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 강림 -->
“크흐흐흐흐! 재미있군! 재미있어!”
말렉이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당겼다. 간을 볼 것도 없이 처음부터 전력이었다.
“간다! 한 발짜리.”
투콰앙! 충격파가 땅을 헤집으며 다가왔다. 리리스는 정면에 ‘수호의 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가뿐하게 막아냈다.
가드에 성공한 그녀가 팔을 내리자, 주위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어느새 거대한 야수의 그림자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돌진기로 거리를 좁혀온 말렉이 그녀를 지키는 수호의 진에 연타를 퍼부었다. 둔탁한 효과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지만, 수호의 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말렉은 측면과 후방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주먹과 발차기를 번갈아 날려댔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하얀 마력진이 생성되어 앞을 가로 막았다.
“언제까지 수비만 할 생각이냐!”
“입 열지 마.”
리리스가 손바닥을 펼쳤다.
“썩은 내 난다. 돼지.”
그녀의 손에서 고리의 모양을 한 마력진이 신속하게 날아갔다. 공격을 퍼붓느라 무게 중심이 쏠려있는 것을 노린 완벽한 타이밍이었지만, 말렉은 코웃음치며 가드를 올렸다. 베아트리체의 회복 불가 저주를 제외한다면 어떤 공격이든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 해제의 진.
스릉! 그러나 그 마력진은 말렉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채 몸을 통과하여 날아갔다. 말렉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공격을 하라 했더니 이게 무슨 짓거리…….”
순간 그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열렬히 타오르고 있던 분노의 불길 또한 물을 끼얹은 듯 사그라지고 있었다. 말렉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폭주화의 강제 해제?’
폭주화 상태가 풀려버리며, 그로 인한 리바운드의 증상이 나타났다. 몸의 곳곳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 어떤 맹공보다, 상대의 버프를 해제하는 기술이 말렉을 상대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
이렇게 되니 급해진 쪽은 말렉이었다. 몸에 부담이 오기 전에 승부를 내야만했다. 말렉이 그녀의 앞으로 바짝 붙었다. 제로거리에서의 발경으로 벽을 뚫고 저 악마의 명치에 한방 제대로 먹여줄 생각이었다.
그가 정권자세를 취하며 마력을 모으는 순간,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수호의 진이 걷혔다. 리리스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 중력의 진.
꾸우우우우웅! 말렉이 주먹을 휘둘러보기도 전에 막대한 위력의 과중력이 작렬했다. 그의 몸이 땅에 퍽! 소리가 나게 엎어졌다.
“……큭! 이까짓 것 따위!”
말렉이 두 팔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다.
- 다중 소환 30개.
꾸우우우우우우우우웅!
“끄어어억!”
그의 몸이 납작하게 드러눕게 되며, 중력에 의해 지면 째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 년이 정말! 잔수작 부리지 말고 제대로 싸우란 말이다!”
리리스가 콧방귀를 뀌며 한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새까만 기체가 모여들어 구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그것을 손바닥 끝으로 받힌 후, 공을 튀기듯 가볍게 툭 밀었다.
빙글. 마력의 구가 회전하며 날아가 중력의 진 반경에 들어왔다.
그것이 중력에 의해 말렉에게 내려앉는 순간, 맹렬한 폭풍이 일어났다. 검은 마력이 격렬하게 회오리치는 형상이었다. 그 반경에 들어온 모든 것들이 썩어 문드러졌다.
“……이제야 돼지 똥 냄새가 조금 가시는 구나.”
리리스가 중얼거렸다.
“언니이! 너무 세게 했어.”
“아직 힘 조절이 잘 안 되는 구나, 린.”
리리스가 홀로 중얼거리며 등을 돌려 걸어갔다.
“……한 발짜리.”
그녀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폭발 속에서 맹렬한 투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리리스가 귀찮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두 발짜리.”
연기가 걷히며,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주먹을 뒤로 끌어당긴 자세의 말렉이 나타났다.
검은 마력에 휘말려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살벌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그의 주먹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리리스도 이제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는 정면에 무수히 많은 마력진을 소환해냈다. 서로 다른 모양의 마력진들이 중앙으로 모여 퍼즐처럼 척척 맞춰졌다.
파차앙! 하나의 모습으로 완성된 마력진은 마치 천사의 대광륜을 연상케 하는 눈부신 빛을 뿜어댔다.
