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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6화 (16/309)

00016 1. 모든 것을 잃은 소년 =========================

“...왜요?”

“왜라니?”

“제가 뭐라고, 선생님의 1년이라는 시간까지 쏟아부어가며 저를 고치려고 드시는 거죠?”

선생님의, 희어졌던 얼굴에 핏기가 확 돈다.

“또 그 소리야? 또 한 대 더 맞고 싶니?”

“아뇨, 그럴 리가요. 어차피 저에게는 이제 다른 길도 없고, 희망이 있다면 아주 자그마한 불씨라도 살려보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왜 선생님이, 그토록 무관심하셨던 선생님이 왜 이렇게 나서시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단순한 책임감인가요? 아니면 빚을 진 것 같은 느낌?”

“그건 아냐.”

“그럼 대체 왜...”

“나는 내일 제도로 떠나.”

내가 어안이 벙벙해서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어. 그랜드 아카데미에 가서 등록해야 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거든. 그리고, 너가 제도로 오기 전에 너를 연구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제도에서 1년 살 준비도 해야 하고 말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은 내 양 어깨에 손을 짚고는, 고개를 숙여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기리인 모스. 선생님은 무엇보다, 너의 강철같은 의지력을 믿고 있어. 그 고통 속에서도 한 번도 학교를 빠지지 않고 모든 역경을 이겨낸 기리인이라면, 이 큰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이건 부채의식 때문이 아니라, 이 4년 동안 기리인이 나에게 보여준 의지력과 품성을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물론, 1년간 아카데미에서 연구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수도 있어. 그래도, 이렇게 말라죽어가는 것보다는, 제도에서 뭐라도 찾아보는 것에 걸어보지 않겠니?”

나는, 선생님의 타오를 것 같은 불꽃이 이글거리는 눈에 압도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선생님의 입가에 잔잔하게 미소가 감돈다.

“그래. 그렇게, 끝까지 역경을 이겨나가는 게, 나의 기리인이지.”

그러더니, 갑자기, 선생님의 향기와 함께, 선생님의 얼굴이, 훅 하고, 가까워졌다. 이어, 하루종일 메말라있던 내 입술에, 촉촉한 무언가가 와닿았다.

손수건으로만 맡았던, 멀리서나마 바람에 실려오는 아련한 향으로만 맡았던, 내 가슴을 뛰게 하던 향기의 주인이, 내 앞에 있다. 아니,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다. 내 메마른 입술을 촉촉한 무언가가 적시며 두드리고, 내 성문을 가볍게 들어올리게 만든다. 이미 그녀의 향기만으로도 질식할 것만 같고, 그동안 여자친구들과 나누었던 수많은 키스들이 무색하게 내 가슴은 마치 처음으로 키스하는 사람처럼 쿵쾅거리고 있다.

내 어깨를 짚고 있던 그녀의 손이 내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당황하던 내 손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안고, 우리 둘의 몸이 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밀착한다. 그녀의 혀가 내 혀와 얽히고 미끄러지며, 내 바싹 말라있던 입 안이 조금씩, 적셔지기 시작한다. 나는 코로 가쁘게 공기를 갈구하지만, 들이마시는 것은 온통 그녀의 향기 뿐이다. 거칠게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것 같은, 어안이 벙벙한 짜릿함으로 가득했던 그 순간이 끝나고,

우리 둘은, 누구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입술을 떼어낸다. 우리의 사이를 잇던 촉촉한 은색의 브릿지가 툭 하고 끊어진다. 나는 아직, 내 지척에 있는, 향기의 주인에게서 흘러나오는, 그토록 그리웠던 향기를 헐떡이며 들이마신다.

“이건 격려야.”

