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269화 (269/296)

00267 암흑국가 하데스 =========================

카사르의 멸망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안가 비월에게서 연락이 왔다. 엠파이어를 완전히 평정했고 모든 위협요소를 제거했으니 들어오시라는 내용이었다.

로드는 간만에 편안한 마차를 타고, 호위역인 기병들과 함께 엠파이어로 이동했다.

피곤하니까 혼자 있겠다고 그렇게 말해두었는데, 어느새 치엘로가 은근슬쩍 들어와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베아트리체가 꼬물거리며 들어와 원래 자기 자리인 것처럼 로드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마차가 출발하니 재잘재잘 수다를 떨던 치엘로도 금방 골아 떨어졌다. 밤샘 전투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마차 안은 좁았지만 두 소녀 모두 몸집이 작은 편이라 세 명이 타도 문제는 없었다.

“귀여워라아.”

로드는 무릎을 베개처럼 베고 새근새근 잠이 든 베아트리체의 은빛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녀가 곤히 잠들었을 때 로드는 비로소 지휘관 창을 열었다.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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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르의 멸망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 카사르의 특화 병종 ‘카사르 나이트’를 훈련할 수 있게 됩니다. 타국의 특화병종은 본래 능력치의 최대 70%만 적용됩니다.

- 카사르의 특화 병종 ‘파동기사’를 훈련할 수 있게 됩니다. 타국의 특화병종은 본래 능력치의 최대 70%만 적용됩니다.

- 카사르의 국가 고유 능력 ‘기사도 정신’이 어비스에 적용됩니다. (병사들의 가치관에 명예가 새롭게 추가됩니다. 명예 수치가 높은 병사들은 민간인에 대한 약탈과, 살인, 강간을 삼가며 탈영과 항복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외부 요인에 대한 사기 감소폭이 줄어들며 상태이상 효과에 대한 저항력 30%를 영구히 부여받습니다.)

- 카사르의 특화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 왕국검술 (기사 특화 병종이 공격력 보너스를 받으며 훈련 시간이 감소합니다.)

+ 행군 (모든 보병 병종의 이동속도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오랜 시간 걸어도 지치지 않습니다.)

+ 화살방어 (화살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증가하며 병사들의 대처가 빨라집니다.)

+ 대장장이신의 밀약 (나라에서 제작되는 무구의 질이 올라가며 매우 낮은 확률로 마력무구 출현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 카사르의 일반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카사르가 획득한 글레이시온의 멸망 보너스가 부분 적용됩니다.>

- 글레이시온의 특화 병종 ‘가디언’을 훈련할 수 있게 됩니다. 타국의 특화병종은 본래 능력치의 최대 70%만 적용됩니다.

- 글레이시온의 국가 고유 능력 ‘냉혈’이 어비스에 적용됩니다. (병사들에게 영구적인 냉기저항 능력을 부여합니다. 냉기탑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 카사르가 획득했던 글레이시온의 특화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 카사르가 획득했던 글레이시온의 일반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카사르가 획득한 카르프리의 멸망 보너스가 부분 적용됩니다.>

- 카르프리의 특화 병종 ‘핸들러’를 훈련할 수 있게 됩니다. 타국의 특화병종은 본래 능력치의 최대 70%만 적용됩니다.

- 카르프리의 국가 고유 능력 ‘데메테르의 가호’가 어비스에 적용됩니다. (농업 수확량이 20% 증가하며 해충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게 됩니다. 풍년 이벤트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 카사르가 획득했던 카르프리의 특화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 카사르가 획득했던 카르프리의 일반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카사르가 획득한 유나이티드의 멸망 보너스가 부분 적용됩니다.>

- 유나이티드의 특화 병종 ‘유나이티드 머천트’를 훈련할 수 있게 됩니다. 타국의 특화병종은 본래 능력치의 최대 70%만 적용됩니다.

- 유나이티드의 국가 고유 능력 ‘황금 궁전’이 어비스에 적용됩니다. (나라에 ‘신뢰’보정이 붙습니다. 대륙 각지에서 상인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거부들이 출현합니다. 상업력이 증가하면 그 절반만큼 문화력도 같이 증가합니다.)

