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191화 (191/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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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의 나라

어비스 진형.

각 영지의 장군들이 이끄는 군대가 언더하임으로 집결하는 중이었다. 로드는 가신들과 함께 회의실에 있었다. 회의실에는 로드와 이브, 유니벨, 베아트리체, 티아가 모여 있었다. 이브가 상황을 보고했다.

“로즈안느 님은 가장 거리가 먼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입니다. 스노노의 수인군은 루트 영지까지 왔다고 하네요.”

“언더하임 쪽은 어때?”

“본대는 준비를 끝마쳤고 피닉스군도 오늘 안으로 마무리 될 것 같아요.”

“오케이, 수고했어.”

보고를 받은 로드가 가신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사안이 중대하니까, 지금 있는 사람들로만 바로 회의를 진행할게. 올리버가 붙잡혔다고 해.”

“…네?”

가신들이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는데, 카사르는 우리 동맹국을 공격했어. 이건 엄연히…….”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네. 그치?”

유니벨이 이글거리는 진홍빛 눈동자로 말했다.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병력이 어느 정도 모이는 대로 올리버를 구할 별동대를 조직할 생각인데…….”

“잠깐만, 주공.”

티아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이미 늦었다.”

“…예?”

“주공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수도 실버시타델을 포함한 주요영지가 전부 함락 당했고, 국왕 올리버도 붙잡혔다. 카사르의 입장에선 언제든지 올리버를 죽이고 알란드 영지의 통치를 선언할 수 있는바, 알란드는 이미 없는 나라나 다름없다. 주공.”

“……야!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잖아.”

유니벨이 마음에 안 드는 듯 끼어들었다. 티아가 시선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그렇다면 장군은 알란드를 구하러 가야한다는 생각인가?”

“…….”

유니벨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동맹국이긴 하지만 걔들이 저지른 똥을 우리가 치우러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상인출신다운 깔끔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주공. 아직 아크가 올리버를 죽이지 않고 내버려 두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티아가 마지막 말끝을 흐리며 로드를 보았다. 로드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를 유인해 낼 함정일수도 있단 말이지요?”

“그렇다.”

로드가 판단하기에도 티아의 말은 무엇 하나 틀린 게 없었다. 올리버를 구해낼 확률 자체가 극히 적은데다가, 저쪽이 무슨 함정을 설치했을지 모르는 데 병력을 낭비할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로드가 고민스러운지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티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동맹국으로서 제대로 아군을 돕지 못했다는 평판이 염려된다면, 전혀 상관없노라. 이건 주공의 잘못과는 명백히 거리가 멀다. 알란드 측에서 너무 경솔하게 움직였다.”

그녀가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었다.

“첫째는 만약 카사르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자신들의 병력이 빠르게 되돌아오면 막을 수 있다고 오판한 것.”

그녀가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싸우자고 제안한 주공의 제안을 거절하고 성급하게 병력을 움직인 것. 솔직히 말해서 멸망당해도 싸다.”

“……크흠.”

“다시 한 번 묻지, 주공. 알란드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텐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요. 알란드 공략은 미뤄두고, 전쟁 준비를 100% 끝마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으으, 하지만 뭘까요? 아직 전투는 시작도 안했는데 지고 들어가는 이 기분은…….”

“힘 내세요, 폐하.”

옆에 서있는 이브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조급해 할건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요.”

“…고마워, 이브.”

가만히 듣고 있던 유니벨이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팬더 너, 그 세레스티나인가 뭔가 하는 여자랑 싸운 뒤로 너무 승부욕에 치우치는 거 아냐? 이브의 말대로 우린 병사 하나 잃지 않았다고.”

“…그 녀석과는 상관없어.”

로드가 빠르게 대답했다.

“아무튼, 모두 함께 다음 계획을 짜보자.”

로드와 가신들은 지도를 펼치고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애니록스는 바쁘게 회의실과 정보부를 돌아다니며 카사르군의 동향을 즉각 보고해주었다. 티아는 애니록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지도 위 적군의 말을 움직여서 보기 좋도록 배치했다.

알란드를 정복했음에도 카사르의 군이 해산되지 않고 새로운 위치로 움직임는 것을 보니 이대로 어비스까지 공격할 생각인 듯 했다.

“……으음. 병력들이 곳곳으로 흩어지는군요.”

로드가 중얼거렸다.

“그렇군. 의외의 움직임이다. 본녀도 그들이 일점돌파로 나올 줄 알았느니라.”

“조금 더 기다려보죠. 속임수일 가능성도 있으니.”

