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7화 (27/309)

00027 2. 말할 수 있는 것, 말할 수 없는 것 =========================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고 주저하던 리미는, 이윽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못 할 말을 하러, 왔어.”

“응... 들을게. 말해줘.”

“미안해, 기리인. 사과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리미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약간 놀라 리미를 바라보자, 리미는 덤덤하게 말했다.

“저번에 말했지? 나도 내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굴었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야. 그 중에서 가장 내가 후회한 건 바로 너에 관해서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진작에 포기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니가 만난 여자친구들을 괴롭혔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아빠한테 떼를 써서라도 듣게 만들었어. 그러면서, 너한테 미움 살까봐, 너한테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너한테 차일까봐 직접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그렇게, 나도 괴롭고 너도 괴롭고 니가 만난 여자친구들도 괴롭게 4년을 보냈네.”

리미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 말했다.

“그 날, 자크가 니가 준 거라고 하면서 꽃 줬을 때, 너무 기쁘고 좋았어.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는데도 그 꽃 하나에 두근거리는 내 자신이 신기했었어. 지금은 빛을 잃었지만, 그 꽃을 보고 설레고, 고맙고... 그리고 너무 후회됐었어. 다른 애들처럼, 너한테 한 번 고백이라도 해 볼걸. 못되게 굴지 말고,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말해 볼걸... 하고... 내가 지난 몇 년간 못되게 군 게 신의 천칭에 올라와 돌아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잘 못 마시는 술 억지로 마시고 용기내보려고 했는데...”

리미는 결국 눈물을 눈에서 떨어트렸다. 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며 리미가 말했다.

“미안, 기리인. 사과하러 와서... 나 바보같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리미에게 다가가 리미의 얼굴에 묻은 눈물자욱을 닦아주었다. 흐릿한 불빛 아래서도 리미의 얼굴이 가볍게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예뻐.”

리미의 분홍색이었던 얼굴이 새빨개졌다. 리미는, 가볍게 도리질을 치더니,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나에게 안겨왔다.

“기리인...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하구.”

나는 팔을 뻗어 리미의 등을 마주 안아, 손으로 가볍게, 아직은 성적인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친근한 손길로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나는 리미를 아직 미워하나? 아니. 리미가 한 행동을 나는 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 나에게 이렇게 와서 용서를 구한다면, 그리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판단은 트리클 신의 천칭이 하리라. 내가 리미를 미워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면, 나는 그때의 리미와 같은 짓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 나는 리미를 받아줘야 할까? 그것도 아니다. 나는 내일모레면 떠날 사람이다.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리미와는 삶의 길이 다시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그녀의 마음 속에 나를 남겨두고 갈 수는 없다. 그녀는 제도의 사교계에 데뷔해, 전성기를 누린 다음, 귀족 가문과 결혼을 통해 집안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런 그녀에게 얼마가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나를 생각하게끔 두고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리미를 지금 거부해야 하나? 그거야말로 최악일 것이다. 리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굴욕을 주는 길이 아닐까.

나는 결론을 내렸다. 별 수 없다. 지금은 리미의 마음을 받아주고, 나중에 말해보자. 나는 등을 토닥이던 손을 올려 리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리미는 아직 빨개진 채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둘의 눈이 마주치고,

다음 순간, 우리 둘의 입술이 겹쳤다.

리미의 몸은 뜨겁게 내 팔 안에서 꿈틀거린다. 내 등을 안았던 리미의 팔이 내 목을 감싸 끌어당기고, 그에 맞추듯 내 한 손은 리미의 머리를 받치며 다른 한 손은 허리를 휘감아 리미를 더욱 가까이 당긴다. 한 겹 하늘하늘한 천에 불과한 슬립 너머로 리미의 탄력있는 몸 온데가 느껴져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둘의 혀가 가운데에서 마주친다. 서로를 탐색하다가, 격렬하게 얽혀 서로를 간질이고 서로 얽힌다. 리미의 가쁜 숨이 내 볼에 느껴진다. 이미 내 숨도 가빠진 지 오래다.

나는 슬쩍, 리미의 허리를 감은 손을 아래로 내린다. 손이 허리를 지나, 슬립 한 장으로만 가려진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순간, 리미가 내 입 안으로 헉 하는 신음을 토해내며 몸이 멎는다. 하지만 리미는 내 목을 더 끌어안으며 나에게 매달려올 뿐이다.

리미의 의사를 확인한 내 손길은 더 거침이 없어진다. 나는 리미의 슬립 자락을 쥐고, 리미의 머리 위로 벗겨낸다. 그 바람에 떨어진 우리의 입술 사이로 이어졌던 은색의 다리가 옷자락에 쓸려 사라지고, 리미는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온 몸으로 나에게 매달려온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조금전까지 누워 있던 자리에 리미를 눕히고, 리미의 위에 올라간다. 내려다본 리미의 눈은, 설렘과, 두려움과, 흥분 등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눈으로 묻자, 리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섞인 표정에 결의가 더해진다.

“기리인...”

나는 리미를 다독이듯, 다시 가볍게 키스하며 리미의 매끈한 피부를 어루만진다. 목에서 미끄러져 내려간 내 손길이 리미의 봉긋한 가슴에 이르고, 리미는 아까처럼 온몸을 뻣뻣하게 굳힌다. 수많은 여자친구들, 선배 누나들, 그리고 가끔씩은 아줌마들과의 섹스로 단련된 내 손길이 익숙하게 리미의 가슴을 스치자 리미는 내 아래에서 두 다리를 비비꼬며 몸을 뒤튼다. 입술을 뗀 리미가 헐떡이며, 말한다.

