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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158화 (158/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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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대통합

날이 밝자 로드 일행은 로즈안느와 헤어졌다. 로드는 거점인 발트호른으로, 로즈안느는 베틀린 시티로 돌아갔다.

수장인 로즈안느가 ‘베틀린 문화 특구’정책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공국의 주요 인사들을 설득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제가 설득하러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 말을 들은 로드는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체 뭘 믿고 가신 서약까지 했단 말인가. 반대 여론이 거세게 불면 어쩌려고? 여전히 대책 없는 공주였다.

그래도 로드는 그녀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말렉이 눈 벌겋게 뜨고 있는데 베틀린의 독립 선언까지 강행해낸 그녀다. 그 정도의 추진력이라면 이번 문화 특구 건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오케이, 베틀린이 정리되면 이제 남은 곳은 알브헤임과 루미너스, 오펙투스로구나.’

알브헤임 공략은 이미 티아가 준비하는 중이었고, 베틀린 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루미너스 또한 이미 유니벨이 한번 공략해낸 만큼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리고 오펙투스 공략은 가장 마지막에 실행할 생각이었다. 딱 하나의 거점 영지만 차지하면 되지만, 정보에 의하면 전쟁에서 살아남은 마도사 ‘멜로디’가 버티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파티스펠은 쓰지 못하지만 까다로운 적수인 것은 여전했다. 로드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알란드와의 양동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 로드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

베틀린 영토의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빛의나라 ‘루미너스’. 자국민들은 간단히 줄여서 ‘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나라는 태양과 빛을 숭배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태양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도시들 모두 드높은 고지대에 지어졌다.

그들은 태양열을 마력으로 변환해 ‘마력 응집체’를 만드는 고유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응집체로 흔히 아는 ‘통신 수정구’나 ‘메모리얼 수정구’등을 제작할 수 있으며, 오펙투스로 수출되면 마력 아티펙트가 되는 등 그 쓸모는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루미너스의 전 수도 ‘오벨리스크’. 이곳은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에 지어진 도시였다. 이 도시는 주인이 계속 바뀐 것으로 유명했는데, 루미너스 왕실에서 시작해 이카루스를 거쳐 게노세르크로 바뀌었다가 유니벨의 공격에 함락되어 어비스에서 잠시 통치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게노세르크가 차지했으나, 말렉의 죽음으로 수인들의 통치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은 이제 곧 어비스의 통치를 받게 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인지, 루미너스의 국민들은 다른 나라들처럼 ‘애국심’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져 있었다. 누가 다스리든 먹고 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딱 한번, 예외적으로 옆 나라 베틀린의 독립 선언에 자극받은 몇몇 지식인들이 우리도 독립을 해야 한다며 주장한 적이 있었으나,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며 흐지부지되었다.

누구에게도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온 오벨리스크 사람들. 오늘도 언제와 같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오?”

“왜 그래?”

그러나 그 평화로운 일상의 작은 변화는 한 풍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웅성거렸다. 오벨리스크는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고지대. 그 구름 사이로 희뿌연 무언가가 목격되었다.

“착시인가?”

“……으음, 모르겠는데.”

그 형상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점점 이상현상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다.

“아, 무슨 일이야?”

근처에 머물고 있던 오벨리스크의 시장 또한 소란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대머리에 콧수염을 길게 기른 이 남자는 전형적인 야심가였다. 이번에 게노세르크가 무너지자, 이곳을 다스리던 수인들을 죽이고 새롭게 권력을 잡은 인물이었다.

“시, 시장님! 저기에…….”

“뭐야? 저게.”

절벽 아래의 구름바다 위로 상어 지느러미처럼 뾰족한 끝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저게 뭔가 싶어 바라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위로 솟아오르며 구름 아래에 묻혀있던 거대한 몸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우, 우와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자빠졌다.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아오른 그것은 무려 거대한 ‘성’이었다. 아까 본 뾰족한 끝은 성의 지붕 부분이었던 것이다. 중앙의 성을 기점으로 여러 건축물들이 삐쭉 삐쭉 솟아있었고 그 성을 떠받치는 지반까지 통째로 떠올라 섬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은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눈이 이상한 거 아니지?”

“저게 대체 뭐야?”

어느새 이 성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오벨리스크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태양의 도시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시장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저것이 바로 소문의 천공성……! 그렇다면 이카루스인가!’

바로 그때, 하늘 위 천공성으로부터 낙하하는 인간들이 보였다.

하피의 DNA가 있는 이카루스인들은 몸 곳곳에서 깃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것으로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내려오면서 속도를 늦추는 정도는 가능했다. 마치 맨몸으로 낙하산을 타는 것과 같았다.

“사격 준비!”

하늘에서 내려오던 이카루스 병사들이 화살을 장전해 지상으로 겨누었다. 아래에 있는 시민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쏴라!”

피잉! 핑! 핑! 핑!

머리위에서 일직선으로 내리꽂히는 화살들에 사람들이 픽픽 죽어나갔다. 뒤늦게 적의 공격을 알리는 종소리가 땡땡 울려 퍼지며 오벨리스크 측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방어태세를 갖추는 것 보다, 기습으로 내려온 공성 측 병사들이 더 빨랐다. 하늘에서 방해받지 않고 내려온 그들은 순식간에 망루에 있는 병사들을 해치우고 주요 거점들을 점령했다. 창공국가 이카루스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성벽과 성문 같은 기존의 구조물들은 의미가 없었다.

오벨리스크 측 병사들이 모여 반격을 시작하려는 그때 하늘에서 맹금류의 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그리핀이다!”

쐐애애애애액!

