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3 타락의 악마 =========================
카사르의 수도, 엠파이어.
북부에서 가장 번영한 영지이자, 지금의 카사르라는 강국이 있게 한 ‘힘의 원천’ 같은 도시.
동, 서, 남, 북. 네 방향의 성문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은 외성일 뿐이고, 정말로 어려운 공략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은 내성이었다. 세 개의 성문, 그리고 외성의 1.5배나 되는 높이의 성벽을 자랑했다. 본래는 이 내성까지가 엠파이어의 영지였으나, 아크가 수도 증축을 명하여 외성까지 늘린 것이다.
로드는 7천의 병력으로 이틀을 소모하여 외성의 성문 하나를 뚫어냈다. 카사르측 지휘관인 멕케이는 성문이 뚫릴 위험에 처하자 별 미련 없이 병사들과 영지민들을 내성 안으로 대피시켰다. 그도 외성을 내어주는 것에 크게 문제없다는 태도였다. 이 내성부터가 엠파이어라는 요새의 진가가 발휘되는 지점이었으니까.
어비스군이 외성을 점령하고 주위를 정리한 뒤, 로드는 드레이크를 타고 도시 내부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와아.”
도시 너머로 웅장한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알려진 명성처럼 드높았고, 아래에는 해자도 있었다. 그 견고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과연, 모든 상황을 꼼꼼히 따지는 아크가 엠파이어의 위험을 감수하고 언더하임으로 내려갈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이 높아요오, 주인님.”
드레이크에 나란히 올라타 있는 베아트리체가 로드의 말을 받았다.
“……그러게. 내가 본 최고로 높은 성벽은 레드킵이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록이 갱신되는군.”
아크가 언더하임을 보고 코웃음 칠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분한 생각이 들었다.
“아, 폐하.”
병사들과 이야기하고 있던 키리안이 로드를 발견하고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래, 키리안. 오늘 공성도 수고했어. 외곽 도시에선 건질 게 뭐라도 좀 있었어?”
키리안은 고개를 저어보였다.
“밀알 하나 얻지 못했습니다. 내성으로 싹 가져간 모양입니다.”
“그렇군.”
먹을 게 없다는 이야기에 베아트리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여기서 그녀가 시무룩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며 다시 키리안에게 물음을 던졌다.
“포위해서 말려 죽이는 전략으로 가는 건 힘들겠지?”
“예, 이런 대도시라면 창고에 식량이 꽉 들어차 있을 테고 자급자족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테니까요.”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뭐, 선택의 여지가 없군.”
“……그녀를 쓰실 겁니까?”
“그래. 내일 날이 밝기 전에 엠파이어를 함락시켜 보이겠어.”
로드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있던 베아트리체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허벅지의 포켓에서 단검을 뽑았다.
“왜 그래? 베아야.”
“…….”
베아트리체의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따라가 보니 검정 로브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맨발의 인물이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었다. 키리안도 움찔하며 배틀액스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댔다. 몸을 찌르는 듯한 지독한 살기를 감지한 것이다.
“이제 결심이 선 모양이군, 로드 폴렌티아.”
“너구나.”
로드가 베아트리체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외성을 점령했으니 준비는 모두 끝났어. 약속한대로 오늘밤은 네 마음껏 날뛰어도 좋아.”
“네놈의 허락 따위 받지 않아도 그럴 셈이었다.”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검은 살기도 따라 흩어지자 모두가 속으로 안도했다.
“……정말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녀가 맞나요? 생각보다 고분고분해서 놀랐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긴장해 있던 키리안이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말했다. 로드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저 녀석도 목적이 있어서 온 거니까.”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리리스’. 로드는 어비스 최강의 카드를 카사르의 수도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대체 어떻게 그녀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까? 통제불능이라고 들었습니다만.”
“흠, 이야기 하자면 조금 긴데.”
카사르 본토로 출군을 결심하기 전의 일이다. 언더하임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드는 하버트의 연구소에서 키메라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키메라들은 하루에 꾸준히 검은 마력을 방출하지 않으면 죽어버리는데, 리리스는 괜찮은 걸까?’
로드는 하버트에게 물어보았고, 하버트는 간만에 로드의 관심이 즐거웠는지 즉각 대답했다.
“당연히 그녀도 힘을 정기적으로 방출해줘야 합니다!”
“…음?”
“잊으셨습니까? 폐하. 그녀가 각성해서 악마의 권좌에 올랐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육체는 인간에게 약물을 주입시켜 만들어낸 ‘키메라’입니다. 검은 마력에 오래 견딜 수 있는 몸이 아니란 거지요!”
그 사실은 로드도 알고 있었다. 검은 마력을 자주 사용하면 그녀의 신체가 붕괴되고 만다는 것은 스테이터스에도 직접 나와 있었다.
“……자주 사용하면 문제가 생기는 건 아는데, 아예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는 거야?”
