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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61화 (261/296)

00259 암흑국가 하데스 =========================

로드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당장의 엠파이어 공성전보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하데스 쪽이 더 급했다. 대책을 마련해야했다.

로드의 지휘관 천막으로 가신들이 모두 모였다. 티아, 유니벨, 베아트리체, 로즈안느, 키리안, 그리고 비월 측에서는 비노쉬가 대신 참석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된 거예요.”

치엘로가 직접 가신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참담한 소식에 가신들은 침음을 흘렸다.

“……켈타인의 일은 무척 유감입니다.”

키리안이 말했다. 그를 비롯해 다른 가신들도 그녀에게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넸다. 치엘로는 웃는 얼굴로 연신 괜찮다고 답했다.

“난세잖아요?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고, 저런 일도 있을 수 있죠.”

그리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 저희가 부족해서 동맹에게 괜한 부담을 안기는 게 아니련지 걱정이…….”

“흥, 알긴 아……!”

“우리에게 사과할 필요 없느니라. 여왕.”

티아가 유니벨의 입을 텁 막으며 말을 이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선 일상. 그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허를 찔러 들어온 아르곤이 유능했노라.”

“……네.”

“그보다 본녀는 달리 묻고 싶은 게 있느니라.”

티아가 총명한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빛냈다.

“아마 이 난세는 스물 두 명의 왕실 중에서 단 하나가 남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니라. 여왕 또한 그 후보 중 한 사람이니, 앞으로 우리와의 관계에 대해 확실히 해주었으면 하노라.”

티아가 민감한 화제를 끌고 나왔다. 듣고 있던 로드가 다 움찔했다.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내야 하는 시점에 굳이 이 화제를 꺼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글쎄요오.”

치엘로는 불편해하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에 빠진 얼굴을 했다.

“군사님이 보기에 지금의 켈타인은 어떤 것 같아요?”

“본녀는 거짓말을 잘 못하니 미리 양해바라노라.”

티아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역시 힘들다고 생각한다. 설령 재기한다더라도 남은 어비스나 아르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꺾는 건 무리일 것이니라.”

“역시 그렇겠죠?”

치엘로가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흰 이제 어비스의 위협이 되지 못하는데, 그렇게 날을 세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어비스와 동등한 동맹국으로 남는 게 불만이신가요?”

“잔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만, 본녀는 이제 우리가 동등한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노라. 지금의 그대들에겐 자립할 힘이 없지 않은가?”

로드 뿐만 아니라 다른 가신들도 티아가 내뱉는 말의 수위에 놀라며 눈치를 보았다. 티아는 갑자기 싸움닭이라도 된 것 마냥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티아와는 달리, 치엘로의 얼굴에는 아직도 생글생글 여유 있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치엘로가 손가락을 척 올렸다.

“군사님의 말대로, 저희 켈타인군의 잔존과 국민들은 어비스의 보호를 원합니다. 그 조건으로 어비스의 속국이 되겠어요.”

“……속국!”

가신들이 놀라서 웅성거리는 가운데 치엘로가 티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동등한 관계가 불만이시라면 우리가 속국으로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요? 워프게이트를 지원해주는 조력자니까 쓸모가 있을 거예요.”

“본녀도 동의하노라.”

티아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 대단합니다, 티아. 치엘로를 상대로 속국 수락을 따내다니…….’

로드는 속으로 감탄했다. 다른 건 몰라도 군사 하나는 잘 뽑았다.

다른 가신들도 민감한 대화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딱 한 명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유니벨이었다.

“…그럼 뭐야? 나라만 상하관계에 들어가는 거고, 결국 저 마녀는 여전히 우리 경쟁자란 거잖아. 굳이 불안요소를 남겨둘 필요가 있어?”

치엘로가 싱긋 웃으며 로드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얼굴을 기댔다.

“있죠, 유니벨 언니. 바닥에 떨어진 사과보다는 아직 나무에 맺힌 사과가 더 먹음직스러운 법이에요.”

“……뭐?”

“여자 쪽에서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것 보단,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도전하는 쪽에서도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요?”

유니벨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야, 죽을래? 그럼 내가 바닥에 떨어진 사과란 소리야?”

“아뇨, 아뇨. 오해하지 말아요. 비유일 뿐이니까. 다만 언니와 저는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단 거예요. 저는 가신이 아니라 로드 오빠와 동등한 왕. 파트너 관계니까요.”

