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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략과 모략의 상관관계
로즈안느군은 가웨인군과, 티아군은 퍼시벌군과 각각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한편 스노노가 이끄는 수인군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발트호른을 향해 가고 있었다.
평화롭게 진군하고 있던 이들에게도 드디어 처음으로 적과 맞닥뜨리는 때가 왔다. 그 상대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평지에 떡 하니 진을 치고 있는 300명의 소규모 병력이었다. 깃발을 보니 카사르군임에는 틀림없었다.
‘……뭐하자는 거야?’
‘모르겠군. 덤빌 테면 덤벼보라는 것 같은데.’
이 상황을 논의하기위해 수인군의 간부 세 사람이 모였다. 장군인 스노노, 참모인 여우수인 폭시, 낭인병의 대장인 늑대인간 레키토스. 이렇게 세 사람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상합니다요. 저렇게 대놓고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니!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요!”
폭시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노림수는 무슨 놈의 노림수? 저 평지 한복판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크릉.”
레키토스가 코웃음 쳤다. 그는 낭인답게 날카로운 어금니 발톱, 늘씬한 몸을 가졌다. 스노노도 이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늑대 친구의 말이 맞다! 스노노! 적을 공격할거다!”
“하, 하오나 장군…….”
“우리는 요격군! 친구들을 위협하는 적은 제거한다!”
스노노는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곧 3천의 수인병 군세가 카사르군을 처치하기 위해 흙먼지를 일으키며 몰려갔다.
그러나 보란 듯이 평지에 떡하니 진을 치고 있는 이 300명의 병력들은 수인군을 보자마자 야영지를 버리고 급히 줄행랑을 쳤다.
수인병들이 특유의 빠른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혔으나, 카사르군은 간발의 차이로 먼저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인병들은 숲에서 걸음을 멈췄다.
“우릴 유인하는 것 같습니다요.”
폭시가 말했다.
“스노노! 방법을 알고 있다! 강아지 친구들을 부르면 된다!”
선발된 견인병들이 먼저 숲에 들어갔다가 돌아왔다.
“인간들의 냄새가 지독하게 납니다. 300명보다 더 많이. 아마도 미리 매복해 있던 것 같습니다.”
보고를 들은 세 영웅은 안도했다. 자칫 쫓아 들어갔다면 매복에 당할 뻔 했다. 견인병의 후각 덕분에 수인군은 적의 기습에 있어서 거의 면역이나 다름없었다.
“스노노, 여기 안 들어간다! 바로 발트호른 갈 거다!”
“동의합니다요. 굳이 함정에 빠져줄 필요는 없는겁니다요!”
떠나기 전에 폭시의 계략으로 숲에 불을 지르는 화공을 노려보았으나, 매복하고 있던 병사들이 금세 눈치 채고 도망가는 바람에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수인들은 적의 계략 하나를 깨트렸다는 것에 만족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이후 수인병들은 열심히 걸어서 마침내 발트호른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아드리아 강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게노세르크의 영지 내에서 가장 긴 강이었다. 그런데 강의 맞은편에는 카사르군이 떡하니 대기하고 있었다. 그 수는 수인군의 절반인 1천 5백 명 정도였지만 강 건너편에 위치했기 때문에 무척 까다로웠다.
강을 건너서 타격해야했지만, 도하작전은 어마어마한 위험성을 동반했다. 도하를 하는 쪽이 무조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건너편에 있는 카사르군을 잡기 위해서라도, 발트호른과 수인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인군은 이 강을 건너야 했다.
이를 논하기 위해 다시 수인군 지휘부의 세 간부들이 모였다.
“강을 건너는 것 외에 발트호른으로 갈 수 있는 다른 루트는 없나? 크릉.”
레키토스가 폭시를 보며 물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요. 하나는 강을 거슬러 내려가 강폭이 좁아지는 구간이 있는 하류까지 가는 건데…….”
“가는 건데?”
“이카루스의 영토까지 내려가야 합니다요.”
레키토스가 그게 말이 되냐는 듯 낮게 으르렁거리자 폭시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강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강의 발원지인 산을 넘어가는 겁니다요.”
