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7 <외전> 우리 몸이 바뀌었어요! =========================
‘기다려, 베아야. 주인님이 간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로드는 세 번 마음속으로 다짐한 다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두 팔을 뻗으며 자신의 몸을 한 베아트리체에게로 돌진했다.
그러면서, 외쳤다.
“쭈인니이이이임!”
돌진한 로드가 베아트리체의 몸에 폭 안겨서 바지에 얼굴을 묻었다.
‘와, 미친! 이거 생각보다 훨씬 부끄럽다! 쥐구멍에 기어들어가고 싶다!’
로드는 고개를 들어 베아트리체를 올려다보았다. 이 가짜 로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척 당황해하고 있었다. 견뎌라, 베아야! 제발 견뎌라!
로드는 더더욱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쭈인니임! 보고 싶었어요오오!”
그러자 뒤에서 메이드들이 ‘꺄아아악!’ 하는 외침이 들렸다.
‘……토, 통한다?’
“그, 그래. 엣헴.”
베아트리체가 떨리는 팔로 로드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야. 베아야! 파트너로서 오랫동안 지내왔던 우리 둘이라면 서로의 연기를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터다!
로드는 연기에 더욱 몰입했다.
“쭈인니임. 배고파요오.”
“그, 그, 그렇구나, 엣헴.”
그러나 여전히 베아트리체의 목소리는 작고,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감이 붙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 말을 전하고 싶은데, 작게 말하면 안 들릴 테고.’
로드는 큰 결심을 했다. 그가 까치발을 들어 올려 로드 몸을 한 베아트리체의 재킷을 잡아 끌어내렸다.
그리고.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
“꺄아아아아악!”
메이드들이 왕궁이 떠나라가 비명을 내질렀다. 비월도 놀라서 입을 텁 가렸다. 기습 뽀뽀를 받은 베아트리체의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베아야, 일어나.”
이제 키 차이가 맞춰지자 로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네가 베아트리체인 걸 몰라. 자신감을 가져. 네가 나라고 생각해. 목소리가 떨리면 그냥 무조건 큰 소리를 쳐. 그럼 용기가 생길 테니까. 알겠지?”
멍하니 로드를 바라보던 베아트리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주인님!”
‘와, 내 목소리로 주인님이라는 소리 들으니까 기분 진짜 이상하다.’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베아트리체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로드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메이드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뭐, 뭣들 하느냐! 어서 우리 베아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지 않고선!”
“……아, 예!”
“꾸물거리면 경을 칠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로드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베아야, 난 그렇게 과격하지 않아…….’
로드 몸으로 흉내 내고 있는 베아트리체 또한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눈빛에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베아트리체의 시선이 이번엔 비월 쪽으로 돌아갔다.
“비월!”
“예, 폐하.”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앞으로 명심하도록! 나는 베아의 것이다. 알겠느냐?”
“……예?”
“대답!”
“아, 알겠사옵니다.”
비월의 대답을 받아낸 베아트리체가 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심쿵!’
이번엔 로드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여자의 몸이라서 그런지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생각보다 과감하잖아, 베아야! 그녀가 이렇게 멋있어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로드도 더욱 베아트리체 연기에 자신을 가지고 그녀의 팔에 매달렸다.
“주인님! 이제 저 배 안 고파요! 산책하러가요오!”
“그, 그래. 엣헴.”
연기는 이만하면 됐다. 이제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리체에에!”
그때 갑작스럽게 베아트리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로드는 고개를 돌렸다. 빨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왈가닥 소녀가 무서운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유, 유니벨?”
유니벨이 로드의 앞에 도착해서 멈칫했다.
“가, 갑자기 왜 리체가 날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부끄럽게!”
유니벨이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해 놓고는 메이드들을 바라보았다.
“간식 다 먹였지?”
“…아, 네.”
유니벨은 이번엔 베아트리체 쪽을 보며 혀를 쏙 내밀어 보였다.
“팬더, 너 또 리체한테 이상한 변태 짓 했지! 얘는 내가 데려간다!”
유니벨은 로드의 손을 붙잡고는 신나게 달려갔다.
“아…….”
당황한 베아트리체가 팔을 들어 올렸지만 두 사람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뒤였다. 잠시 우두커니 서있던 베아트리체가 뒤늦게 두 사람을 쫓았다. 그러다가 비틀거리며 중간에 자빠졌다. 아직 몸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끌벅적한 세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복도에는 메이드들과 비월만 남았다.
“저, 저기…….”
메이드들이 주섬주섬 쟁반을 챙기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치우고 있는데, 비월이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비월 님.”
“그, 그게…….”
비월은 수줍게 시선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다음 단장님의 간식시간은 언제이옵니까?”
*
베아트리체는 두 사람이 향했던 길을 따라 왕궁 밖으로 뛰어왔다.
‘……주인님은 어디에?’
