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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46화 (246/296)

00244 변절 =========================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로 카사르의 내부가 한참 어수선할 때, 어비스에는 전시 상황을 유지하며 다음 전쟁 준비에 한창이었다.

로드는 아크를 심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했지만 모략적 성과가 바로 군사적 성과로 나타나리라는 법은 없었다. 카사르의 군사력은 여전히 강대했고 레드킵, 관문, 엠파이어로 이어지는 세 개의 대요새들은 만만치 않은 공략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렇기에 로드도 방심하지 않고 더욱 준비를 철저히 했다.

‘언제나 모략 이후 마무리는 정면승부였으니까.’

이제는 어비스도 문화시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로드는 내정에도 신경을 썼다. 퍼들스퀘어에 가있던 이브가 왕궁으로 돌아와 내정 상황을 전체적으로 안정시켰고 케이론을 비롯한 각 지역의 대영주들도 통치를 시작했다. 로드의 지지율이 떨어지며 어수선한 분위기의 언더하임은 수용소장 케이지가 돌아오는 것으로 깔끔하게 진정되었다. 정지형 영웅들은 언제나 제몫을 했다.

한 가지 남아있는 의문은, 알란드의 플레이어인 ‘올리버’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카사르의 수도 엠파이어에는 없었고 스카 파치노가 로드의 명으로 실버시타델을 함락시키고 샅샅이 수색해보았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다만 갇혀있던 알란드의 군사 비앙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카사르군이 본토로 돌아간 덕분에 실버시타델에 대한 자치권은 회복할 수 있었으나 왕이 카사르의 포로로 붙잡혀 있으니 여전히 속국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맹국으로서 심려를 끼치게 하여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저희 남아있는 잔존 병력들은 어비스를 도울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라옵니다. 폐하께서 카사르에 붙잡혀 있습니다.’

스카 파치노는 도움을 주지 않겠다면 괜한 여지를 남겨두지 말자며, 실버시타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을 주장했다. 그녀의 2천 병력이라면 충분하겠지만 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우리가 통치해야할 곳이야. 괜히 알란드 전 국민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지. 그리고 더 이상 실버시타델은 위협적이지 않아.”

로드는 계속 동맹국으로서 알란드를 지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을 선택했다. 아르곤과의 전투도 남아있으니,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때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 아르곤의 '제로스'가 가이아의 '요한 라티나'를 처치했습니다.

- 아르곤의 플레이어가 멸망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 가이아가 완전히 멸망하였습니다. (남은 국가수 : 9)

‘결국은 세레나가 잡았구나.’

아크와의 싸움에서 한 숨 돌렸지만, 로드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세레스티나의 움직임이었다.

아르곤이 점점 크고 있다. 지금은 카사르에 집중하느라 아르곤의 스파이의 배치수가 적긴 했지만, 보고에 의하면 아르곤은 가이아를 무너뜨린 뒤 바로 에브게니아까지 넘보고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이카루스일 터였다. 전쟁 중이라 손을 쓸 수가 없으니 꼼짝없이 그녀가 크는 모습을 지켜봐야할 판이다.

‘영토가 넓어지면 시대 발전이 느려지지. 그래서 섬에 박혀서 문화시대 이후 완벽한 타이밍에 대륙 진출. 그린 그림대로 척척이구나, 세레나.’

그렇다고 아크를 궁지에 몰아넣은 지금에 와서 휴전을 선언하고, 아르곤을 막으러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장 베스트인 상황은 카사르와 그의 동맹국인 하데스를 최대한 빨리 잡고, 그 뒤에 아르곤과 승부를 내는 것이었다. 카사르만 확실히 잡는다면 아르곤이 아무리 크더라도 어비스가 우위에 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로드의 전략은 전투보다는 아크가 스로로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사르와의 전쟁은 유리해지겠지만, 다음 아르곤과의 전쟁에는 불리해진다.

‘생각보다 아르곤이 너무 빠른데,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로드는 공세를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괜히 휴전 상황이 길어져서 병사들의 피로가 쌓일 바엔, 사기도 높고 병력 소집을 끝내놓은 지금 승부를 벌이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이미 아크는 절반 정도 무너져 있었다.

‘일단은 아크가 있는 엠파이어만 남겨놓고 전부 내가 먹는다.’

로드는 총공세를 준비했다.

