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285화 (285/296)

00283 진압 작전 =========================

로드는 베아트리체의 상태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

놀라운 일이지만 성직자나 마법사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이 에덴 대륙에서, 버젓한 병원 시설이 어비스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발언권을 가진 24개 유력 클랜 중 하나이다.

종교의 영향력이 강한 에덴 대륙에서 인체 해부는 지탄받는 행위였지만, 그런 제한이 없는 어비스에서는 자연스레 신체 연구와 외과 수술이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의 어비스에서는 마법사와 성직자 같은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외과 수술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물론 그 당시에 외과 수술이라는 것은 치료 마법을 받을 돈이 없는 사람들이 몸으로 때우는, 일종의 암흑 주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도 현재의 문화시대 어비스에 이르러서는 외과 수술을 보조할 수 있는 치료계열 마법사들이 많이 유입되었고, 기술도 크게 발전하여 가히 ‘의학’이라 불릴 수준이 되었다. 어비스가 의학 선진국이 되다니, 당시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병동으로 들어간 로드는 금방 베아트리체를 발견했다.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당부에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수많은 관들이 꽂혀있었다.

베아트리체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아.”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로드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본래 저 자리에 누워있어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어야 했다.

“…폐하.”

로드가 상념에 빠져있는 때에 의원이 터벅터벅 다가왔다. 로드가 벌떡 일어나 물었다.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훈련된 검사의 검격에 상처가 깊습니다. 보통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 했겠지만, 하프 밴쉬라는 단장의 체질 덕분에 그나마 수술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었지요. 사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

“그리고 만약 살아나더라도…….”

의원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깨끗이 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로드의 머릿속이 충격으로 새하얘졌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다시 검을 쥐지 못한다는 겁니까?”

“…송구하옵니다. 폐하. 현 단계에서는 상태에 대해 어떤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로드가 눈을 부릅뜨며 의원의 어깨를 붙들었다.

“검을 쥐지 못해도 좋으니 꼭 살려만 주십시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드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병원을 나섰다.

*

집무실로 들어온 로드는 자신이 파견했던 모든 장군들의 승전보를 전해 들었다.

유니벨이 엠파이어를 함락시켰다.

스카파치노는 실버시타델의 항복을 받아냈다.

티아와 피닉스는 반란군으로부터 오즈를 수복했다.

어비스가 군사력을 과시하자 주위의 상황도 변화했다. 이 소식들을 접한 카르프리와 글레이시온의 영지 측에서 메시지가 왔는데 간을 보는건 그만두었는지 대영주 후보자가 당초 예정대로 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공포가 가장 편한 수단이구나.’

이런 의도로 대규모 진압군을 파견한 것이긴 하지만 로드는 조금 입맛이 썼다. 그러니 좋게 좋게 말로 할 때 들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카사르와 오펙투스의 영지가 평정되었는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때 집무실에서 서류 분류를 하고 있던 이브가 물었다.

“핸디캡을 줘야겠지.”

“네? 그 말씀은…….”

“반란이 일어난 두 곳은 당분간 자치권을 부여하진 않을 거야. 대신 언더하임직속으로 두고 이쪽 사람을 보내서 통치하겠어.”

“……공포정치 인가요?”

“응.”

“알겠습니다.”

로드는 그녀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리 개운한 표정은 아니어서였다.

“이브의 생각은 어때?”

“네?”

“내 결정에 대한 솔직한 코멘트가 듣고 싶은데.”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저는 폐하의 지시에 복종할 뿐이에요.”

“……이브.”

“이번 일 이후로 폐하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고뇌한 끝에 내린 결정이잖아요? 그렇다면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단호한 어조로 말하자 로드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영주 회담, 이제 얼마 안 남았지?”

“네, 보름 정도 남았네요.”

왕인 로드가 주최하며, 각 영지를 다스리는 대영주들이 모두 모이는 어비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담. 여기서 제국 어비스의 기틀이 될 만한 정책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반란이 일어난 이 혼란스러운 시국에 회담은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했다. 그래야 어비스가 단단히 뭉쳐있다는 인상을 외부에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좋아, 어수선한 일들이 있었지만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네, 폐하!”

*

“후아아암.”

자칭 언더하임의 명물인 에고 성문 문짝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오늘은 웬일인지 상담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한가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시라도 수다를 떨지 않으면 입이 근질거리는 문짝이에게 휴식은 일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누구라도 안 지나가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성문의 바깥쪽을 바라본 문짝이의 눈동자가 큼지막하게 떠졌다.

“컹! 컹컹!”

개소리, 아니 정확히는 늑대소리였다. 멀리서 하얀 털의 늑대 무리가 성문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 늑대보다 덩치도 컸다.

“…헉! 몬스터의 습격? 몬스터! 몬스터다! 성문을 닫아야 해!”

문짝이가 몸체를 움직여 성문을 닫으려 하는데 후웅! 하는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닫히는 성문을 두 팔로 틀어막았다.

“이봐. 왜 갑자기 문을 닫아? 사람 오는 거 안보여?”

“…헉! 누, 누구세요?”

그의 인상은 독특했다. 덥고 습한 어비스에서는 보기 힘든, 두터운 점박이 털갑옷을 입었으며 머리와 눈썹 턱수엽 모두 짙은 회색이었다. 등 뒤에는 거대한 닻처럼 생긴 무언가를 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우락부락한 느낌이었지만, 비슷한 느낌의 아로게쓰 출신들에 비해 키는 작았다. 남자가 시선을 움직여 문짝이를 보았다.

