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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63화 (263/296)

00261 암흑국가 하데스 =========================

어비스군은 협곡에 자리를 잡은 채 하데스군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폐하! 이제 곧 언데드들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응, 그래.”

전령의 보고를 들은 로드가 부관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부관들은 뿔뿔이 흩어져 적의 공격이 곧 닥쳐왔음을 병사들에게 알리며 전투태세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이제 자리로 돌아가.”

“예, 폐하. 무운을.”

키리안이 절도 있게 경례를 한 후 멀어졌다. 유니벨도 머뭇거리다가 ‘흥, 또 건방떨다 다치지 말라고!’ 라는 쑥스러운 한마디를 남긴 채 돌아섰다.

마지막으로 베아트리체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로드의 품에 한 번 가볍게 안겼다.

“이번 전투도 믿는다. 베아야.”

“네, 주인님!”

기분 좋게 쓰다듬을 받은 그녀도 암살단원들과 함께 사라졌다. 가신들을 보내고 하늘을 바라보니 날이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매번 치르는 전쟁이었지만 전투를 앞둔 이 순간만큼은 긴장됐다. 더군다나 처음 상대하는 언데드 군세였다.

“안녕하세요! 로드 오빠.”

치엘로가 발랄하게 손을 흔들며 로드가 있는 지휘부로 다가왔다.

“오늘 통 안보이더니 뭐하고 있었어?”

“낮잠이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태평하네.”

“밤샘 전투 할지도 모르는데 미리 자둬야죠. 스파이들이 상대 적장이 누군지 알아왔어요?”

“나도 아는 녀석이더라고. ‘질드레’야.”

질드레는 목 없는 기사 ‘듀라한’으로 분류되는 상위 언데드로, 클레이모어를 젓가락 마냥 가볍게 휘두르는 괴력을 가진 B급 무력형 영웅이다. 언데드지만 의외로 성장형 타입이라 플레이어가 잘 키운다면 최대 A급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백제의 비월, 아르곤의 제로스 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하데스의 초중후반 모두를 대표하는 간판급 영웅이다.

“이번 하데스의 질드레는 어느 정도 수준이려나?”

“저희 쪽 에이스인 루나를 여유 있게 상대했으니까 최소 B+급 이상일 거예요. 타나토스는 모든 전투를 영웅들에게 위임하고 있으니 경험치를 착착 쌓아왔겠죠. A급이 되기 전에 쳐내고 싶은데.”

“…그렇군. 그리고 그 질드레의 공격적인 성향을 고려했을 때 하데스는 정면승부로 나올 거란 거지?”

치엘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드 오빤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굴러가신다니까요? 역시 게임 폐인!”

“억양에 주의해. 욕하는 거 같잖아.”

“욕 맞아요.”

“…….”

두 사람이 실없는 잡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치엘로의 마녀 부대가 빗자루를 타고 지휘부로 날아왔다.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행병종이란 것은 정말 큰 전력이었다. 이들의 모습만 봐도 로드는 마음이 든든했다.

그리고 이 마녀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빗자루 위에 누워서 잠을 자는 채로 날아다니고 있는 꼬마 마녀였다.

“모르페! 아직도 자니?”

치엘로가 다가와 그녀의 뺨을 꼬집으며 깨우려 했다.

“우우웅, 5분만 더어…….”

그녀의 이름은 모르페. 치엘로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전투 영웅이었다. 치엘로에 말에 의하면 만성 수면 부족을 달고 다닌다고 한다.

로드는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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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모르페

소속 : 켈타인 왕실

직위 : 상급 마녀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B)*

통솔등급 : (F)

지략등급 : (F)

정치등급 : (F)

B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트리거 - 열 번째 응시자.

마나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모르페는 최연소 ‘멀린의 아이들’의 칭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마력 체계는 다른 마법사나 마녀들과는 달리 새로운 알고리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마법을 열 번 연속해서 사용할 경우, 열 번째 마법의 위력을 열배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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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전장에 바로 투입되는 즉전감은 아니지만, 잘만 사용하면 전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유능력이로군. 움직이는 핵탄두라고나 할까.’

예전에 게노세르크 전에서 모르페가 워프게이트로 호수물을 끌어온 적도 있었다. 로드는 아직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인상 깊었다.

“……로드 오빠?”

그때 치엘로가 짜게 식은 눈으로 로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무, 무슨 소릴 하려고…?”

로드가 흠짓했다.

“까놓고 말해 저나 유니벨, 그리고 많이 쳐줘서 베아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모르페에게도 욕정을 품는 건 진짜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쓰레기라고 봐요.”

“그런 거 아니라니깐!”

그만큼 모르페는 성장을 멈춘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폐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치엘로에게 추궁당하기 직전, 좋은 타이밍에 부관이 다가와 보고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병사들은 협곡을 낀 방어 진형을 완벽하게 갖추어놓고 있었다.

