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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전 문명게임-296화 (296/296)

00294 변화 =========================

이카루스 멸망 사건 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어비스는 문화혁명 이벤트와 새로운 국가 고유 능력들의 효과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놀랄 만큼 빠르게 강대국의 모습으로 빠르게 변모해나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왕도 언더하임이었다. 한때 이곳은 번화가인 상업지구 외에는 텅 빈 황무지 및 성터 같은 느낌이었지만 언더하임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불어남에 따라 불가피하게 확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고질적인 성벽의 훼손 문제도 있었기에, 로드는 아예 수도증축을 명했다. 기존 성벽은 ‘내성벽’이 되고 내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도시를 둘러싸는 ‘외성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성과 외성 사이의 빈 공간이 개발구역이 되어 새롭게 언더하임에 편입되었다. 많은 도시 건물들이 들어섰고, 이주민들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여기에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기술의 발달로, 언더하임 곳곳에는 우물뿐만 아니라 풍부한 지하수를 활용할 수 있는 ‘인공 오아시스’가 만들어져 식수걱정을 덜었다. 개발구역 쪽에는 아예 노천 온천이 만들어 지기도 했는데, 로드가 찾아가서 물에 손을 대보니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 황무지 한복판에 위치한 온천은 낭만적이었고 그 주위로 기다렸다는 듯 숙박 시설들이 경쟁하듯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휴양지의 요소를 갖추게 되었다. 온전히 두더지 수인들의 덕이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유입되었고 건축양식과 옷차림 등이 변화했지만 어비스 특유의 느낌은 여전했다. 특히 언더하임의 명물 야시장은 갈수록 규모가 커져나가 기존 구역을 넘어 개발구역까지 뻗어나갔다. 본래 야시장은 대륙에서 팔기 힘든 위험한 잡동사니 등을 처분하는 뒷골목이란 느낌이 강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파크가 되어있었다. 언제나 쾌활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도박과 유흥을 즐겼다. 언더하임 야시장의 성장에 이를 모방하는 홍등가들이 대륙 전역에 생겨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몰락한 기사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암살단원들이 차지하였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귀족을 처단하는, 정의로운 암살단원들의 영웅담이 음유시인들의 입을 타고 떠돌아다녔고 동화 속에 그려졌다. 어비스의 아이들은 누구나 언더하임으로 상경하여 왕실을 지키는 암살자가 되기를 꿈꿨다. 돈 많은 거부들도 스스로의 호위를 위해 기사보다는 암살자를 키우는 추세가 되었다.

스카파치노의 마피아들은 토착 폭력조직에서 대륙의 모든 암흑가를 관리하는 대형 비즈니스 조직으로 둔갑했다. 클랜들도 이제 질세라 언더하임 외에 타 지방영지에 지부를 만들어 그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하버트의 연구소는 비좁은 상업지구의 지하에서 빠져나와, 증축으로 늘어난 새로운 터에서 ‘연구 지부’를 세우기로 했다.

아로게쓰의 플랫랜치는 여전히 그들의 전통을 계승하였고, 명예로운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다.

알브헤임은 외부종족에게 위그드라실을 완전 개방하였다. 인간들도 세계수의 황홀한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노예거래가 원천적으로 차단됨에 따라 엘프들도 밖으로 나가 세상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교류를 통해 인간들은 미천하고 엘프들은 거만하다는 서로의 선입견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베틀린 특구에서는 대대적인 항구도시가 개발되었다. 로드가 직접 이곳에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상인들의 방문과 투자가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항구 근처의 베틀린 시티에서는 365일 축제가 열리며 상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게노세르크의 발트호른은 초식수인과 문명화된 육식수인이 잘 어울리며 지냈고, 사나운 육식수인들은 야생으로 돌아갔다. 케이론과 야생수인의 왕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다.

카르프리는 대규모 숙청이후 권력을 장악한 미네가 거인의 정원에 발전된 어비스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영지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글레이시온에서는 룬팽이 다수의 특화병종 ‘가디언’의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군사력을 키워 곧 있을 아르곤 전쟁에 공을 세워 영지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상적인 변화도 있었다. 악법과 관습이 패퇴되었고, 대륙민들을 옭아맸던 종교의 힘은 점점 약해졌고, 자유와 평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들이 주목받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대륙은 변혁하고 있었다. 어비스에 의해서.

*

“…….”

이른 아침 로드는 눈을 떴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누운 자세 그대로 팔을 뻗어 지휘관 창부터 열었다. 그가 확인하는 것은 아르곤에 대한 정보였다.

“…이번에도 ‘이상 없음’인가.”

로드가 팔을 내려 침대에 내팽개쳤다. 매일 세레스티나의 생산 현황을 확인하는 것은 현재 그의 첫 번째 일과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전쟁을 걸어오지 않았다.

이제 로드는 문화시대 특화병종 중 ‘데몬’과 ‘체이서’의 연구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고 정세가 안정될수록 10개국의 멸망보너스와, 32개의 거점영지를 가진 어비스가 가파르게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르곤의 내정을 다지는 것보다 어비스가 내정을 다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텐데도 그녀는 잠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로드가 경계하는 것은 아르곤의 ‘최종 시대’ 진입. 가이아의 하늘문과 발키리 부대를 생각하면 아르곤의 마지막 시대 발전은 절대로 막아야만 했다.

