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70화 (170/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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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유니벨의 손에 이끌려 로드는 다트 인형 매장에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이 매장의 사장은 길쭉한 마법사 모자에 전용 로브까지 걸친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다트 매장에 웬 마법사 콘셉트일까? 로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저 인형을 갖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룰은 간단합니다! 다트를 던져 원하는 정령의 선택을 받으면 됩니다.”

그냥 다트를 던져 인형을 맞추면 된다고 하지. 콘셉트가 이상하리만치 굳건했다.

로드가 정면을 응시했다. 다트를 던지는 제한선에서 꽤 먼 거리에 5층 진열대가 있고 각 층마다 인형이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왠지 모르게 사기의 냄새가 나는 걸.’

다트로 인형을 맞추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맞춰 떨어뜨려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틀림없이 뭔가 장치를 해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다른 다트 매장들과는 달리 여기는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 또한 의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유니벨이 기대하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기에, 로드는 한 판만 해보기로 하고 돈을 지불했다. 한 세트에 다트는 여섯 발이었다. 다트는 끝은 뭉텅했고 고무처럼 말랑말랑한 것이 누르는 감촉이 좋았다. 불쌍한 팬더 인행의 몸에 구멍이 숭숭 날 일은 없을 것 같아 안도했다. 유니벨이 원하는 그 인형은 진열대의 가장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파이팅!”

유니벨이 한 발짝 물러나서 응원했다. 애가 웬일 일까? 자기가 나서면 바로 딸 수 있는 종목일 텐데.

‘뭐, 남자에게 실력 뽐낼 기회를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로드는 자신 있게 제한선 앞으로 걸어왔다. 시간이 빌 때마다 베아트리체와 꼬박꼬박 단검술 연습을 해왔기에 이런 다트 투척정도야 가뿐했다.

로드는 자신과 진열대와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잰 다음 엄지와 검지 사이로 다트를 곧게 고쳐 쥐었다. 그리고 다트를 쥔 손을 눈과 같은 위치에 두었다.

“자, 간다!”

로드는 팔꿈치를 펼치며 부드럽게 다트를 손에서 놓았다. 슈욱! 일직선으로 날아간 다트가 노리던 팬더 인형의 바로 옆을 지나쳐 벽에 부딪쳤다.

“아, 아깝다!”

로드가 무릎을 탁 쳤다.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단검으로 표적 맞추는 것 보다 난이도가 더 있어 보였다.

“흐응.”

유니벨이 실망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자 로드는 애써 큰 소리로 웃어 보였다.

“방금은 영점 조절한거야. 이제부터가 진짜지.”

최약체 취급은 이제 끝이다!

로드가 이를 악물고 연달아 다트를 던졌다. 그러나 세 발은 허공으로 날아갔고, 한 발은 인형에 맞췄으나 파워가 부족했는지 그대로 튕겨나갔다.

“……바보, 한심이.”

유니벨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나와 봐.”

“…네.”

로드가 의기소침해져서 물러났다.

요조숙녀 흉내는 여기까지였다. 몸을 움직이는 게임을 보니 그녀도 슬슬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유니벨이 하나 남은 다트를 들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간단하네.”

그녀가 혀를 빼물며 손가락으로 다트를 빙그르르 돌렸다. 그 모습에서 로드와는 차원이 다른 레벨의 차이가 느껴졌다.

“오, 저기 뭔가 하나본데?”

“다트야?”

길을 가던 사람들도 유니벨의 심상치 않은 준비 자세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가볍게 숨을 내뱉은 유니벨의 눈이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굉장한 집중력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팔을 뻗었다. 동작은 가볍게 던진 것 같았지만 ‘쐐애액!’ 하고 날아가는 파공음이 엄청났다. 주위의 사람들이 오오!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퉁!

다트는 정확히 팬더 인형의 배에 적중했다.

“맞았다!”

유니벨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그대로 다트가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응?”

“아아, 아쉽습니다!”

마법사 차림의 주인장이 외쳤다.

“조준은 좋았는데 여성 손님이라 보니 힘이 약했나 보군요! 허허허! 아까워요!”

“…….”

유니벨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흐, 흥분하지 마. 유니벨.”

로드가 재빨리 그녀를 진정시켰다. 이제 확실해졌다. 저건 사기다. 여성 손님이고 뭐고 그녀의 투척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성인 남자도 가뿐히 맞춰 자빠뜨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저런 매대에 서있는 인형 하나 못 넘긴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유니벨, 다른 곳으로 가자. 인형은 내가 비슷한 걸로 사줄 테니까…….”

“조용히 해.”

