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59화 (15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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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대통합

한편 천공성의 한 가운데에 크게 솟아있는 왕궁 내부.

주위가 투명한 유리 같은 것으로 덮여있어 경관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왕좌에 떡하니 앉아있는 남자. 몸 전체가 덮이는 뾰족뾰족한 깃털 망토를 둘렀으며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포마드 스타일에 눈에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썼다. 그가 바로 이카루스의 플레이어, 파스칼이었다. 그는 마력 수정구를 통해 지상이 초토화 되는 모습을 낄낄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호화로운 안주가 있으니 맛이 기가 막히네. 키야.”

그는 식사 중이었다. 한 조각 썰어낸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감미롭게 음미했다.

“폐하! 식사 중에 실례합니다!”

전령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와 경례자세를 취했다.

“개안타. 뭔 일이고?”

“오벨리스크의 시장이 항복했다는 보고입니다.”

“아, 글나? 성으로 불러들였다가 적당히 처치해라.”

“옛!”

전령이 사라지고 파스칼이 스테이크를 마저 썰려고 하는데, 그의 시야 앞을 가로막는 알림창이 있었다.

- ‘로드 폴렌티아’님이 ‘파스칼 아틀루스’님께 1:1대화를 신청하셨습니다.

“와 이리 빠르노? 역시 어비스네.”

그가 수락 버튼을 누르자 지휘관 옆으로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반갑습니다. 파스칼 님.”

화면의 로드가 딱딱한 어조로 인사했다. 파스칼은 태연하게 말했다.

“히야! 이게 누꼬? 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어비스의 플레이어 아입니까? 내 같은 잉여한테는 무슨 용무로?”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로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으나 파스칼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게노세르크를 잡은 우리에게 영토 우선권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때 말렉에게 영토까지 내어 놓으셨던 분이 이제 와서 루미너스를 공격하는 이유가 뭐죠?”

“아따, 들켜버렸구마.”

로드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지금 저와 전쟁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보소, 보소, 뭐시 그리 급하오? 로드 님.”

그가 스테이크를 한 조각을 썰어 입에 쏙 넣었다.

“마, 들어보이소. 내가 루미너스를 재끼고 루미너스의 멸망 보너스를 묵었잖소? 그런데 이제 말렉이 죽어삤으니 빌려준 땅을 돌려받겠다는 거요. 무슨 문제라도?”

로드가 헛웃음을 지었다.

“날강도로군요.”

“마, 로드.”

순간 파스칼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니 뭔가 착각하는 거 아이가? 말렉 하나 잡았다고 니가 뭐라도 된 줄 알면 큰 오산이데이.”

“…….”

로드의 눈빛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과도한 자신감. 틀림없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가 우짜든, 루미너스는 내가 가져간데이. 자신 있으면 들어와보꾸마.”

- ‘파스칼 아틀루스’님이 1:1 대화를 종료했습니다.

‘하아아, 이 자식이…….’

발트호른에 돌아오자마자 이런 소식이라니, 로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파스칼은 이카루스의 수도이자 가장 강력한 병기이기도 한 천공성을 직접 끌고 왔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강해지는 걸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만 보고 있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움직임이 빠르다.’

로드는 지휘관 창의 지도를 열었다. 현재 어비스와 영토를 맞댄 나라는 동맹인 알란드, 켈타인. 그리고 이카루스와 카사르였다.

‘…이제 알겠네.’

어쩐지 파스칼의 자신감 가득한 표정에서 아크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마 아크가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두 사람이 ‘어비스 견제’에 서로 합의했다면, 로드가 병력을 움직여 이카루스를 치는 즉시 카사르의 대군이 언더하임으로 밀고 내려올 것이다.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군. 지금 내가 먼저 이카루스를 치는 건 자살행위다.’

그런데 정작 카사르는 잠잠했다. 스파이의 보고에 의하면 카사르는 평시 상황이었고, 병력의 전진 배치를 통한 압박도 없었다. 멸망시킨 글레이시온 영토의 안정화와 문화시대 발전에 중점을 두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이카루스를 써서 어비스를 견제하는 것은 놓치지 않는걸 보니 참으로 아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크의 다음 표적이 된 건 확실해. 녀석에게 휘둘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남은 영지들을 점령해야겠어.’

*

로드는 발트호른에 도착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바로 언더하임에 복귀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모든 계획을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우선 알브헤임 공략을 즉시 실행시키기로 했다.

티아를 총사령관으로 삼아, 그 아래에 베아트리체, 유니벨, 클랜장 급 영웅 다섯 명을 붙여 주었다. 티아가 가신으로 들어올 당시 그녀에게 힘과 복수를 약속했으니, 이정도의 지원은 당연한 것이었다.