“상류로 올라간다고 하면 아드리아 산맥이로군. 크릉.”
“그렇습니다요. 이곳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산 중턱쯤으로 올라가면 물이 얕아지는 지점이 나오죠. 그냥 건너갈 수 있을 겁니다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노노가 손뼉을 짝 쳤다.
“스노노! 산으로 넘어가고 싶다!”
“잠깐만, 크릉.”
레키토스가 말을 가로막았다.
“만약 그 산에도 카사르 인간들이 지키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 크릉.”
“글쎄요… 바로 강 건너편에 천오백명이 있는데 또 매복할 병력이 있겠습니까요? 무엇보다 저 카사르인들은 이 근방의 지리를 잘 모를 겁니다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숲에서도 인간들이 매복해 있었잖나. 크릉.”
“걱정되면 우리 강아지 친구들! 냄새 맡게 하면 된다!”
스노노가 끼어들어 말했다. 이미 한 번 숲에서 활약한 만큼, 견인병들의 후각은 믿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었다. 레키토스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바로 산으로 가면 저들도 따라올 텐데? 크릉.”
“그건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요! 맡겨주시길!”
수인병들은 강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야영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근처의 숲에서 나무를 가져와 대대적으로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뚝딱거리는 망치소리가 울려 펴졌고, 야영지 앞에는 보란 듯이 완성된 뗏목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도하할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 뗏목은 눈속임일 뿐이었다. 그들의 진짜 목표는 도하가 아닌 아드리아 산맥이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먼저 산을 탐색하러 갔던 견인병들이 돌아왔다. 그들 모두가 산에 인간 냄새는 없다고 보고했다. 산을 타는 루트로 가는 것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 깊은 밤이 되면서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밤의 어둠을 틈타 수인병들은 조금씩 야영지에서 빠져나갔다. 폭시는 소수의 인원으로 야영지를 분주히 돌아다니게 했다. 강 건너편에서 보면 병력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다.
야영지에서 빠져나온 수인병들은 장장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어 목적지인 아드리아 산에 도착했다. 레키토스는 마지막으로 견인병들을 보내 산을 탐색하도록 했고 그들은 비 때문에 냄새가 흐려지긴 했지만 이번에도 인간 냄새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스노노가 출발 명령을 내렸다.
‘올라가기 힘들군. 크릉.’
찰박.
가장 앞에서 산을 올라가고 있는 레키토스는 자꾸 발이 미끄러져서 불편함을 느꼈다. 어둠과 폭우, 가파른 산, 썩 좋지 못한 조합들이었다.
산을 어느 정도 올라가니 도하하기에 적당해 보이는 계곡이 보였다. 골짜기 자체의 규모는 널찍했지만 아직 물이 얕아서 건너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크릉! 비가 와서 계곡물이 불어나기 전에 신속하게 건너라!”
레키토스의 명령이 내려졌다. 수인들이 비탈길을 내려와 계곡을 건너기 시작했다. 계곡은 하체가 잠기는 정도의 깊이라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으앙, 스노노. 털 다 젖었다.”
계곡을 건너서 털이 젖어 누렇게 된 스노노가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먼저 건너와 기다리고 있던 폭시가 그 말을 받았다.
“하필이면 이럴 때 비가 오다니…… 계곡을 다 건너면 얼른 쉴 곳을 찾아봅시다요.”
폭시는 스노노와 잡담을 나누며 수인병들이 계곡을 건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총 병력의 절반 정도가 계곡을 건너와 있었다. 진행속도는 순조로웠다.
“……!”
그때 레키토스가 귀를 쫑긋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늑대 친구.”
“무슨 일 있습니까요?”
스노노와 폭시가 동시에 물었다.
“……물소리.”
“응?”
“물소리가 들린다. 크릉.”
“늑대 친구 이상하다. 계곡이니까 물소리. 당연히 난다.”
“그런 게 아니라…… 젠장!”
레키토스가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크릉! 빨리 계곡을 건너라! 아니, 물러나라!”