그녀가 싸늘하게 말했다. 이미 불이 붙어버린 듯 했다. 그녀는 기어이 돈을 꺼내 주인장 앞에 탁 내리쳤다.

“한 세트 더.”

“오오! 용기 있는 소녀로군요! 여러분, 그녀가 정령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시 도전합니다!”

주인이 모여든 관중들을 상대로 호응을 유도했다. 유니벨은 두고 보자는 눈빛으로 그를 한번 쏘아봐 준 후 다시 던지는 곳으로 돌아왔다.

“……유니벨.”

로드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알고 있지? 마력을 쓰는 건 안 돼. 마력은.”

“알아.”

그녀가 가볍게 다트를 말아 쥐고 자세를 잡았다.

“이능에 의존하지 않아도 내 힘으로 충분해.”

‘……인형 뽑기에 너무 진지한 거 아니니?’

쐐애액! 유니벨의 두 번째 다트가 대기를 가르며 쏘아졌다. 이번엔 팬더 인형의 이마에 정확히 적중했다. 인형이 크게 기우뚱했다.

‘타격점이 좋다. 이번에는 넘어가야…….’

투웅!

이마에 맞은 다트가 튕겨 나왔다. 넘어지듯 기우뚱 하던 인형 또한 오뚝이처럼 제자리를 찾았다.

‘아니, 무슨! 저게 뭐야!’

로드가 경악했다. 유니벨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씩씩거렸다.

“다음!”

그녀가 새로운 다트를 쥐고 던졌다. 이번에도 정확히 적중했지만 마찬가지로 튕겨 나왔다.

“다음! 다음! 다음!”

나머지 다트들도 적중은 했으나 인형을 쓰러트리지는 못했다. 다섯 번째 차례에 그녀는 아예 자세를 바꾸어 투수의 투구처럼 체중을 실은 투법을 보였지만 인형은 바닥에 드러눕듯 기우뚱하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관전자인 로드가 봐도 약 오르는 광경이었다.

“아아, 아쉽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정령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네요!”

사장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그녀의 빨간 머리가 정말로 불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유니벨이 마지막 다트를 움켜쥐고 섰다.

“유니벨! 마력은 안 된다니까!”

로드가 외쳤지만 이미 유니벨은 눈이 돌아가 버렸다. 그녀의 손에 일렁이는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망했다.’

쐐애애애애애액!

끝이 뭉툭한 다트가 하나의 살상 무기가 되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구경꾼들 모두 어마어마한 소리에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꽈앙!

다트는 팬더 인형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해 날아갔다. 인형의 배는 원형으로 텅 비어있게 되었다.

묵직한 정적이 주위를 휘감았다.

“아아, 정말 아쉽습니다!”

사장이 소리쳤다.

“마지막까지 정령의 사랑을 받지 못했군요!”

‘저것도 실패로 치는 겁니까!’

사장은 휘파람을 불며 배가 뚫린 팬더 인형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다. 그리곤 유니벨을 쪽을 향해 느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시 도전하시겠습니까?”

“이…이이익!”

로드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 났다. 이건 폭발의 전조다. 이봐요, 지금 애 속여먹이면서 장사할 때가 아니에요. 어서 도망을…….

“로드 니임!”

일촉즉발의 타이밍에 갑자기 로드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 여인이 이쪽을 보며 팔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지?”

“…또 여자야?”

두 사람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로브 후드를 벗었다. 찰랑이는 핑크빛 생머리가 드러났다.

“로즈안느!”

“안녕하세요!”

그녀가 반가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쫄래쫄래 다가왔다.

“어서와. 무대에서 보니까 인기가 엄청나던데. 공연하는 거 아니었어?”

“헤헤, 낮 무대는 방금 다 끝났어요. 이제 저녁 무대 준비해야죠. 어머, 유니벨 재정관님도 있으셨네요!”

“……흥.”

그녀가 팔짱을 끼고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다.

“제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지금 유니벨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무슨 일 있었나요?”

로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로즈안느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한 번 도전해 볼게요.”

“아니 그만 둬. 여기 순 사기니까…….”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죠! 힘내겠어요!”

무한 긍정 마인드의 그녀가 주인에게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한 세트에 얼마에요?”

한 떨기 청초한 꽃과 같은 미녀가 웃어 보이자 주인은 헬렐레한 표정으로 다트 세트를 넘겼다.

그녀가 다트를 받아와 로드와 유니벨에게로 돌아왔다. 로즈안느가 다트를 쥐고 살펴보았다.

“역시 마력은 쓰면 안 되겠죠?”

“……우리 인간적으로 인형 따기 게임 같은 거에 살인기는 쓰지 말자. 이 녀석은 홧김에 저질러 버렸지만.”

