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77화 (17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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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티나 윈슬렛

위그드라실.

“영주! 별동대들이 절반 이상 당했습니다!”

“적 군세에 이능 사용자가 있습니다! 의문의 검격이 날아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 합니다!”

전령들이 속속 티아에게 상황을 보고해왔다.

“……골치 아프군.”

그녀가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별동대를 보내 시간이라도 끌어볼 생각이었지만 막지 못했다. 어느새 아르곤군은 위그드라실 바로 앞까지 도달해있었다.

“전령. 적병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약 오백 정도의 소규모 군세입니다만, 전원이 드레이크를 타고 있는 용기사들입니다. 사실상 아르곤의 최정예군으로 보입니다.”

티아는 어떻게든 사람을 긁어모아 1500명을 간신히 맞추었다. 수는 세배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전력상으로는 500명 전원이 특화병종에다 에이스 급 영웅들이 다수 포함된 아르곤군이 확연히 우세였다.

게다가 위그드라실 꼭대기에 위치한 성채는 어비스군과 엘프토착세력의 전투 여파로 아직 복구가 덜 된 상황이었다. 티아는 고민 끝에 성채를 활용하지 않고 위그드라실 중턱에 전진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세계수는 다소 특이한 전장이었다. 세계수의 몸체를 중심으로 중력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수비자 입장에서는 세계수의 몸통 둘레 전체를 틀어 막아야한다는 것이 큰 과제였다.

이 넓은 수비 포인트를 병력을 고루 보내 커버하면, 적의 일점돌파에 간단히 무너져 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의 방비를 굳건히 하면 아르곤의 기병들은 방비가 약한 곳만 노려 공략해올 것이다.

그래서 티아는 기존의 목책 방어선에 더해, 후방에 2차 울타리 방어선을 하나 더 세웠다. 1차 목책 방어선이 공격당해 위기에 처하면, 그 부분에 2차 병력이 가서 지원하는 방어체계였다. 아르곤의 기동성 플레이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영주! 아르곤군이 위그드라실에 올라왔습니다!”

“적이 접근해옵니다!”

통신 수정구와 전령들로부터 아르곤이 출발했다는 소식이 신속하게 전해져 왔다. 병사들 사이에서 스멀스멀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주님. 정말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부관이 불안한 얼굴로 넌지시 물었다.

“해봐야지. 다행히 이쪽의 사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라.”

티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 이상 신성한 어머니 나무에 타종족을 들여놓을 수 없소!”

“동의하오!”

“쓰레기들은 지금 있는 어비스 인간들로 충분해!”

엘프들이 무기를 높이 들어올렸다.

“더 이상의 침임은 우리가 불허한다! 맞서 싸우자, 숲의 일족들이여!”

“오오오!”

“어머니 나무를 지키자!”

간만에 젊은 엘프, 늙은 엘프 할 것 없이 모두가 타도 외부인을 외치는 모습이었다.

“……뭔가 돌려 까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사기 하나는 좋군요.”

부관이 중얼거렸다.

이제 2차 방어선에 있는 티아의 눈에도 달려오는 아르곤군의 기룡대가 명확히 보였다. 그때 통신 수정구를 들고 있던 전령이 티아에게 보고했다.

“영주님! 폐하의 지원군이 엘프의 숲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주공이? 생각보다 빠르구나.”

희망이 생겼다. 지원군이 온다면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버티면 승산이 있다. 티아가 열의를 다지며 말했다.

“전군, 전투 준비하라.”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움직여라, 이것들아!”

부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던 티아가 시선을 움직여 눈앞까지 다가온 아르곤군을 바라보았다.

‘……배치가 독특하군.’

하나의 부대에서 기병들이 열두 갈래로 나누어져 흩어지고 있었다. 당장은 일점돌파가 아닌, 여러 포인트의 동시 공략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티아도 이에 맞추어 1차 목책의 방어 체계를 조금 손보았다.

“사격 개시!”

아르곤군이 접근하자 엘프 궁수들이 화살을 날려 보냈다. 숲에서 강해지는 ‘숲의 가호’의 효과는 위그드라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때는 오펙투스에게 빼앗겼던 권능이지만, 엘프들이 어비스에 속하게 되면서 다시 그들은 숲에서 강력하다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게 되었다.

“방패를 들고 돌파하라!”

선봉장 레온이 소리쳤다. 용기사들이 드레이크의 허리에 걸어두었던 라운드 쉴드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기수들 뿐만 아니라 드레이크들은 튼튼한 용의 비늘덕분에 화살 공격에 거의 면역이었다. 엘프들은 자신들의 최고 장기가 통하지 않아 당황했다.

