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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80화 (280/296)

00278 가웨인 =========================

피가 흥건한 채로 쓰러진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목격한 순간, 로드의 이성은 뚝 끊기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로드가 충전 총을 꺼내 그녀에게 겨누었다.

“죽여버리겠……!”

조준을 마치기도 전에 총구방향에서 벗어난 가웨인의 몸이 소리 없이 로드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죽음을 고하듯 서늘한 빛으로 로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얼음검이 냉기를 흩뿌리며 다가오는 것과 동시에, 로드의 어깨가 밀려나며 푸른 광채가 앞으로 끼어들었다.

쾅!

이어지는 충돌에 가웨인의 얼음검이 튕겨나갔다. 로드가 놀라며 돌아보았다.

“이, 이브……!”

이브가 오른 손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앞으로 나왔다. 피웅덩이 위에 누워있는 베아트리체를 본 그녀의 동공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가웨인!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이런 건 당신답지 않아요!”

그녀가 애원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가웨인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싸늘한 냉소였다.

“나 답지 않다라, 명예를 버리고 기사임을 포기한 내가 무슨 짓이든 못하겠소?”

가웨인이 얼음검을 고쳐 잡으며 로드에게 서늘한 시선을 던졌다.

“아, 나쁘지 않겠군. 그대의 부하들을 하나씩 고통스럽게 죽여 내 심정을 알게 하는 것도.”

“너어어어어어……!”

가웨인이 재차 바닥을 박차며 쇄도하였고 로드를 지키려는 이브도 앞으로 뛰어나와 수인의 괴력을 실은 펀치를 내질렀다. 검과 주먹이 다시 중앙에서 충돌하려는 찰나, 가웨인이 바닥을 미끄러져가며 펀치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그리곤 텅 비어있는 이브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더 이상!”

온 몸의 마력을 폭발시켜 가속한 로드가 이브의 앞을 가로 막으며 나타났다.

“내 부하에게 손 대지마!”

카앙! 로드의 단검이 얼음검의 후면을 강타하여 방향을 틀게 했다. 동시에 오른발을 강하게 디딘 로드가 몸을 회전시켰다. 후우웅! 매서운 돌려차기가 가웨인의 머리로 향했다.

퍼억!

로드의 발이 뭔가에 부딪치며 멈췄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막이 그녀의 머리를 보호하듯 생성되어 있었다.

- 글레이셜 배리어(Glacial Barrier), 오토 모드(Auto Mode).

인식 외 공격까지 스스로 발현해 차단하는 가웨인의 주특기였다. 안전하게 공격을 막아낸 가웨인이 재차 검을 움직이려는 그때, 돌려차기로 등을 보이고 있는 로드의 팔과 허리 사이에 총구가 불쑥 나타났다.

- 충전총 오덴발트 ‘포격’.

타아아앙! 쏘아져나간 푸른 섬광이 가웨인의 몸을 집어삼키고는 그대로 집무실의 벽을 박살 내며 뻗어나갔다.

굉음이 일며 자욱한 흙먼지가 연막처럼 주위를 뒤덮었다.

“……큭!”

로드가 거친 숨을 헐떡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폐하! 괜찮으세요?”

이브가 다가와 로드의 몸을 부축했다. 갑작스럽게 마력을 운용해서 그런지 몸이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쓸데없는 수작질이오.”

흙먼지 너머로 가웨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레바퀴 같은 자국이 바닥에 길게 그어져 있었고, 그 끝에 가웨인이 상체를 숙인 자세로 서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얼음막의 조각들이 투둑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기습공격에 완전 면역이 되는 ‘글레이셜 배리어’. 이 기술 덕분에 전성기 시절의 그녀는 무적이라고도 불렸었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로군.”

츠팟! 자리를 박차고 도약한 가웨인이 푸른 광채를 그리며 돌진해왔다.

“…물러서, 이브!”

“폐하야 말로 제발 물러서 주세요!”

두 사람이 서로 앞으로 나오며 전투자세를 취했고 그 정면으로 푸른 광채가 내달리는 장면에서, 그보다 더 빠르게 측면에서 날아온 한줄기 빨간 섬광이 푸른 광채에 부딪쳤다.