- 카사르가 획득했던 유나이티드의 특화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 카사르가 획득했던 유나이티드의 일반 연구가 부분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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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아, 역시 이때의 쾌감은 최고로구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카사르의 신 문화시대 특화병종인 파동기사단을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아직 문화시대에 돌입하지도 않은 어비스가 벌써부터 문화시대 특화병종을 쓸 수 있게 되다니! 로드는 흥분을 참지 못했다.

그 아래에는 카사르 점령국들의 멸망보너스가 나와 있었다. 글레이시온, 카르프리, 유나이티드까지. 영토는 하데스가 차지했지만 플레이어를 잡은 쪽은 카사르였다.

획득한 특화병종도 전체적으로 좋았다. 냉기지형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글레이시온의 가디언, 성벽을 오르내리며 공성전에 활용 가능한 대륙 유일의 곤충 기병인 ‘핸들러’, 정보를 수집해오는 어비스 스파이와 비견되는, 교역으로 돈을 벌어오는 유나이티드의 ‘머천트’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승리로 얻은 국가고유능력들이 훌륭했다. 카사르의 군사, 글레이시온의 날씨내성, 카르프리의 농업, 유나이티드의 상업까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었다.

카사르를 쓰러트리는 것으로 로드는 도합 1개의 메인과 3개의 서브 멸망 보너스를 획득했다.

‘하하! 이제 논란의 여지없이 어비스가 최강국이구나!’

허수아비 왕으로 마틴에게 빌빌대던 시절에서 여기까지 오다니! 로드는 스스로 감격에 빠져 베아트리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베아야! 우리가 여기까지 해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남은 숙적은 세레스티나의 아르곤이다. 카사르를 차지함으로서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하겠지만, 그녀의 실력을 생각했을 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로드는 생각난 김에 지휘관 창의 지도를 펼쳐 보았다.

이제 남은 나라는 어비스, 아르곤, 하데스, 켈타인, 알란드, 이카루스, 울타울터스 이렇게 7개국이었다. 알란드는 플레이어인 올리버가 행방불명이었고, 켈타인은 수도가 함락당하며 거의 무너졌다. 그리고 이카루스는 아르곤에게 크게 한번 당해서 힘이 꺾였다.

사실상 어비스, 아르곤, 하데스의 삼파전이었다.

대륙의 영토를 살펴보니 좀 더 명확해졌다. 카사르의 영토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대륙의 반을 뚝 잘라서 서쪽 절반은 대부분 어비스의 영토가 된다. 그리고 나머지 동쪽 절반을 다시 가로로 반을 갈라 위쪽은 하데스가, 아래쪽은 아르곤이 차지하는 형태가 된다.

여기서 1등 견제를 위해 아르곤과 하데스가 힘을 합칠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있었다. 대신 켈타인은 어비스의 속국이고, 알란드도 동맹국이었던 만큼 우호적이다. 이카루스는 아르곤에게 크게 대패하여 칼을 갈고 있는 만큼, 공공의 적이란 명목으로 잘만 구슬리면 넘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변수는 고대신의나라 울타울터스. 원작인 ‘카오스 월드’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나라로 데이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로드가 아는 설정이라면,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거대 해양 생명체를 신으로 떠받들며 그 생명체 위에 도시를 만든 나라라는 정도였다. 일종의 섬나라이고 바다를 주요한 무대로 삼기 때문에 그동안 대륙에서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로드는 조만간 울타울터스와 접촉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는 도중 마차는 성문을 통과해 엠파이어 영지 안으로 들어왔다. 로드는 마차의 천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

폐허를 방불케 하는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한때 번화했던 거리에는 건물들이 무너져 있고 사람과 언데드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마차 안에 있어도 썩은 시체 냄새가 진동을 했다.

로드는 기분이 뒤숭숭해졌다. 승리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염원하던 카사르를 먹었는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시네요?”