이제는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인 국지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카사르의 영토로 쳐들어가는 단일전투다. 로드는 모든 군세를 긁어모아 2만 대군을 만들었다.

로드와 군사 티아를 위시하여 베아트리체, 유니벨, 비월, 로즈안느, 키리안이 휘하 장군으로 들어왔다.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한 수비는 피닉스와 벤, 스카 파치노가 맞는다. 로드가 자리를 비운사이 모든 내정은 이브가 위임받았다.

그야말로 총력전. 어비스의 역대급 대군이 레드킵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

“……로드가 온다고?”

아크는 처형장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와인들을 들이키며 ‘배신자’로 의심되는 영지민들의 처형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배신자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봐야 심신이 조금 안정되는 것 같았다.

“자그마치 2만 대군이야.”

보호트가 대답했다.

“…그래, 로드 군은 서두르고 싶겠지. 크큭!”

“그만 좀 마셔!”

아크가 다시 와인을 들이키려 하자 보호트가 병을 빼앗아버렸다. 아크가 불만스럽게 쳇 하고 혀를 찼다.

“빨리 지침을 내려 달라고! 대비 안 할 거야?”

“알았어. 알았어.”

아크가 꼬인 발음으로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마스터나이트 보호트 경은 총사령으로서, 지금 바로 6천 병력을 이끌고 관문으로 향하도록 하라.”

“……관문?”

“레드킵은 그냥 넘겨줘버려. 지키기 버거우니까. 전에 이야기 했던 글레이시온의 시스템이 도입된 관문에서 막는 게 더 편해.”

“야, 아크! 잠깐만!”

보호트가 외쳤다. 관문에서 막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전 병력이면 전 병력이지 어중간하게 6천은 뭐야?”

현재 엠파이어의 가용한 병력은 9천. 아크가 구기사 귀족들을 죽임으로서 구기사 휘하 병사들이 다수 탈영하거나 도향으로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병력이 또 줄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크는 보호트에게 6천을 주고 어비스군을 막게 한 것이다.

“3천은 엠파이어를 지킬 거야, 보호트 군.”

아크가 대답했다.

“아니, 정신이 있는 거야? 상대는 2만이야! 제아무리 관문이라도 병력차가 벌어지면 힘들다고! 그리고 관문에서 싸울 거면 엠파이어엔 수비 병력이 없어도 상관없잖아!”

“…하지만 엠파이어에 주둔군이 없으면 틀림없이 혁명군이 일어나겠지.”

아크가 꼬인 발음으로 반박했다.

“로드 군이 엠파이어를 먹어놓고 그냥 넘길 리 없잖아? 뻔한 수작이야, 앞에서 시선을 끌고, 수도에서 뒤통수. 그리고 이제 관문의 방어체계가 글레이시온의 힘으로 완벽해졌으니 3배가 아니라 10배차 병력도 막을 수 있어. 충분해.”

“……아크.”

보호트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내가 총사령관이야?”

“응.”

“……너는 어쩌고?”

아크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퍼시벌 군을 붙여줄게. 네 말에 복종라라고 명령해 놓으면 잘할 거야.”

“뭘 선심 쓰듯이 말해! 그 녀석은 당연히 와야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전투라니까? 모든 제장들과 기사들, 그리고 너도 와야 해!”

아크가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자 보호트는 열불이 나서 머리를 박박 긁었다.

“이제 릴리도 없고, 기네비어 님도 근신 중이야! 네가 없으면 누가 로드와 티아의 책략을 막을 건데?”

“단순 수성전이니까 책략은 아무래도 좋잖아.”

“야! 아크!”

얼굴이 시뻘게진 보호트가 고함을 지르자 아크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안해, 보호트 군. 난 배신자들을 이 땅에서 남김없이 몰아내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이 시국에 어리광 부릴 때가 아니……!”

“어리광이라고?”