레키토스가 외쳤지만 빗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가.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엄청난 양의 계곡물이 쓰나미와 같은 기세로 쏟아져내려왔다.
“뭐, 뭐, 뭐, 뭐야? 갑자기이!”
“으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 한창 계곡을 건너고 있던 수인들이 그대로 계곡물에 휩쓸렸다. 스노노와 폭시는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리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산기슭으로 뛰어 올라왔다.
“……뭡니까요? 이게?”
폭시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저런 양의 계곡 물이 내려오다니, 자연적인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딱 하나의 상황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산의 더 높은 곳에서 장애물로 개천을 막고 있다가 한 번에 물을 방류해 버리는, 즉 ‘수공’이다.
“크악!”
“으아아아!”
이번엔 곳곳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화살이다!”
“…저, 적의 매복이다!”
폭시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럴 수가! 카사르 놈들이 있었습니다요! 게다가 매복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요! 분명히 견인들이 몇 번이나 매복병이 없다는 걸 확인했지 않습니까요?”
“스노노도 잘 모른다!”
“헛소리들 그만하고 싸워! 크릉!
화살뿐만 아니라 산 곳곳에서 풀과 나뭇잎으로 위장한 카사르군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현재 어비스측은 수많은 수인들이 그대로 계곡물에 휩쓸려 내려가 막대를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부대가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계곡을 건넌 수인들과 건너지 않은 수인 좌우측 모두 카사르 병사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이제 알겠군. 크릉.”
레키토스가 발톱을 휘둘러 카사르 병사 하나를 쓰러트리며 말했다.
“놈들은 우리가 견인들의 후각에 의존하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그 말에 폭시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잠깐, 그럼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300병 병사들은…….”
그 300명의 병사들이 숲으로 도망쳤을 때, 수인군은 매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추격을 멈췄다. 그리고 화공을 가해보니 실제로 매복병이 있었다. 수인들은 화를 면했다며 견인병들을 칭찬했다.
이번에 산에 오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가장 믿을만한 견인병들을 보냈다. 그리고 견인병들이 인간이 없다는 말에 별 의심 없이 움직였다. 이미 견인들의 후각으로 위기를 벗어난 전례가 있고, 후각이 카사르군을 상대로 후각이 굉장히 유효했기 때문에.
과신했다.
견인들이 매복병의 냄새를 맡지 못한걸 보니, 카사르군에서는 후각 탐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즉, 카사르군은 다른 변수를 없애기 위해, 수인들이 견인병들의 후각을 과신하여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연출을 한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 수공과 매복의 조합. 지금 밀고 내려오는 병력들은 틀림없이 강 건너편에 있던 병력들도 섞여 있었다. 밤중에 이동한 것은 수인들뿐만 아니라, 강 건너편에서 인간들도 함께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누가 적의 지휘관인진 모르겠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놈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거다. 크릉.”
============================ 작품 후기 ============================
니알라토텝 / 죽이진 못했네요 ;ㅅ;
알테니아 / 정신차려주세요!
WyvernLord / 복수의 칼날이라. 으으음.
벌레 / 티아는 페어리 모습을 알몸처럼 부끄러워하므로 로드랑 단둘이 있을때만 보여줍니다 ㅠㅠ
은아준 / 강해져도 한낫 조연ㄷㄷ
clan / 그런가요?
T스톤 / 히익... 굇굇 성장?
책읽는고래 / 후 ㅠㅠ 어떤 부분이요?
복지국가 / ㅠㅠ
EMVER / 서로 완전히 다른 길은 걸은 두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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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솔솔 / 으아아 힘이나는 응원 감사합니다! 쿠폰도 감사히 받을게요! 비월은 ㅠㅠ
@로리콤MK / 으음, 저도 큰 승리를 거두는 편인데 반응이 나빠서 의아했는데 마지막이 조금 아쉬우신 모양들 이더라구요 ㅠㅠ
@...(-1)... / 소드마스터 고길동!
@최카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모님이십니까! 로즈안느 스텟은 기존 능력치에서 통솔만 성장해서 B+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