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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7화 (17/309)

00017 1. 모든 것을 잃은 소년 =========================

‘띠링!’

<다음은 보너스 점수 투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미 수치가 100인 지능과 매력은 더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수치가 0으로 고정된 마나친화력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특수 영역의 수치는 개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동이 불가능합니다.>

.......뭐야. 그럼 힘, 민첩, 지구력밖에 건드릴 수 없는 거잖아.

<역시 똑똑하군요.>

놀리냐?

<그런 의도는 없습니다. 본 시스템과 적대하는 것은 기리인군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권고합니다.>

어차피 내가 널 맘에 들어하든 안들어하든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역시 똑똑하군요.>

아, 됐고. 그래서 뭘 어떻게 올려?

<선택할 수 있는 가지수가 세 가지 정도 있습니다. 이는 당신이 앞으로 당신의 성장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잡고 있는가에 달렸습니다.>

흐음. 나는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인지라 편안히 자리에 앉아 시스템이 띄워주는 글씨들을 보기 시작했다.

<1. 힘을 위주로 성장시킬 경우.

이 경우의 수치 배분은 힘 100, 민첩 80, 지구력 80이 됩니다. 민첩과 지구력은 훌륭한 수준으로 성장시키면서, 힘을 역대급 재능으로 맞추게 됩니다. 이 경우 당신은 전사, 기사의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넘치는 힘으로 방패를 들고, 가벼운 검보다는 묵직한 메이스(mace) 같은 둔기를 드는 것이 좋겠지요.>

<2. 민첩을 위주로 성장시킬 경우.

이 경우의 수치 배분은 힘 80, 민첩 100, 지구력 80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힘과 지구력은 괜찮은 수준에 민첩이 역대급이 되겠지요. 이 경우는 전사를 택하더라도 중장갑보다는 경장갑과 스피드를 살린 전사가 되겠군요. 혹은 빠르게 위치를 변화시키며 활이나 석궁을 이용하는 궁수가 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3. 지구력을 위주로 성장시킬 경우.

이 경우의 수치 배분은 힘 80, 민첩 80, 지구력 100입니다. 이 경우는 오래 버티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예를 들면 짐꾼이나... 방패만 수련한 방패병?>

<4. 밸런스형.

위의 예에서 적절히 수치를 조절한 케이스입니다. 예를 들면 힘 90, 민첩 90처럼 말입니다.>

...이거, 말은 이렇게 쉽게 하고 있지만,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인생 방향까지 확 뒤바뀌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일인데?

<역시 똑똑하시군요.>

아 제발. 글자로만 그렇게 적으니까 너무 비꼬는 것 같잖아. 나는 x자를 눌러 다른 창들을 닫아버리고, ‘시스템’이 설명한 창과 내 능력치가 있는 창만 띄우고 생각에 잠겼다.

전사라. 내 성격에 앞으로 닥치고 달려나가는 게, 너를 죽이거나 내가 죽거나 하는 게 맞을까? 힘이 세어지는 건 내 평생 소원이긴 한데... 어디 가서 안 맞고 다니고 이런 게 좋을 거 같긴 한데... 근데 그렇다고 또 힘을 키우면 무식한 근육남이 될 텐데... 그렇다고 선뜻 민첩을 고르자니 그것도 약간 께름칙하고...

이봐, ‘시스템’. 너라면 어떤 걸 추천할래?

‘띠링!’

<본 시스템을 신뢰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다른 글씨보다 유독 굵고 큰 글씨로 적힌 문구가 떴다. 하하. 이 녀석, 귀여운 맛이 있네.

<당신은 마법사였습니다. 원거리 마법의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했습니까?>

그야, 조준하는 연습이나, 주변 환경을 읽는 연습을 하고, 활도 쏴 보기도... 아.

