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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67화 (267/296)

00265 암흑국가 하데스 =========================

두두두두두두!

베아트리체의 기병대 4천이 하데스 진형 후면에 맹렬한 차지공격을 가했다.

군마들이 언데드들을 짓밟으며 진형에 혼란을 일으키는 사이, 로드는 전면의 방패병을 후퇴시키며 준비된 기름을 풀고 울타리 전체에 불을 지르도록 했다. 사실 티아가 준비해두었던 이 울타리들의 중요한 목적은 방호력보다는 불을 붙이기 위함이었다. 곳곳에 볏짚과 기름통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화르르륵! 전면에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후퇴하는 병사들에게 따라붙는 언데드들이 떨어져 나갔다.

“지금이다, 후퇴다!”

“방패는 버려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어비스 본군 전체가 퇴각을 개시했다.

“이 인간 놈들이이이이!”

워프게이트에, 후방 공격에, 화공까지. 연이어 인간들에게 유린당하자 질드레가 분노의 외침을 질러댔다.

“레건! 사라진 언데드들의 기척을 찾아라!”

질드레가 자신의 머리를 들어 뒤쪽을 보게 하며 말했다. 흐릿한 영혼의 형상을 하고 있는 남자가 눈을 감으며 집중했다.

“……이 근방이야. 엠파이어에서 대규모 망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 그랬던 거군! 그 기사 나부랭이와 우리들을 싸우게 하겠단 건가? 놈들이 같잖은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고고고고고고! 질드레의 포효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휘부에 있는 로드와 치엘로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어머, 제대로 열 받았나 본데요?”

치엘로가 빗자루에 올라타며 말했다.

“그거 잘 됐군. 저쪽이 흥분해줄수록 우리야 좋지.”

로드도 드레이크를 잡아타며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명심해주세요. 하데스의 무서움은 저돌적인 공세에 있어요. 지능이 없는 망자들을 함정에 빠트리는 건 쉽지만 자칫 허술하면 이쪽이 먹히고 말 거예요.”

“명심할게.”

그 저돌성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열이 뻗친 질드레가 최전면으로 나와 거대한 검으로 풍압을 일으켜 화염을 날려버렸고, 그의 뒤를 따라 상위 언데드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불을 진화했다.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히니 두려움 없는 언데드 무리들은 그냥 맨몸으로 돌진해서 화염을 뚫고 나와 버렸다. 불이 몸에 붙어 타 죽는 것들이 몇몇 있었지만 상관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화공으로는 언데드들을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불길을 뚫느라 지체되는 동안 병력을 후퇴시키는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다.

후방을 급습한 베아트리체의 기마대도 차지공격 이후 언데드들과의 난전은 피한 채 퇴각했다.

그렇게 협곡에서의 전투가 끝난 뒤에는,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하데스의 총사령 질드레는 병력들을 추스르고는 말했다.

“인간들이 워프게이트로 수작질을 부렸지만 신경 쓸 것 없다! 넘어간 녀석들은 먼저 엠파이어에 가있다니 차라리 잘 된 일이지! 우리도 이대로 엠파이어까지 진군하여 그 녀석들과 합류한다!”

언데드 군세는 휴식이 필요 없었다. 실제로 본토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에도 한 차례도 쉬지 않았다. 분노한 질드레는 진군을 명했고 이에 로드는 야간 게릴라 전략으로 맞섰다.

언데드를 상대로 하는 야습.

망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다소 거리낌이 생길 수도 있지만 모든 언데드가 야전에 능한 것은 아니었다. 언데드들은 생전의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그리고 하데스에서는 병력의 절대다수가 인간의 시체, 즉 인간 수준의 시각을 가지고 있을 뿐 어둠에 밝은 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로드는 산개전투를 위해 병력을 나누었다. 로드군, 티아군, 유니벨군, 베아트리체군, 로즈안느군, 키리안군 크게 6개 군으로 나누었고, 이 각기의 군에서 다시 나뉘어져 세 개의 부대를 운용하도록 하여 총 18개의 작은 부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산악지형을 무대로 한 게릴라 전술을 펼쳤다.

