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73화 (17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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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침투

- ‘세레스티나 윈슬렛’님이 ‘로드 폴렌티아’님께 1:1대화를 신청하셨습니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는,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로드가 손가락을 움직여 ‘수락’버튼을 누르자 새로운 화면이 떠올랐다. 하얗게 샌 백발과 피처럼 진한 적안의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특유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연회 이후 처음이지?”

긴장을 풀 겸, 로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옷차림은 다소 특이했다. 챙이 깊고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그 위에 하얀색 로브 후드를 한 번 더 뒤집어썼다. 머리를 묶지는 않았는지 시릴 듯한 백발은 두 갈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준비된 외출 옷차림. 뒤의 배경도 하늘이 보이는 것이 실내는 아니었다. 로드는 이러한 정보들을 머릿속에 입력하며 물었다.

“아르곤에서 갑자기 무슨 용무지?”

아무리 생각해도 머나먼 섬나라인 아르곤과 어비스는 별달리 접점이 없었다. 그녀와 싸우게 되는 것은 조금 더 먼 미래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정보를 구매하려고 연락한 것일까? 세레스티나는 옅은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게임을 하자.”

무도회 때 춤을 신청하러 온 로드를 데리고 보드게임을 할 정도로 그녀는 게임을 좋아했다. 하지만 여기서 대뜸 게임이라니? 도통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지휘관 창 열어두고 체스라도 둘 생각이야?”

“아니, 게임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세계.”

그녀가 손바닥을 뻗었다.

“네 동의와는 상관없이 이미 게임은 시작됐어. 룰을 설명할게. 내 병력은 이미 어비스 영토에 도착했어.”

“……!”

기습 침투! 로드가 표정관리를 못하고 눈을 부릅떴다.

“우리는 어비스 어딘가에 있는 목적지로 향하는 중. 그곳에서 소정의 목표를 이루면 나의 승리, 저지하면 너의 승리.”

“……뜬금없이 연락해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로드가 버럭 소리 질렀다.

“정말로 쳐들어왔다고? 진심이야? 나랑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이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이건 단순히 ‘게임’, 무시해도 네가 직접적으로 입는 피해는 없어.”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냐?’

타국의 영토에 무장한 병력을 풀어놓은 것 자체가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든 절대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다만…….

“왜 내게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거지?”

로드의 물음에 그녀가 웃었다.

“게임이니까.”

- ‘세레스티나’님이 1:1대화를 종료하셨습니다.

‘쩝. 다들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는다니까.’

로드는 뒷골목의 돌담에 등을 기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냥 장난일까? 하지만 로드가 겪어본 바로는 그녀는 의미 없는 장난을 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같이 바둑을 둘 때에도 실수로 보였던 작은 한 수가 나중에 돌이켜 보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왜 침투 사실을 말해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습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아르곤이 넘어왔다는 사실을 우리 정보부에서 모를 리가…… 있겠군.’

정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어비스를 상대로 침투작전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사실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능의 효과를 받는 특화 병종인 ‘어비스 스파이’는 그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카사르를 비롯한 대륙의 위협적인 국가들에 스파이들을 뿌려 두었다. 적의 침공이 일어나지 않는 최후방까지 전부 정보망을 펼쳐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세레스티나는 이 점을 캐치하고 해로를 통해 최후방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완전히 허를 찔렸다.

‘……그럼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로드는 고민을 거듭하며 왕궁으로 걸어갔다. 왁자지껄한 축제의 밤. 방금전만에도 저 축제에 참가한 일원 중 한 사람으로서 걱정 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몇 분 만에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금은 온 몸의 털이 긴장으로 곤두서있었다.

“폐하.”

왕궁으로 돌아오니 입구에서 이브가 걱정스런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무슨 일 있었죠?”

로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은?”

“다들 나가있어요. 축제를 즐기는 중이에요.”

일단은 적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로드는 이브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오며 세레스티나와 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녀의 말을 믿으시는 건가요?”

이브가 물었다.