이카루스를 상징하는 강력한 공중 특화 병종 ‘그리핀 라이더’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독수리의 머리와 발톱, 그리고 사자의 몸통을 한 이 괴물들은 커다란 몸뚱이가 내는 속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리핀들이 내지르는 울음소리에 오벨리스크의 시민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귀를 막았다.

“자, 잡아라!”

“맞춰서 떨어뜨려!”

궁병들이 그리핀을 노리고 화살을 날렸지만 어림도 없었다. 언제나 안전한 성벽위에서 보병들을 상대했던 그들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 병종은 평생 상대하는 것이었다. 겨냥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리핀 라이더들은 적 궁병들의 화살을 가뿐히 따돌리며 성안으로 고공 낙하했다.

“타격하라!”

그들의 주무장은 투창이었다. 평범한 투창도 있었고, 창날에 푸른빛이 감돌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마력 폭발을 일으키는 것도 있었다. 그들이 지나는 곳마다 궁병들이 투창에 관통되어 죽어갔으며, 폭발하는 투창에 의해 구조물이 무너지고 건물에는 불이 붙었다. 도시는 점점 혼란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럴 수가.’

불타는 도시를 보며 시장은 망연자실했다. 어떻게 되찾은 자율 통치권인데 이카루스가 왔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카루스의 왕은 오벨리스크를 거쳐 간 통치자들 중 단연 최악이었다.

이대로 넋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그의 머릿속에 깃들었다. 시장이 직접 지휘를 시작했다.

“막아라! 어떻게 해서든 막아! 하늘을 나는 놈들을 억지로 맞춰 잡지 말고 도시에 내려온 보병들부터 처리해라!”

“고생이 많으시군. 나으리.”

“……!”

갑자기 들린 낮선 목소리에 시장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움직였다. 언제 저기에 있었는지, 골목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보였다.

“넌 누구냐!”

“나?”

남자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리곤 그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위에서 온 사람이올시다.”

“…어, 어느 틈에!”

낮선 이의 등장에 병사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시장에게로 다가왔다.

“이익!”

“죽여!”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그의 앞을 막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남자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지 못했다.

“좀 지나가겠수다.”

남자는 흥얼거리며 병사들을 밀치고 지나갔다. 바로 앞에 적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병사들은 손에 쥔 검과 창을 부르르 떨기만 할뿐 움직이지 못했다. 시장이 답답한 듯 외쳤다.

“뭐 하는 거야? 어서 처치해!”

“쉽구먼, 쉬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병사들을 뚫고 온 남자가 시장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커허어헉!”

시장이 눈을 뒤집으며 발을 버둥거렸다.

“다들 뭐하나? 댁들 대장이 죽어도 그렇게 무기만 들고 있을 거요?”

“…큭!”

“으으으…!”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남자를 베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태연하게 등을 보이고 있는 이 남자를 도저히 공격할 수가 없었다. 몸이 통제를 벗어나 그것을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빌어먹을!”

그때 한 병사가 검을 떨어뜨리더니 맨 주먹으로 달려들었다.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기개는 좋았소. 허나…….”

푸욱! 푹! 푹! 푹! 푹!

병사가 다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주위에 있던 동료들 열댓 명이 날아온 투창에 몸이 뚫려나가며 꼬챙이 신세가 되었다. 병사가 놀라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십 명의 그리폰 라이더들이 공중을 선회하며 투창을 겨누고 있었다.

“너무 늦었어.”

“큭!”

“그래도 나름대로 분투를 했으니 상을 드리지.”

펄럭! 2미터가 넘는 하얀 날개가 촤악 펼쳐지더니 남자의 몸이 붕 떠올랐다. 그 다음으로 병사가 인식한 장면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발이었다.

빠아아악! 발차기에 얻어맞은 병사의 몸이 저 만치 날아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남자는 날개를 휘둘러 사뿐히 바닥으로 착지했다.

“커어어억! 이, 이, 이것 좀 제발! 커헉!”

“아, 실례했군. 이제 어쩔 거요? 시장 나으리.”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항복? 아니면 죽음?”

“하, 항복하겠소……!”

시뻘게진 얼굴의 시장이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

“이제 오벨리스크는 그대들의 것이오! 그러니까……!”

“진작 그러시지.”

남자가 손을 놓았다. 시장이 바닥에 엎드려 콜록거렸다.

“그쪽 애들 무장 해제 시키쇼.”

남자가 확성구슬을 시장의 앞에 툭 떨어뜨렸다. 시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장군! 전 소대 모두 내려왔습니다.”

이카루스군 병사들이 남자의 앞에 도열해 보고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휘저었다.

“이 도시는 우리가 차지한다. 저항하는 자들은 죽여도 좋다.”

“예! 장군!”

============================ 작품 후기 ============================

샤폴 / 언제나 고난과 역경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테니아 /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제 주소는 왜 물어보시는거죠? ㄷㄷ

니알라토텝 / 하렘 확정 멤버가 여성 전체라니 ㅋㅋㅋㅋ

엔텔드 / 오타였습니다 ;ㅅ; 수정했어요!

잇시키이로하스 / 저도 베아 쓰는 맛에 삽니다!

사람인생 / 오타였어요 ㅠㅠ 코맨트 감사합니다!

아프게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라운 묘사력;;

spadel / 그저 웁니다

Karla / 라면 드시나봐용? ㅎㅎ

파르니르 / 음란핑킄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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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 음, 확실히 어비스는 다문화 국가라 자기만의 문화 색깔이 부족한 점이 있죠.

@...(-1)... / 당시 순사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정말로 대단;;

@火炎無 / 여름인데 왜이렇게 몸에 오한이 생기는 걸까요 허허...

@ㅇㅈㅂㅇㅂ / 하렘과 딸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고 있지요

@로아리아 / 역시 잘 아시는군요! 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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