꽈앙! 푸른빛에서 벗어난 가웨인의 몸이 허공에서 몇 바퀴 회전하다가 바닥에 착지했다. 글레이셜 배리어가 펼쳐졌는지 폭발로 인한 상처는 없었다.

“이 미친 새끼가……!”

“유, 유니벨?”

유니벨이 시뻘건 마력을 일으키며 복도에서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시선을 움직였다. 주먹에서 피를 흘리는 이브,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로드, 그리고 집무실의 문틈으로 보이는 흥건한 핏물.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그녀의 진홍색 눈동자에 살의가 들어섰다.

저 쓰레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일상을 부수려 들었다.

“곱게 죽을 생각하지 마라! 새끼야!”

가웨인이 빙그레 웃으며 상체를 일으키고 있는데 벼락같은 속도의 탄환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꽈앙! 얼굴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지만 이번에도 가웨인은 허공에 생성된 얼음막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원거리 공격은 소용 없…….”

꽝! 꽈꽝! 꽈꽈꽝! 연이어 날아온 탄환들이 가웨인의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유니벨이 본격적으로 모든 마력을 개방하고는 양 손을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며 탄환을 날려댔다. 새빨간 탄환들이 레이저처럼 가웨인의 얼음막을 두들겼다.

‘유니벨…!’

로드도 가세하려 했으나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게 느껴졌다. 어느새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옆의 이브도 마찬가지였다.

‘……큭! 어느 틈에?’

“설마 살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오?”

가웨인은 정면의 유니벨의 공격은 배리어로 막아내며, 남은 한 팔을 두 사람을 향해 뻗었다. 벌어진 손바닥 안에서는 푸른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브가 다급히 주먹에 마력을 끌어모아 얼음바닥을 내리쳤지만 조금 금이 갈 뿐, 여전히 움직일 수는 없었다.

“……큭!”

절체절명의 순간, 가웨인의 몸이 덜컥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깨가 붉게 물들며 피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넘실거리던 마력도 집중력이 깨진 탓인지 흩어졌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옵니다.”

복도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비월이 검을 내리긋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먹혔다.’

로드의 눈이 예리한 빛을 뿜었다. 가웨인의 배리어는 유니벨의 공격을 막느라 후방으로 날아온 비월의 원거리 검격은 막지 못한 것 같았다.

깊은 상처였는지 가웨인이 입에서 왈칵 피를 토했다. 손바닥에 흥건한 핏물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에 결연한 감정이 올라왔다.

“…카사르를 위해, 그리고 에덴을 위해.”

그녀가 중얼거리자 온 몸이 얼음으로 뒤덮이며 새하얀 김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반드시 여기서 굴레를 멈추겠다, 로드 폴렌티아!”

그녀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일기 시작했다.

‘큭! 설마……!’

이 마력반응은 틀림없는 폭발이었다. 로드가 이브의 어깨를 감싸고는 한 팔로는 마력을 일으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 싸울아비류 오의, 청월(靑月).

스릉. 비월의 몸이 빛이 되어 쏘아져나가 가웨인을 가르고 지나갔다. 청색 검광이 한 일자로 번뜩이니 얼음이 된 가웨인의 몸이 두 쪽 나며 상체 부위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

이어서 공중에서 번개처럼 내려온 유니벨이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날아오른 가웨인의 몸에 고슴도치처럼 무수히 많은 탄환들이 꽂혀있었다.

“다들 엎드려!”

유니벨이 로드 쪽으로 뛰어오며 소리쳤다. 로드가 이브의 몸을 감싼 채 바닥에 엎드렸고, 그 위로 유니벨이 올라탔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왕궁 한복판에서 터져 나왔다. 가웨인의 몸에서 솟아오른 얼음은 폭발의 열기에 녹아 사라졌다.

고개를 든 로드가 허망한 얼굴로 붉은 폭발을 지켜보았다.

“……아! 베아는!”

로드가 벌떡 몸을 일으켜 뛰어나갔다. 집무실 한 가운데에 핏물이 흥건한 자리에 베아트리체가 누워있었다.

