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83화 (18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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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티나 윈슬렛

니드호그는 이상할지만큼 워프게이트에 집착하고 있었다.

“나와라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레벨의 드래곤 피어에 전장에 있는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니드호그는 워프게이트를 부여잡은 채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드래곤 피어 때문에 누구하나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의 등 뒤에 올라타 있는 세레스티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위쪽에 두 번째 워프게이트가 열려 있는 것을 눈치 챘지만, 니드호그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아마도 저게 로드가 쥐어짜낸 마지막 워프게이트.’

그녀는 어비스가 워프게이트를 만들기 위한 자원이 얼마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동맹전쟁에서 대규모 병력을 발트호른으로 옮겼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전쟁에서는 수많은 게이트들을 전술적으로 소모했다. 세레스티나가 소수정예만으로 어비스에 들어올 결심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상대가 자유롭게 워프게이트를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많아야 두세 번 정도. 그 정도라면 변수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일단은 그녀의 예상대로 전면과 위쪽에 워프게이트 두 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로드의 능력 때문에 니드호그가 통제가 되지 않으니, 그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투웅!

그때 위쪽의 게이트에서 빛나는 창이 쏜살같이 날아왔다. 언더하임에서 정화의 창을 발리스타에 매달아 차원을 통과시켜 날려 보낸 것이다.

“니드호그! 위야. 피해!”

세레스티나가 외쳤다. 니드호그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감과 동시에 리리스의 힘이 발동 되었다.

- 가속의 진.

촤르르르륵! 니드호그의 머리위로 정원만한 크기의 백색 마력진 이십 개 층이 한 번에 만들어 졌다. 그리고 그 위로 날아온 정화의 창이 가속진을 통과하면서, 니도호그가 피할 새도 없이 몸을 뚫고 들어갔다.

“끄윽,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 같은 드래곤 피어가 터져 나오며 니드호그의 몸이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창은 일반인도 만지는 것조차 버거운 강력한 정화의 무구. 온 몸이 지독한 독극물로 이루어진 니드호그에게는 그 어떤 무기보다 치명적이었다.

쿠쿠쿠쿠쿵! 거구의 몸이 땅에 부딪치며 흙먼지가 주위를 뿌옇게 가렸다.

“드래곤이 떨어졌다!”

“가서 목을 베어라!”

“여왕을 잡아라!”

어비스군 병사들이 추락한 니드호그와 세레스티나를 향해 우르르 달려들었다.

‘좋아! 해냈구나. 이브.’

로드가 솟구치는 기쁨에 손바닥을 탁 맞부딪쳤다.

‘기억해둬, 세레나. 당신도 무적이 아니라는 걸.’

*

로드는 세레스티나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해왔다. 지금까지 일체의 외교나 전쟁 없이 잠잠했던 그녀가 갑자기 직접 병력을 이끌고 적 영토 한복판으로 숨어들어오는 위험천만한 전략을 쓴 것이다. 로드는 이를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틀림없이 위험성을 감수할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토 확장 같은 일반적인 이유가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그리고 그 답은 ‘고대 퀘스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 퀘스트는 문화시대 이후 발생하며, A급 수준에 해당하는 고대의 영웅 혹은 그에 준하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한 플레이어 이벤트이다. 다만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고, 플레이어 본인이 직접 참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위험부담도 컸다. 타국과의 전쟁도 아니고 퀘스트를 하는 도중 사망한다면 이 얼마나 비참한 최후겠는가. 베타 테스트에서는 아예 고대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세레스티나가 고대 퀘스트 때문에 위그드라실에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아귀가 들어맞았다. 동부 끄트머리에 있는 아르곤 섬의 플레이어가 중서부에 위치한 알브헤임까지 직접 가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 절로 고대 퀘스트의 악명 높은 난이도가 연상되었다.

이러한 로드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세레스티나는 자신의 병력을 모두 위그드라실로 올려 보내 로드의 시선을 끈 후, 호위로 이리아만을 대동해 아르곤 플레이어만 알 수 있는 퀘스트 공간인 위그드라실의 뿌리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아르곤의 유물을 발동시켜 니드호그를 깨워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니드호그를 제압하기 위해 로드가 세운 계획은 이렇다.