로드의 몸이라 그런지 고유 능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우선은 다시 로드를 찾아내야 했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베아트리체는 두 사람이 어디로 갔을지 계속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유니벨이랑 목욕탕에 가기로 했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베아트리체가 목욕탕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 폐하!”
움찔. 로드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에 베아트리체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버트가 반갑게 인사하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얼마나 찾았는데요.”
‘…어, 어쩌지?’
당황한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자 하버트가 물었다.
“왜 그러시죠? 혹시 어디 편찮은 곳이라도?”
베아트리체가 재빨리 도리질했다.
“……? 뭐 어쨌든, 폐하께서 개발 지시하신 발명품이 거의 다 완성됐습니다. 오늘 같이 보러 가기로 했지 않습니까. 자, 연구소로 가시죠!”
베아트리체는 고민했다. 하버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조언을 구해도 좋을까? 하지만 아까 로드는 비밀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다. 서로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했다가 그게 이브의 귀에 들어가면, 그리고 지각을 면하려고 능력을 썼다는 것이 알려지면, 로드는 틀림없이 혼날 것이다. 자신의 미숙함 때문에 로드가 피해를 보는 건 견딜 수 없었다.
“나, 나중에…….”
“예?”
“나중에 가요. 아니, 가자꾸나.”
“……?”
베아트리체 본인이 말해놓고도 말투가 어색했다. 로드가 곁에 있어줄 때엔 용기가 나서 비월에게 큰 소리도 칠 수 있었건만, 로드가 없으니 다시 자신감이 사라져 버렸다.
하버트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으으음.”
“…….”
베아트리체가 얼굴을 붉히며 물러섰다. 하버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사탕을 꺼내며 말했다.
“사탕 먹고 싶은 사람?”
“저요오오! ……핫!”
베아트리체가 주춤거리며 팔을 내렸다. 배가 너무 고파서 본능적으로 나와 버린 행동이었다. 하버트의 입가가 히죽 벌어졌다.
“이런, 이런, 역시 당신은 폐하가 아니셨군요.”
“……그걸 어떻게?”
“폐하의 몸에 다른 사람이 있다니! 이거 얼른 조사해서 폐하의 몸을 원래대로 돌려드려야 되겠습니다!”
갑자기 과학자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주위에 나타나 베아트리체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그녀가 전투 자세를 취했다.
‘앞뒤에 넷. 간단히 처리할 수 있어.’
상대가 적의를 보이고 있는데 먼저 공격하게 둘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먼저 움직였다. 몸을 빙글 돌리며 뒤쪽에 있는 연구원에게 화려한 돌려차기를 가했다.
아니, 가하려고 했다.
“큭!”
베아트리체는 다리를 올리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로드의 찌뿌둥한 몸은 그녀의 탁월한 전투 본능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당장 폐하의 몸에 들어간 저 간악한 것을 포획하십시오!”
하버트가 외쳤다. 연구원들이 양쪽에서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로드의 몸이라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거 놔요!”
“크크크! 우리는 폐하가 아닌 자에게는 복종하지 않습니다!”
과학자 한 사람이 뒤로 돌아와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금방 정신을 잃었다.
“자, 어서 서두르십시오.”
하버트가 씩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저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질 때입니다!”
*
‘……이, 이게 꿈이냐, 생시냐.’
로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니벨의 우악스러운 힘에 붙들려 끌려온 것은 다름 아닌, 왕궁에 있는 공중목욕탕이었다.
물론 ‘여탕’이다.
“리체! 빨리 와!”
유니벨이 꺄르르 웃으며 탈의실로 향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사람은 오늘 같이 목욕탕을 가기로 약속했다는 것 같았다. 뒤따라가던 로드가 탈의실의 문 앞에 멈춰 섰다.
이곳부터는 절대적인 금남의 구역.
양심의 가책이 든다. 정말 괜찮은 걸까? 그냥 사실대로 말하고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이야기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내가 생각할리 없잖아! 하하하하! 몸이 뒤바뀌었으니 여탕에 가는 건 당연한 클리셰!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캬캬!’
이미 인성이 퇴화해버린 로드였다. 그는 당당히 베아트리체의 몸으로 여탕 탈의실에 들어왔다.
유니벨은 탈의실에서 훌렁 훌렁 옷을 벗어던지고 있었다. 떨어진 옷은 귀찮아서 발로 집어서 휙휙 던지는 모습에서 조신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저씨냐.’
“뭐해? 리체.”
알몸의 유니벨이 한쪽 다리를 옆으로 빼고 손을 골반에 얹은 채 말했다.
“너도 얼른 벗어. 들어가자.”
“…….”
로드의 시선이 움직였다.
작았다.
‘힘내렴, 유니벨.’
“……뭐, 뭐야!”
로드의 시선에 유니벨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팔로 몸을 가렸다.
“왜 갑자기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야? 리체!”
“아. 미안.”
“……장난이라도 그러지마. 부, 부끄러우니까.”
유니벨이 고개를 쌩 돌리며 토라진 척을 했다.