“크흐흐흐흐흐! 이년 좀 보게? 좋아! 좋아!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피가 끓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딪쳐 볼만한 괴물이 눈앞에 있었다. 그녀를 저 벽 째로 완전히 날려버릴 생각을 한 말렉이 남은 한 팔로 손목을 붙잡고는 다리를 찢어질 만큼 벌렸다.
“세 발짜리!”
콰콰콰콰콰콰콰콰! 주먹에 모아진 마력이 폭발하듯 넘쳐흘렀다. 주위의 지면이 뒤집어지다 못해 파편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절로 오금이 지릴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리리스는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돼지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구나.”
“받아봐라!”
광기에 도취한 말렉이 소리쳤다.
“내 최강의 일격을!”
자신의 몸 보다 수십 배는 커진 마력을, 말렉은 주먹을 내지르는 것으로 인도했다.
새파란 혜성이 마력의 꼬리를 이끌고 날아가며 그녀의 마력진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빛이 쪼개지며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일었다.
털썩.
말렉이 쓰러졌다. 마력은 고갈됐고 두 팔의 근육은 파열된 듯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즐거운 듯 낄낄거렸다.
이런 전력을 다해본 해방감이 얼마만이던가! 즐거웠다. 이 세계에 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푸욱! 푹!
말렉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지면에서 솟아오른 두 개의 검은 칼날이 가슴을 뚫고 지나간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몸이 반응해 치명상은 피했지만, 입에서 피가 왈칵 튀어나왔다.
“이게…!”
그가 손날로 칼날을 끊어내 없앴지만 통증이 심했다. 시선을 들자 흑과 백의 머리를 휘날리는 여인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티끌하나도 다치지 않은 채 멀쩡했다.
“……네년이!”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설마 승부를 피한 것이냐?”
그녀가 긍정의 대답인 듯 입꼬리를 올렸다. 방금의 진은 수호의 진 같은 방어형이 아닌, 굴절과 위치 이동의 진을 결합한 것이었다. 말렉의 눈에 핏대가 섰다.
“감히이이이이! 감히 나를 능멸해? 네년이 그러고도 전사냐?”
“……한심하구나.”
그녀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돼지가 던지는 돼지 똥을 피하지. 뭐가 예쁘다고 맞아주겠느냐.”
“……!”
그의 얼굴이 굴욕감으로 시뻘게졌다. 너무도 굴욕적이었다. 평소라면 이깟 도발쯤, 가뿐히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말렉의 상대는, 언제나 자신보다 약했다. 마음만 먹으면 한 손으로도 머리를 딸 수 있는 자가 무슨 말을 지껄인들, 그저 가소롭게 느껴졌다.
그것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온갖 악명을 가진 포악한 군인이었고, 그 어떤 대단하다는 인간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모두가 조심스럽게 대했다. 돈이나 지휘와는 관계없이 느끼는 생물의 한계. 강자에게는 본능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모습.
바로 이것이었다. 본능적인 공포! 돈보다, 명예보다, 결국은 단순한 힘이 더 우위에 있다. 돈을 믿고 까부는 인간들도 칼을 목젖에 들이대면 살려달려고 벌벌 떨기 바빴다. 가끔 자존심을 세운답시고 굳건히 버텨보려는 자들도,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목숨을 들먹이면 금방 얼굴이 파랗게 질리곤 했다.
그렇다. 그저 힘. 복잡한 수식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말렉은 언제나 강자의 시선으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세상을 단순히 힘의 원리로만 보고 살아왔기에, 싸워보지도 않고 굴복하기만 하는 인간들에게 실증을 느꼈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에 왔다. 진심으로 목숨을 던져 부딪치는 전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락과 희열을 찾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동등하게 싸워도 지지 않을 상대를 찾기위해.
그런 상대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자였다. 그런데 대체 이 기분은 뭐란 말인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 아니었던가? 진짜 괴물을 눈앞에 두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크아아아압!”
카앙! 낭인 영웅 타나토스가 난입하여 리리스를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수호의 진으로 막아낸 그녀가 이건 또 뭐냐는 듯 노려보았다.
“산군! 피하십쇼!”
타나토스가 외쳤다.
“그 몸 상태로는 무리입니다!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나중에 다시 도전을!”
“……!”