먼저 정화의 창을 투척 무기 ‘발리스타’에 고정시켜 놓는다. 그리고 마녀 한명을 붙여두어 워프게이트를 준비한다. 이것이 니드호그를 쓰러트릴 ‘무기’가 된다.

하지만 명색이 드래곤이라는 생명체가 그리 간단히 창에 맞아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로드는 니드호그의 시선을 끌 수단을 생각하게 된다.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지 않는 이상, 고대의 존재들끼리는 서로 ‘적대’한다.

만약 니드호그가 리리스의 마력에 반응을 보인다면, 로드는 자신의 고유능력인 감정 증폭으로 어떻게든 그 시선을 붙잡아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리리스가 투사체의 속도를 높이는 마력진을 써준다면 창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아채도 피하기 힘들 것이리라.

그리고 이 작전에서 로드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고대의 존재는 플레이어의 말에 완전히 복종하지 않는다는 점. 더군다나 니드호그는 세레스티나와 계약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세레스티나라는 인물 자체에 빈틈이 없다면, 그 주변을 공략하면 된다. 정서가 불안정한 고대의 존재와 같은 자들은 로드가 가장 좋아하는 변수 덩어리 유형의 적이었다.

그렇게 안팎에서 도움을 받아 완성된 이 전략의 결과로, 정화의 창에 맞은 위대한 생물 드래곤은 현재 흙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곳으로 어비스군의 기병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괜찮아?”

역중력을 일으켜 사뿐히 하늘에서 내려온 세레스티나가 물음을 던졌다. 니드호그가 쿨럭 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크큭, 이런 죽을 위기에서도 평온하군. 용왕.”

정화의 창에 찔린 그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니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허공을 꾹꾹 누르고 있는 그녀는 침착함을 넘어서 무심해 보였다.

“…희망사항인가?”

“그대가 의외의 변수에 당해 쓰러지는 것도 내 계산 안에 있었으니,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다.”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니드호그를 바라보았다.

“한 번 정도는 힘을 더 쓸 수 있겠지? 바로 전방에 포이즌 브레스를 최대한 넓게 부탁한다.”

‘……이번 용왕은 특이하군.’

니드호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 독극물을 쏟아냈다. 전면에 초록빛 액체가 펼쳐져 나가며 그의 주위가 순식간에 끔찍한 독의 늪으로 변했다. 저곳을 통과할 수 없었던 어비스 기병들은 말머리를 돌려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기병들이 방향을 틀어 올라오는 그 곳으로, 위그드라실을 올라가고 있는 줄로 알았던 아르곤의 용기사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가자! 용왕 폐하를 지켜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콰콰콰콰쾅! 아르곤군이 어비스군의 옆구리를 들이받으며 다시 한 번 격렬한 백병전이 펼쳐졌다.

“봐봐, 그럴 줄 알았어! 결국 이 새끼들 안 밟아놓고 가면 기어오르게 되어 있다고!”

체력을 회복한 선두의 제로스가 직접 용기사들을 이끌고 방어선을 만들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였지만 움직임은 여전했다. 그래도 전처럼 적진 깊숙이 들어가는 무리는 하지 않았으며 방어선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썼다.

“……용왕. 언제 병력들을 되돌린 건가?”

니드호그의 물음에 그녀는 여전히 허공에 손짓을 하면서 대꾸했다.

“네가 워프게이트에 넋이 나가있을 때부터.”

니드호그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떠졌다. 이 인간은 대체…….

타앗!

그때 베아트리체가 지면에서 도움닫기를 하여 하늘을 날 듯 뛰어올랐다. 후우웅! 그녀는 한 번의 도약만으로 독의 늪을 뛰어넘어 맨바닥에 착지했다.

“침입자는 용서하지 않아.”

체크메이트를 노리는 베아트리체가 정면으로 돌진해왔다. 니드호그가 반격하려 했지만 정화의 창 때문에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었다. 세레스티나는 정면에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가 오고 있음에도 표정변화가 없었다.

“……!”

베아트리체가 다급히 허리를 비틀며 검을 옆으로 세워 들었다. 까아아앙! 측면에서 돌진해온 적의 일격에 그녀의 몸이 튕겨나갔다.

“네 상대는 이 레온이 해주마!”