“거짓말일 가능성은 있다고 봐. 내가 벌이는 행동으로 인해 다른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거나…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장난을 치는 스타일은 아니야.”

로드는 그렇게 말하며 지휘관 창으로 지도를 띄워두었다.

만약 그녀의 병력이 정말로 어비스 영토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병력은 소수정예일 가능성이 높았다. 덩치가 큰 대규모 병력의 공세라면 그 소식이 바로 로드의 귀에 들어왔을 것이다. 세레스티나가 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침투작전. 그 목표는 틀림없이 어비스의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레스티나 본인의 외출 차림, 주위의 다른 상황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직접 어비스 내에 왔을 가능성도 있다.

“적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어도 최소한의 대비는 해두는 좋겠어.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대처할 수 있을 테고, 단순히 의미 없는 준비라 해도 피해가 없으면 좋은거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비해 둔다고 나쁠 건 없죠.”

의견일치를 본 두 사람은 긴급히 가신들을 소집했다. 적국의 위협이 감지되었으니 이대 대응하기위해 병력을 소집한다는 명목이었다. 물론 아직 축제 중이었고 카사르 같은 타국에 정보가 들어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에, 대대적인 전시 동원령은 아니었고 정예 부대를 소집하는 정도에 그쳤다. 부랴부랴 부관들이 움직이며 기동성이 우수한 기마병을 위주로 소집했다.

“아,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뭐냐고오!”

유니벨이 집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팬더! 내 장갑 어디있……!”

“…음.”

로드는 바지를 입고 있는 중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이 변태!”

“……잠깐만, 내가 왜 변태가 되는 건데? 여긴 내 방이야.”

로드가 주춤거리며 바지를 마저 입었다. 유니벨은 얼굴을 붉힌 채 로드 쪽은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며 옷장에서 자신의 장갑과 부츠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네 물건들이 왜 여기 있는 거야?”

로드가 물었다.

“그냥 자주 오다보니까 저 안에 내팽개쳤나봐.”

“……너희들, 내 집무실을 그냥 만남의 장소나 직원 휴게실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엄연히 한 나라의 왕이 집무를 보는 곳이거든.”

“네에, 네에.”

유니벨이 전투용 장갑을 착용하며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 축제 중에 비상 소집령이라니… 다들 깜짝 놀랐잖아.”

“정보부에서 적의 침공이 예상된다고 해서 대비하는 거야.”

로드가 둘러댔다.

“흐응, 뭔데 그래? 카사르라도 내려오는 거야?”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지만…… 카사르는 아니야.”

로드가 나이프 포켓을 허리춤에 두르며 말했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니 철저히 준비해둬.”

그때 집무실 문이 열리며 이번엔 베아트리체가 들어왔다.

“주인님!”

“그래. 베아야!”

그녀가 쪼르르 달려오자 소파에 앉은 로드가 두 팔을 벌렸다.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품에 폭 안겼다.

“잘 놀았어?”

“네!”

“갑자기 소집해서 많이 무서웠지? 우리 베아. 우쭈쭈.”

로드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전쟁이에요?”

베아트리체가 물었다.

“그건 아직 몰라.”

“…….”

어쩐지 집무실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유니벨이 팔짱을 낀 채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팬더…….”

“윽, 또 왜 그래?”

“지금 사람 차별해? 나는 뭐, ‘언제 출동할지 모르니 철저히 준비해.’라고 성의 없이 말하고! 리체는 ‘많이 무서웠지?’ 라고 걱정해주고!”

“……아니, 베아가 무서워하니깐.”

그 말에 유니벨이 시뻘게진 얼굴로 빼액 소리쳤다.

“나, 나, 나도 무섭다고!”

“……?”

로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너무 과음한 거 아냐?”

“시끄러워!”

그리고는 등을 홱 돌려 도망쳐버렸다.

로드와 가신들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왕궁에서 비상 대기했다. 로드는 전투복 차림으로 소파에 누웠고 그 옆으로 베아트리체가 나란히 누웠다.

쿵!

그때 유니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니벨. 다시 왔…… 응?”

