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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전장인 개활지와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울창한 숲.
찌르르 울리는 풀벌레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가득한 평화로운 이곳은 피 튀기는 개활지 전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 스카 파치노가 이끄는 마피아 독립 부대가 숨어있었다.
“……으으, 우으으으!”
밧줄에 묶인 한 남자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가리개를 한 그는 온 몸이 피범벅이었고 신체 곳곳에 단검과 쇠침 등이 박혀있었다.
“보스.”
고문 장면을 지켜보던 마피아 한 명이 마지못해 말했다.
“언제까지 할 겁니까? 이미 놈이 아는 정보는 다 분 것 같은데, 그만 편안히 보내줍시다.”
오죽하면 마피아는 포로에게 동정심 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스카 파치노가 지시한 고문의 강도는 지독했다.
“오홍홍! 아직 말하지 않은 정보가 있을지 몰라용. 다리 한 짝만 더 지져보도록 해용.”
바위에 걸터앉은 스카 파치노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조직원들이 포로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어서 정신을 차리게 하고는 고문을 재개했다.
“제, 제발 그만! 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소리에 산새들이 푸드덕 날아갔다. 스카 파치노는 비명소리가 감미로운 선율이라도 되는 마냥, 살이 통통하게 찐 목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탔다.
“오홍홍홍홍! 이것이야 말로 바로 생명체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지용!”
“…….”
마피아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튼 운이 좋았습니다, 보스. 혼란 중에 적의 마법사를 생포하다니…….”
“오홍홍! 덕분에 재미있는 정보를 얻었죵.”
그들이 얻은 정보란, ‘메디에이터’라는 마법 아티펙트의 존재였다. 땅에 붙어있는 길쭉한 토템의 형태를 한 그것은 대지에 흐르는 마력을 모으는 강력한 ‘마력 응집체’였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이 메디에이터의 마력을 이용해 파티스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다 생각했어용.”
스카 파치노가 중얼거렸다.
“마법사들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계속 똑같은 위치에서만 파티스펠을 만들었어용. 게다가 인원도 별로 없으면서 4번째 파티스펠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죵. 역시 정보를 캐내보길 잘 했군용! 오홍홍홍!”
그녀의 말대로, 이 무구에 대한 마법사들의 의존도는 무척 컸다. 그들이 가진 생체 마력만으로는 파티스펠은 2번 정도가 한계였다. 그럼에도 4번째 파티스펠을 만들고 있음에도 탈진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메디에이터’ 덕분이었다.
스카 파치노는 총 3개의 메디에이터가 오펙투스 진형의 천막 안에 숨겨져 있으며, 그것을 지키는 경비들까지 붙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그러니까 그 세 개의 아티펙트를 부수면, 더 이상 파티스펠을 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법사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말이지용!”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포로를 보았다.
“내 말이 맞죵? 마법사 양반.”
포로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 파치노는 이제야 고문을 중지시켰다.
“보스. 지금 바로 이 정보를 본진에 보고해서 지침을 듣고, 지원을 요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홍홍!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용?”
그녀가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지원을 요청해봐야 멍청한 클랜 놈들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구용! 작전은 우리 마피아의 독단적인 판단과 움직임으로 수행할 거예용.”
드디어 움직일 생각이 들었는지, 바위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가 손목을 풀었다.
“그러기 위한 독립 부대니까용. 오홍홍홍홍!”
*
어비스 동맹의 본진에서는 세 국가 연합의 여섯 영웅과 말렉간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전투 초반에 말렉은 숫자의 차이에도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싸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영웅들이 말렉의 공격에 익숙해지고 있었고, 서서히 팀플레이도 맞아 떨어져갔던 것이다.
“쯧……!”
피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낸 말렉이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막고 핑! 풀었다. 핏물이 나왔지만 조금도 고통스러운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입가는 즐거운 듯 씰룩거리고 있었다.
“좋아! 좋아! 이래야 재밌지!”
무려 여섯 명을 홀로 상대하고 있었지만, 말렉은 자신이 데려온 병사들의 도움은 일절 받지 않았다.
어비스 동맹측 영웅들도 이 상황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전력이 말렉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으니 본진에 들어와 날뛰는 게노세르크군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본진은 거의 괴멸 위기였고, 얼른 말렉을 쓰러트리고 혼란을 진압해야했으나 말렉은 도통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그들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무장들,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집중 공격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그림이었다.
“더 이상은 시간이 없답니다, 여러분.”
흑발의 마녀 루나가 말했다. 그녀는 베아트리체, 유니벨과 같은 B급의 무력형 영웅이었다.
“호흡은 충분히 맞춰보았으니, 이제 본인들 최대의 장기로 한 번에 확실히 죽이도록 해요.”
다른 영웅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크하하하! 누가 누굴 죽인단 거냐!”