“시, 시끄러워!”

유니벨이 얼굴을 붉히며 성질을 냈다.

“좋아요! 해볼게요!”

로즈안느는 어느새 진지한 얼굴이 되어 제한선으로 걸어나왔다.

“야압!”

그녀가 귀여운 기합소리를 지르며 다트를 던졌다. 휙! 손에서 빠져나간 다트가 하늘로 날아가다 허무하게 바닥에 툭 떨어졌다.

“푸훗!”

유니벨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돌팔매질이라도 하는 거야? 던지는 법도 모르면서.”

“아으…….”

로즈안느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히, 힘내라!”

그때 뒤에서 지켜보던 관중들 중 한 명이 외쳤다.

“마, 맞아! 파이팅!”

“로즈안느 사랑해요!”

“오빠가 격하게 아낀다! 로즈야!”

로즈안느가 여기 왔다는 사실이 벌써 알려졌는지 뒤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호하며 응원의 메시지들을 던져주었다. 로즈안느도 팔을 흔들어 화답했다.

“고마워요, 여러분!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힘낼게요!”

“오오오!”

“로즈안느!”

“로즈안느!”

로드는 당혹스런 미소를 지었고 유니벨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로즈안느가 다시 다트를 쥐고 던지는 곳에 섰다.

“자아, 갑니다아! 얍!”

그녀의 다트가 날아갔다. 이번에는 제법 직선을 그리며 잘 날아갔지만 아쉽게 팬더 인형이 아닌 그 아래의 진열대 벽에 부딪쳤다.

“흥, 그럼 그렇지.”

유니벨이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가만히 서있던 팬더 인형이 텅!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어어?”

“와우! 축하합니다!”

사장이 소리쳤다.

“손님께서 정령의 선택을 받으셨습니다! 이제 저 정령은 손님의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로드가 허탈한 웃음소리를 냈다.

‘순 자기 마음이잖아.’

그때 로드는 뜨거운 열기에 흠칫했다. 고개를 숙인 유니벨의 몸에서 살기가 무럭무럭 솟아나고 있었다.

‘큰일 났다.’

“……이 사기꾼이.”

그녀가 마력을 폭발시키며 두 팔을 떨치듯 좌우로 뻗었다. 손가락 마디에 무수히 많은 붉은 폭탄들이 소환되었다. 적어도 스무 발은 넘어 보였다.

“다 터뜨려 버리겠어!”

폭탄들을 움켜쥔 그녀가 하늘로 던지려 들었다. 로드가 덥석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그, 그만해!”

“이거 놔아아! 내가 저 사기꾼 놈을 당장!”

“꺄아아아! 왜 그러세요? 유니벨 님!”

“사람 차별하냐? 앙? 내가 맞추면 넘어가지도 않다니 쟤는 맞추지도 못했는데 하늘을 날아가는 건 뭔데! 뭔데 대체!”

“유니벨 님! 인형 드릴게요! 드릴 테니까!”

“필요 없어!”

축제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이 하늘을 가리켰다. 다트 매장의 하늘에서 붉은 폭죽이 아름답게 터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로리콤MK / B급 애들 전투씬이 칼질 한번에 훈련받은 병사들이 썰려나가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좋은 인재가 아닐까요?!

루타르 / 먹보 클라스 ㄷㄷ

책읽는고래 / 왜 팬더 인형을 가지고 싶어할까요? 므흣

Mr윤 / 넵^^ 오늘도 감사합니다!!

잇시키이로하스 / 키잡.. 아, 아닙니다

Leessa / 유니벨파이시다!

Gomdoly / 조금씩 선은 파놓고 있습니다 일단은 하렘이라..

파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분이 듣기 전에 피해요!

박성빈 / ㅎㅎㅎ 코멘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푸른물결2 / 흠짓.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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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넷 / 비월은 어흥 알바중입니다..

@알테니아 / 3회 연속 정신줄을 놓으신것 같은데....!

@ROK1198 / 히익; 왜 유니벨의 목을 쳐야함을 주장하시는 거죠? 사연을 말씀해 보세요

@火炎無 / 로드와, 로드아버지와, 저는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저는 순수하고 플라토닉한 사랑을 꿈꾸는 사랑꾼일뿐

@로아리아 / 고유능력을 바꿔야 할듯 합니다. 반경 500미터 내에 로드를 발견해닙니다.

@天空意行劍 / 용도 들킴...

@...(-1)... / 마음먹은걸 가능한것만 할 수 있는것도 대단한 거죠! 그리고 모두다 하라는건 무슨 말씀?

@니알라토텝 / 맞는 말씀!

@그랑엘베르 /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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