남자의 시선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여자들의 직감은 무섭다. 로드도 그녀처럼 옷을 벗어 바구니에 넣었다. 속옷을 푸는 게 어려워서 조금 애를 먹긴 했다.
‘후후! 열심히 살다보니 나에게도 이런 날도 오는구나! 땡큐, 나의 여신 이시스 님! 나중에 돌아가면 놀아드릴게요!’
“……리체?”
유니벨이 다시 그를 불렀다.
“너 코피 흘려.”
“……헉!”
로드는 다급히 팔을 들어 코를 문질렀다. 갑자기 격한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정신 차려라! 하진성! 저 꼬맹이의 몸에 흥분이라도 한 것이란 말이냐! 네 취향은 저런 게 아니잖아!’
그동안 계속 로드 폴렌티아의 몸에 있다 보니 취향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로드는 눈을 감고 몸의 욕망을 다스렸다. 절대로 나이차가 스무 살 나는 엄마와 결혼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아버지는 외치셨을 것이다. 로리는 안 된다! 로리 만큼은!
하지만 여탕으로 향하는 도중 본능적으로 유니벨 쪽으로 힐긋힐긋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슴이 작은 것만 제외하면 몸매 자체는 빼어났다. 잘 빠진 다리에 탄력적인 곡선. 단련된 몸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리체에.”
유니벨이 다가와 로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어디 아픈 거야? 코피가 안 멈추는데. 아직 탕에도 안 들어갔는데 왜 이러지?”
“미, 미안. 난 괜찮아.”
로드가 시선을 돌리며 대꾸했다.
“어? 코피 또 난다.”
‘……너 때문이야.’
*
“단장. 이거 한 잔 드셔보시지 않겠습니까?”
흑백사진처럼 흐릿한 배경 속에서, 하버트가 베아트리체에게 컵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하버트가 설명을 덧붙였다.
“예산확보를 위해 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한 과일주스입니다! 아마 잘되면 어비스의 특산품으로 팔려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야심작이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는 주스였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경계했다.
“……주, 주인님이.”
“네?”
“…주인님이 아무나 주는 거 막 받아먹지 말랬어요.”
그녀가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하버트는 불의의 일격을 받은 듯 멈칫하더니 이내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이거 이거 폐하께 교육을 잘 받으셨군요. 착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조금 서운한 걸요? 이 어비스의 충신 하버트가 그 ‘아무나’라는 통제집단에 속하다니!”
베아트리체가 무시하고 가려는데 하버트가 그녀의 등 뒤에다가 대고 말했다.
“이 주스, 단장이 정말 좋아하는 딸기 맛이라구요?”
“……!”
베아트리체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정말 맛보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어비스에 딸기가 얼마나 귀한지 알죠? 안 먹으면 후회할 텐데, 크크.”
“……우으.”
결국 베아트리체는 주스를 받아 꿀떡꿀떡 마셨다.
“맛있죠?”
“맛있어요!”
“그래, 그래.”
베아트리체의 머리를 쓰다듬는 하버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하버트의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는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아!”
이곳은 하버트의 지하 연구실이 어딘가 였다. 그녀는 여전히 로드의 몸이었고 실험대에 누워 있었다. 두 팔과 다리가 실험대 다리에 묶여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설마 그때 그 주스가?’
불과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었다. 그랬다. 이 일의 모든 흑막은 하버트였던 것이다!
“오호호홋! 일어나셨습니까?”
하버트, 그리고 그녀를 제압했던 과학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빨리 풀어요!”
“그럴 순 없습니다. 폐하의 몸은 지금 설명하기 힘든 정신 전이 상태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왕실 과학자의 임무가 아니겠는지요? 하지만 안심하시길,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깨어나면 두 분 모두 원래 몸으로 되돌아가 있을 겁니다. 다만…….”
하버트의 입가가 히죽 벌어졌다.
“보너스로 폐하의 신체는 조금 더 강화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하하하하!”
“……!”
감격에 젖은 하버트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두 팔을 머리 위로 척 뻗었다.
“드디어 제 오랜 숙원을 이룰 날이 다가왔습니다! 아, 처음 본 순간부터 얼마나 강화하고 싶었던 몸이었는지! 어비스에서 가장 높은 자리의 남자가 육체적으로는 가장 취약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눈을 뜨면 폐하는 어비스 최강의 사나이가 되어있으실 겁니다! 아아, 과학은 위대하다아아아!”
부하 과학자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런데 소장님. 뒷감당은 어쩌시려고?”
하버트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빙그레 웃었다.
“네? 저는 폐하를 강화해 드렸는데 왜 뒷감당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그만둬. 저 양반은 상식이 안 통하잖아.”
“…그럼, 그럼. 우리는 상관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하버트는 싱글벙글 웃으며 주사기를 들었다.
“우선 수면마취부터 할까요? 잠시만 주무시고 계십시오. 아무 고통도 없을 겁니다.”
주사 바늘을 본 베아트리체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