“네?”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은 내 질문은 요안나 선생님을 쿡쿡거리며 웃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기리인. 너도 그런 목소리를 낼 줄 아는구나? 귀여워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머리를 꼭 끌어안아준다. 그녀의, 풍성한 두 젖가슴 사이로 내 머리가 파묻힌다. 그 폭신하고 아늑한 감각을 채 즐기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풀리고,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선생님은 다시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의 사랑을 받기에 나는 합당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은 여전히 다르지 않아. 하지만, 기리인. 나는 너를 인간적으로 아끼고 좋아해. 지금의 입맞춤은, 너를 동정해서도, 불쌍히 여겨서도 아냐. 내가 좋아하는, 강철의 의지를 가진 천재 기리인이, 모든 아픔을 극복해내고 다시금 마나의 진리를 추구하는 길로 걸어갈 수 있게끔 해 주는 격려야.”

결국은 나를 확실하게 찼다는 말로 정리될 수 있겠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왜일까. 선생님의 말에 진심이 실려있다고 느껴서일까.

“기리인. 같이, 제도에서 노력해보자. 안 되면 그때 가서 다른 길을 찾아봐도 늦지 않을 거야. 아카데미 뿐만 아니고, 제도의 대도서관과 트리클 대신전에서도 도와준다고 약속했어.”

그렇게 말한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내가 기리인 너와 함께 갈 수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 너는 아직 이 곳에서 할 일이 남아 있어. 무엇보다, 험한 여행길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일행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몸을 단련해야 해. 무기도 약간은 다룰 수 있어야 할 거고. 지금까지보다 훨씬 힘든 훈련이 될 지도 몰라. 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포기했을 거야. 하지만, 우리 기리인은, 그 정도의 훈련은 이겨낼 수 있잖아? 그렇지?”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선생님은 환한 얼굴로, 내 두 뺨을 붙잡고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 쪽 하고 입술을 맞댄 후 다시 떨어졌다.

“기사 아카데미의 디혼 바크 선생님에게 너의 훈련을 도와달라고 말씀드렸어. 그리고, 내일은 고귀하신 분께서 이 곳을 찾으실 거야. 그래서 내일 작별 인사를 하기 힘들 것 같아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온 거야.”

그렇게 말하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손을 뻗어 내 옷깃까지 정리해 주신 선생님은, 문간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제도에서 보자, 기리인. 그럴 수 있지?”

“네. 노력할게요.”

“그래. 잘 자렴.”

선생님의 손가락이 가리키자 천장에 붙어있던 빛덩어리가 픽 하고 꺼지고, 어둠이 내려앉는다. 이미 해는 산을 넘어간 지 오래라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나는, 아직 선생님의 온기와 윤기가 남아있는 내 입술을 쓰다듬다가, 살며시 미소짓는다.

‘띠링!’

<상태 이상 해제>

<요안나의 말에 희망을 얻은 당신. 이 희망으로 인해 당신의 ‘중증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과, ‘실연’으로 인한 지력과 의지력 감소가 해소됩니다.>

‘시스템’이 띄워주는 ‘창’을 읽으며, 나는 새삼, 가슴이 뛰고 있는 걸 느꼈다. 요안나 선생님이 주고 간 짜릿한 입맞춤 때문이 아니었다. 저 글귀대로, ‘희망’,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흐릿한 안개가 걷히며, 간만에 나는 내 머리가 전력으로 굴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나는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런대로 괜찮은 느낌이다. 그렇게 내가 미소짓고 있을 때, 다시 ‘띠링!’ 소리가 들렸다.

<메인 퀘스트 업데이트>

<퀘스트 달성 조건 : ‘이티클레 대륙의 진실’을 안다.

퀘스트 진행 힌트 :

1. 제도로 가서 요안나와 함께 당신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세요.

2. ???

3. ???>

그 글자를 본 순간 내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거 뭐지. 서브 퀘스트가 아니고 메인 퀘스트? ‘대륙의 진실’? 내 몸에 일어난 일, 그러니까 마법 회로가 모두 붕괴된 일하고, 그래. 내 몸이 지금 치유 마법을 포함해 어떤 마법도 받아들이지 않게 된 일이, ‘대륙의 진실’을 알아내는데 중대한 힌트가 될 거라고? 대체 왜? 어디까지 믿어야 되는 거야?

