“……입 닥쳐!”
유니벨이 입술을 깨물며 마창을 소환해냈다. 말렉은 정권 자세를 취했다.
“한 발짜리.”
우우우우우웅! 그의 주먹에 푸른 마력이 맺히기 시작하며, 그 파장이 대기를 물결처럼 출렁이게 했다. 어마어마한 투기에 정면에 마주한 유니벨은 공포감을 느꼈다.
뻐억!
말렉이 주먹을 내지르기 직전, 뒤에서 대뜸 내리쳐진 묵직한 일격이 말렉의 몸 균형을 무너뜨렸다.
“프?하하핫! 애들을 괴롭히면 쓰나!”
알란드의 드워프 영웅, 콘라드였다. 커다란 주포로 내리친 무식한 공격에 충격을 받았는지 말렉의 주먹에 일렁이던 푸른 마력 또한 사라졌다.
“이 놈이!”
쓰러지려던 말렉이 발뒤꿈치에 힘을 가하는 것으로 균형을 되찾았다. 그가 재차 주먹을 내지르려 했다.
- 패럴라이즈(Paralyse).
말렉의 몸이 일순간 탁한 회색빛으로 변하며 동작이 굳어졌다.
“어머, 어림없어.”
빗자루를 타고 흑마법을 시전한 마녀, 켈타인의 에이스인 루나였다.
“프?하하하하핫!”
콘라드가 그대로 주포를 말렉에게 겨누며 제로거리에서 포탄을 발사했다. 꽈아아아앙! 시커먼 연기와 함께 그의 몸이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끄으윽, 이 빌어먹을 놈들이!”
“뭐야? 벌써 코스프레 파티 시작한거요?”
쇠파이프를 든 피닉스가 특유의 불량한 팔자걸음으로 설렁설렁 걸어왔다. 그는 빗자루를 탄 루나를 보더니 반색을 했다.
“오! 마녀 코스프레군!”
“…….”
루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닉스에 이어 새로운 영웅이 주춤거리며 나타났다.
“우와아… 다들 모였군요… 멤버들이 대단하네요…. 저 같은 게 이런 자리에 껴도 될 까요…. 하하…….”
알란드의 과학자 영웅 데니스였다. 그는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외소한 몸이었고, 등 뒤에 붙어있는 기계의 끝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기계팔이 달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까지 그들에게 다시 합류하며 삼개국의 이름 높은 영웅들이 모두 모였다. 자그마치 6:1의 전투였다.
“크흐흐! 이것도 로드놈의 수작인가.”
몸을 일으킨 말렉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나 쓸데없는 발버둥이다.”
========== 작품 후기 ==========
하하하... 조아라 전체 2위라니. 좋은 기회가 왔는데 왜 하필 월화수가 예비군일까요! ;ㅅ; 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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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스윈 / 저도 안하던 걸 갑자기 했더니 두드러기가...! 열심히 써봤습니다 하하;
Mr윤 / 감사합니다 ^^!
로아리아 / 키메라는 이제 등장!
ㅇㅈㅂㅇㅂ / 주인공 버프의 치명적인 매력;
Leessa / 그러네요 ㅎㅎ; 저도 쪼끔 당황했지만 기분은 좋아요
로리콤MK / 끄아아아, 왜 이런 초대형 오타들이 ㅠㅠㅠ 다버트는 대체 누구야!! 누가 설명좀
브륀하르트 / 대표 영웅이나 대표하는 연구 스킬을 정리해서 보여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ㅅ; 할일이 많군요; 비월건은 곧 스토리 진행에서 보실수 있을듯 합니다.
kcsniper / 워프게이트를 계속 소환해 시선을 끈건 탐지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를 공격으로 전환시켜 본 워프게이트를 숨기기 위함이었답니다... 콜린은 그걸 간파한거구요
니알라토텝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표지가...
빛과하늘 / 엇 ㅠㅠ 리코맨 안했던가요? 그리고 1위기념으로 연참도 한 번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갈군다는 거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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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시키이로하스 / 말렉 안티가 늘고 있다아;;
@Speedwagon / 표지 외모 버프가 ㅋㅋㅋㅋ
@火炎無 / 죄송합니다, 못합니다,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