레온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양손에 든 그의 애검 아누아이에 황금빛 마력이 번쩍거렸다.

“……비켜.”

베아트리체가 소매로 입을 슥 닦으며 경고했다.

“폐하의 털끝하나 못 건드린다!”

쿠웅! 두 영웅이 격돌했다. 이 틈을 타 세레스티나는 중력을 일으켜 니드호그를 데리고 벗어나려 했다.

“거기서!”

이번에는 하늘의 유니벨이 세레스티나 쪽으로 연거푸 탄환을 날려 보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르곤 진형에서도 날카로운 은빛 검격이 연속으로 뻗어나갔다. 날아가던 탄환이 정밀한 검격에 반 토막 나 떨어졌다.

“이씨! 뭐야?”

하늘에 떠있는 유니벨이 재빨리 고개를 꺾었다. 샤악! 은빛 섬광이 그녀의 머리카락 몇 자락을 자르고 스쳐 지나갔다.

검격이 날아온 방향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쓴 이리아가 발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가 모자를 벗어 유니벨 쪽을 향해 정중하게 신사의 인사를 취했다. 성과 없이 지상으로 내려온 유니벨이 ‘에잇!’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놓쳤군.’

세레스티나가 병사들 사이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로드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쉽긴 했지만 난전을 틈탄 우연의 요소로 잡을 만한 상대가 아니었기에, 로드는 바로 미련을 접었다.

“주고옹!”

후방에서 백마를 탄 티아가 나타났다. 헐레벌떡 말에서 뛰어내린 그녀가 로드의 옷자락을 붙잡고 흔들며 호들갑을 떨었다.

“괜찮나? 주공! 어디 다친 데는 없는가?”

“아하하.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티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안위를 확인한 후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전쟁 중이었고, 회포를 풀기엔 일렀다.

“그런데 주공. 저들은 왜 위그드라실의 위쪽으로 후퇴하는 것인가? 후퇴하려면 우리 진형을 돌파해 지상으로 내려가야 하지 않는가?”

“당연히 위에 뭔가 탈출로를 마련해 놨겠죠. …위그드라실의 중력까지 이용한 놈들입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탈출할 겁니다.”

“그렇게 둘 수 없다.”

티아는 평상시와 달리 화가 잔뜩 나 있는 투였다.

“어머니 나무에 끔찍한 독을 살포한 자들이니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물론입니다. 저도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가며 지휘를 시작했다.

‘세레나는 여기서 잡는다.’

============================ 작품 후기 ============================

ㅊㅂㄱ / ㄱㅅㅎㄴㄷ!!

아프게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테니아 / 아직 서투르시군요. 자 따라해보세요. 흥, 딱히 작가양반한테 위로를 원한건 아니었거든!

T스톤 / 리리스(+정화의창) vs 니드호그

파채 / ㅠㅠ...

돌곰2 / 그렇네요. 악마인 만큼 강한힘. 강한제약이 특징이라

지리산의늑대 / 사실 한국인 종특이 아니라 만계공통이 아닐까요? ㅋㅋㅋ 인간은 간사한 동물인지라.

Gneji / 리리스가 통수치면 통수가 아픈정도가 아니라 터져나가겠군요 흠 ㄷㄷ

풍령화객 / 어머나 이분...! 하지만 연참은 죄송합니다 ;ㅅ; 요즘 새 에피소드 짜는 중이라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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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sa / ㅠㅠ 그런가요? 다음 에피소드는 빡세게 갈 생각입니다

@니알라토텝 / 라타토스크 설정은 아직 없습니다. 다람쥐와 어울리는 나라가 없거든요 (먼산)

@火炎無 / 용대가리 뚝배기를 깨는 맛은 아주 시원하겠죠? 흠흠

@...(-1)... / 사실 이번에피소드가 치고박고 싸우는 버전은 아니라서 ㅠㅠ 그리고 제발 둘리일당만은...!

@로아리아 / 만약 그걸 리리스에게 찌를 수 있는 능력자가 있으면 조교 가능할지도?; 그런데 읍읍돌학교가 선발 조작 됐다구요? 우와아... 사실이면 이것참;; 대막장

@로리콤MK / 생각해보니 무척 강력한 사망플래그긴 하네요. 조연급 적의 도발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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