“베아야! 정신 차려! 베아야아아아!”

로드가 쓰러진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메이드들이 부른 왕실 의원들이 황급히 달려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상처가 깊습니다! 시급히 치료해야 합니다!”

“들것에 옮겨!”

의원들이 베아트리체를 데려갔다. 손을 다친 이브도 그들을 따랐다.

“…이 미친 새끼들이 감히 왕궁 한복판에서 테러를 해?”

실려 나가는 베아트리체를 본 유니벨은 분노로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야, 팬더! 당장 키리안한테 연락해서 카사르 놈들 다 쓸어버리라고 해!”

“…….”

로드는 여전히 주저앉은 채로 반응이 없었다.

“주공.”

티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이미 상황에 대해서 들었는지 무섭도록 진지한 표정이었다.

“본녀도 재정관의 말에 동의한다. 늦기 전에 카사르에 손을 써야 하느니라.”

그제야 로드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가웨인은 카사르의 전설이고 누구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큰 인물이다. 처음부터 우리가 통치하는 것에 불만이 많던 카사르 영지에 가웨인의 사망 소식이 흘러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녀가 우리에게 먼저 테러를 가했든 어쨌든, 그들은 우리가 그녀를 살해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분노부터 할 것이니라. 소문은 시간이 갈수록 왜곡되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여론만 형성되겠지.”

“…….”

“주공, 결단을 내려다오. 이제 막 새로운 영지들을 포섭하고 안정화시키려는 초창기 과정에 문제가 터져버리면, 우리가 통치하고 있는 영지 전체가 어수선해질 수 있다.”

“……티아.”

로드가 몸을 일으키며 그녀를 보았다.

“이건 제 문제입니다.”

“…주공!”

“제게 원한을 품은 가웨인의 독단이고, 카사르 사람들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들을 어쩌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써놓는 것이…….”

“애니록스!”

로드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난리를 구경하던 메이드들 사이에 섞여있던 애니록스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카사르에 알려지지 않도록 정보 차단할 수 있지?”

“…예? 아, 예! 지금 시작하면 문제없이…….”

“주공!”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제 문제입니다. 그러니 제가 끌어안고 가겠습니다.”

로드가 비틀거리며 등을 돌려 걸어갔다. 가신들이 복잡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오늘 하루만 이중 재해를 겪었군요. 지진 + 수능연장... 힘내세요 수험생분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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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레인 / 히, 히익...

wnsdlfh / 로드도 격노할 것이라는 것 까진 예측했지만 설마 칼들고...

ghost0590 / 하하...

T스톤 / 로드의 친딸(?)을 베었으니 포옹은 무리이지 않을까요 ㅠㅠ

로리콤MK / ㅋㅋㅋㅋ 맞는 말씀이네요. 입장차이란 그런거죠! 따만 가웨인의 경우를 쪼끔더 보완해서 설명드리자면 명예를 버리게 함 + 명예를 버리게 한 이유를 로드가 다시 짓밟음. 일종의 2중 모욕이라고 느낀것이죠. 그렇다고 남의 집안에 와서 칼부림 하는 이유가 정당화 되지는 않...

할레데임 / ㅠㅠ... 스토리가 이런 지라...

◎별◎아귀! / 으앙 ㅋㅋㅋ 아직도 아, 시X 꿈 패턴을 못버리셨...

Tntn12 / 넷?! 깜짝..!

알테니아 / 이런 난리속에도 꿋꿋이 비월을 외치는 당신이 챔피언..!

아키바 / 사실 보호트에 맞먹는 불쌍한 캐릭터기는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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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늑대 / 망령화는 재사용대기시간이 있고, 캐슬링도 망령화 응용기술의 일종이랍니다.

@...(-1)... / 언제나 주인공 사망을 기다리고 계시는 마이너스님 ㅠㅠ 고길동 둘리 둘다 벨붕이라구요!

@니알라토텝 / ...보시는 대로입니다 ㅠㅠ

@빛과하늘 / 늦게 쓰시면 못봐요..! 그래도 인공이니 살아남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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