로드가 초조한 듯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지도위의 말들을 보고 있는데 그의 머리가 한순간 번뜩였다.

“이브! 스카파치노의 군대는 아직 오펙투스 영토에 그대로 남아있지?”

“네. 아직 폐하께서 복귀 명령을 내리시지 않았으니까요. 그들을 부를까요?”

“……아니.”

로드가 뚫어져라 지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쪽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보자.”

*

카사르 진형.

실버시타델 왕궁, 대회의실.

이제는 그 주인이 바뀐 실버시타델 왕궁의 대회의실. 텅 비어있는 이곳의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더니 두 남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우울하군.”

남자 쪽이 먼저 말했다. 다른 평기사들이 봤다면 거품을 물 정도로 화려한 갑주를 입은 이 흑발 남자의 이름은 ‘보호트’. 별명붙이기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로부터 ‘바람의 기사’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아크와는 오랜 세월 함께한 소꿉친구이자 최측근으로서, 현재의 아크 또한 가장 신뢰하는 남자였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최고의 기사임을 상징하는 마스터 나이트가 되었다.

“……하필이면 그대와 단 둘이서 들어오게 될 줄이야.”

“그래서 보호트 경, 약속하신 엉덩이 체벌은 언제 해주실 거죠?”

당당하게 엉덩이 체벌을 요구하는 그녀의 이름은 ‘아론다이트.’ 검으로 변신하는 고유 능력을 가진 여기사였다.

“……부탁이니 저리 꺼져주게.”

“아흣! 계속해요!”

아론다이트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았다.

“……무엇을 말인가?”

“그렇게 계속 저를 매도해 달란 말이에요.”

“이 회의 대체 언제 끝나나? 빌어먹을.”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보호트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일찍 와서 그런가, 우리 둘밖에 없군.”

“앗! 그렇군요! 저는 무척 위험한 상황에 빠진 걸까요? 당장 보호트 경이 저를 거칠게 다루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보호트가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후, 젠장. 늦잠 때문에 아침밥을 만들어주지 않은 집사람이 원망스럽군.”

“……어머, 늦잠? 밤늦게까지 뭐 하셨길래?”

“자살해주게. 제발 좀!”

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드디어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 드디어 아론다이트와 단 둘이 있는 상황에 벗어나게 된 보호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갑습니다. 보호트 경, 아론다이트 경.”

절도 있게 경례하는 그녀의 이름은 ‘제레인트 폰 레밍턴’. 수호의 기사라는 별명답게 거북이처럼 자신의 몸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라운드쉴드를 매고 있었다. 어비스전에서 피닉스에게  알몸이 되는 수모를 겪은 후, 노출 공포증이 생겨버린 비운의 여기사였다.

보호트가 웃는 얼굴로 경례를 받아주었다.

“제레인트 경, 이번 알란드 전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네. 아크 그 새… 가 아니라 폐하께서도 자네의 활약에 몹시 흡족해 하셨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보호트 경.”

“왜 그러나?”

그녀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기사로서 정말 부끄러운 부탁입니다만…… 저기…… 혹시 이번 어비스전에서 빠질 수 있을까요?”

보호트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군. 제레인트 경은 우리 카사르군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네. 무슨 사정이 있다면 이야기해보게.”

“…….”

차마 입을 때지 못하고 오물거리던 그녀는 이내 어떤 과거가 생각났는지 황급히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참전하겠습니다.”

“결심해줘서 고맙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폐하께 말씀드려 후방에 투입되도록 배려할 테니 안심하게.”

“감사합니다. 보호트 경.”

“우오오! 다들 모이셨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레인트 다음으로 요란스럽게 들어온 이 남자는 적발의 십대 소년이었다. 아직 앳된 얼굴과 입고 있는 기사 갑주는 잘 매치가 되지 않아 어색했다.

그는 이번 카사르군에 새롭게 합류한 뉴페이스로 이름은 ‘퍼시벌’. 평민이지만 아크의 눈에 띄어 기사가 되었고,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식 기사들을 쓰러트릴 정도로 포텐셜 덩어리였다. 그의 폭발적인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차세대 마스터 나이트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하하! 보호트 경! 이번 전투에서 제 활약 보셨죠?”

퍼시벌은 아직도 저번 전투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했다. 흥이 오른 그가 냅다 검을 뽑아 허공을 무대삼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칼끝이 제레인트의 장갑에 걸렸는데, 장갑이 벗겨지며 그녀의 맨손이 드러났다.

“싫어어어어어어어!”