또한 플랫랜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키리안을 장군으로 임명한 다음, 그의 병력들을 게노세르크 쪽으로 이동시키도록 했다. 어비스 본군이 알브헤임을 공략하는 동안, 혹시 모를 이카루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들도 거점 영지 공략 때문에 정신이 없을 테지만 방비가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 갑자기 천공성을 이끌고 넘어올지 몰랐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했다.

티아가 이끄는 어비스군이 위그드라실 공략을 위해 출발했고, 로드는 언더하임에 남아 이브와 티아의 국정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그 뒤 며칠 시간이 더 흘렀다. 티아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베틀린의 사신단이 언더하임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이었다.

‘이카루스의 움직임이 유리하게 작용했군.’

그들은 옆 동네의 루미너스가 이카루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위협을 느낀 것 같았다. 로드는 기뻐하며 곧바로 베틀린의 원로들과 만나 군신의 관계를 맺었으며, 이것으로 베틀린 공국은 어비스에 완전히 종속되었다. 로드는 절차가 마무리 되자마자 키리안의 병력을 베틀린시티로 보내 그들을 보호하도록 했다. 그들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직접적인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이런 저런 행사를 모두 끝내고, 로드와 로즈안느는 왕궁 밖의 언더하임을 산책하고 있었다.

“저 언더하임은 처음인데 정말 좋은 곳 같아요!”

로즈안느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리번거렸다. 로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빈말 안 해도 돼. 황무지뿐인 여기에 볼 게 뭐 있다고……. 베틀린시티가 몇 배는 더 아름답지.”

“아, 아녜요! 여기도 좋은 점이 많아요!”

로즈안느는 일단 그렇게 말해둔 다음 몇 초간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아, 예를 들면 맑은 공기라던가……!”

휘이이이잉. 마침 언더하임의 흙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의 안면을 강타했다. 로드는 이제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 그대로 눈만 감았지만, 로즈안느는 비명을 지르며 정신 사납게 주위를 방방 뛰어다녔다. 흙바람이 그치고 나서 두 사람은 다시 눈을 마주쳤다.

“아, 아하하……! 공기는 좀 그래도 사람! 언더하임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요!”

“오! 아름다운 커플이시군요!”

갑작스런 제3자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한 중년 여성이 그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커, 커플이라뇨! 그런 거 아니에요!”

로즈안느가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호호홋! 아쉽네요. 제가 관상을 좀 보는데 두 분은 정말 천생연분이세요!”

“저, 정말요? 진짜요?”

로즈안느가 호들갑을 떨었다.

“말 나온 김에 자세히 좀 볼까요? 어머, 피부 고운 것 봐. 어디서 왔어요?”

“베틀린시티에서…….”

로즈안느의 얼굴을 보던 그녀가 갑자기 화들짝 놀란 시늉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이쿠! 깜짝이야!”

“왜, 왜 그러세요?”

“관상을 보아하니 가까운 미래에 두 사람에게 끔찍한 불행이 닥칠 진조가 있어요! 어서 액운을 물리쳐야…….”

“이봐.”

옆에 서있던 검정 로브 차림의 로드가 말했다.

“도 안 믿는다.”

“……호호호! 저희는 그런 게 아니라…….”

“종교, 조상님. 다 안 믿는다.”

“……칫.”

중년 여성은 혀를 차며 그들을 지나쳐갔다. 로드가 돌아보며 말했다.

“갈 때 가더라도 방금 빼간 애 지갑은 놓고 가지?”

“……쳇. 간만에 외국인이길래 뽕 뽑을까 했더니.”

중년 여성은 로드의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보고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지갑을 바닥에 놓고 사라졌다.

“음, 그래. 아까 사람 뭐라고 했더라?”

“아, 아하하하…….”

로즈안느의 무한 긍정으로도 변호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언더하임이었다. 모래 바람이 심해질 징조가 보이자 두 사람은 산책을 그만두고 왕궁으로 돌아왔다.

“흑, 모래 때문에 머릿결이 퍼석퍼석해졌어요.”

집무실로 들어온 로즈안느가 울상을 지으며 머리를 매만졌다.

“미안해. 원래 이 정도는 아닌데 모래 바람이 자주 부는 철이라…….”

“아, 아하하! 괜찮아요! 그래도 멋진 왕도였어요!”

그녀가 양 손바닥을 마주보게 하며 애써 미소 지었다. 로드도 가끔 신기하게 느껴지긴 했다. 이런 똥 같은 나라가 다섯 나라의 영지를 다스리게 되다니. 아마 그 나라의 대표들도 여기 와서 보면 ‘내가 이런 나라에게 당했다니!’ 하며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말이라도 고마워. 이제 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직 한 사람이 안 왔군.”