최전면에는 카사르에게 영감을 받아 특수 제작된, 거대한 양손 방패를 앞세운 방패병들을 배치시켰다. 그리고 후방에는 원거리 공격을 담당하는 궁병대와 키메라들이 배치되었다. 기병이나 창병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방패병 올인 전략. 과연 통할까요?”

“……부딪쳐봐야 알겠지.”

“적이 보입니다!”

경계병의 외침에 진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로드와 치엘로도 정면을 바라보았다. 언데드들이 어둠을 몰고 오듯 주위가 조금씩 어두워졌다.

“큭, 이게 무슨 냄새야?”

“우웨엑!”

병사들이 코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했다. 아직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구역질나는 악취가 풍겼다. 비위가 좋지 않은 자들은 정말로 구토를 하기도 했다.

“……으으, 코가 떨어져나갈 것 같아.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느낌인데.”

로드가 중얼거렸다. 빈속인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뱃속에 뭐라도 있었더라면 정말로 속에 든 모든 것을 게워냈으리라.

“후훗, 또 시작됐네요.”

반면 치엘로는 미간을 조금 찡그릴 뿐 태연했다. 그동안의 전투로 악취에 단련된 모양이었다.

“케에엑!”

“쿠룩! 쿠룩!”

“으어어어어어!”

언데드 군단의 모습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살점이 썩어 문드러진 괴기한 몰골의 좀비, 뼈만 앙상하게 남은 스켈레톤, 입에서 역한 타액을 떨어뜨리는 구울 등 그 끔찍한 모습에 병사들은 하나같이 인상을 썼다.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로드가 멀리서 본 하데스군은 마치, 꿈틀거리는 내장뭉치가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저런 것들과 싸워야 한다고?”

“으으으…….”

전투를 하기도 전에 병사들의 동요가 느껴졌다. 이 전투에서 패배하면, 자신들의 몸도 저 시체 덩어리에 섞이게 되리라.

“인간들이여!”

쩌렁쩌렁한 외침이 하데스 진형 쪽에서 들렸다. 산기슭에서 자갈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헉!”

“크다!”

일반 말보다 몇 배는 큰 해골마를 탄 거인 듀라한이 군세의 가장 선두에서 오고 있었다. 그가 바로 질드레였다. 몸통에는 목이 없었고, 손에 들려 있는 머리가 대신 말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자들이 감히 우리의 앞을 막느냐!”

“키에에에에에엑!”

“푸르르르륵!”

질드레의 말에 호응하듯 언데드들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갔다.

“가라! 망자의 군대여! 살아 숨 쉬는 것들을 단 한 놈도 남김없이 침묵시켜라!”

“키야아아아아아아!”

학살 명령이 떨어지는 것으로 언데드들이 속도를 확 올리며 달려들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방패병, 전진!”

수천의 방패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방패를 앞으로 세웠다.

“괴물들을 처치할 생각 말고 방패에만 집중해라!”

“잘 막으면 놈들에게 당할 일도 없다!”

“방패 들어!”

처처처처척!

인간 장벽이 좁은 협곡의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 정면으로, 산 자에 대한 증으로 똘똘 뭉친 언데드들의 부딪쳐왔다. 콰콰콰쾅! 발톱과 이빨이 장벽을 두들기고 할퀴었다. 시작부터 방패가 허물어지고 언데드들에게 잡아먹히는 자들이 속출했다.

“앞으로! 후열이 앞으로 가서 커버해!”

“움직여라!”

그러나 이제도 어비스군 또한 숱한 전투를 통해 강군으로 거듭나 있었다. 균열이 일어난 곳을 다른 방패병들이 전진해 빠르게 매웠다. 대참사가 일어날 뻔 한 것을 아슬아슬하게 잘 막아냈다.

방패의 장벽이 틀어막고 언데드들이 그 앞에 잔뜩 몰려있는, 광범위 공격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신호가 왔군.”

산기슭에서 협곡 아래의 언데드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키리안이 자세를 잡았다.

- 충전검 아인하르트 ‘참격’.

콰콰콰콰콰! 검집에서부터 뽑아져 나간 세 줄기의 푸른 격류가 산비탈을 타고 뻗어나갔다. 검격에 땅이 헤집어지고 지반에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암석과 흙들이 무너지는 산사태가 되어 협곡에 몰려있는 언데드들을 향해 쏟아졌다.

쿠쿠쿵! 하데스군의 허리 부근에 있던 언데드들이 밀려 내려온 토사에 의해 생매장 당했다.

“킬킬킬! 저딴 장난에 신경 쓸 것 없다! 계속 돌격!”

“크레레레레레레!”

인공적으로 산사태를 일으켰지만 하데스군 전체를 고려하면 큰 타격은 아니었다. 아군이 토사에 묻히건 말건 언데드들은 흙더미를 넘어 인간들이 가득한 정면으로 내달렸다.

“…이 정도론 간에 기별도 안가네.”

지휘부에서 바라보던 로드가 중얼거렸다.

