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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8화 (18/309)

00018 1. 모든 것을 잃은 소년 =========================

대공 전하는 아까보다 더 흥미가 생긴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뭔가, 직접 때리거나 뭔가를 쏘는 것 이외에 마법에 맞아 죽지는 않는다는 건가?”

“그게 좀 미묘합니다, 대공 전하.”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니까 내가 설명하는게 맞겠지. 원래같으면 나에게 직접 물으실 때까지 기다려야 예법에 맞겠지만, 워낙 특이한 문제인데다가 대공 전하께서도 그런 사소한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이시다 보니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저에게 화염구를 직접 날리면 제 몸 앞에서 화염구가 사라집니다.”

“호오? 그건 쓰기에 따라서는 엄청나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화염구가 달궈놓은 열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대공전하는 ‘그게 뭐야’라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말씀하셨다.

“그럼 뭐야, 예를 들어 마나의 손으로 자네를 쿡 찌르면 자네는 피해를 입지 않겠지만, 마나의 손으로 돌멩이를 집어 자네에게 던지면 자네는 맞는다고?”

“그런 셈이지요.”

대공 전하께서는 껄껄 웃으셨다.

“허허, 왜 요안나 선생 같은 사람이 자네의 증상을 연구 주제로 삼았나 했더니, 그럴 만 해서 그랬구먼. 재미있는 증상이군.”

그렇게 말씀하시던 대공 전하께서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기리인군.”

“네, 전하. 말씀하소서.”

“자네의 그 능력 말일세. 왜 그런 예감이 드는지는 몰라도 다양하게 탐구해보게. 그게 활용 범위의 끝이거나 할 것 같지 않아. 천칭의 트리클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사람에게 아무 댓가 없이,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주지 않으시는 분이시니까.”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대공 전하의 가르침,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서, 수도로 간다고?”

“네, 전하.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몸을 추스르고, 몸을 지킬 수 있는 가벼운 무예를 닦은 후 출발할 예정입니다.”

“그런가? 잘 됐군. 이봐, 라루트.”

“네, 전하.”

라루트 님. 대공 전하의 비서이시다.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이 북부 대요새의 살림을 맡고 있는 몇 사람 중 하나라고 말이다.

“기리인 군에게는 나 개인적으로도, 우리 가문으로도, 그리고 우리 영지로서도 큰 도움을 받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큰 희생을 치르기도 했고 말야. 그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세 가지의 길이 있을 것입니다.”

숨도 쉬지 않고 대답을 하는 라루트 님.

“먼저, 대공 전하께서 개인적으로 그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리인군은 이번 사고로 인해 집과 모든 가재도구를 잃었으며, 또한 아카데미 입학을 전제로 한 장학금이 잠정 취소되면서 현재 금전적으로 곤란한 상황일 것입니다.”

“아, 그렇군. 그럼 이렇게 하지. 어차피 기리인군에게 주려고 했던 예산이 편성되어 있을 것 아닌가? 그에게 1년치 장학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게. 제도를 오갈 때의 여비와, 제도에서 생활할 때의 생활비조로 말야. 만약 그가 이 이상한 현상이 나아서 아카데미에 다시 입학하게 되면, 그때는 장학금을 다시 주는 걸로. 그리고 이 요새에 있는 동안은 의식주를 대주도록 하게.”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대공가가 그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있습니다.”

“대공가가?”

“두 달 후, 대공 전하의 공인 상단이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아! 그렇군. 배를 타고 레카까지 가면 되겠군.”

“그렇지요. 거기서부터는 ‘황도’를 따라 평온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군. 그럼 그것도 그렇게 조치해주게. 기리인군을 상단 호위대의 일원으로 집어넣으면 되겠군. 그가 필요로 하는 것들도 내어주고.”

“그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도움은, 요뢰브 백작님?”

“응? 나 말인가?”

다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던 백작님이 고개를 들자, 라루트 님이 말했다.

“기사 아카데미는 앞으로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비어있게 됩니다.”

“그렇지. 방학이 끝나자마자 바로 병영에서 훈련에 들어가니까.”

“그 기간 동안 아카데미의 시설을 이용해 기리인군의 훈련을 도와도 괜찮다는 명을 내려 주시면 어떨까요.”

“고작 그걸로? 아니지. 아카데미 교관들로 하여금 그를 1:1로 지도하게끔 해야지. 그리고, 훈련에 필요한 물자도 아카데미에서 내가게 하면 되고.”

“괜찮겠습니까?”

“고작 한 명인데 뭘. 아, 기리인군이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그리 하지.”

갑자기 백작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백작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말씀하소서.”

“아, 별 건 아니고...”

약간 곤란한 내용인 듯 볼을 긁던 백작님이 말했다.

“그, 자네가 리미에게 준 꽃 말이야. 그 무지개빛으로 빛나던 그 꽃. 그 꽃을 받고 리미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네.”

“그랬습니까... 좋아했다니 다행이군요.”

“그래, 그래서... 지금 리미에게는 또래 친구가 없다네. 스스로 친구가 아닌 아랫사람들을 만나는 식으로 친구들을 대했으니까. 물론 사교계 수업을 몇 달 받은 후 리미도 제도로 내려가겠지만, 자네가 떠나기 전까지 자네가 리미의 말벗이 되어주면 어떨까?”

“아...”