물론 개척시대에서 문화시대로 발전하는 것과 문화시대에서 최종 시대로 발전하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의 난이도 차이가 있다. 문화력의 요구치가 다섯 배는 늘어나 버린다. 원작 카오스월드의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사실상 문화시대가 최종시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그만큼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 로드에게 작금의 평화는 호재였다. 마지막 특화병종의 연구까지 끝내고, 각 영지의 화력이 정립된 만전의 상태에서 아르곤을 상대하는 최적의 그림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찜찜하단 말이지.’

세레스티나는 극단적으로 빠른 시대 발전으로 이득을 본 타입이다. 그런 그녀가 상대의 문화시대 병력이 갖추어지도록 마냥 손 놓고 있다는 점이 그녀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휘관창의 생산 현황을 훔쳐봐도 아르곤은 병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을 뿐, 문화력 발전을 위한 특출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상대의 전력이 탄탄해지는 것을 감수하고도 아르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이라, 최종시대 발전을 제외하고 그런 게 있을까?’

누운 자세로 아무리 고민해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로드는 지휘관 창을 닫고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출근해야겠다.’

*

로드가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을 때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오늘은 주말이다.

왕의 일과에 평일, 주말 구분이 어디있겠냐만은. 적어도 아침 일찍 집무실에 출근할 필요는 없었다.

스케줄 공백에 고민하던 로드는 항상 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검! 질러!”

“하!”

그가 향한 곳은 왕궁 훈련장이었다. 아침 일찍 병사들이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또 자신을 발견하고 경례하겠답시고 난리법석을 부리기 전에 로드는 빠른 걸음으로 실내 연무장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연무장은 한적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로드는 금방 반가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있었구나.”

쪽쪽거리며 주스를 빨대로 마시고 있는 아론다이트가 로드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일찍 오셨네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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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아론다이트

소속 : 어비스 왕실

직위 : 근위대장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C)*

통솔등급 : (D)

지략등급 : (F)

정치등급 : (F)

C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검의 정령

아론다이트는 자신의 몸을 검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검에 담긴 고유한 힘은 ‘변형’으로 검신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이거나 할 수 있습니다. 검을 잡은 주인에게는 자신의 정신을 투영하여 일체화할 수 있으며 주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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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다이트는 로드의 새로운 파트너였다.

가웨인 사건 이후 로드는 더 이상 베아트리체나 다른 영웅들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힘을 늘리는데 집중하였다. 물론 로드 본연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아론다이트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아침부터 웬일이야?”

로드가 다가오며 물었다.

“헤헤, 저야 여기 오면 공짜 음료 마실 수 있어서 자주 오죠. 폐하는요?”

“아침에 가볍게 땀 좀 흘릴까 해서.”

“어머! 땀을? 남녀 둘 밖에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땀을 흘릴 일이라 함은?”

“…밀폐되지 않았어. 네 머릿속을 거쳐 가면 세상 만물이 빨간색으로 필터링 되는구나.”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새로운 인물이 연무장에 들어왔다.

“폐하.”

키리안이 절도 있게 경례했다. 그는 이제 앳된 티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제대로 된 아로게쓰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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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키리안

소속 : 어비스 명예로운 전사 연맹

직위 : 클랜장

종족 : 인간

무력등급 : (B)*

통솔등급 : (C+)

지략등급 : (D)

정치등급 : (F)

C급 무력형 클래스 입니다.

고유능력 : 성장하는 소년

키리안은 병장기를 가리지 않으며, 모든 무기에 특출한 재능이 있습니다. 특정한 조건과 환경만 주어진다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경험으로 인한 성장치가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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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안은 고유능력의 효과만큼 그야말로 미친 듯이 성장한 인물이었다. 처음에 아란의 대타로 동맹전쟁에 참가했을 때만해도 그만저만한 무력 C급 영웅에 불과했지만 벌써 B급 무력등급에 그에 준하는 통솔력까지 갖춘, 장군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무인이 되어 있었다. 로드는 그의 육성에 큰 신경을 쏟지 못했지만 알아서 잘 커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주말인데도 훈련하러 온 거야?”

“물론입니다. 단련은 하루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안녕! 소년!”

아론다이트가 반갑게 인사해왔지만 키리안은 고개를 까닥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거들떠도 보지 않던 예전과는 달리 많이 나아졌다.

“키리안, 언제나처럼 대련을 부탁해도 될까?”

“저야 영광입니다. 폐하.”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은 연무장 가운데로 들어와 서로 마주보며 섰다. 키리안은 배틀액스를 세워 들었고 로드가 손바닥을 펼쳤다.

“아론.”

“네에!”

그녀의 몸에서 황금색의 마력이 빛을 발하더니 화려한 외형의 검으로 변신해 로드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머릿속 생각과 의지가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스읍. 로드가 숨을 들이마시며 검을 치켜들었다.

B급 영웅과의 전투. 예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지만, 훈련을 거듭하고 아론다이트의 힘을 빌린 지금이라면 다르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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