“기리인... 너무 능숙해서 화가 나려고 해.”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을 때를 아는 것도 포함된 것이다. 저 말에 변명하거나 뭔가 대꾸를 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에 불과하다. 나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리미의 한 쪽 가슴을 입으로 베어물고 혀로 그녀의 젖꼭지를 희롱한다. 리미의 입에서 “헉” 하는 신음이 다시 터지며, 리미가 생전 처음 느끼는 자극에 허리를 뒤로 젖히며 경련한다. 물론 나는 리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리미가 내 머리를 으스러져라 안는 동안, 나는 리미의 적당히 큰 가슴을 희롱하다가, 서서히 그녀의 허리와 배, 배꼽을 쓰다듬으며 손을 아래로 내린다. 은근슬쩍 내 손이 리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간다. 리미가 작게 “꺅!” 소리를 내지만, 곧 다리의 힘이 풀린다. 나는 내 두 다리를 리미의 다리 사이에 넣으며, 손을 리미의 두 다리 사이의 둔덕으로 가져간다. 내 키스와 애무가 통했는지 둔덕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나는 가슴에서 입술을 떼고, 리미를 바라보며 말한다.

“리미... 정말 예뻐.”

리미는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진작 말할 걸 그랬어.”

그랬으면 난 너를 찼겠지, 하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기리인. 키스해줘.”

나는 기꺼이 리미의 말대로 한다. 내 오른손은 아직 리미의 다리 사이를 떠나지 않는다.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적시고 싶은 마음에서다. 리미가 몇 번 더 내 품 안에서 허리를 젖히고, 나는 이제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리미의 다리를 벌리며 그 사이에 위치한다.

“기리인...”

“리미, 미안. 내가 마법을 쓸 줄 알면 치유를 걸어주겠는데... 지금 나는 마법을 쓸 수 없어서...”

“내가 하면 되지. 괜찮아.”

“괜찮겠어?”

“으응. 해 볼게.”

“그럼...”

나는 그대로, 나를 리미 안으로 밀어넣는다. 리미는 으윽, 하고, 이를 꽉 아물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참는다. 리미가 처음으로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리미를 배려해, 천천히, 천천히 리미 안으로 밀어넣는다.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내 물건이 리미 안에 온전히 위치하고, 우리 둘은 결합된 채,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치유(cure).”

리미가 자신의 아랫배 쪽에 손을 가져가며 마법을 시전한다. 처음 섹스를 하는 사람은 상처를 입는다. 이 상처의 통증만 어떻게 해 줄 수 있어도 처음 섹스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이건 내 경험상 터득한 것이다. 내 수많은 여성 편력의 비결 중 하나는 내가 잠자리에서 훌륭한 연인이었다는 점이었다. 체력이 없을 때도 가능했던 일이, 몸이 건강해진 지금은 훨씬 쉬워졌다.

리미와 나의 눈이 다시 마주치고, 리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무릎과 팔로 몸을 지탱하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통증에 약간은 식었던 리미의 몸이 조금씩 빠르게 달궈진다.

“으응!”

“아파?”

“아니... 괜찮아. 기리인. 조금씩, 천천히 빠르게 해줘. 너무 빨리 해 버리면 내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리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내 목을 휘감아온다. 리미와 입을 맞추고 혀를 섞으며 나는 조금씩 속도를 더 올린다. 장인의 손길이 가해진 침대인 듯 아무리 움직여도 침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나지 않는다. 리미의 속살은 나를 뜨겁게 뜨겁게 안아주고, 나는 조금씩 속도를 더 올린다.

“으흥! 으응! 응!”

리미가 내 입 안으로 거친 숨결을 토해낸다. 내 아래에서 나로 인해 몸부림치는 여자의 몸을 안아주며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쾌락을 주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리미는 내 혀를 끊어져라 빨아당기며 다리로 내 허리를 감아온다. 어느새 나는 거세게 직선운동을 하고 있다. 리미와 내 몸에서 나온 액체들이 찌걱거리는 음란한 소리를 낸다.

“으으응!”

나는 차마 방 바깥으로 들릴까봐 입을 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대신 전력을 다해 리미를 공격한다. 내 핀포인트를 찌르는 공격에 리미는 전율한다. 더 달궈질 자리가 없을것만 같았던 리미의 몸이 더 달궈지고, 리미가 빠르게 절정으로 치닫는다. 나는 스피드를 올리며 나 역시도 그녀에게 보조를 맞춘다.

“으으으으으으으응!”

내 입으로 가렸는데도 꽤 길고 컸던 신음소리와 함께 리미가 온 몸을 경련하며 절정을 맞는다. 나는 늦지 않게 내 분신들을 그녀의 배 위에, 새하얀 눈 같은 피부 위에 흩뿌린다. 두 달 만에 안는 여자라 정말 많이 쌓여 있었던지, 리미의 배와 배꼽은 온통 찐득거리는 액체로 뒤덮인다.

나는 리미의 위로 무너진다. 무거울 텐데, 리미는 여전히 팔과 다리로 내 온 몸을 꼭 끌어당기고 있다. 나는 손을 들어 리미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아직 떨어지지 않은 키스를 계속한다. 리미와 나는 한참동안 입을 맞추다가, 자연스럽게 입술을 뗀다. 내 아래에서 흐트러진, 온 얼굴에 홍조를 띈 리미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나는 쪽, 하고 입술을 맞춘다. 리미는 나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는다.

============================ 작품 후기 ============================

씬입니다.

씬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씬만 치는 작품은 저번에 써봤으니 이번에는 전개에 필요한 부분만 쓰려고 합니다.

(아 물론, 전작에서도 전개에 필요한 부분만 하긴 했습니다. 전개가 떡으로 이뤄져서 문제였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추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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