하급 언데드들은 인간들이 들이닥치면 그저 본능에 따라 죽이러 쫓아갈 뿐이었다. 곳곳에 배치된 중급 언데드들이 지배력을 발휘해 막아 세웠지만 게릴라 부대가 사방팔방에서 들쑤시고 다니니 일일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인간을 쫓아간 언데드들은 어김없이 내리꽂히는 화살비와 풀숲에서 내질러지는 장창의 먹잇감이 되었다.

어비스군은 본래부터가 장군들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군으로 나누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개별 행동에 익숙했다. 거기에 더해 산악 지형 곳곳에 배치된 스파이들이 ‘스파이의 눈’과 마력 수정구를 통해 로드에게 빠르게 위치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었으니 시야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로드는 전황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간, 산악지형, 그리고 저돌적인 상대 지휘관, 산개 전투를 펼치기엔 완벽한 그림이야.’

그리고 이 전투에서 가장 활약한 사람은 단연 치엘로였다. 그녀는 로드의 곁에 붙어 다니면서 사령관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간의 하데스전에서 무수히 많은 전투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오로지 게릴라 전술만으로 하데스의 4만 대군과 비등하게 싸운 베테랑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휘봉을 잡으니 실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

“티아 3군은 왼쪽으로 우회해서 꼬리를 무세요. 로즈안느 1군은 제가 말한 포인트에 불을 질러서 언데드의 시선을 끌어주세요. 네에, 언니. 그쪽 화공은 눈속임이에요.”

그녀는 통신 수정구 열댓 개를 바닥에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야간이라 깃발과 군악기를 이용한 통제가 불가능 했기에 일일이 통신으로 지시를 내려야 했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치엘로의 한 손은 지휘관 창 위를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개별적으로 마녀 부대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단하다.’

로드는 어제와 오늘 그녀를 보며 여러 번 감탄하는 것 같았다. 그때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렸다.

“로드 오빠! 베아트리체 1군을 우익으로 이동시켜주세요! 불 피워 놓은 쪽으로 유인할 테니까요.”

“그럽죠, 사령관 님.”

그렇게 18개 부대가 밤을 세면서 하데스군을 두들기니 날이 밝아올 시점에 하데스군은 진형 전체가 조각나 쪼개지게 되었다.

*

카사르에 올라온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였다. 어비스군 전체가 꼴딱 밤을 샜다.

하데스군이 찢어지는 바람에 상대하는 어비스군도 갈라져 활동했고, 날이 밝으면 최종 목적지인 관문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하데스의 병력을 워프게이트와 게릴라전으로 크게 줄여놓고, 관문 수성전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로드와 치엘로가 본군을 이끌고 관문에 나타났다.

“으으, 도착했다.”

“수고하셨어요. 로드 오빠.”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고 있는데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부대가 있었다.

“흥, 늦었잖아! 우리가 일등이야!”

유니벨은 그렇게 말하며 뽐내듯 고개를 쳐들었다. 전장에서 화려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 다 컸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이런 모습을 보면 아직 애는 애인 모양이었다.

“몸은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흥, 그런 뇌 없는 것들 상대하면서 다칠 리가 없잖아.”

유니벨은 그렇게 쏘아붙이면서도 걱정해줬다는 사실에 기분은 나쁘지 않은 눈치였다.

“수고 많으셨어요, 유니벨 언니!”

치엘로도 옆에서 반갑게 인사했다.

“……야.”

“네?”

유니벨은 민망함에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이, 이번 전투는 잘 했다고 쳐줄게.”

의외의 말을 들어서인지 눈을 동그랗게 뜬 치엘로가 이내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아, 좋아라! 저 지금 인정받은 거죠?”

“다, 달라붙지 마! 지금 땀 냄새 나니깐!”

“저는 괜찮아요!”

“나 말고 너!”

유니벨에게 엉겨 붙어 있던 치엘로가 로드 쪽을 돌아보았다.

“거짓말이에요.”

“……근데 왜 날보고 그러냐.”

“후훗, 못 미더우시면 직접 확인해 보실래요?”

로드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헛기침을 했다. 하마터면 또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저 순진한 얼굴로 유혹하다가도 넘어가려하면 경멸하는 눈으로 ‘로리콤’을 중얼거릴 게 뻔했다.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후 차례대로 가신들이 복귀했다. 베아트리체군, 로즈안느군, 키리안군이 순서대로 도착했고 맏이답게 뒷마무리를 하고 온 티아의 군대가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 모두 피곤한 기색은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협곡에서의 승리가 유효했노라.”