‘띠링!’

<본 시스템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습게도, 나에게 ‘냉철’을 준 저 ‘시스템’ 덕에, 나는 ‘시스템’의 말을 듣고 약간 진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든 진실을 말하든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법이니까.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띠링!’

<본 시스템은 당신의 빠른 진정과 냉철한 사고에 감탄합니다. 당신의 상태가 충분히 안정되었다고 판단, 스탯 조정에 들어갑니다.>

뭐?

<이름       : 기리인 모스

나이       : 18세

HP        : 298/950

힘         : 50

민첩       : 50

지능       : 100

마나친화력 : 0

매력       : 100

지구력     : 60

특수       : 의지력 100 / 언변 90 / 냉철 93 *보너스스탯 101

스킬       : 정보확인 Lv. 1

* 보너스스탯은 기존 스탯에 분배가 가능합니다. 단 100을 초과할 수 없음.

* 마나친화력 부재로 인해 기존 스킬인 정통마법은 삭제되었습니다.>

이 창은 내가 띄운 게 아니다. 내 ‘정보 확인’ 이라는 말 없이 저절로 떠오른 창이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창 위에 다른 창들이 떠오른다. 띠링! 띠링!

<트리클 신의 보상>

<당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최소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명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그 희생은 당신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앗아가는 너무나도 과한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좌우의 균형을 살피시는 천칭의 트리클 신이 당신의 이 희생을 살펴, 너무나 과한 희생에 대한 보상을 내렸습니다.>

<당신은 잃어버린 마나친화력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원래라면 날아가 버릴 점수이지만, 신의 도움으로 당신은 그 마나친화력을 당신의 약한 몸을 강하게 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가진 보너스 포인트는 101점입니다. 이 중 오늘 사용가능한 점수는 사라진 마나친화력에 대한 점수 100점입니다. 당신은 이 점수를 당신이 가진 다른 스탯에 분배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개별 수치를 100 이상으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100 이상의 수치를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보너스 포인트 1점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그 이유입니다.>

뭐라고... 그럼, 저 '보너스 포인트' 수치 100점을 내 몸에 투자하면,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건가?

‘띠링!’

<수치를 투자하면, 그 수치에 맞는 몸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육체를 단련하거나 사용하게 되면 그에 맞춰 점점 육체가 발달되게 됩니다.>

아... 하긴, 하루아침에 내가 근육질 몸을 자랑하게 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하지. 그러면, 어떻게 수치를 바꿔야 하나... 이봐, ‘시스템’씨. 나에게 좀 가이드를 줄 수 없을까?

‘띠링!’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 먼저, 점수에 따른 범위에 대하여 안내하겠습니다.

100점은 이 대륙에 한두명 있을까말까한 재능입니다. 당신의 지능이 좋은 예입니다.

90~99점은 각 지역, 예를 들면 북부 영지에 한두명 있을까말까한 정도의 재능입니다.

80~89점은 북부 영지 내에 10에서, 많게는 2~30명 정도 있을 정도의 재능입니다. 아카데미로 좁혀지면 1~2명 정도의 범위가 되겠습니다.

70~79점은 보통 사람들이 ‘약간 잘하네’라고 인식하는 정도입니다. 특출난 정도는 아닙니다.

60~69점은 범용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능력치의 평균점은 65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50~59점은 평균 이하입니다. 능력치가 발목을 잡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간신히 통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수준이 50점입니다.>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던 기준이 완전히 밝혀진 순간, 나는 다시 좌절했다. 어쩐지. 내가 그렇게 힘이 없고 둔했던 게, 평균 이하의, ‘간신히 통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수치라서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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