“성문이 말을 해? 오오오!”

“……?!”

문짝이를 보던 그가 난데없이 바지춤에 손을 주섬주섬 갖다 댔다.

“이런 지리는 명물을 봤는데 가만있을 수 없지! 하하!”

“히이이이익! 무, 무슨 짓을?!”

말릴 틈도 없었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바지춤을 내리고는 문짝이 쪽으로 소변을 누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악!”

“크하하! 오래 참았다구!

“컹! 컹컹!”

늑대들이 열린 문틈으로 달려와 남자의 몸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다. 순식간에 오줌범벅이 된 문짝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제 문생에 있어 최악의 굴욕입니다! 어떻게 사람 얼… 아니 문 얼굴에 오줌을 쌀 수가 있냔 말입니다!”

남자는 바지춤을 올리며 시시덕거렸다.

“거 볼수록 신기한 문이로군!”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대답하십시오! 어비스 정보부 요원의 자격으로 신분을 묻는 겁니다!”

“나?”

남자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내 이름은 룬팽. 글레이시온의 영토를 다스릴 남자다!”

“컹! 컹!”

“아우우우우우!”

늑대들이 그를 호위하듯 둘러싸며 울음소리를 냈다. 문짝이의 얼굴이 굳었다.

‘……이, 이 오줌싸개가 글레이시온의 대영주 후보자라고?’

“남쪽이라 상당히 덥구만. 가볼까? 애들아!”

“컹! 컹!”

━━━━━━━━━━━━━━━━━━━=━

이름 : 룬팽 펜리스

소속 : 화이트랜드

직위 : 없음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B)*

통솔등급 : (E)

지략등급 : (F)

정치등급 : (F)

B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교감

룬팽은 글레이시온의 드루이드 출신으로 자신의 체취를 맡은 짐승과 몬스터들의 호감을 살 수 있습니다. 현재 룬팽의 고유능력 발현 수준은 호감뿐만 아니라 체취를 강하게 맡은 몬스터들에게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강하게 체취를 남길 수 있는 수단은 소변입니다.

━━━━━━━━━━━━━━━━━━━━

“컹! 컹컹! 컹!”

룬팽을 뒤따르던 늑대들이 다시 컹컹 짖기 시작했다. 문짝이가 놀라서 물었다.

“왜 저러는 거죠?”

“손님이 왔나보군.”

룬팽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자 문짝이도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하늘에서 태양광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뭔가가 지상으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천천히 내려앉으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괴물 메뚜기였다. 카르프리의 ‘거신의 정원’에서만 볼 수 있는 초대형 곤충 몬스터였다.

“오, 글레이시온도 왔잖아?”

그리고 그 메뚜기에서 한 여성이 훌쩍 뛰어내렸다. 탄력 넘치는 구릿빛 피부는 건강미가 넘쳤고 짙은 눈썹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었다. 정글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든 아슬아슬한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상의는 물론, 하의까지 속옷이라고 생각 될 만큼 그 노출도가 심했다. 온 몸을 털갑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는 룬팽과는 완전히 대비된 복장이었다.

“당신.”

이때 그녀의 시선은 룬팽을 넘어 문짝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 옛? 저요?”

“문 좀 열어줄래? 다른 식구들이 오고있어서.”

“아, 옛!”

문짝이가 성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메뚜기를 탄 수십 기의 ‘카르프리 핸들러’들이 풀쩍 풀쩍 언더하임으로 들어왔다. 문짝이는 물론, 온갖 괴기한 것에 익숙해진 어비스 사람들도 이 대형 곤충의 등장에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아군이 될지 말지는 잘 모르지만, 잘 부탁해? 어비스의 수문장 씨.”

그녀가 문짝이에게 유쾌하게 팔을 흔들며 자신의 메뚜기에 올라탔다.

━━━━━━━━━━━━━━━━━━━━

이름 : 치마르마

소속 : 크루바칸

직위 : 족장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C+)

통솔등급 : (D)

지략등급 : (C+)*

정치등급 : (D)

C+급 지략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뱀신의 가호

크루바칸의 힘을 물려받은 그녀의 집안은 대대손손 뱀으로 둔갑하는 이능을 가졌습니다. 뱀으로 변신하면 맹독을 품게 되며 한번 물면 대형 트롤마저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몸의 비늘은 화살공격에 상처를 입지 않으며 숲이나 정글에 있으면 비늘의 색깔이 변화하여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게 되는 보호색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

============================ 작품 후기 ============================

신캐가 추가되었군요!

--------

Tntn12 / 옷, 감사합니다!

로리콤MK / ㅋㅋㅋㅋ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믿고싶은것만 믿죠.

바람색 / 갓닉스님;

알테니아 / 비월의 코멘트가 가장 길군요. 역시 비월 애정

최카츄 / 저처럼 로리가 행복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없을 겁니다!

벌레 / 요즘, 바니걸에 꽂히셨군요. 실제로 바니걸들이 서빙하는 도박장에 가면 혹가버려서 팬티바람으로 나오지 않을까..

wnsdlfh / 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충격과 공포

...(-1)... / 아아, 그렇군요 ㅠㅠ 편의점도 서비스업이니 고충이 심하죠. 화이팅!

그래프트 / 그동안 피닉스가 때려잡은 상대 : 베아트리체, 마틴, 멜로디 ㄷㄷㄷ

빛과하늘 / 로리는 정말 최고야!

책읽는고래 / 아이고 수능이 코앞! 공부하셔야죳!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