말렉이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자 루나는 재빨리 올라탄 빗자루를 출발 시켰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 투쾅! 소리가 나며 충격파가 통과했다.
- 멀티 데스볼트.
루나가 빗자루를 타고 지나가는 자리마다 검은 불꽃들이 일 열로 쭉 전개되었다. 그녀가 우아하게 손짓하는 것을 신호로, 순차적으로 날아간 데스볼트들이 말렉의 몸을 강타했다.
콰콰콰콰쾅!
그러나 이정도 공격으로 무너질 상대가 아니었다. 회색 연기를 뚫고 도약한 말렉이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머리위로 들어 올렸다.
“우선은 네 년 부터다!”
타겟은 유니벨이었다. 소녀의 몸통만한 호인의 두 주먹이 유니벨에게 내리꽂히려는 순간, 알란드의 데니스가 앞을 가로 막았다. 등에 달린 로봇팔이 손바닥을 펼쳤고, 말렉은 깍지 낀 주먹을 내리쳤다.
터업.
“……!”
말렉의 동공이 흔들렸다. 당연히 머리통을 박살낼 줄 알았던 본인의 두 주먹이 데니스의 머리 앞에서 멈췄던 것이다. 로봇팔의 완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데니스가 무안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저 같은 게 막아서…. 죄송합니다…….”
저벅. 측면에서 다가온 베아트리체가 한 걸음 땠다. 그리고는 잔상을 남기며 말렉의 몸을 통과했다.
촤좌자자자자작!
말렉의 몸에 무수히 많은 검상이 생기며 피가 흩뿌려졌다. 그가 이를 악물고 밀려오는 신음을 참았다.
- 론다의 저주.
연합군 영웅들의 공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말렉의 발밑으로 불길한 보랏빛 마력진이 생기더니 말렉의 몸 또한 같은 보랏빛으로 변했다. 루나의 고위 흑마법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약화 저주를 걸었어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웃기지도 않아. 이쯤이야 그냥 벗어나면……!”
- 오버 부스트.
말렉을 붙잡고 있는 로봇팔 관절에서 녹색 빛이 솟구쳤다. 꾸우우우욱! 로봇팔의 출력이 최대치로 올라가며 말렉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혔다. 최대 출력에 약화의 저주가 합쳐진 덕분이었다.
‘이 새끼들이 정말!’
자존심이 상한 말렉이 날카로운 송곳니로 로봇팔을 물어뜯으려 했으나 번개처럼 달려든 피닉스가 냅다 쇠파이프로 말렉의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빠아아악!
고개가 아래로 팍 꺾인 말렉은 균형 감격을 잃고 비틀거렸다.
“프?하하핫! 훌륭하네! 꽉 붙잡고 있으시게나!”
말렉의 등 뒤로 돌아 들어온 콘라드가 화포를 겨누었다. 데니스는 등에 부착한 로봇팔 장치를 떨어뜨리며 뒤로 물러났다.
콰아아앙! 이어서 말렉의 몸이 포탄에 직격하며 연기에 집어삼켜졌다.
“아직 부족해!”
- 붉은 마녀의 마창.
하늘 위로 도약한 유니벨이 양 손에 마창을 소환해 던졌다. 꽈아아아앙! 창이 지상에 닿는 순간 두 개의 시뻘건 육각기둥이 피어올라 하늘 높이 솟구쳤다.
드디어 영웅들의 모든 공격이 끝나고 정적이 주위를 휘감았다.
모두가 숨을 헐떡이며 폭발에 뒤덮인 말렉 쪽을 지켜보았다. 말렉이 약화된 상태에서 포격과 마창 두발이 들어갔다. 결코 데미지는 적지 않을 것이었다.
“프?하하하! 쓰러트렸나?”
콘라드가 유쾌하게 말했다.
“괜한 소리 좀 하지 마! 아저씨!”
바닥에 착지한 유니벨이 찌릿 노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연기 속에서 말렉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렉은 바닥에 다리를 쭉 펼치고 앉은 채로 허공에 손을 끄적거리고 있었다.
- Yes. 선택된 지역에 〈강제 폭주〉스킬이 사용됩니다.
말렉이 몸을 일으켰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
쿠구구구구! 말렉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의 투기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프?하하! 서있을 힘도 없으면서 잘난 척 하기는…… 우풉!”
뻐어어억! 콘라드의 몸이 피할 새도 없이 뒤로 날아갔다.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i는 것 보다 더 빠르게 숲으로 날아가 버린 그는 숲의 나무를 몇 그루나 무너뜨린 후에야 멈췄다.
어느새 정권자세를 취하고 있는 말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발짜리.”
‘……!’
‘빨라!’