티아가 평했다.

“처음엔 언데드들의 냄새만 맡아도 구토하던 병사들이 야간에는 언데드를 상대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이미 한 번 승리했으니 언데드들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극복된 모양이니라.”

“네, 그리고 우리가 ‘사냥’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공포가 덜 했겠죠.”

가신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다. 전투에 지친 병사들은 쟤들 또 시작이다 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원망의 시선이 더 꽂히기 전에 로드가 나서서 중재했다.

“자, 자, 그만하고 관문으로 들어가서 준비하자고. 이번 수성전이 중요해.”

“네에!”

“가자! 깔끔하게 막고 엠파이어도 먹어보자!”

파이팅 넘치는 유니벨이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했다. 로드도 요새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멀리서 말을 탄 전령이 ‘폐하!’를 외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전령이 말에서 내려 로드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소식이 궁금했던 가신들도 로드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기쁜 소식입니다! 하데스가 퇴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 정말?”

“꺄아아아아!”

가신들이 서로 껴안으며 환호했다. 병사들이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자 유니벨이 마력이 다 떨어져 가는 자신의 확성구슬을 들고 외쳤다.

“새끼들아! 하데스가 튀었대! 이겼다고!”

“우오오오오오오!”

곧이어 병사들 쪽에서도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유니벨은 마력을 다 쓴 확성구슬을 하늘로 휙 던져버리며 자신도 소리를 질러댔다.

“잘 됐네요. 로드 오빠.”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치엘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고맙다, 네 덕분이야.”

“그런데 어째서 물러났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로드가 음침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크크, 질드레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관문공략까지 갔겠지만 타나토스가 병력손실을 보고 받고 후퇴를 결심했겠지. 아무리 병력이 많아도 4만 대군중에서 2만이나 잃었는데, 우리한테 또 2만을 잃으면 아무리 하데스라도 부담스럽지 않겠냐?”

“…하지만 타나토스는 전투에 관여하지 않을 텐…… 아.”

치엘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허공을 응시했다.

“왜 그래?”

로드는 그렇게 묻다가 지휘관 알림창이 떠 있는 걸 눈치 챘다.

“후훗. 우리가 두려웠던 것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었나 보네요.”

“무슨 소리야?”

“그들이 계속 싸울 이유가 없었던 거였어요.”

“……?”

싱긋 웃은 치엘로가 반대쪽 손을 들어 이마에 붙이는 앙증맞은 경례를 하며 말했다.

“멸망 보너스, 축하드려요?”

- 어비스의 '비월'이 카사르의 '보호트'를 처치했습니다.

- 어비스의 플레이어가 멸망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 카사르가 완전히 멸망하였습니다. (남은 국가수 : 7)

============================ 작품 후기 ============================

흐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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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스톤 / 대리는 빠른 신고가 답 ㅡㅡ

Tntn12 / ㅋㅋㅋㅋㅋㅋㅋㅋ 대리충 로드 브론즈설

◎별◎아귀! / 저도 롤 잘하는 여동생 가지고 싶군요.

책읽는고래 / 어서오세용! 헤헤

아프게했어 / 속국이라 마음껏 부려먹 부려먹

알테니아 / 비월파의 욕심은 끝이 없고...

lTemL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 패시브

Gneji / 치엘로 속마음 : 아이고 더러워서 못살겠다 속국 못해먹겠다아

로리콤MK / ㅋㅋㅋㅋㅋㅋ 때아닌 대리 논란이네요

사탕수수158 / 정말 완벽한 시스템이군요. 채찍질과 단무지를 번갈아 가면서 가하다가 잘하면 칭찬의 의미로 만두까지! 굥찰아죠씨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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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니임 / 동의합니다. 베아는 사랑입니다. 정주행 수고하셨어요!

@MoriyaSuwako / 로드님 혹시 대리충?

@니알라토텝 / ㅠㅠㅠ 남의 회사 아이돌을 시킬 바엔 죽음을!

@llSongOfBladell / 넵, 자체적으로 움직입니다

@...(-1)... / 비월의 활약에 흡족하신 스위트에이드님

@쿨레라군 / 어비스 오리지널은 원년멤버는 역시 베아트리체죠

@박성빈 / 히익!; 알란드가 돌아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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