생각지 못했던 분부라 잠시 주저했지만, 아까 말한 대로,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네. 리미가 정말 좋아할 거야.”

요뢰브 백작님은... 무시무시한 무명(武名)과는 달리, 평범한 딸바보 아빠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던 듯, 대공 전하께서 껄껄 웃었다.

“이거이거, 이 친구. 또 딸바보 버릇 도졌구만. 에잉...”

장난스레 고개를 흔든 대공 전하께서,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기리인군. 자네에게 주는 보상이나 도움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게. 자네의 희생으로 죽음을 면한 만 명의 영지민들을 생각하면 그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그를 통해 자네가 다시 마법사의 길로 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투자할 만한 일 아니겠나.”

“알겠습니다, 대공 저하.”

“그럼, 라루트. 그렇게 처리해주게. 기리인군. 병자는 누워서 쉬어야 하는데 내 시간을 너무 뺏았군. 다음에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 자, 돌아가자.”

그렇게 말씀하신 대공전하는 내가 무릎을 꿇는 것도 기다리지 않은 채 휭하고 수행원들을 몰아 병실을 나가버렸다. 아까까지 복작거리던 방에는 이제 나와 라루트 님만이 남아 있었다. 라루트 님은 언제나 보는 광경이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나에게 말했다.

“기리인 군. 내일 모레, 이곳을 나와서 내성으로 나를 찾아오게. 자네의 거주지와 물품들을 마련해놓고 기다리지. 그 때 대공전하께서 주시기로 한 돈도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난 바빠서 이만. 그 날 자세히 이야기하세.”

그렇게 말하고 라루트 님은 휭하니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대 영지의 살림을 책임진다는 건, 저렇게 바쁜 일이구나. 나는 침대를 정돈하고, 침대에 앉아 얼마전까지 누워서 바라보던 창 밖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좀 무서웠다. 너무 모든 것이 술술 풀려가는 것 같아서 말이다. 부모님도, 집도 잃고 마법도 잃어 살기 싫어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의식주와 큰 돈이 주어지고, 내가 연습하는 것도 도와준다고 하고, 제도로 갈 수 있게끔 주선까지 해 준다고 한다. 제도에서는 선생님과 함께 내 특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고.

아까 대공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트리클의 천칭은 한 쪽으로 홱 기우는 법이 없다. 아무리 나에게 며칠 사이에 불행이 잔뜩 닥쳤다 해도, 이렇게 좋은 일이 연달아 있다면 조만간 나쁜 일이 올 것이다. 그게 뭘까. 이렇게 모든 일이 잘 될수록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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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불안은 오후에 현실이 되었다.

내 병실에 저벅저벅 들어선, 가죽 부츠를 신고 이 겨울에 코트 안에 셔츠 한 장만 입은 근육이 터질 것 같은 우락부락한 남자가 나에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기리인 모스?”

“그렇습니다만...”

“디혼 바크다.”

“아, 요안나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좀 전에, 기사 아카데미를 너의 훈련에 쓸 수 있도록 빌려주라는 명을 받았다.”

갑자기, 확 불안해졌다.

“요안나 선생님이 자네의 몸이 약하고 병에 걸리기 쉬우니 체력을 좀 키워주라고 하더군. 그래서 알겠다고, 내 방식대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네에...”

“여기는 언제 나가나?”

“내일 모레, 지낼 집이 정해지면 나갑니다.”

“그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기사 아카데미 연병장으로 와라.”

새벽 6시?! 하아... 하지만 저 얼굴에 대고 반론을 제기할 만한 배짱은 없다.

“알겠습니다.”

“혹시 내 이름 들어본 적 없나?”

“네?”

디혼, 디-혼... 에엣?

“그... 설마, 기사 아카데미의...”

“그래. 매년 봄 신입생들을 굴리고 굴려서 연병장을 토하는 신입생들로 가득 채운다는, 토나오는 디혼이라는 별명이 있지.”

아아... 내가 약간 떠는 것 같자 디혼 선생님은 갑자기 씩 웃기 시작했다.

“걱정 마라. 이번에는 너 혼자만 있을테니까, 내가 모든 진행 과정을 함께 하게 될 거야. 토해봐야 너 한 명일 거고.”

훗, 하고 웃음소리를 남긴 그는 뒤로 돌아 다시 저벅저벅 문 밖으로 나섰다.

아아, 난 망했다. 누군가 했더니, 토나오는 디혼이었어. 몸 성하긴 글렀구만... 치유 마법이 듣지를 않으니, 만약 다치거나 몸이 상해도 마법을 믿을수는 없다. 기사 아카데미에 포션이 넉넉하려나.

그러고 보니 문이라도 닫고 갈 것이지! 나는 떠나간 디혼 선생의 뒤통수에 대고 주먹을 날리듯 크게 손을 휘둘렀다.

삐걱- 쾅.

문이, 마치 누가 손으로 움직인 듯 저절로 움직이더니 쾅 하고 닫혔다.

응? 어떻게 된 거지?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아무 것도 없기에 다시 팔베개를 하고 드러누웠다.

뭐, 바람이라도 불었겠지. 신경쓰지 말자.

============================ 작품 후기 ============================

이렇게 1장이 끝났습니다.

2장에서는 기리인이 여행 준비를 하며 강해지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이 편 이후에 또 짧게나마 한 편, 장과 장 사이에 들어갈 내용이 올라가니 기다려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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