<맞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떨어지는 민첩을 지능과 천재적인 마나 통제력으로 극복해, 괜찮은 적중률을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민첩이 올라간다면 당신의 활 적중률은 명궁(名弓) 수준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흐음... 좋은 활과 화살, 그리고 석궁을 구하는 게 우선이겠네. 그럼 1번 안과 4번 안 중에 어떤 것을 고르는 게 좋을까?

<마법사다운 냉철함으로, 93이라는 높은 냉철의 수치로 생각해 보십시오. 장점이 많은 것과 단점이 적은 것 중에 어떤 것이 좋을까요.>

그런 거라면 선택은 어렵지 않지. 혼자 살 거라면 단점이 적은 게 낫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지내게 될 거라면, 장점이 명확한 것이 오히려 섞이기 좋다. 게다가, 다른 수치가 80이라면, 적은 편도 아니다. 그럭저럭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편이면서, 100이면 이 대륙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한 수치라면... 그 편이 낫다.

정했어. 민첩을 100으로 올리고, 힘과 지구력을 80으로 맞추겠어.

‘띠링!’

<히든 트리비아 퀘스트 달성 – No. N/A>

<시스템으로서 감사를 표합니다. 아주 빠른 적응 뿐만 아니라 미래가 걸린 일에 시스템을 신뢰하고 조언을 구한 것, 그리고 최적의 선택을 내린 데 경의를 표하며 자그마한 보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 또 돈이라도 주려나?

<특수 항목에 있는 스탯이 일괄적으로 1 증가하였습니다.>

엥? 나는 시스템의 말도 확인할 겸, 내 바뀐 정보도 확인할 겸 ‘정보 확인’을 속으로 외쳤다.

<이름          : 기리인 모스

나이          : 18

HP           : 290/950

힘            : 80

민첩          : 100

지력          : 100

마나친화력    : 0

매력          : 100

지구력        : 80

특수          : 의지력 101, 언변 91, 냉철 94

스킬          : 정보확인 Lv. 1>

흐음... 이봐. 시스템. 몇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우선 의지력이 100이 넘어 101이 된 건 얼마나 높은 거야?

<당신의 의지력은 치르낙 대왕 급입니다.>

...400년 전 온갖 역경을 인내심으로 견디며 결국 드래곤 르플레스탁마저 설복시켜 제국을 지금처럼 만든 그 치르낙 대왕 말야?

<그 분의 의지력은 101과 102 사이 정도였습니다. 당신도 그 수준으로, 어떤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헐... 그건 그렇다치고, 그럼, 저 변화된 수치는 언제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거지?

<그냥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제, 수치에 맞게 육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운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뛰고, 많이 움직이고, 많이 들어올리십시오. 요안나 선생님이라는 분이 추천해 준 분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격하게 몸에 부하를 걸면, 그 부하가 고스란히 몸을 발달시키는데 적용될 것입니다. 몸이 완전히 변화하는 데는 약 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운동량이 많을수록 변화가 빠릅니다.>

그런 거라면, 고통을 참는 거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그리고, 지난 며칠간 당신의 섭생 패턴은 매우 불건강했습니다. 육체의 변화를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합니다. 잘 먹고, 잘 자야 합니다.>

네, 네. 그 말 대로다. 이제 할 일도 생겼고, 목표도 생겼다. 나는 곧바로 침대의 이불 속으로 발을 집어넣고 잠을 청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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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두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무리의 사람들과, 또 다른 한 사람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 평소보다 더 배가 고파지는 걸 보면 벌써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건가? - 난 직후, 병실 바깥이 잔뜩 소란스러워지며 여러 사람들이 이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 사이에는 쇠가 부딪히는 철컹거리는 소리가 여럿 섞여 있었다. 내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자, 병실의 문이 열렸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로부터-”

“됐어, 됐어.”

역시. 며칠 전 졸업식에서 들은 대공 전하의 목소리다.

“기리인군, 일어나게. 이거 너무 소란스럽게 와서 이미 내가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내가 온다는 걸 안 모양이군. 이봐, 저 친구를 침상에 좀 눕게 도와주게.”