그녀가 목청껏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라. 왜 그러고 있어요? 제레인트 경?”

“……너 때문이잖아!”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퍼시벌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가자 그녀는 더욱 소리를 지르며 뒤로 도망치듯 물러났다.

“퍼시벌.”

그 모습을 보던 보호트가 한숨을 푹 쉬었다.

“경망스럽게 굴지 마라. 이제 기사가 됐으면 기사답게 행동해.”

“아하하…….”

꾸중을 들은 퍼시벌이 쭈글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아직 철도 없고 어른들의 인정에 목마른 소년이었지만, 그가 카사르의 미래라는 점은 보호트도 인정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면 자신이 싸워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진짜배기 괴물이었다. 어비스와의 승부를 앞둔 이 중요한 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천재가 툭 튀어나와 주다니, 하늘은 카사르의 편임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자네 왜 그러나?”

퍼시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팔을 매만지고 있자 보호트가 물었다.

“아, 아니 그게…… 갑자기 방이 추워지지 않았어요?”

“오셨나보군.”

보호트가 웃었다.

다른 가신들도 방의 온도가 뚝 떨어진 것을 느끼던 참이었다. 곳곳에 작게나마 푸르스름한 서리가 껴 있었다. 저벅. 저벅. 복도 쪽에서 위엄 있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오셨습니까? 가웨인 경.”

보호트를 비롯한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청색 머리카락과 청백색 갑옷을 입은 여기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바로 빙하의 기사 ‘가웨인’. 기성세대라 할 수 있는 ‘구 기사’들의 주축이면서, 카사르의 에이스 영웅이었다. 현재는 아크로부터 마스터 나이트 지위를 박탈당해 그 자리를 보호트에게 넘긴 뒤였다.

그녀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고의 기사였다. 모든 편견을 깨고 16세에 기사가 된 소녀는 30대 후반에 이르기 까지 카사르 내에서 수많은 전설을 써내려갔다. 카사르 내에서는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만하시오. 평기사에게 부담스럽게 왜들 이러시오.”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는, 보호트에게 경례자세를 취했다. 경례를 받는 쪽인 보호트가 더 긴장하며 후다닥 받아주었다. 하늘같은 대선배격의 인물이었지만 일단 직급은 보호트가 더 높았다. 그에겐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어서 앉으시죠, 가웨인 경.”

“고맙소.”

그녀가 자리에 앉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물론 가장 시끄러운 퍼시벌과 아론다이트 두 사람이 조용해진 덕분이었다. 특히 파릇파릇한 퍼시벌에게 있어 그녀는 동화 속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존재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물론 존경하는 사람 1위는 아크였지만, 2위는 여지없이 가웨인이었다.

“소장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군.”

시끌벅적했던 회의실이 조용해지자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저번 카사르 전투가 기억나실지 모르겠으니 살짝만 언급할게요. 아크와 로드가 한판 싸우는 도중, 북부에 있던 가웨인은 로드가 잠복시킨 스파이의 말을 믿고 병력들을 무리하게 글레이시온 진형에 돌격시키려고 했었죠. 결국 로드와 아크의 정보 협상으로 몰살당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일로 가웨인은 아크에게 입지가 밀리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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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스톤 / 주인공도 만만찮게 벨붕이라구욧!

알테니아 / ㅂㄷㅂㄷ ㅠㅠ

최카츄 / 그 말에는 동의합니다. 잘생긴 남캐는 처형받는게 마땅하 (?)

지리산의늑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말씀을 ㅠㅠㅠ 전쟁이니까 애인끼리 좀 잡힐수도 있죠! 꼭 그 위험한 테크트리로 간다는 법은 없습니다!

so4542003 / ㅠㅠ

에프론 / 이건 정말 많이 갈리는 취향이죠

mothership / 으아아, 이런 초대형 오타를 ㅠㅠㅠ 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시크병장 / 그러고보니 조조도 배신의 낌새가 있는 인물은 기가막히게 잡아 죽였죠. 예를 들면 여포.. 라던가

도레미파솔솔 / 세레스티나 영입이 만약 가능하다면... 게, 게임이 너무 쉬워지지 않을까요!

로리콤MK / 훌륭합니다! 유니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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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초등학교 자연과목 만점자 ㅋㅋㅋㅋㅋㅋㅋ 이계에 넘어온 초딩 : 그래서 알코올램프와 떡잎씨앗은 어디있죠?

@니알라토텝 / 그, 그렇군요; 강력한 거부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로아리아 / (자살) 엉엉엉! 왜이렇게 오타가 심할까요 저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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