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신전 문명게임-292화 (292/296)

00290 대영주 회담 =========================

한 밤중에 언더하임에서는 난리가 났다. 대영주 회담에 테러를 일으킬 예정이었던 내동자가 붙잡혔다가 자결한 것이다. 이와 연루된 모든 카르프리 수행원들이 체포되어 궁으로 끌려왔다.

로드는 왕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곧 치마르마의 수행원 열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좌우에 서 있는 가신들과 클랜장들이 독기를 뿜어내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수행원들은 위축된 얼굴로 걷다가 로드의 앞에서 부복했다.

“상황은 대강 들어서 알고 있으리라 본다.”

로드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대영주 치마르마가 반역을 계획했다가 붙잡혀 자결했다. 내 나름대로 카르프리에 기회를 주려 했건만 이런 식으로 돌려받게 되니 유감이다.”

로드의 목소리는 딱딱했다. 수행원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너희 모두에게 묻겠다. 그녀가 테러를 저지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던 자는 기립하여 설명하라.”

수행원들은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엎드린 채로 안절부절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역시나 대답하거나 일어서는 이들은 없었다.

“봐봐, 팬더! 저런 것들한테 자치권은 무슨! 얕보이면 기어오를 뿐이라니까!”

언제나 과격파로서 의견을 피력해오던 유니벨이 목소리를 높였다.

“저도 동의합니다.”

수행원들을 데려온 키리안이 고개 숙여 고했다.

“조화, 화합, 협력. 모두 좋습니다만 저들은 어비스에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자들을 처음부터 동등한 협상테이블에 올린 폐하의 은혜가 저 외부인들의 분수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옳소! 도와주겠다는 손길을 뿌리치고 검부터 들이미는 배은망덕한 놈들!”

“어비스도 노예제도의 부활을 검토해야 합니다!”

“내친김에 거인의 정원을 불태워 버려야하오!”

“쓰레기들의 눈을 뽑고 혀를 잘라라!”

모두가 한마디 씩 거들며 야유를 했다. 다들 연이은 반란으로 잔뜩 민감해져 있는지라 무척이나 살벌한 분위기였다.

“…….”

로드는 이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당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번에도 테러라니! 로드 자신만 해도 가슴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보복할 힘도 갖추고 있다. 기분 나쁜 것들은 모두 치워버릴 수 있다.

그럼에도,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칼을 휘둘렀다간 누군가의 의도에 놀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로드가 일축하자 신하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다시 묻겠다. 치마르마의 테러 사실을 알고 있는 자가 있는가?”

“…….”

“여기서 너희들에게 얽힌 논란이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다소 거칠고 원초적인 수단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

수행원들은 겁먹은 얼굴로 몸을 떨기만 할뿐이었다. 저들의 꼴을 봐서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 했다.

“폐하. 드릴 말씀이.”

로드가 옥에 가두라고 말하려는 그때,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여인이 있었다. 순수한 인간 족은 아닌 듯 등에 곤충의 날개가 달려 있어서 그것으로 상체를 덮고 있었다. 마치 그물망으로 팔을 스스로 구속한 것 같다. 머리카락은 오묘한 바다색이었고 끝으로 내려갈수록 보라빛이 감돌았다. 아주 작지만 머리에 더듬이 같은 것도 보였다. 그녀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도 믿기 힘들 만큼 차분했다.

‘저 분은…….’

안내를 맡았던 로즈안느는 본 적이 있었다. 치마르마의 대형 메뚜기를 데려가던 그녀였다. 치마르마와는 사이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천신은 미네라 하옵니다.”

미네? 미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로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치마르마의 독단입니다.”

“……호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아직 치마르마의 테러 동기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없다.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있었던 이브, 유니벨, 비월, 키리안, 그리고 암살단원들 뿐이다.

“그녀는 슈네처 장군을 사랑했고, 어비스에 원한을 품었습니다.”

“…잘도 알고 있군. 독단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넌 그녀의 테러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녀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치마르마는 너희 영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선정도 너희가 했지. 그런 그녀가 반역을 저질렀으니 어찌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나? 카르프리의 신뢰는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가 카르프리의 반역 사실을 대륙에 공표하고, 수도 크루바칸과 거인의 정원을 불태워버려도 너희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동조하듯 웅성거렸다. 카르프리 측의 수행원들은 점점 표정이 굳어져갔다. 몇몇 수행원은 미네에게 그만 앉으라고 다급히 손짓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회복하겠습니다. 신뢰를.”

그녀가 차분히 읊조렸다.

“어떻게 회복하겠다는 거지? 미리 말해두지만 난 너희들에게 느긋하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다.”

“지금의 카르프리는 아르곤의 손아귀에 떨어져 있습니다.”

“……!”

모두가 경악하여 입을 벌렸다. 로드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설마 여기서 아르곤이 튀어나올 줄이야.’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녀의 의도한 대로, 어비스에게 민감한 키워드를 꺼내들어 주목을 받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미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비스와 아르곤, 둘 중 어느 쪽에 미래를 맡길 것인지 카르프리는 계속 저울질했습니다. 족장들의 결론은 아마도 아르곤이었을테고 이 선택은 치마르마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아르곤? 추측이로군. 너는 족장들의 선택을 알지 못했나?”