아크가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보호트의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로드 군이 쳐들어와? 아, 그래. 좋아. 쳐들어오겠지. 여기서 내가 나서서 로드 군을 어찌어찌 막아낸다고 쳐. 그럼 다음은? 결정적인 순간에 또 배신자에게 뒤통수를 처맞고 로드 군을 놓치게 되겠지! 뻔하지 않아? 아, 이번 전투에서 아예 로드를 쓰러트렸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그래서 나는 언더하임에 내려갈 거고, 통치를 선언하면? 짜잔! 엠파이어에 배신자가 나타나서 수도가 빼앗겨버렸어요! 도로아미타불이네? 크흐흐! 아니, 아니, 기왕 말 나온 거 더 크게 놀아보자고! 로드도 죽이고! 세레스티나도 죽이고! 이제 대륙에 왕실은 우리 밖에 없는 거야! 이제 나는 시발 황제 자리에 오르기 직전인 거지! 그런데 취임식을 하고 황제의 관을 딱! 쓰려는 순간 갑자기 내 등에 칼이 퍽! 하고 꽂히는 거야! 그래, 배신자. 내가 뭘 하든 어딜 가든 배신자가 나타날 거야. 응, 그럴 거야. 그게 내 운명의 굴레니까! 배신! 배신! 또 배시이이인! 크하하하하!”

아크는 그 긴 말을 숨 한번 쉬지 않고 내뱉은 뒤 고통스럽게 콜록거렸다. 그가 내보인 광기에 보호트는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알겠어? 보호트 군. 우리 진형에 배신자가 있어. 그걸 찾아내 죽이는 것이 지금 내게는 전쟁보다 더 중요해. 그때까지만 버텨줘.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

아크는 다시 자리에 앉아 팔을 들어올렸다.

“처형을 재개하라.”

단두대의 거대한 칼날이 내려왔다.

*

보호트가 몇 번 더 아크를 설득해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6천의 병력과 퍼시벌, 아론다이트만을 대동하여 관문으로 향했다.

보호트는 자신을 뒤따르는 병사들을 보았다.

‘제대로 된 전면전은 아직 치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륙 최강을 자랑하던 카사르군이 이렇게까지 반쪽이 날 수 있단 말인가?’

병력이 줄어든 것 보다 더 큰 타격은 영웅들이었다.

카르프리 출신의 장군 슈네처는 퍼들스퀘어에서 비월에 의해 전사했다.

수성의 달인 멕케이 장군은 엠파이어에서 로드에게 사로잡혔다.

수호의 기사 제레인트는 위그드라실에서 티아에게 사로잡혔다.

제1군사 릴리는 군사 자리를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있다. 제2군사 기네비어 또한 옥에 갇히진 않았어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리고 베디베어는 같은 편인 릴리에 의해 죽었다.

‘이제 남은 장군급은 이상해진 아크, 이상해진 퍼시벌, ……그리고 원래 이상한 아론다이트 뿐 인가.’

보호트가 한숨을 쉬며 아론다이트 쪽을 힐긋 바라보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호트 경.”

“무슨 일인가?”

“엉덩이 언제 때려줄 거예요?”

‘……자살하고 싶다.’

============================ 작품 후기 ============================

고생하는 카사르 유일 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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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eji / ㅠㅠ 반전매력입니다 (응?

할레데임 / 넵, 아크의 행동이 정당화될수는 없지만 자기 딴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하는 정도로만 봐주시면 될듯해용

traness08 / 그러합니다. ㅠㅠ

최카츄 / 굳세어라! 마이너 팬!

Tntn12 / 발기부전급 ㅋㅋㅋㅋ 아크는 여자보다는 배신이라는 행위자체에 더 주목해서 그런가 봅니다.

아프게했어 / ㅠㅠ 정말이에요. 사실 리얼이 가상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많죠. 무서운 세상. E스포츠는 멘탈게임 맞는듯 해요! 손빠르기보다 멘탈!

알테니아 / 비, 비월을 추, 출현시켜야.... 엉엉! 아크가 여기있어요 여러분! 알테님이 저를 길들이려 하십니다!

은아준 / 냉정 ㅋㅋㅋㅋㅋㅋㅋㅋ

天空意行劍 / 언밸런스한 캐릭터죠 ㅋㅋ

로리콤MK / 주인공병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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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158 / 갸아아아악! 여기 아크가 한명 더 있어요!

@쿨레라군 / 그렇죠. 트라우마가 개인사로 나타나면 모르겠는데, 현재의 아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크네요. ㅠㅠ

@니알라토텝 / 공대생이시다! 공대생이 여기 계시다! 문과생:아이고 아크 ㅠㅠ 이과생:나노수술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 아크!

@...(-1)... / 큐티프리티러블리비월!~ 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비월에게 살려달라고 했다가 내가 혼났어 ㅠㅠ 엉앙 비월아

@헬크랩 / 헉, 코멘트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다보니 헬크랩님에게 좋은 평가도 받아 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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