“그 말 맞잖아, 새꺄! 밖으로 나와!”

치엘로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듯 턱에 손을 올리며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해 보인다.

겉만 파릇파릇한 소녀지 그 안에는 시커먼 능구렁이가 살고 있었다. 다혈질이라 무작정 화만 내고 보는 유니벨은 아직 상대가 되기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끼리의 이야기는 당사자가 없을 때나 좀 하라고.’

로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회의가 걸즈토크로 변질되기 전에, 혹은 유니벨과 치엘로의 난투로 발전하기 전에, 로드는 자신이 나서야 할 차례임을 깨달았다.

“잡담은 여기까지. 지금은 닥친 상황에 집중할 때야. 자칫하다간 다 잡은 카사르를 하데스에게 넘겨주는 억울한 상황이 올지도 몰라.”

이제야 가신들이 입을 다물고 로드를 보았다.

“카사르한테는 이 상황이 호재겠네요?”

로즈안느가 재빨리 물음을 던짐으로서 전략회의로 넘어가려는 로드의 의도에 힘을 실어주었다.

“응, 그렇겠지. 우리와 하데스가 박 터지게 싸워주면 성에 박혀있는 녀석들이 유리할 테니까. 치엘로. 이쪽으로 오는 하데스군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그녀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으음음―’ 하는 이상한 고민용 효과음을 입으로 내면서.

“그리 많진 않을 거예요. 남은 병력은 2만 정도?”

“우리와 비슷하군.”

“뭐야? 그렇게 격렬하게 싸웠다고 했으면서 전혀 병력이 줄지 않았잖아!”

유니벨이 지적했다.

“그나마 저희가 4만에서 2만으로 줄인 건데요?”

“…….”

유니벨과 가신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선방했군. 몇 배차의 병력을 상대로 그 정도까지 해내다니.”

티아가 순수하게 감탄하며 말했다.

“아르곤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이겼을 거라구요.”

치엘로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하데스의 언데드들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을까? 직접 싸워본 너 만큼 하데스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좋아요.”

치엘로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암흑국가 하데스.

지옥을 형상화한 듯한 이 저주받은 땅에 살아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데드들의 천국인 ‘게헨나’에 지능 높은 상위 언데드들이 결집하여 국가가 만들어지니 이것이 ‘하데스’의 시작이다. 나라에 사는 모든 존재들이 언데드들이라 불리는 망자들이며 산 자에 대한 극단적인 분노를 가지고 있다. 망자의 나라인 만큼 전 종족과 적대적이며, 특히 신성국가 가이아의 대척점이다.

“하데스에는 포로나 노예라는 개념이 없어요.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면 무엇이든 죽여서 망자로 만들어 버려요. 그들이 지나는 길은 풀 쪼가리 하나 남지 않고 황폐화 되죠. 하데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륙에 있는 모든 생명을 말살시키는 것이에요.”

치엘로가 ‘말살’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으스스한 목소리를 꾸며내자, 베아트리체와 유니벨은 겁먹은 듯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치엘로 넌 어떻게 하데스를 상대했는데?”

로드는 카오스 월드의 설정을 꿰차고 있으니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로드가 궁금한 것은 전략에 대한 부분이었다.

“4만이라는 숫자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요, 그 대다수가 시체만 있다면 머릿수를 계속해서 불릴 수 있는 좀비, 구울, 스켈레톤과 같은 하급 개체들이에요. 이들은 지능이 없이 망자로서의 본능에만 충실하죠. 진짜 문제는 상위 개체의 언데드들이에요.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전술의 개념도 갖추고 있죠.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이 상위 개체들은 하위 개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거예요.”

“저기! 질문 있어요!”

로즈안느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치엘로가 윙크를 하며 그녀 쪽으로 손가락을 튕기며 ‘얼마든지요!’ 하고 말했다. ……왠지 이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을 것 같다.

“그 우두머리 격들을 치면 하위개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완전히 혼란에 빠져버려요. 대부분은 그냥 본능에 따라 날뛰고요, 제자리에 멈춘 채로 멍하니 있거나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하죠. 한마디로 구제불능이 되는 거예요. 상위 개체들을 어떻게 치느냐가 하데스와의 전투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예요.”

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하위개체의 언데드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멍청해요. 하긴 지능이 없으니 당연한 건가?”

“얼마나 멍청한데요?”

치엘로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물음에 대답했다.