“네? 누군데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마침 끼이익 하는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반인반마 케이론이 들어왔다. 그도 이번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언더하임으로 올라온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폐하.”

“아녜요. 딱 맞춰오셨네요.”

케이론을 본 로즈안느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베틀린의 로즈안느라고 합니다!”

“아, 이번에 어비스에 합류했다는…… 반갑습니다. 케이론이라 합니다.”

서로 간단한 소개와 인사치레가 끝나고, 로드는 집무실 서랍에서 대륙의 지도를 꺼내 펼쳤다.

“지금 우리가 차지한 영토를 표시해 봤습니다. 어비스 본토 셋, 아로게쓰 하나, 알브헤임 하나, 게노세르크 셋, 베틀린 셋. 여기에 티아의 군대가 알브헤임을 점령하게 되면 두 개의 영지가 추가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 다음은 알란드로부터 게노세르크의 거점영지를 주고 오펙투스의 거점영지 하나를 받는 교환을 할 겁니다.”

지도 위의 로드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니 총 6개 나라의 13개 거점 영지. 물론 이카루스를 몰아내고 루미너스의 영토도 복구해야 하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니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하겠습니다.”

“와아아, 우리 땅 엄청 넓네요!”

로즈안느가 웃는 얼굴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렇게 방대해진 영토를 어떻게 다스릴지 오랫동안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지도에서 세삼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죠.”

“그게 무엇인지요?”

“각 영지마다 생산되는 주요 자원들이 각각 다르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비스는 광석, 알브헤임은 목재, 게노세르크는 농작물.”

로드가 지도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각 영지들의 강점들을 좀 더 살려보는 건 어떨까?”

지역마다 나오는 자원들의 생산량과 품질은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하나의 나라’일 때는 하나의 자원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광업이 우수한 나라라고 농업에 소홀히 하면 국민들은 전부 굶어 죽을 것이다. 즉 나라 내정을 위해 역량을 고르게 분배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나라 안의 목수들은 나무를 해오다가도, 식량이 부족하면 잠시 본업을 그만두고 농사 일손을 도우러 가야했다.

그나마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주는 것이 소속 없는 자유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전 대륙을 돌아다니며 마치 혈관처럼 나라 곳곳에 필요한 물자들을 분배해 준다.

그러나 물동량이라는 것은 수량의 변수가 너무 많고, 막대한 물류비와 상인들의 폭리, 자원 무기화 등 문제가 수도 없이 많았다. 나라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주요 자원을 팔고 다른 부족한 자원을 사들이는 것은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했다.

하지만 땅 덩어리가 넓어진 지금의 어비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가장 중요한 농업, 임업, 광업이 갖추어져 있고, 모두 한 나라의 영토에 속해있다. 로드는 이 점에 주목했다.

“이제 중간 상인은 필요 없습니다. 각 영지에서는 특화된 생산 활동만을 수행하고, 산출된 자원들은 우리끼리 서로 분배하고 나누는 겁니다.”

이것이 로드와 이브가 함께 논의하여 계획한, 통합 영지 운영의 골자였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조금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잠시 휴재를 하도록하겠습니다 ㅠㅠ 대단한 문제는 아니고 휴재는 길면 일주일 정도로 생각하고있습니다. 복귀하면 더 좋은 글과 연참으로 돌아올게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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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늑대 / 기억이 희미하실겁니다. 사실상 처음 등장한 나라니까요 ㅠㅠ

셉셉이 / 혁명군이 활동은 할 수 있겠지만 혁명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올려주는 <혁명의바람>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겠지요

니알라토텝 / 히익 ㅋㅋ 이벤트 취급이라니!

로리콤MK / 네, 혁명단의 정보가 적었지만 이제 다들 대비하겠죠.

§실용주의§ / 정확하십니다!

그랑엘베르 / 이카루스에 A급 지략가라니? ㄷㄷㄷ;

ZzeRoN / 사실 둘다 첫 등판입니다!

아프게했어 / 걸레 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보너보나 / 가만 나둘 사람들이 아니죵

llSongOfBladell / 살짝 언급되고 말았는데 발트호른 점령당시, 로드랑 베아는 베틀린시티에 갔고, 유니벨은 오벨리스크에 갔죠

라이듄 / 정주행 고생하셨습니다아아!

...(-1)... / 히익; 멜로디가 이분께 찍혔엉 ㅋㅋㅋㅋ

잘되기를 / 감사합니다!

@로아리아 / 바로 빠르게 전쟁은 하지 않을듯 해요~

루타르 / 크으, 빠른 정주행 고생많으셨습니다!

freeingan / 옙, 물론이죵

Mr윤 / 글 쓰시느라 바쁘시죠? 연참 하시는거 보면 대단하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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