“네, 전하.”

덕분에 몸에 기운이 넘치는데도 나는 별 수 없이 이불 속에 다리를 묻고 일어나 앉아 대공 전하를 바라보는 지극히 불편하고 가시방석인 자세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몸은 괜찮은가?”

“많이 나아졌습니다, 전하.”

“아아... 그래. 다행이군.”

오늘도 풀 플레이트를 입은 대공 전하는, 갑자기 척 하고, 멋있게, 두 다리를 모으며 바로 서셨다.

“기리인군.”

“네, 대공 전하.”

목소리가 떨리지 않기 위해 힘을 꽉 줘야 했다.

“자네 덕분에 우리 영지민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네. 만약 자네가 그 불을 끄지 않았더라면, 이 북부 대요새 안에 거주하는 사람의 적어도 1/3은 죽었을 거야. 군대였다면, 부대의 전투력이 0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손실이지. 자네가 큰 희생을 치르며 그 불을 막아 주었기에, 이 북부 대요새와 북부군은 오늘도 제국의 북쪽 방패로서 든든히 서 있을 수 있었어.”

대공 전하는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셨다.

“고맙네.”

민첩 수치가 오른 덕일까. 나는 대공 전하가 고개를 숙이실 때 이미 침대를 박차고 내려와 바닥에 납죽 네 발로 엎드렸다.

“전하! 황공하옵니다. 과분한 칭찬이시옵니다.”

“과분은 무슨. 자넨 자네의 공을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어. 지휘관이자 영주로서 자네의 공은 이런 감사를 몇 번 받아도 모자란 공이야. 일어서게.”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 고개를 약간 숙여 대공 전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고개를 들게.”

이런.

“네, 전하.”

나는 고개를 들어, 대공 전하를 바라보았다. 중년 정도의, 내가 알기로는 아직 기사 아카데미나 마법 아카데미에 들어갈 정도의 나이는 아닌 두 아들의 아버지인 대공 전하는, 재미있다는 듯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 계셨다.

“흠. 역시. 소문대로군. 정말 잘 생겼군.”

이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딸이 있었으면 사위 삼고 싶었을 정도군. 이보게, 단장.”

뒤에 시립해 있던 사람 중 역시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벌꿀색의 머리카락과 콧수염을 단정하게 기른 사람이 대공 전하의 옆에 와서 섰다. 요뢰브 백작님. 기사단장이고, 그리고... 리미의 아버지.

“리미가 저 친구와 나이가 같지 않던가?”

“그렇사옵니다, 대공 전하.”

“그러면 진작 확 낚아채지 그랬나.”

“아쉽게도 리미는 저 친구의 눈에 차지 않은 것 같더군요.”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시는 요뢰브 백작님. 나는 왠지 무안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자크 할아버지의 말대로라면 나를 원망하고 계시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백작님의 눈을 볼 배짱은 나에게는 없었다.

“허허, 그런가. 이봐, 기리인군.”

“네, 대공 전하. 말씀하십시오.”

“아카데미에서 보고서를 받았네. 오늘 안식년을 맞기 위해 제도로 떠난, 자네 담임 선생, 이름이... 요안나였던가. 그 선생이 올린 보고서였는데, 제도에서 자네 증상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고?”

“네, 전하. 지금 제 상황이 다소 특이한지라...”

“어떻게 특이하기에?”

뒤에 시립해 있던 문관 한 명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아카데미에서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기리인 군은 지금 어떠한 마법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튕겨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가 잠든 사이에 마나 애로우 같은 초급의 공격마법을 펼쳤는데 그마저도 튕겨냈다고 합니다. 덕분에 그의 치료는 치유마법이 아닌 포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호오... 마법을 튕겨냈다고?”

============================ 작품 후기 ============================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내일 낮에 1장을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주신 크리스펠로님, 로카다님, 삐카 님, 리오아리오 님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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