모두가 경계하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유니벨은 손가락 사이에 마력 폭탄을 소환해두고 자세를 낮췄다.
‘아까 마력을 한꺼번에 많이 소모했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유니벨이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말렉의 주먹이 코앞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날 상대하면서 뭔 생각하나? 꼬마.”
너무 놀란 나머지 유니벨은 동작이 굳어져 버렸다. 피닉스가 뛰어와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숙이게 했다. 소름끼치는 파공음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하하…. 죄송하지만… 죽어주십시오!”
데니스가 말렉의 뒤를 잡았다. 그가 옷 주머니에서 또 다른 발명품인 듯 한 제압봉을 꺼냈다.
파지지지지직! 제압봉이 말렉의 몸에 닿는 순간 막대한 고압전류가 흘러들어갔다.
“어떻습……!”
뻐어어어억! 주먹에 얻어맞은 데니스가 피떡이 되어 바닥에 처박혔다.
“한심하다, 쓰레기.”
키이잉! 말렉이 힐긋 위쪽을 보더니 재빨리 정면으로 질주했다. 퍼버버버벙! 그의 머리위에서 생성된 마력진에서 데스볼트들이 연속으로 쏟아졌다. 말렉이 앞으로 내달리며 시전자인 루나 쪽으로 주먹을 뻗었다.
투콰앙!
날아오는 충격파에 루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캐스팅 중이라 회피가…!’
그녀는 다급히 자신의 정면에 흑마법으로 만든 방패를 만들어냈다. 터어어어엉! 충격파가 부딪치자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마력 방패가 깨져나갔다. 루나는 그 반동으로 마력이 역류했는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으윽, 당신.”
그녀가 입가의 핏물을 닦으며 말렉의 붉은 눈을 보았다.
“야수화 상태로군요.”
“크흐흐. 관찰력이 좋군, 마녀.”
“야수화 상태로 들어서면 이성을 잃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멀쩡한 거죠?”
루나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렉이 씩 웃었다.
“몸뚱이는 수인이지만, 난 이 세계의 수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가 스킬 따위에 지배당할 것 같나?”
말렉이 팔을 가뿐하게 돌리며 이어 말했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세계는 말이다. 아무리 하찮은 잡졸, 혹은 민간인 여성조차도 수십 년 훈련받은 군인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세계였지.”
“……?”
아까부터 말렉이 이해 못할 말을 하고 있었지만, 루나는 야수화 상태의 반동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넘어갔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료의 머리가 날아가든 옆에서 폭탄이 터지든 절대적인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 분노한답시고 꼭 정신을 내던져야 된다는 건 아니야. 요는 정신력과 약간의 요령이지.”
“……이해 못 할 이야기로군요.”
“크흐흐! 나도 계집에게 공감을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가 땅을 짚으며 주먹을 치켜 올렸다.
“그만 죽어라.”
투콰아아앙! 충격파가 날아갔다. 이번에도 루나는 방어 마법진을 소환했지만 아까완 달리 완전히 방어하지 못하며 빗자루에서 굴러 떨어졌다. 데미지가 컸는지 쓰러진 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켈타인의 루나 마저…….’
남은 영웅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나마 말렉을 가장 괴롭혔던 그녀마저 당한 것이다.
“크하하하하! 즐겁구만! 자, 자, 다음은 누구지?”
폭주화로 새빨개진 말렉의 눈에 광기가 피어올랐다.
========== 작품 후기 ==========
삼일간 예비군 다녀오겠습니다. 그래도 연재는 계속될거예요! 아,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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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炎無 / 예비군 훈련때 올린 분량을 쓰느라... 참아주시옵소서...
니알라토텝 / 간단하게 니일라님도 10연참을 원합니다! 라고 하시죠! ㅠㅠ
잇시키이로하스 / 아직이다아앙 ;ㅅ;
샤프라닉스 / 코멘 감사합니닷
긴츠 / 제 속도로 연참은 무리였습니다 ㅠㅠ
Leessa / 연참 대신 예비군에도 올릴게요!
지리산의늑대 / 미안합니다... 아직입니다. 시무룩
빛과하늘 / 제 멘탈, 은근히 종이멘탈이라구요? 쿠폰 감사합니다! 더 힘내겠습니다!
Mr윤 / 하버트의 취향이 듬뿍! 서큐버스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심 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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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콤MK / ��! 감사합니다!
@...(-1)... / 큰고모님이 등판하시면 다 죽어요. 아, 그리고 민트는... (그녀는 좋은 마녀였습니다)
@Speedwagon / 뚝빼기는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로아리아 / ㅠㅠㅠ 왜 하필 이때 훈련인지
@spadel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굴잼
@잇힝잉힝 / 오오 ㅠㅠ 감사합니다!
@SherylNome / 이분 통이... 정말 잘 쓰겠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