“상위 개체가 돌격 명령을 내렸을 때, 방향을 실수하면 그대로 절벽으로 뛰어내린다거나.”

“네?”

“배를 타고 도망치면 상위 개체가 명령을 내리기전까지 무작정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다 죽어버린다거나.”

“…네에?”

“지능이 없다고 했잖아요. 오로지 명령받은 대로만 행동해요.”

로드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도 그런 점들을 십분 이용해서 언데드들의 숫자를 줄였던 거구나.”

“네, 맞아요. 전략 없이 맞붙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언데드들의 기본 스펙은 인간 병사에 밀리지 않으니까요. 사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강렬한 공격성, 식량을 먹지 않아도 버티는 육체, 신체가 떨어져 나가거나 머리가 잘려도 싸우는 생명력까지.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건 공포감이죠.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진형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될지도 몰라요. 하데스 군세를 처음 상대해보는 병사들은 공포에 물들기 쉽거든요.”

치엘로의 설명이 끝나고, 로드와 티아는 마주보며 전략에 대해 열렬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아트리체와 유니벨, 로즈안느는 언데드에 관해서 치엘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물리면 언데드처럼 돼요?”

베아트리체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뇨, 그런 타입은 아주 가끔 있어요. 죽은 시체를 네크로맨서들이 되살리면 언데드가 되는 방식이에요.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언데드가 되지는 않아요.”

치엘로가 겁먹은 베아트리체를 달래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위 개체란 것들은 강해?”

이번엔 유니벨이 물었다.

“강해요. 인간군의 장군급 정도는 될 거예요. 그래도 저희와의 전투에서 중요 개체들을 꽤 많이 줄였으니 전보단 상대하기 수월 할 거예요”

이번엔 로즈안느의 질문이었다.

“언데드들도 노래를 들을 수 있나요?”

“…네? 아, 네. 청각이 살아있는 언데드들도 많아요. 들어도 별로 반응하지는 않겠지만은…….”

“그럼 언데드들을 물리치는 음악을 작곡해야겠어요!”

이야기를 주고받던 로드와 티아가 동시에 치엘로를 바라보았다.

“치엘로! 지금 켈타인의 워프게이트 수준을 알려줘. 얼마나 사용할 수 있고, 또 어느 정도 크기로, 몇 명이나 옮길 수 있는지!”

“역시 두 분도 저와 비슷한 답에 도달하셨군요.”

치엘로가 싱긋 웃으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민폐만 끼칠 생각은 없어요. 저도 나름대로 대책을 준비해왔다구요.”

이렇게 하데스를 상대하기 위한 어비스와 켈타인의 연합 전선이 준비되었다.

============================ 작품 후기 ============================

그렇진 않겠지만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하데스의 입장에서 플레이 해보는 것도 재밌을것 같네요. 시체! 좀비! 해골! 망령! 그리고 주인공에게 꼬이는 귀여운 암컷해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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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세상 / ㄹㄹ세상!

아프게했어 / 신들의 후보자 선정 조건 : 나사가 하나 이상 빠져있을 것

책읽는고래 / 굥찰아조씨! 여기에요!

Tntn12 / 제 취향은 건강하고 젊은 이십대의 여성입니다! 자초가 맞습니다. 오타지적 감사요 ㅠㅠ 탈락자는 기억이 모두 말소된 채로 지구로 돌려보내집니다.

알테니아 / 비월이 나오면 음음에서 돌아오시는군요!

왜이리들다재밌지 / 아아 ㅠㅠ 저도 이브 보고 싶어요 ㅠㅠ 전쟁씬이 길어서 등장할 일이 별로 없네요 엉엉

T스톤 / 로리 다이습기...! 멋진 말이군요. 저도 이제 당당히 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리 다이습기!

Gneji / RORI!!!

MoriyaSuwako / 로리는 사랑입니다!

spadel / 헉; 그런 큰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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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라토텝 / 맞는 말이군요. 결점이야 말로 인간의 상징!

@쿨레라군 / 물론입니다! 여론이 형성되어 외교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간 관계가 바뀌기도 하죠. 다만 주신전은 왕정사회이기도 하고 각 플레이어들은 무소불위의 나라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지라 현실에서 보다는 영향력이 작다는 것이지요. ㅠㅠ 저도 외교전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네요.

@사탕수수158 / 히익! 군만두는 이제 그마아안!

@...(-1)... / ㅋㅋㅋㅋ 치엘로를 혼내시는 마이너스 일님! 역시 비월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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