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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52화 (252/296)

00250 혹한의 전투 =========================

뿌우우우!

어비스측에서 후퇴를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끈질기게 공성을 걸어오던 어비스군이 마침내 물러나자 관문의 카사르군 병사들이 승리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들의 사기는 최고조였다.

“할 수 있어! 2만이라는 숫자도 별거 아닌데?”

“추워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더라고. 하하!”

병사들이 시시덕거리며 좋아하고 있는 한편 보호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팔을 뻗고 있었다.

“뭐해요? 보호트 경.”

아론다이트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혹한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바람에 민감한 보호트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른 카사르군 병사들까지 점점 찬바람이 얕아지는 것을 인지했다.

“냉기탑이 파괴된 모양이다.”

“……아.”

혹한이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이번엔 어비스군 측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베아트리체 단장이 해냈다!”

“예에에에에!”

“추위도 이제 끝이다!”

적의 환호를 들으며 보호트가 탄식과 같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후퇴는 다음 공격에 온 힘을 쏟아 붙기 위함이네. 철저히 준비하게.”

“네에.”

“힘든 전투가 될 걸세.”

*

“…….”

비월은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보였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 끝에 눈꽃이 내려와 앉았다. 눈이 녹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어려 있었다.

“정말로 혹한이 그치고 있사옵니다.”

비월이 시선을 돌려 로드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이온지요? 폐하.”

“흠흠.”

몰래 비월을 보고 있던 로드는 갑자기 눈이 마주치게 되자 어색한 헛기침을 흘리며 대답했다.

“내통자를 이용한 거야.”

먼저 로드는 관문에 총공세를 걸어서 카사르군의 시선을 붙들어 놓은 다음, 꽁무니로는 베아트리체와 200명의 최정예 암살단원들을 산맥으로 올려 보냈다. 카사르군이라고 해도 산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었다. 소수이고 재빠른 암살단원들이 통과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문제, 후방으로 우리 게릴라 부대가 침투하면 가장 압박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설명하다 말고 뜬금없는 퀴즈였지만, 비월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냉기탑이옵니다.”

“정답이야.”

냉기탑은 관문과 떨어져 있기에 별도의 방어태세를 갖추어야 했다. 이 상황에서 200명의 정예 게릴라병이 뒤를 잡아버리면 기존의 수비병들만으로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2만의 총공세를 받고 있는 관문에서 지원병을 많이 보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엠파이어에는 아직 놀고 있는 3천명이 있다. 틀림없이 그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로드는 예상했다.

결국 로드의 침투 전략은 원군을 부추기기 위함이었다.

로드는 그러한 정보를 미리 내통자인 기네비어에게 전달했다. 기네비어는 군사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기존의 보급업무는 계속 떠맡아 하고 있었다. 그녀를 대체할 사람이 없는 까닭이었다. 그리고 병력이 움직이면 필히 물자도 움직인다. 로드의 말을 듣고 기다리던 그녀는 물자의 흐름으로 원군의 존재를 눈치재고 빠르게 스파이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원군을 유도했고, 존재도 확인했으니 이제 원군을 연기하기만 하면 되었다. 베아트리체와 어쌔신들, 그리고 로드가 엠파이어를 점령할 당시 영지 밖 외곽에 숨겨두었던 병사들까지 합쳐 총 500명의 병력들이 기네비어가 미리 빼돌려둔 보급품들로 무장했다. 보급을 담당하는 기네비어에게 있어 이 정도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카사르의 깃발을 들고, 엠파이어에서 올 지원군보다 한 발 앞서 냉기탑으로 향했다.

입고 있는 장비도 카사르군과 동일하고 엠파이어의 지원군이 향한다는 정보와 완전히 일치하는 타이밍에 등장했기 때문에 냉기탑 측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방어선 깊숙이 들어와 우두머리를 처치하고 내부에서부터 공격. 마지막으로 영체화 능력을 가진 베아트리체가 마력폭탄을 냉기탑 꼭대기에 설치하고 빠져나와 미션을 클리어 한 것이다.