그녀는 가져온 이불과 담요를 주섬주섬 집무실 카펫위에 깔고는 거기에 누웠다.

“……이건 또 무슨 짓이야?”

“나도 여기서 자려고. 왜? 안 돼?”

“아니, 안 되는 건 아니다만. 좀 황당해서.”

유니벨이 찌릿 노려보았다.

“너희 둘이 내버려 두면 무슨 짓 할지 모르잖아.”

“……괜한 걱정이야.”

그녀는 바닥에 이불을 깐 다음 불편하게 자고 있는 베아트리체게 달려들어 이불로 끌어내렸다.

“얍.”

“……우웅, 유니.”

베아트리체가 졸린 눈을 비비적거렸다.

“나랑 같이 자자! 리체.”

베아트리체가 끄덕거리며 다시 눈을 감기 시작했다. 유니벨은 그녀를 쏙 껴안으며 뺨을 만지작거렸다.

“우우웅.”

“헤헤, 귀여워.”

‘후후, 내 가신들이지만 둘 다 귀엽다.’

5년만 더 젊었더라도 철면피를 깔고 저 안에서 뒹구는 건데. 라는 생각을 해보는 로드였다.

“다들 여기 계셨군요.”

이브가 조금 지친 얼굴로 들어왔다.

“폐하. 일주일치 군량 준비 해뒀어요. 말씀하신 물건도 직접 매입해서 챙겼구요.”

“응, 수고했어.”

그녀는 소녀들이 있는 바닥과 로드가 누운 소파를 지나 집무실 책상으로 왔다. 책상에 앉아 팔베개를 만들어 엎드렸다.

“…왜 여기서 자? 집에 들어가지.”

로드가 말했다.

“소집령이 내려졌으니까요.”

“총무는 상관없잖아. 오늘도 고생했는데…….”

“같이 있고 싶어요.”

그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전쟁에서 같이 싸워드리진 못해도 같이 자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이, 이브!”

로드는 감격에 젖었다. 요즘 아저씨가 되어가는 것일까, 이런 작은 배려에도 울컥 울컥하곤 했다.

“…티아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로드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위그드라실을 비울 수 없어서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아, 지금 분위기 좋았는데 그런 거유 엘프 이야기는 왜 꺼낸 거야!”

유니벨이 투덜거렸다.

“왜 그렇게 티아를 싫어해? 동료잖아.”

“흥, 그냥 싫어!”

그들은 밤새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이 지나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 시점, 애니록스가 헐레벌떡 들이닥쳤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오, 왔군.”

로드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났다.

“베틀린 최남단의 어촌 도시가 의문의 군세에 괴멸! 근처 정규군 수비까지 전멸했다고 합니다!”

세레스티나의 말이 맞았다. 로드가 몸을 일으켰다.

“준비하자, 애들아.”

============================ 작품 후기 ============================

휴식끝! 다시 열글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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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h1020 / 일할 시간이야!

튜데이지 / 시작이네요

잇시키이로하스 / start!

아쉐니트 / 감사합니다! 저도 드디어 ㅠㅠ

갓히스 / 왕을 빙자한 핫산 로드

난누군가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T스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가숰ㅋㅋ

리버마운틴 / 아르곤의 왕입니다

책읽는고래 / 이분 취향이...!

니알라토텝 / 정략결혼... 그것도 플레이어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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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카츄 / 베아가 왜요! 로리 검열에 걸리는 건가요! ㅠㅠ

@마리오넷 / 아쉽. 동맹이 아니라 침공!

@마스터칼솔럼 / 호오오 그건 또 처음 알았네요 필요한 양 외에는 소변으로 배출된다니;

@ㅇㅈㅂㅇㅂ / 아닙니다!!

@로리콤MK / 진정하시고 한국말로 말씀해보세요

@...(-1)... / 문짝이 정식데뷔 ㅋㅋㅋㅋ 그리고 로즈안느는 오늘도 웁니다.

@알테니아 / 울지말고 이야기해봐요

@로아리아 / 오오, 휴가 잘 다녀오셨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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