“앞에 비켜!”

“우리가 간다.”

어비스군에 소속된 새로운 특화병종 ‘포쳐’들이 나섰다. 그들이 입고 있는 풀과 나뭇잎을 덕지덕지 붙인 위장복은 목부터 다리까지 빈틈이 없었다. 용기사들이 일반 화살의 사거리에서 조금 더 들어오는 지점부터, 포쳐들의 화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왔다.

포쳐들의 소낙비 같은 화살들은 효과가 있었다. 조금씩 드레이크들의 비늘을 뚫고 화살들이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드레이크들이 거꾸러지며 이탈자가 하나둘 발생했다. 엘프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영주! 적이 지근거리까지 왔습니다! 어서 이쪽의 병력을 1차 방어선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뭔가 이상하군.”

티아가 적진에 눈을 때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예?”

“…음, 아무것도 아니니라. 이곳의 엘프 예비대를 먼저 보내 거라.”

아르곤군은 열 두 갈래로 나누어져 돌격해오고 있었고, 2차 방어선의 병사들 또한 그와 같은 갈래로 나누어져 내려왔다.

바로 그때.

“브레스를 발사하라!”

드레이크들이 일제히 화염을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저것들 불도 쏘는 거야?”

“저래 보여도 용이잖아! 피해!”

콰쾅! 퍼벙! 방책에 불이 붙으며 역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방책을 지키는 병사들이 폭격에 휘말려 아우성치는 사이, 아르곤군의 진형에 변화가 일어났다. 열 두 갈래로 달려오던 용기사들이 말머리를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틀어 다시 중앙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먼저 이 변화를 눈치 챈 자는 티아였다. 새까만 연기가 피어올라 시야의 정면을 가렸지만 그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적은 분할공격이 아닌, 처음부터 일점돌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깃을 올리고 북을 치거라! 지점으로 향하는 모든 병사들을 중앙의 ‘G3’방책으로 보내라!”

둥! 둥! 둥!

깃발과 북소리가 새로운 지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1차 방어선으로 달려가고 있는 엘프들은 대부분 급하게 훈련이 된 자들이었다. 지침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헷갈려하는 자들이 많았다.

“자네 어디가? G3으로 가야 해!”

“아, 뭔 소리야? 내 담당은…….”

“뒤를 봐. 북 세 번은 명령 수정이고, 깃발 모두가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잖아!”

“거기, 형씨! 북 세 번은 돌격명령 아니었소?”

웅성 웅성

티아는 엘프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이런 급조된 병사들로 적의 정예를 막는 건 힘들었다. 티아는 자신의 정예병들을 돌아보았다.

“여기 있는 전원, 본녀의 지시를 받들라.”

“예! 영주!”

두두두두두두두! 아르곤군의 용기사 부대는 어느새 하나의 부대가 되어 전진하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선 레온이 애검, 아누아이를 뽑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 황금빛 참격이 땅을 타고 나아갔다. 전에 적진을 두 쪽 냈던 참격 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 중앙을 틀어막고 있는 목책 방어진을 날려버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콰쾅! 근방을 지키던 병사들이 충격파에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그대로 참격에 휩쓸려 가루가 되었다. 참격이 멎어들며 목책에 떡 하니 구멍이 생겼다.

“제길! 모두 내려와!”

“앞을 막아라! 방진을 쌓아!”

부관들의 지시로 병사들이 구멍 난 지점에 모여들었다. 그때 레온이 물러나며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흑연처럼 새까만 드레이크를 탄 그 남자는 순식간에 아군 용기사들을 앞질러 최전방으로 나아갔다.

그가 내지르는 광기의 웃음소리를 들은 어비스군 병사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무장 중 한 사람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제, 제로스다!”

“미친개 제로스다!”

콰콰콰쾅! 제로스가 제일 먼저 돌진해 창을 휘둘렀다. 일격에 방패를 겹으로 쌓은 병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제로스가 방진에 구멍을 내고 그 뒤로 용기사들이 차지를 가해 방패병들을 짓밟아 으깨버렸다. 방어진의 작은 상처가 벌어지기 시작하며, 이내 용기사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뛰쳐나왔다.

“뚜, 뚫렸다!”

“중앙이 뚫렸다! 와서 막아!”

다른 곳에서 목책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몰려들었지만 이미 중앙을 뚫고 들어온 아르곤군의 기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레온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대로 계속 전진……!”

“쏴라!”