“예이, 물론이죠! 그녀는 악마라서 필요할 때에 검은 마력을 일으킬 수 있지만, 체내에 축적되어 쌓이는 검은 마력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때 방출해 주지 않으면 곤란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던진 물음이었지만, 하버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리리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건 뭔가 큰 문제가 일어날 징조가 아닌가?
“……지금까지는 별 문제 없었잖아.”
“그야 그녀는 탄생하자마자 말렉을 쓰러트린답시고 검은 마력을 대량 방출해서 그랬지요. 아마 지금쯤은 욕구 불만이 잔뜩 쌓여있을 겁니다.”
욕구 불만? 로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게 어떤 욕구인데?”
“방출의 욕구, 그리고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살해의 욕구입니다.”
“아.”
살해의 욕구. 생각해 보니 그녀는 살아있는 생명 자체를 혐오했다. 다른 원인이 아닌 생리적이고 원초적인 현상 같았다. 로드 또한 그녀와 협상을 하러 던전에 내려갔다가 살해당할 뻔하지 않았던가. 로드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욕구가 쌓이면 어떻게 되는데?”
“후후,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버트가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천장을 척 가리켰다.
“폭주해서 욕구를 풀기위해 지상으로 올라오겠죠! 언더하임이 불바다가 될지도.”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말라고!”
“후후후후! 지금은 리리스의 동생 쪽이 어떻게든 폭주하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로드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정말로 위험하다.
고민을 거듭하던 로드는 다시 한 번 리리스와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물론 로드 본인이 또 던전에 내려가면 살해당할 위험이 있었으니, 보내는 사람은 그나마 유일하게 리리스가 온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하버트였다. 그녀를 창조해낸 인물이라 대우해주는 건지, 아니면 죽어가는 그녀를 살려낸 빚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채로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하버트가 던전으로 내려갔고, 생각보다 이야기는 잘 풀렸다.
로드의 명목은 그녀가 느끼고 있는 ‘욕구’의 해소였다. 물론 그 상대는 반드시 카사르군이 되어야만 했다. 리리스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파멸로 몰아넣는 ‘검은 마력’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녀를 기용하는 것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로드는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전장의 제공’, 정확히는 ‘그녀가 살해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그 어떤 잔혹한 일을 저지르더라도 허용되는 전장’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에 소모되는 마력만큼의 테라와 아이트라까지 지원해 주기로 했다.
리리스에게 있어서 손해 볼 것 없는 제안이었으나, 로드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것이 짜증난다며 시큰둥해 했고, 먼 북쪽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귀찮음을 표했다. 그러나 하버트의 이야기를 들은 동생이 적극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고집부릴 때가 아니야, 언니! 검은 마력 때문에 피부가 다 상했잖아. 얼굴에 뾰루지가 나고 있어. 언니가 못생겨 지는 건 견딜 수 없단 말이야!’
그 일침이 언니 쪽에게는 꽤나 충격적으로 작용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언니도 슬슬 죽이고 싶지 않아?’
‘…….’
리리스는 살해의 욕구를 참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간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동생인 린이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동생이 그것을 허용해준 것이다.
그렇게 리리스는 정체를 숨기고 로드와 함께 이곳 엠파이어로 넘어왔다.
로드가 무리한 수도 공략을 확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리리스를 한 번에 한해서 확실히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대 영웅의 힘은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
“키리안. ‘성검’은 아크 녀석이 언더하임으로 가져간 게 확실하지?”
로드의 물음에 키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애니록스 님이 직접 알려준 정보이니 확실할 겁니다.”
“좋아, 좋아. 아크 녀석은 리리스가 언더하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무대도 마련됐고, 가장 위협적인 무기도 치웠군.”
로드가 주먹을 꾹 쥐었다.
“오늘밤 악마가 나선다. 우리도 철저하게 준비해 두자고.”
*
그날 밤. 엠파이어 동문 성벽 위.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병사들은 야간 성벽 경비를 서고 있었다. ‘외성’에서 야간 보초를 설 때에는 바짝 긴장해야 했지만, 이곳 내성은 성벽이 워낙 높아 걱정이 없었다. 이 높은 곳에 올라와 어비스군 야영지를 내려다보면 마냥 든든했다.
“졸지 말고 똑바로 서!”
부관의 잔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다른 보초 팀이 털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병사들은 그제야 자세를 똑바로 하고 전방을 응시했다.
한편으로는 불만이었다. 이런 어둠속에서 이렇게 높은 성벽을 상대가 어찌 공략하겠는가? 야습의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뭐 저리 난리를 피우는 건지, 괜히 마음속으로나마 부관들의 욕을 해보는 병사들이었다.
“……어?”
그러나 야습이란 것은 언제나 불의의 상황에서 펼쳐지기 마련이었다.