“예, 그들은 백성들에게 결론을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천신이 알고 있는 것은 이번 치마르마의 돌발 테러, 그리고 아르곤의 왕실에서 사람이 방문했다는 사실 뿐입니다.”

로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르곤에서 사람이 왔다고? 그렇다면 틀림없이 치마르마와 접촉했을 터이고, 더 나아가 가웨인을 부추긴 자일수도 있다.

“……아르곤과 내통했다면 더더욱 너희들을 쳐야겠는데?”

로드의 살기등등한 물음에도 그녀는 주춤하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천신이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천신에게 암살단원들을 붙여주시면 족장들을 불러들여서 그들만 깔끔하게 도려내겠습니다. 그리고 천신이 대영주의 자리에 오르겠습니다. 아르곤의 입김이 닿은 카르프리가 아닌, 제가 다스리는 어비스의 카르프리로 돌려드리겠습니다.”

“……!”

놀라운 대담함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중심으로 플랜을 짜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이미 다섯 족장들은 아르곤을 선택하였으니 자신이 그들을 모두 숙청하고 어비스에 충성하는 영지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였다.

‘머리 잘 돌아가는 여자로군.’

로드는 생각에 잠겼다. 카르프리의 영토는 대륙 최북서에 위치해 있다. 곧 다가올 아르곤과의 결전에서 뒤통수가 적의 손아귀에 넘어가면 찜찜해진다.

카르프리를 몰살해서 후환을 제거하는 방법은 현 1위국으로서 좋지 않다. 공포분위기를 연출하는 것과 학살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 품속에 넣어두는 편이 여러모로 더 편하다. 하지만.

“하지만.”

티아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미 카르프리는 우리에게 중대한 죄를 저질렀다. 여기서 그대의 이야기만 듣고 홀라당 보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라. 사실 그대도 아르곤에 동조한 자들일 수도 있지 않느냐?”

“…….”

“어떻게 충심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

그녀가 걸음을 옮겨 경비병에게로 다가갔다.

펄럭. 몸을 감싸고 있던 날개가 펼쳐지자 독특한 향기가 궁성을 가득 매웠다. 그녀가 자유롭게 된 팔을 뻗었다.

“잠시 검을 빌려주시겠습니까?”

“……뭐?”

경비가 로드를 보았고, 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검을 가져간 다음 제자리로 돌어왔다.

“시작하겠습니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촤아아악! 모든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녀가 뒤에 있던 수행원 하나의 목을 벤 것이다.

“무, 무슨 짓이야?”

“미네! 잠깐!”

촤악! 촤아악! 수행원들의 간곡한 외침에도 그녀는 검을 멈추지 않았다. 얼굴과 몸에 피가 마구 튀었지만 상관치 않고 계속 휘둘렀다.

곧 아홉 명의 시체가 모두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깊은 침묵이 흘렀다.

“이들 모두가 치마르마를 지지하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녀가 로드를 바라보았다.

“더 증명이 필요하시면 계속하겠습니다. 천신의 손가락부터.”

스릉. 그녀의 새끼 손가락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음은…….”

“그만.”

로드가 이마를 짚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천신과 카르프리가 살기 위함입니다.”

“…….”

공적인 자리에서의 단편적인 대답이었다. 그녀와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체를 치워라. 그리고 당신은 날 따라와.”

로드가 왕좌에서 내려와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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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미네 테스카틀리포카

소속 : 크루바칸

직위 : 없음

종족 : 충인족

무력등급 : (E)

통솔등급 : (D)

지략등급 : (B)*

정치등급 : (C)

B급 지략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곤충여왕

카르프리에만 존재하는 충인족은 대대손손 곤충을 조종할 수 있는 페로몬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미네의 능력은 이능으로 강화되어 본래의 스펙을 아늑히 뛰어넘었습니다. 페로몬으로 어떠한 곤충이라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으며 위력을 강화하면 인간의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그녀의 페로몬에 영향을 받게 된 대상은 그녀를 의도해서 죽일 수가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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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C+를 잃고 B를 Get

치엘로 :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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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merzs / 뱀술사도 마법소녀라고 하면 마법소....녀

로리콤MK / 유니벨에서 웃다가 베아에서 웁니다 ㅠㅠㅠ

hunz / 어글어글

llSongOfBladell / ㅋㅋㅋㅋ 사실 룬팽도 화장실 가는 중간에 마주쳤답니다

wnsdlfh / ㅠㅠㅠ 팬심과 잘한일의 갈등사이

니알라토텝 / 허억; 무섭 ㄷㄷ

...(-1)... / ㅋㅋㅋㅋ 오늘도 기승전 비월 왕위교체!

벌레 / 쑥 생겼다가 쑥 줄어드는 걸그룹 멤버들 읍읍

사탕수수158 / 살살 때려주십...

Nearthals / ㅠㅠㅠ 하아아

ZzeRoN / 아하, 역시 귀여움이죠? 귀여움이군요! 귀여움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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