로드가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깨, 깼어? 치엘로.”

“네에, 방금요.”

로드는 다시 시선을 움직여 창가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너무 심한 짓을 했나 싶어서.”

“뻔하네요. 엠파이어에 언데드들을 떨어뜨린 것 때문이죠?”

로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너진 집들과 거리에 가득한 시체들. 저 풍경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하여간.”

치엘로가 손 많이 가는 아이를 보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럼 재미있는 가정을 한 번 해볼까요? 만약 로드 오빠가 이 전략을 쓰지 않고 순수한 군사력으로 적들을 상대해봤다고 생각해봐요. 천운이 따라서 지금처럼 승리했다고 해도 아군의 피해는 어마어마했겠죠?”

“또 무슨 소릴 하려고……?”

로드가 불안한 듯 중얼거렸지만 치엘로는 못들은 척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되면 어비스군에 속해있는 남편을 잃게 된 아내가 아이를 안고 나타나서 오빠에게 이렇게 따질 수 있는 거예요. 그때 당신이 망설이지 않고 워프게이트를 썼더라면 내 남편은 죽지 않아도 됐었다. 당신의 망설임이 나와 내 아이의 인생을 망쳤다.”

“……그게 무슨 억지 같은 소리야!”

로드가 버럭 소리쳤다. 치엘로는 픽 웃으며 턱을 괬다.

“그게 입장 차이란 거예요. 선광은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지만, 비월에게는 좋은 사람이죠. 그녀에게 강제로 ‘야! 세상 사람들이 다 선광을 싫어하니까, 너도 싫어해!’ 라고 강조할 수는 없는 거예요. 가치의 중심에 나 자신을 놓고 사고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 사람들은 로드 오빠가 어떤 행동을 해도 자기 주관에 따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할 거예요. 절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치엘로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로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로드 오빠는 현자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인간답게 선택하는 거예요. 왜 오빠는 주관적이면 안 되는 거죠?”

치엘로가 베아트리체가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기어와 로드의 얼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거기에다 지금은 난세에요. 오빠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고, 오빠의 사람들을 위해 검을 드세요. 그것만으로도 벅찰 테니까요.”

로드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셨다.

“……고맙다, 치엘로. 요즘 워낙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갈팡질팡한단 말이야.”

“…다만!”

그녀가 훗 하고 웃으며 자리로 되돌아가 앉았다.

“약자들은 한정된 재화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분투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로드 오빠는 다르죠.”

“…또 뭔 소리야?”

“지금부터는 인도적 차원의 행동이 필요해요. 거대한 영향력을 갖춘 사람이 자신밖에 모르면 이 세상은 무너지고 말 거예요. 치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더 큰 공익을 위해 행동해야겠죠. 그러니까 이제 민간인이 피해 입는 저런 짓은 이제 그만하시라는 거예요.”

치엘로가 폐허가 된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말은 똑바로 하자. 그 전략은 네 지분이 절반 이상은 되잖아.”

“호호호. 그때는 하데스에게 뒤통수를 잘못 맞으면 큰일 날 뻔 했었으니까요. 급했잖아요.”

“그럼 지금은?”

치엘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야 로드 오빠가 대륙 최강의 남자 아니에요?”

“……어?”

로드가 움찔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 그렇게 되는 건가?”

“후훗, 부끄러워하시긴.”

치엘로가 앙큼한 미소를 지으며 로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뭐어, 아르곤이 남아있는 이상 벌써 축배를 들긴 이르지만요. 힘이 생긴 만큼 책임감 있게 행동하시라는 거예요. 지금부터는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조언 고맙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마차가 왕궁 앞에 도착했다. 로드는 베아트리체를 깨워서 함께 내렸다.

“폐하.”

비월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녀가 공손히 마차에서 내려온 로드에게 인사를 올렸다.

============================ 작품 후기 ============================

오늘자 리코맨은 쉬겠습니다 ㅠㅠ 주말에 나가서 그런지 몸상태가 확 안좋아지고 오한이 들어서 바로 자야할것 같네요... 으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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