말렉의 몸이 움찔했다.
‘내가 도전을 하라고? 도전을 받는 게 아니라?’
말렉은 그 말에서야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했다.
빠아악! 타나토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나 쓰러지는 것 보다 더 빠르게 리리스에게 덤벼들었다.
“산군! 어서!”
“…….”
리리스는 번거로운 파리를 쫒듯 검은 마력을 쏴대며 타나토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말렉의 몸이 분노로 떨렸다. 내가 패배했다고? 인정하기 싫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저 여자의 목을 움켜쥐고 싶었다. 머릿속으로는 몇 번이고 그리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본능이 막고 있었다. 폭주는 풀렸고, 연속 스킬 사용으로 벌써부터 어마어마한 반동이 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덤비면 틀림없이 죽는다.’
본능이 그렇게 속삭였다. 말렉은 오늘 초라한 자신의 밑바닥을 대면하고 말았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틀림없는 공포였다.
‘……결국 나도, 더 강한 상대를 만나면 굴복해버리는 그냥 흔해빠진 인간이었단 말인가!’
리바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말렉이 눈을 질끈 감으며 등을 돌렸다.
콰직! 결국 타나토스의 몸에 구멍이 뚫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흥.”
리리스가 추적을 위해 검은 마력을 끌어올리는데, 갑자기 동생이 말했다.
“언니, 이제 그만. 그만하자.”
“무슨 말이니? 린.”
“힘을 과하게 썼어. 우리 몸을 봐.”
그녀가 시키는 대로 몸을 내려다보았다. 신체 곳곳에 부서진 듯 미세한 실금이 나있었다. 악마의 힘을 키메라라는 마물의 몸으로 남발한 대가였다.
“……언니가 다치는 거, 나는 싫어.”
그녀 스스로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둘게. 그깟 놈 때문에 린을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언니.”
“…린.”
다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내겐 너만 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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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리리스
소속 : 어비스 지하 던전
직위 : 마왕
종족 : 악마
무력등급 : (A+)*
통솔등급 : (C)
지략등급 : (C)
정치등급 : (D)
A+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1) : 타락의 악마
생전의 르네가 가졌던 능력이 악마의 힘으로 새롭게 개화되었습니다.
사마엘의 뒤를 이어 새로운 악마로 등극한 그녀는 검은 마력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마엘의 ‘타락의 권능’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검은 마력에 잠식된 자를 타락시켜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고유능력(2) : 천사의 기억
생전의 린이 가졌던 능력이 악마의 힘으로 새롭게 개화되었습니다.
마력을 ‘인챈트’하여 마력 자체에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리리스는 더 이상 마력 화살을 쏘지 않아도, 검은 마력 자체로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마력진’을 펼칠 수 있습니다. 마력진은 하얀색을 띠지만, 그 실체는 검은 마력입니다.
〈검은 마력 자체를 다루는 신체가 불안정합니다. 자주 사용할 시에는 신체가 붕괴하며 최후에는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 영웅은 고대의 존재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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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circle0810 / 가히 최종병기급이네요.
난누군가 / S면 너무 사기지 않을까요?
rolyhorl / 새로운 이중인격 캐릭터입니다!
mmmm34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술적으로는 손해인가요
아프게했어 / 고유 능력이 두 개!
왜이리들다재밌지 / 크으으, 정주행 고생많으셨습니다!
남호들 / 그러합니다!
은아준 / ㅋㅋㅋ 코멘 감사해요~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주세요
academy / 잘 보셨네요.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핵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크프레셔 / 무섭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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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두더지 / 사실 저는 다섯 눈 키메라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아직 세상이 좋아하지 않기에... 나쁜건 나인가 세상인가
@시크병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갈채
@scver / 예비군들 전투력이 어마어마;;
@Speedwagon / 보시면 아시겠지만 통제는...
@royanEl / 아뇨!
@火炎無 / (자살)
@로리콤MK / 악마님의 포격은 격이 다르죳
@...(-1)... / 저는 저희 집 근처 부대에서하는 거라 혜택 좋았습니다아! 그건 그렇고 큰고모님의 경분의 일이라니..
@빛과하늘 / 로드 : 키메라님 전쟁 참여하실 시간입니다. 키메라 : 니가 해!
@로아리아 / 헉, 쿠폰 감사히 받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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