로드의 설명을 모두 들은 비월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시옵니다. 내통자로 하여금 미리 보급품을 빼돌리게 한 것은 바로 이 책략을 위함이었사옵니까?”

“그, 그런 셈이지. 하하…….”

사실 장비를 빼돌려 둔 것은 엠파이어의 내부에 혼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만약 아크가 이 전장에 있었더라면, 혹은 릴리급 정도의 책략가가 있더라도 로드는 이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계략이 간파당하면 역으로 아군이 위험해 빠진다. 리스크가 큰 전략이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유니벨이 코를 훌쩍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유난히 추위에 약한 모습이라 첫 전투에는 나서지도 않았다.

로드가 킥킥거리며 그녀를 보았다.

“자, 주문대로 추위 그치게 해줬지? 이제 너희가 해결할 차례야.”

“알았어. 알았어.”

유니벨이 팔을 빙빙 돌리며 몸을 풀었다.

“혹한만 없다면 저깟 요새, 하루 만에 무너뜨릴 수 있어!”

*

냉기탑이 파괴된 후 다음날, 어비스군의 2차 공성이 시작되었다.

“끝장을 내자!”

“와아아아아!”

어비스군의 기세가 전과는 확연히 틀려졌다.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겼다. 혹한도 그쳤는데 못할 것이 무엇 있겠는가. 모두가 털 달린 방한복을 집어던지고 본래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가겠습니다!”

- 스펠뮤직, 열광. 사냥꾼들의 합창.

이번 전투는 뿔피리 대신, 로즈안느의 스펠뮤직으로 시작했다. 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관문으로 전진했다.

“놈들을 막아라!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쳐라!”

키이이잉! 지상에서 검은 공들이 우수수 날아와 요새에 부딪쳤다. 시커먼 폭발이 터져 나오며 요새의 벽과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큭! 저게 어비스 놈들의 키메라인가!”

“막아라!”

병사들이 폭격에 움직임이 멎은 사이 사다리가 올라가고 어비스군의 화살공격이 성채로 퍼부어졌다. 이전과는 달리 완벽한 공성 전술의 연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보게, 아론다이트 경!”

관문에서 보호트가 바쁘게 움직이며 소리쳤다.

“부르셨나요? 보호트 경.”

“자네는 아래층으로 가주게!”

“네에!”

“명심하게.”

그녀가 발걸음을 때려는데 보호트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젠 자네와 나, 그리고 퍼시벌뿐일세.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카사르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게. 생존이 최우선일세!”

“훗, 걱정 붙들어 매시라고요!”

아론다이트가 성벽 위에서 훌쩍 떨어져 내렸다. 공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던 그녀의 몸이 눈부신 황금빛과 함께 검이 되어 사다리를 타고 오는 아래층의 적병들의 몸을 두 동강냈다.

“웃차!”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가 팔을 뻗어 아래층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반동과 함께 올라왔다.

“휘유, 생각보다 더 밀리고 있잖아?”

아래층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어비스군에 의해 점거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소매로 입가를 훔치며 난전중인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마침 어비스군 병사들에 둘러싸여 위기에 빠진 기사 한 명이 보였다.

“거기 아저씨! 날 붙잡아요!”

“아, 아론다이트 님!”

그녀의 몸이 빛으로 둘러싸이며 검으로 변해 기사의 손에 착 잡혔다. 아론다이트를 붙잡는 순간, 기사의 눈동자에 각오가 어렸다.

“우오오오오!”

그가 아론다이트를 휘두르자 검신이 쭉 길어지며 병사 네 명을 동시에 베어 넘겼다. 기사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오옷! 들은 대로 대단한 손맛이다! 마스터 나이트라도 된 기분이야!’

기사는 내친김에 허리를 비틀어 측면의 적까지 해치웠다. 기다란 검신이 닿는 곳 마다 적의 몸이 두부처럼 쩍쩍 갈라졌다.

“얍!”

스스로 빠져나온 아론다이트가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와 기사의 뒤를 노리던 병사를 발차기로 내려찍었다. 쿵! 병사가 쓰러지고 아론다이트는 다시 달렸다.