“2만 대군이니까요.”

치엘로가 맞장구쳤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 공격으로 넘어가자고.”

로드가 포격 신호를 내렸다. 키메라들이 하나 둘 씩 입을 쩍 벌리자 그 안으로 검은 마력의 응축체가 모아졌다. 투우우웅! 검은공들이 바람을 가르며 하데스 진형 쪽으로 날아갔다.

“아― 우리 아가.”

바로 그때, 하데스 진형에서 공중으로 붕 떠오른 여성형 언데드가 있었다. 산발한 머리에 낡고 헤진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연신 ‘아가’를 중얼거리며 두 팔을 모았다. 마치 무언가를 소중히 안고 있는 것처럼.

“아가야, 울지 마렴. 낯선 곳에만 오면 이런다니까. 여긴 위험하지 않단다.”

그녀가 허공에 머리를 쓰다듬는 헛손질을 하며 사랑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몸에서 적갈색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여기가 우리 집이니까.”

- 원혼의 망상구현. My home is here.

그녀의 마력이 장막처럼 사방으로 뻗어져나가더니 꿈틀거리며 뭔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만들어지는 그것들은 그녀의 음침한 마력색과 똑같은 거대한 ‘지붕’이었다. 본체 구조물 없이 지붕만 둥둥 떠 있는 괴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제자리에서 천천히 회전하며 키메라들의 포격을 받아냈다. 지붕위로 검은 폭발이 연이어 터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가야, 울지 마렴. 여기가 우리 집이란다. 우린 아주 안전해.”

그녀는 계속해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헛손질을 하며 하데스 군단의 위로 끊임없이 지붕을 퍼뜨리고 있었다.

“킬킬킬! 인간들의 전술이라고 해봐야 뻔하지! 집 잘 지키라고, 쥬디스!”

사령관 질드레가 클레이모어를 쳐들며 하급 언데드들의 공격을 더욱 강하게 부추겼다.

“…네가 말한 게 저 녀석이지?”

지휘부의 로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이름은 쥬디스. 방어계통의 이능사용자예요.”

“너무하네. 하데스에 방어계통이 있다니.”

로드가 지금까지 본 방어계통 능력자는 카사르의 베디베어와 제레인트 정도였다. 그런데 저 하데스의 영웅은 이 두 사람의 상위호환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강력한 이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 때문에 광범위 공격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해요. 그 덕분에 질드레도 마음껏 언데드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거죠.”

“……음.”

로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요?”

“언데드 영웅은 못 가지려나?”

치엘로가 눈을 치켜뜨며 로드의 등을 짝 때렸다.

“…노, 농담이야.”

이때 어비스 측에서도 영웅이 나타났다. 하늘 높이 도약한 유니벨이 폭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드도 기대에 눈을 빛냈다.

‘지금의 성장한 유니벨이라면 어떻게든……!’

하늘이 내리는 천벌과 같은, 새빨간 강선들이 지상으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다시금 저의 취향에 의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모옵시 건전하고 정상적인 성적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음을 자신하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답니다! R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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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空意行劍 / 시체에 저주 ㄷㄷㄷ 뭔가 못할 짓이라는 느낌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시체로 언데드 만드는 게 더 못할짓이군요!

책읽는고래 / ㅇ_ㅇ!

아프게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 본진에 메테오 맞으면 수지타산 따지는 게 아니라 항복아닐까요

니알라토텝 / 통수를 염두한다면 광범위 공격에 특화된 아르곤이 무섭긴 하네요ㄷㄷ. 그래도 하데스의 입장에선 동맹국 플레이어가 죽었고, 어비스의 동맹인 켈타인을 쳤으니 어비스가 당연히 보복할테고, 그러니 어비스의 적인 아르곤과 손을 잡은 것이죠!

Tntn12 / 정.치.조.아

알테니아 / 물론 아닙니다. 갑자기 다른 성별의 몸으로 시작하면 플레이어들이 너무 고달프겠죠(아닌가?) 플레이어 성별에 맞춰 왕의 성별도 맞춰진답니다. 창조주들에겐 간단한 일이죠.

다크프레셔 / 이제 막 게노세르크를 무너뜨렸고 연이어 전쟁을 많이 했으니 잠시 숨 돌리겠죠?

히든클레스 / 아하, 유령계열이군요! 귀여운 하프 밴시 베아트리체!

루아● / 쿠폰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로리콤MK / 그러면 귀여운 로리 리치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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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 선 걸그룹 후 황제 ㅋㅋㅋ

@모두의칭구 / 앗, 정말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ㅠㅠ

@박성빈 / 귀족언데드! 오오, 멋진 설정이네요

@쿨레라군 / 언데드와의 전투는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셨군요. 하긴 다른 공작으로 가는 편이 유리하긴 할것 같습니다.

@빛과하늘 / 눈업찐 ㅠㅠㅠ

@최카츄 / 아르곤이 남아있죠! 죽은지 산지 모르는 알란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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