밤하늘을 동글게 말아 빚은 듯 한 구체가 성벽으로 후두두둑 떨어졌다. 그 속도는 가히 총알과 같아서 병사들은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새까만 폭발에 집어삼켜졌다.
“적습이다!”
어둠속에서 종소리가 댕댕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높은 성벽에 있는데 대체 어디에서 공격했단 말인가?
그리고 병사들은 곧 어둠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람이 어둠속에 파묻혀 있었다. 아니, 사람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각각 적색과 녹색을 띤 두 눈은 야수처럼 빛을 발했고, 머리엔 으스스하게 생긴 뿔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등 뒤에서부터 펼쳐진 검은 날개였다.
“……아, 악마다.”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그 순간 주위에 있는 다른 병사들도 그녀를 ‘악마’로 인식했다. 그 단어만큼 저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악마가 팔을 뻗었다. 주위가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밤하늘이 떨어져 나와 성벽 위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벙!
사방에 돌파편이 튀어 오르고 바닥에는 검은 얼룩과 핏방울로 흥건해졌다. 제대로 반격해볼 여지도 없이 동문의 성벽 위는 새까맣게 초토화되었다.
“콜록! 콜록! 끄으으…….”
폭발이 걷히고 한 병사가 신음을 흘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구분 되지 않았다. 그는 앞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아.’
꿈이 아니었다.
그 악마가 눈앞에 서있었다. 정수리에서 반으로 나눈 듯 흑발과 백발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여인. 가까이서 보니 그냥 예쁘장한 인간처럼 보였다. 이질적인 뿔과 날개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때 그녀가 시선을 움직여 자신을 보았다.
눈이 마주지니 숨이 턱 막혔다. 공포가 엄습하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미소가 지어졌다. 미소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엔 그렇게 느꼈다.
퍽!
그리고 병사는 뒤에서 내리쳐진 일격에 정신을 잃었다.
“크어어어!”
“우우우!”
검은 폭발이 성벽을 한바탕 휩쓸어 버린 후, 죽었다고 생각한 병사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는 주위의 살아남은 아군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 언데드?”
“조심해! 이성을 잃었다!”
카사르군 병사들은 이 바뀌어버린 아군을 좀비정도로 생각했지만 언데드와는 달랐다. 이들은 피부가 시릴 정도로 새하얗게 된 것과 눈의 색이 붉은색으로 변한 것 외에는 생전의 모습과 아무 차이도 없었다. 그리고 생전의 힘을 그대로 사용해 아군을 처치해 나갔다.
리리스가 물려받은 악마의 권좌, 그 원래 주인은 타락의 악마 사마엘이다. 리리스는 이 힘을 그대로 계승하여 검은 마력에 감염된 자들을 타락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인간들은 몸이 검은 마력을 버티지 못해 죽어버린다.
리리스는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엉망이 된 성벽 위를 벌레 싸움 난 것처럼 무심히 보다가, 등을 돌려 걸어가 성벽에서 뛰어내리며 날개를 펼쳤다.
그녀는 이제 성벽을 넘어 영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보초가 마지막 힘을 짜내 외쳤다.
“악마가 성 안으로 들어왔다!”
수도 엠파이어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 중 외부인의 침임을 허용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쿠죠죠타로 / 암살자 위주의 어비스! 저도 로드의 어비스에서 아쉬운 부분이죠. 암살자들로 적 플레이어가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도록 꽁꽁 틀어막는, 그런 하드코어한 재미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웃국의 한방 러쉬 약하다는 단점이...) 그리고 하데스 설정도 언젠간(?) 올리겠지만 보급필요없는 언데드 군단! 특징을 잘 짚으셨네요. 생각하신 그대롭니다!
멸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근히 후반캐리 알란드가 인기가 많더라구요;
사탕수수158 / 그러라고 수련한 목탁이 아닐텐데!
니알라토텝 / 용서하시옵소서 ㅠㅠ 세이브 원고도 없어서 한편 한편 쓰는것도 요새는 벅차진지라..
재범 / 역시 정보가 매력적이죠.
기름맛에너지드링크 / 이번 주신전은 국가의 개수가 22였잖아요? 전작에는 50개라서 사막의 나라도 나온답니다! (는 등장하기도 전에 멸망)
로아리아 / 일종의 연..참이죠! 하하하!
박성빈 / 아아아앙 저도 성빈님같은 독자님이 너무 좋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술한잔 하면서 소설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촤르륵 풀어보고 싶은 ㅋㅋㅋ 과학을 배끼는 상황은 랜덤입니다. 티는 안나지만 이번에 과학자들이 키메라 조종하느라 쐈던 그 마력총 있죠? 원래는 알란드기술이랍니다(...) 변이된거죠.
로리콤MK / 역시 훌륭한 취향이십니다! (엄지척!
학교만12년째 / 알란드로군요! 저도 빠른 테크트리 너무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