어느새 하늘을 뒤덮은 화살 세례가 막 포위망을 뚫은 아르곤군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용기사들이 황급히 방패를 들어올렸다. 레온도 아누아이를 검집 째로 들어 올려 화살을 막아냈다.

“……갑자기 무슨?”

레온이 정면을 보니 어느새 열을 맞추어진 완벽한 장창 방진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화살을 날려대는 포쳐들이 보였다.

‘더 이상은 못 보낸다.’

티아가 이를 악물었다.

‘…백업이 신속하군.’

레온이 미소를 흘렸다.

티아의 정예병들이 아르곤군의 정면을 가로막듯 감쌌고 각지의 병사들이 뒤늦게 좌우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이 모두가 목책 방어진에 난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었다.

“그래봐야 보병들이다. 가라! 용기사들이여!”

“와아아아아!”

이제부터는 터프함, 그리고 힘싸움이었다. 레온은 다른 잔머리 없이 용기사들을 방진에 부딪치게 했다. 용기사들의 선두가 장창에 찔려 쓰러졌지만 차지의 위력은 방패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시체를 밟고 또 후열의 용기사들이 들이닥쳤다. 방진의 방패와 용기사들의 돌진 속도가 동시에 무력화되며 난전이 시작되었다.

용기사들은 난전에도 능했다. 기수들이 검과 창을 휘둘러 좌우의 보병을 처치하고 있으면 드레이크가 날카로운 이빨로 정면에 있는 병사들의 몸을 물어뜯었다. 드레이크들은 태생이 몬스터라 무척 공격적이고 포악한 생물이었다. 어떤 두려운 상황에서도 서슴없이 돌진했고, 직접 기수의 적을 공격하기도 했다. 용기사는 공격 포인트가 두 개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키에에에엑!”

그때 드레이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응? 왜 그래?”

그 주인이 드레이크를 살피러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의 목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회색 망토를 두른 검사들이 측면으로 치고 들어온 것이다.

촤악! 촤악! 촤악! 촤아아악!

“뭐야 저것들!”

“…강하잖아?”

회색망토를 두른 자들은 검 한 자루만으로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이들은 어비스군에서 수많은 전투를 통해 D급 무력형 영웅으로 성장한 젊고 재능 있는 장교들이었다. 처음엔 로드가 티아의 호위를 위해 맡겼었지만, 시간이 지나 티아가 직접 키우는 친위대처럼 되어가며 ‘세이지 가드’라는 명칭까지 부여받았다.

그들은 높이에 이점이 있는 용기사를 상대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도약하여 검을 휘두를 때 마다 값비싼 용기사들이 픽픽 쓰러져나갔다. 이들 전원이 병사의 수준을 넘어선 영웅들이었다.

“햐, 재밌는 것들이 여기 다 있었구만?”

서걱! 세이지가드 중 한 사람의 몸에 일자로 실선이 그어지더니 그대로 두동강 났다. 그들이 흠칫 긴장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놀아달라고.”

제로스가 광기에 찬 얼굴로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알테니아 / 애정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니알라토텝 / 취향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벌레 / 히익; 이분...!

할레데임 / 카카오도 들어가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것 같구요, 우선은 네이버를 시작으로 합니다

T스톤 / 티아가 있어서 다행

MoriyaSuwako / 거기에 덧붙여 주인공 무력은 D+입니다!

왜이리들다재밌지 / 아하; 하나 배우고 가는군요! 친절한 코멘 감사합니다!

llSongOfBladell / 그렇군요. 주인공 위주의 영토만 보여웠으니.. 국제 정세도 한번 되짚고 가야겠네요. 의견 고맙습니다

로리콤MK / 강적이지요!

그레이아크 / 네, 그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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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空意行劍 / 아뇨, 노블레스는 계속 연재합니다!

@...(-1)... / ㅠㅠ 순정남이셨군요! 아직도 민트를 잊지않아주셨다니!

@라이듄 / 그 분은 이번편엔 안나왔습니다!

@로아리아 /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스카디아 / 우선 코멘트 감사합니다! 작중에 언급됐지만, 정보력이 완전히 만능은 아닙니다. 스파이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로드는 우선순위대로 스파이들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만약 카사르의 영토로 왔다면 금방 파악했겠지만 우선순위가 적은 오펙투스의 영토안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기마 500명을 스파이가 딱 발견해내기엔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펙투스에도 스파이가 있긴 하지만 주로 왕궁이나 거점영지 같은 곳에 주요한 곳에 있었습니다. 남의 나라 영토 전역을 맵핵처럼 확인하지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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