“지원 고맙습니다!”

다시 본래의 검을 주워든 기사가 그녀의 등에다 대고 외쳤다.

“다음! 다음!”

아론다이트의 움직임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녀가 검으로 변신해 빙글빙글 회전하는 원형톱이 되어 성벽에 막 오르려던 어비스군을 일직선상으로 모조리 갈아버렸다. 그리고는 적군에 밀려 뒷걸음질 치는 병사에게 날아와 그의 검이 되어주었다. 병사는 가히 기사 급의 실력으로 주위의 적들을 물리쳤다.

“던져줘!”

“어디로요?”

“6시 방향!”

병사가 있는 힘껏 그녀의 몸을 던졌다.

후우우우웅! 황금빛을 내뿜으며 날아간 아론다이트가 진행방향의 병사들을 베며 날아가다가 이번엔 한 어린 기사의 손에 잡혔다.

“꼬맹아.”

“히익!”

어린 기사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자신의 손으로 들어온 검의 검신 위에서 한 여자의 상반신이 솟아올라 말을 건 것이다.

“다, 당신이 아론다이…….”

“응, 맞아. 꼬맹이 너 검기 쏠 줄 알아?”

“아, 아직 실전으로 쓸 정도는 아닌데요…….”

“조오아! 쓸 수 있으면 괜찮아!”

그녀의 상반신이 검으로 되돌아갔다.

“자세를 취해. 세시방향.”

그녀의 지시에 기사의 몸이 저절로 척척 움직였다.

“날 휘둘러서 검기를 방출하는 거야.”

“베기형으로도 됩니까?”

“뭐든 좋아!”

기사가 후웁. 하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오른 다리를 크게 한 번 디뎠다. 그리고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큼지막하게 머리 위로 휘둘렀다.

슈콰아아아아악! 부채꼴 모양의 검기가 황금빛 뻗어나가 성벽으로 막 올라오고 있던 병사들의 몸을 갈가리 찢으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오히려 기술을 사용한 기사가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우, 우와아아아! 저거 제가 한 거예요?”

“그러엄.”

어린기사의 손에서 벗어난 아론다이트가 다시 사람의 몸이 되어 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앞으로 열심히 훈련해서 누나 엉덩이 팡팡 때려줄 멋진 남자가 되어야 한다?”

“……네?”

콧노래를 부르며 성벽 가까이로 걸어간 아론다이트는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며 아래쪽 전황을 살폈다.

“이쪽은 다시 괜찮아졌네. 그럼 다시 올라가서 보호트 경이나 도와줄까나?”

“아아아, 힘들어어!”

그때 텁. 하고 요새를 기어 올라오는 손이 있었다.

“……아, 진짜!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야?”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빨간 머리의 소녀가 성벽 끝에 무릎을 걸치며 올라왔다.

============================ 작품 후기 ============================

T스톤 / 서로 화이티잉!

헬크랩 / 헉, 짧은가요 ㅠㅠ 14키바인데

아프게했어 / 트랩카드오픈!

알테니아 / 아니, 이 맛은 원고료 쿠폰의 맛? 황송합니다!

조이너 / 감사해요 ^^

Gneji / 허허허헣

왜이리들다재밌지 / 히익; 본인이 들어가는 각인가

쿨레라군 / 아크에게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확 도져버려서 반쯤 정신이 나간데다가 의욕도 꺾여버린 거죠. 평소의 아크라면 직접 관문에 갔겠네요. 조금 아크가 갑작스럽게 변한감이 있긴 하네요 ㅠㅠ 아크의 내면심리를 더 깊고 많이 다뤄야 했나 아는 아쉬움이 있네요.

박성빈 / 아크가 저런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엠파이어 내에 혁명군은 없다는 설정입니다. 쟤들은 엠파이어 성 바깥의 외곽에 있던 애들이에요.

니알라토텝 / 개이득! 내일도 연참할거예요!

벌레 / ㅋㅋㅋㅋ 피지컬파로 전락 ㅠㅠ

책읽는고래 / 늦어서 죄송 ;ㅅ;

...(-1)... / 그저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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